The son of a traitor RAW novel - Chapter (20)
매국노의 원수 자식-20화(20/773)
20_미래의 해군 원수들 (1)
“어이 거기, 잠깐 정지.”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들어간 게 무색하게 입교 절차를 진행하는 부사관이 날 멈춰 세웠다. 야이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입구컷은 좀 너무한데?
“너 여기서 뭐하냐?”
“생도로서 왔습니다만···?”
“네가? 웃기고 있네, 뭔 황인종이 아나폴리스에 왜 들어와.”
입에서 오만 쌍욕과 비아냥이 터져나오려는 걸 꾹 눌러 담고 추천서와 입학서류를 부사관에게 보여줬다.
“야···잠깐만 너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봐.”
보고, 보고 또봐도 믿기지가 않는지, 부사관은 황급히 어디론가 달려갔고, 잠시 후 중령으로 보이는 한 장교 (Charles Ellwood Colahan)를 데리고 왔다.
”생도대장님 (commandant of midshipmen) 저기, 웬 황인종이 생도라고 들어왔습니다.“”뭐라고? 아니 진짜잖아?! 뭔가 좀 많이 이상한데.“
둘은 한참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둘이서 뭐라 상의하다가 나보고 기다리라 하고 생도대장이란 작자는 또 어딘가로 떠났다. 그렇게 내가 기다리는 동안 나를 쳐다보면서 들어가는 생도만 벌써 수십명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생활관에 꼴찌로 들어가겠는데.
또 한참을 기다린 후에 생도대장은 돌아와서 한다는 말이 일단은 입학시킬 수 없단다. 아니 이 무슨? 분명히 고등학교 졸업장, 추천서, 건강검진표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었냐?
뭐가 문제냐고 따지니, 외국 해군 장교 위탁교육이라면 몰라, 아시아계 미국인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오만 궤변을 늘어놓고 앉아 있었다.
후, 안 되겠군, 이것만은 꺼내지 않으려고 했건만.
이 말도 안되는 꼬라지를 보고 난 그저 한숨을 쉬며 뭔가를 꺼냈다.
”이건 또 뭐야, 편지잖아? 겨우 편지 한 장으로 내 생각이 바뀔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뜨허억억?!!“
편지를 열어본 생도대장의 손이 바람 부는 날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어댔다. 뭔가 궁금해서 옆에서 슥 본 부사관도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아니, 진짜로 듀-듀이 제독님이 직접 쓰신 겁니다!“”네-네가 이걸 왜 가지고 있는거냐···?!“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 궁금하시면 직접 물어보시면 되겠습니다.”
“아-아니, 괜찮아. 빨리 들어가라.”
그래, 정신이 들어? 역시 보증서야, 성능 확실하구만.
그렇게 6주에 걸친 가입교기간(plebe summer)을 알리는 입교일 (Induction Day)이 시작됬다.
***
”빨리 뛰어 이 벌레새끼들아!“
”목소리가 작다!“
”옷 지급 받았으면 빨리 움직이란 말이다!“
아, 왜 우리를 ‘plebe’, 하층민이라 부르는지 알겠군.
어느 시대의 어느 부대의 신고식이 안 그렇냐만 온 사방에서 고함과 욕설이 튀어나오고 우리 짬찌들은 정신차릴 틈도 없이 뛰어다니기 바빴다.
뭐, 일단 그렇게 갈구는 것 자체가 딱히 내 멘탈을 흔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래 봬도 나 해군 장교였어, 그것도 UDT. 그런데 진급누락 당하긴 했다만 한 때 대위까지 올라간 적 있었는지라 끽해야 부사관이나 사관생도인 놈들이 나를 갈궈대니까 심히 아니꼽긴 하네.
특히 저 망할 놈들의 교관생도 (detailer)들. 여기에 지원하면 여름항해를 안해도 되는지라 특별히 더 날라리같은 윗기수 생도들이 많다. 그냥 옷이랑 장비주면 될걸 어떻게 말 한마디를 다 띠껍게 해야되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훈련복이다. 6주 동안 하얀 세일러복을 입어야하는 것이다. 진짜 여기서 치마만 입으면 완전히 애니에서 볼법한, 바로 그 세일러복. 아주 그냥 넥타이도 존나 대충 묶어놓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이냐?
크흑···쪽팔려···
”어이, 거기 옐로 몽키! 몸에 붙어 있는 게 사회의 땟물인지 원래 태어난 얼룩인지는 모르겠지만 넌 특별히 땀을 더 흘려 씻어내야겠다!“
특히 난 입구에서 한참 붙잡혀 있던지라 제일 늦게 왔었고, 그 덕분에 네다섯명 정도의 교관생도들의 관심을 집중포화로 받았다.
“느에에에에에에엣, 교관님!”
“어후 시발 깜짝이야.”
난 황인종이라서 그런지, 훈련을 맡은 교관 및 선배들한테 더더욱 갈굼을 받으며 더더욱 큰 목소리로 답을 해야 했다.
특히 한 선배를 나를 갈구는데 너무 재미를 붙였는지, 내 목청은 멀쩡한데 오히려 본인 목청이 먼저 쉬어버리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일어났다.
그리고 이미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터득한 사실이 난 존재 자체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광역 어그로를 끄는 잡몹이나 다름없다는 부분이었다.
이런 생활은 아무래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웨스트포인트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크흡.
***
멘탈을 탈곡기처럼 탈탈 털은 첫날이 끝난 후 난 교관생도의 인도하에 요란하게 복창을 하며 막사로 향했다.
오우쉣.
작년 쯤에 건설이 시작된 밴크로프트 기숙사 (Bancroft Halls)는 내가 미국와서 본 건물 중에서 제일 끝내주는 건물 중 하나였다.
마치 18세기 프랑스의 고급스러운 건물을 연상시키는 보자르 양식의 기숙사는 그야말로 으리으리하다라는 표현 밖에 못 쓰겠다.
저게 숙소라고? 대박, 개쩌는데?“
하루종일 누적된 정신적 피로가 한 번에 날아가고 속으로 실웃음이 자아 나오려는 순간, 그 건물을 지나쳤다. 자세히 보니 숙소 입구에는 아직 건설 중이라는 표지가 나보고 꺼지라는 듯이 떡하니 서 있었다.
엑?
그리고 교관생도한테 한참을 더 이끌려 간 곳은 최소 40년은 되어 보이는 허름한 목재 호위함 (frigate) USS 산티 (Santee)였다.
내부로 들어가니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고 소금물 찌든 냄새가 진동했다. 어시발, 저건 또 뭐야, 쥐야?! 구서작업도 안했냐! 아, 차이나타운에서 잡은 쥐만 수십만 마리였는데 여기서 또 쥐를 볼 줄이야.
그리고 침실에 들어가니 침대는 하나도 없었고 그물침대만 가득했다. 그것도 조금만 몸을 흔들면 바로 옆자리에 닿일 듯이 촘촘한 간격으로.
야, 이건 좀 너무한데? 싼티나서 산티라고 부른거야 뭐야?
에라이 씨!
물론 침실에 들어가서도 다시 한 번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슬슬 익숙해져야되는 광경이 펼쳐졌다. 특히 내 바로 왼쪽 자리에 있는 녀석은 정말 내 존재가 짜증난다는 듯이 노려보는 게 아닌가.
반면 내 오른쪽에 있는 머리가 호밀처럼 노란 금발소년은 반대로 바다같이 푸른 눈으로 날 초롱초롱하게 쳐다봤다. 마치 내가 세상에 제일 희귀한 동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와, 황인종이 생도로 온다더만, 진짜였네?“
”뭐, 딱히 문제라도 될 거 있나?“
”아니, 아니, 그냥 신기해서 그래. 네 옆에 걘 너무 신경 쓰지마. 세상 모든 사람을 다 싫어하거든!“
아, 그러니까 그냥 모두를 증오하는 인간이다 이거지? 뭐, 그러면 오히려 더 상대하기가 쉽지.
”어쨌든간에, 내가 좀···특이한 존재라는 건 인정할게. 내 이름은 대일 리.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다. 코카콜라 바틀링 컴퍼니 사장이고, 코카콜라 무료로 마시고 싶으면 말만 해. 잘 부탁한다.“
난 최대한 환하게 웃으며 내 옆자리에서 날 노려보는 녀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전히 살기가 등등한 그 녀석은 내 손과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며 악수를 받아줬다.
”로열 잉거솔 (Royal E. Ingersoll). 이름 가지고 뭐라하지마라, 죽여버릴테니까.“
아, 왜 저렇게 화가 나 있는지 알겠네-
-어 잠깐.
누구요?
내가 저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나 고민할 틈도 없이, 내 왼쪽에 있는 녀석과 악수를 끝나니 이제 오른쪽에 있던 녀석이 남부 억양이 짙은 목소리로 나에게 묻지도 않은 자기소개를 했다.
”남부 최고 해적의 손자이자, 프레더릭스버그의 자랑스러운 남아, 체스터 니미츠라고 해. 만나서 반갑다.“
네?
누구요···?
”와, 코카콜라 BC의 사장이 황인종 소년이라던데 진짜였는 줄은 몰랐네. 이거 나름 영광이잖아? 갤버스턴 구호모금 정말 고마웠어, 이모가 감사하다는 말전해달라더라.“
어이,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잠깐만. 내가 이름 헷갈린 것 같아서 한 번만 더 물어볼게. 로열 잉거솔, 체스터 니미츠 맞지?“”왜, 불만이라도 있나?“
”정답!“
아니.
2차대전 당시 대서양 함대 사령관이랑 태평양 함대 사령관이자 해군 원수가 될 사람이 여기서 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