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traitor RAW novel - Chapter (202)
매국노의 원수 자식-202화(202/773)
202_폭발은 예술이다 (4)
1917년 6월 셋째 주
워싱턴 D.C.
‘독일의 악몽이 이제 육지에서도!’
‘미국 원정군의 기념비적인 첫 승리!’
‘퍼싱의 위대한 불꽃놀이가 세상을 비추다!’
약 1주일간의 메시네 전투는 결국 메시네 능선을 확보함으로써 연합군 측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으로선 미군에게 크나큰 손실 없이 무난히 이겼으며, 심지어 이번 전투의 이름을 딴 메시네 마을을 점령한 것 또한 해병대와 네이비 씰이었는지라, 승전보를 올리기에 완벽했다.
종군 기자들이 이번 전투에 활약한 미군의 사진을 수백 장을 보냈는데, 그중 공공정보위원회가 가장 눈여겨본 사진은 두 장이었다.
첫 번째 사진의 주인공은 메시네 전투를 시작하는 대폭발 앞에서 이 기폭 장치를 손에 들고 근엄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미국 원정군 총사령관 존 J. 퍼싱 장군이었다.
이 사진을 가지고 공공정보위원회는 ‘퍼싱이 판을 펼치다 (Pershing Paves the Path)!’라는 제목을 담은 기사를 뽑아냈다.
“와 미친, 퍼싱 장군님은 스케일도 어마어마하게 크시네.”
“그래, 이게 바로 미국의 싸나이들한테 어울리는 방식이지!”
물론 공공정보위원회는 이번 지뢰는 2년 전부터 이미 영국군이 생각하고 준비하기 시작한 작전이라는 사실은 쏙 빼놨다.
두 번째 사진은 네이비 씰 대원들이 메시네 마을 입구에서 기지 사령관을 포함한 독일군 포로들을 앉혀 놓고 그들의 뒤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이었다.
평상시에 늘 해골 복면을 쓰고 다니던 대원들은 이번에는 마치 사진 촬영을 의식하기라도 했는지 전부 얼굴을 드러내며 환히 웃고 있었다.
대원들의 가운데에서 성조기를 들고 있는 군인은 이제 공공정보위원회는 물론이고 적지 않은 미국 시민들도 얼굴을 알아보는 대일 리 소령이었다.
“아니 뭔데, 리 소령 이 사람 에이스 파일럿 아니었나. 왜 땅에서 싸우고 있는 거야···?”
“베라크루즈 때도 도시 하나를 하루 만에 점령했잖아, 그때보다 규모만 커진 거지, 뭐.”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도 미군이 혼자서 순식간에 마을 하나를 점령했다는 뉘앙스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뉴질랜드 사단의 제법 큰 희생과 마을 자체는 이번 작전의 여러 목표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사실은 제외하고.
공공정보위원회 소속 직원들은 프로파간다를 열심히 만들어내는 한편, 그들의 동료 직원 중 하나인 시각 홍보부 간부이자, 리 소령의 아내 세레나 리 쪽을 흘끔흘끔 쳐다보곤 했다.
유럽에서 보내진 사진 중에선 네이비 씰 대원들이 폭파와 포격으로 일어난 흙먼지와 연기를 뚫고 돌진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 사진을 본 직원들은 유틀란트 해전 당시 리 소령이 저질렀던 위험천만한 기행을 전해 듣고 잠시 혼절했던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는 분노의 일갈을 날렸던 모습을 떠올렸다.
본토로 복귀한 그가 며칠간 집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도 위원회에선 제법 유명한 사건이 되고 말았으니까.
호기심이 넘쳤는지, 눈치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직원이 그녀에게 이번에도 남편이 또 대규모 작전에 목숨 갖다버리는 짓을 했는데 괜찮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리 부인의 표정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
“아 뭐 어때요, 이것보다 훨씬 더한 짓도 한두 번 저지른 게 아닌데.”
그녀의 미소가 정말로 남편의 모든 행동을 다 포옹해주는 관대한 미소였는지, 포기해서 편해진 미소인지, 아니면 또 집에 오면 보자는 미소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자들은 없었다.
어느 쪽이든 간에 배 속에 있는 다섯째를 생각해서 그랬는지 일단 그녀는 온유한 자세를 유지했다.
점점 더 이름이 늘어나는 리스트를 누구도 모르게 계속 써가면서.
*****
벨기에, 메시네.
메시네 전투가 끝나자 우리에겐 다음 작전까지 짧은 휴가가 주어졌다.
영국군과 교류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이번 작전에 유난히 고생을 많이 한 뉴질랜드 사단과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꽈당
뉴질랜드 병사 하나에 최대한 안전한 테이크다운을 시전했다.
“와, 사람이 이렇게 가볍게 넘어가는 줄은 몰랐군요.”
“상대방의 균형을 제대로 파악하고 무너뜨리는 게 핵심입니다. 다치신 곳은 없죠?”
“네네, 이 정도로 뭘 그러십니까, 소령님.”
특별한 장비가 없다면 싸나이들이 친목 다질 때 가장 좋은 활동은 역시 격투기 대련 아니겠나.
그들에게 유도와 주짓수 외에도 나이프 파이팅도 가르쳐주니, 뉴질랜드 고유의 무술과 비교하면서 매우 흥미를 느꼈고 대련도 했다.
짝. 짝. 짝.
그리고 마오리족 출신 병사들이 많았던 뉴질랜드 사단은 우리에게 친히 마오리족의 전통 무용, 하카를 가르쳐줬다.
“워우, 워우, 우하!”
나를 포함한 네이비 씰과 해병대가 함성을 내지르고 팔과 가슴, 그리고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치며, 혓바닥도 내미는 모습을 보고 뉴질랜드 병사들은 너무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원래 군대에선 뭐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별별 희한한 일이 다 일어난다고 했는데 이건 진짜 상상도 못 했네.
우연히도 네이비 씰의 전투 함성, ‘후야’가 마오리 언어로 친구를 뜻하는 단어와 매우 흡사해서 그랬는지 그들은 우리를 유난히도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나중에 뉴질랜드도 한 번 방문해야겠네.
가만있자, 2차 대전 때 일본이 폴리네시아도 침략했던가? 일단 호주는 확실히 침공할 거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러면 뉴질랜드도 어떻게든 피해를 봤겠지?
뭐, 어찌 됐든 간에 오세아니아 친구들이랑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
친목 도모를 하는 와중에도 PCDA에서 미군에 납품하기 시작한 신형 야전삽을 열심히 광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존 삽과 비교하면 내구성도 떨어지고 작동부가 늘어나서 고장도 많이 나긴 했지만 역시나 휴대성은 무시할 수 없었다.
다만 제식 장비로 채택된 지 한 달도 안돼서 몇몇 미군 병사들이 야전삽으로 계란 후라이와 베이컨을 구워 먹는 모습을 보니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군대는 군대였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이런 식으로 휴가를 누리는 것도 며칠 가지 못했다.
“부르셨습니까, 총사령관님?”
“자네를 왜 불렀는지 알 것 같나?”
나를 친히 부른 존 J. 퍼싱 장군의 손에는 전보 한 통이 쥐어져 있었다.
혹시나 나랑 관계있는 건가 싶어서 몰래 슥 훔쳐봤더니만, 아뿔싸, 저기에 내 이름이 적혀 있는 게 보이네, 시발.
“자네의 전 상관, 윌리엄 리히 대령이 보냈어.”
와우, 리히는 그새 또 진급하셨네.
“어디 보자, 대일 리 소령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방법···”
“···지금, 뭐-뭐라고 하셨습니까?!”
내 질문에 답하는 대신, 퍼싱은 전보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주요 전투가 하나 끝날 때마다 보고서를 작성하게 만든다···”
아오씨, 내 저럴 줄 알았다!
그가 한 문장씩 읽어나갈 때마다 난 사색이 되었고, 마지막 문장까지 도달할 무렵엔 당장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다.
전보를 다 읽은 퍼싱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이쯤 되면 내가 뭘 시킬지 감이 오지, 대일 리 소령?”
“어, 이번 전투 보고서를 해군 장교가 작성하는 게 적합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완곡히 거절하려는 걸 상큼하게 씹어버린 퍼싱은 장교 하나를 불러 나에게 타자기를 포함한 여러 필기구를 건네줬다.
“괜찮아. 네가 쓴 ‘러일전쟁 분석서’를 나도 읽어봤는데, 육상전 부분을 매우 잘 다뤘더군.”
“아···”
“다음 전투까지는 쓸 수 있겠나?”
미치겠다.
이젠 해군은 물론이고 육군도 나보고 펜대를 굴리라고 명령을 하네. 아무리 미래에 별을 5개도 아니고 무려 6개나 다시는 몸이지만 이건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
“이번에도 잘 부탁하네. 혹시 아나, 네 관찰이 다시 한번 무수히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 샌프란시스코 대지진도 그렇고, 타이타닉도 그렇고···”
“아니, 그건 그냥-”
“···프리시디오 화재도 말이지.”
그 순간 입이 턱 막혔다.
“맡겨만 주십시오, 장군님···”
본인이 직접 저 사건을 언급하는 게 무슨 뜻인지는 빡대가리인 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
“그래서, 보고서는 좀 잘 써지나?”
“별문제는 없습니다, 장군님.”
해병대가 세운 공으로 인해 진급과 함께 2사단의 사단장으로 임명된 존 레쥰 소장이 내가 쓰고 있는 보고서를 어깨너머에서 살펴봤다.
온 사방을 뛰어다니며 전장을 살펴보고 원정군, 영국군, ANZAC군, 가리지 않고 인터뷰를 해본 결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일단 1차 대전의 장교들은 내가 이 전쟁에 대해 가졌던 고정관념과는 달리, 훨씬 더 유능하고 적극적이었다.
장교들의 사망률도 사병들과 비교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장성들은 전선시찰을 많이 했고, 그로 인해 사격과 포격으로 사망하는 일도 흔히 일어난 모양이다.
게다가 장성들은 생명을 경시하는 바보들만 있는 게 아니었으며, 기술의 발전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전략도 계속 생각해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격 전술이 발달하면 그만큼 방어 전술도 발달하며, 우리가 신기술과 전략을 생각해내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순전히 무능한 똥별도 없었던 건 절대 아니고.
신기술 하니까 생각난 게, 또 하나 배운 점은 솜 전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탱크와 비행기를 혼합하여 사용한 전술이 이번 전투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던 점이다.
특히 항공기가 이제 갈수록 정찰 및 관측 외에 근접항공지원도 하기 시작한다는 점은 굉장히 눈여겨볼 만한 사항이었다.
음, 미 육군 항공근무대 (U.S. Army Air Service) 총사령관 메이슨 패트릭 (Mason Patrick) 소장한테도 이 부분을 언급해야겠네.
다음 전투쯤에는 항공기가 얼마나 큰 활약을 하게 될지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다음 전투를 생각하니 매우 찝찝한 부분이 있다.
“소장님, 다음 전장은 어디가 될 것 같습니까?”
“음, 메시네 능선도 점령했겠다, 다음 전장은 파스샹달이겠지?”
“맙소사.”
“혹시 또 문제라도 있어, 리?”
또 이프르네. 벌써 세 번째 이프르 전투잖아.
음.
두뇌를 풀가동시켜서 신문에서 읽거나 포츠머스에서 근무하던 동안 영국 장교에게 들었던 내용을 떠올렸다.
어디 보자.
1차 이프르 전투에선 협상국 측 사상자가 약 15만 명.
2차 이프르 전투에선 약 8만 명.
추세를 분석하면 3차에서도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발생하겠지. 그것도 이번엔 미군 측에서.
원 역사랑은 달리 미군이 훨씬 더 빨리 참전한 덕분에 이번 전투에서의 참여가 불가피할 것 같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한참을 머리를 굴려본 결과, 미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 머릿속에서 뭔가 하나 떠오르긴 했다.
“레쥰 소장님, 제가 또 뭔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오호, 이번엔 또 뭐지?”
미안해요, 영국군.
이번엔 진짜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