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traitor RAW novel - Chapter (21)
매국노의 원수 자식-21화(21/773)
21_미래의 해군 원수들 (2)
어, 음.
일단 잉거솔은 뭐 대서양 함대가 2차대전 당시 워낙 잉여였던지라 함대 사령관 4성 제독이라는 직위가 무색하게 아마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거다.
사실 나도 해군에 있었을 때 잠시 미 해군 역사에 대한 강좌를 듣지 알았으면 몰랐을걸. 쟤 면전에 잉여솔이라고 부르면 뺨 맞았으려나?
그 반면 체스터 니미츠는? 일본 해군을 수장시켜버리고 사실상 일제 패망의 1등 공신 중 하나인 태평양의 최종보스잖아.
이런 친구들이 내 동기라고?!
와 미쳤다,
심지어 니미츠는 4명의 미 해군 원수 중에서 유일하게 온화한 인물이었다면서? 그리고 진짜로 다들 나를 좋아야 무관심하게 보던 와중에 얘 혼자만 나를 순수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가입교기간이 참으로 엿같게도 시작했지만 내 마음은 이런 위대한 인물과 함께한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단 며칠만에 그의 이미지가 완전히 박살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지···
“옷 청소는 매일 (DAILY) 해야지.”
“빨리 움직이자, 꾸물거릴 (dilly-DALLY) 시간 없어.”
“대일, 장비 제대로 세고 (TALLY) 있어?”
그아아아악, 그만 좀 해!!!!
17살 밖에 안되는 녀석이 왜 벌써부터 아재드립을 속사포로 날리는 거냐고?
그것도 하필 내 이름 (Dale Lee) 가지고!
그리고 허언증 환자인지, 틈만 나면 장황한 썰을 풀곤 했는데, 어떻게 같은 사건과 인물을 다루는데 똑같은 얘기를 한 적이 없다.
특히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그의 할아버지 (Charles Henry Nimitz)였는 데, 난 아직도 이 양반이 남북전쟁 때 남부 측에서 싸웠는지 북부 측에서 싸웠는지 확실히 모르겠다.
그런데 뭔가 묘하게 중독성 있어서 더 짜증 난단 말이야. 얜 유튜버 했어도 존나 잘했을거야, 아마.
하지만 니미츠의 썰과 개드립은 정말 귀여운 수준이었지.
가입교기간이 끝날 때 쯤에는 선배들이 돌아왔고 그 때부터가 진짜 지옥이었으니까.
다른 생도들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부분도 난 일일이 지적과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특히 표정과 걸음걸이, 옷차림 가지고 대략 5분에 한 번 정도로 쪼인트가 까일 땐 약간 울컥하기도 했다.
심지어 몇몇 선배들은 심지어 취침시간에도 나를 불러내서 으슥한 곳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조리를 가했다. 어떨때는 그냥 대놓고 두들겨 패기도 했지.
그리고 어느 날, 어느 두 선배가 한 밤중에 내 얼굴에다 찬물을 부어서 깨운 후, 카고 (cargo, 창고)로 데리고 가서. 바닥에 흙과 쓰레기를 부어넣고 엎드려 뻗쳐 시켰다. 바닥에 유리조각도 있는 것 같은데, 일부로 깔아놓은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왜 불렀는지 아냐?”
“모릅니다!”
“모르냐? 모르면 맞아야지.”
그 중 한 명이 내 옆구리와 머리를 군화 신은 발의 발굽으로 힘껏 걷어찼다.
보통은 바로 쓰러져야겠지만, 난 숨을 들이참고 버텼다.
“세상 참 좋아졌어, 아나폴리스에 황인종도 들어오고. 야, 해군 오니 좀 편하냐?”
“아닙니다!”
“그럼 여기가 안이지 밖이냐!”
그렇게 한 1시간 정도를 버텼다. 얻어맞을 때마다 손에 힘을 줬는데 그럴때마다 손에 힘을 줬는데, 날카로운 돌과 유리조각이 손바닥을 쑤셔왔다.
“어쭈, 제법 맷집이 제법 좋네? 중국에서 온 것 같은데, 징기스칸의 피라도 조금 섞여있나봐?”
시발 저 병신새끼,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하는지 감도 안오네.
“아냐, 얘는 그···어디냐 코레아란 곳에서 왔을 걸. 일본 옆에 있잖아.”
“아, 거기. 들어본 것 같다. 왕이라는 작자가 후궁 수백명을 거느리는 색마랬다던가?”
“그랬다지, 아마. 전에 일본에 아버지 따라서 한번 가봤는데, 거긴 그나마 문명국가에 가깝더라고.”
하, 씁.
그래, 솔직히 이 시점에 조선에 비해서 일본이 더 문명화된 게 맞긴 하지, 특히 서양인들 시점에는. 그런데 그걸 왜 내 앞에서 말해야 하냐고···
“듣자 하니 아나폴리스에 일본 장교가 생도로 들어온 적이 있다네. 마츠무라 준조였다던가.”
“헐, 진짜? 의외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문명국가 맞다니까.”
그리고 나를 쳐다보면서 씩 웃는다.
“아마 코레아도 일본 손에 들어가면 조금이나마 덜 미개해질지도 모르지.”
하하하하하하, 야 시발.
이건 못 참지.
저건 그냥 순수히 무지한 일개 미국인이 아니라 아시아 역사를 어느 정도 알고 일부러 나 울컥하라고 한 개소리다.
선 넘네?
선배고 뭐고 넌 오늘 뒈졌다 이 새끼야. 마침 지금 이 녀석들은 야밤에 으슥한 곳을 골라줬네?
자세를 교정하는 척하면서 바닥에서 길고 날카로운 유리 조각 하나를 슥 쥐었다. 우선 한 명은 힘줄을 끊고 눈을 쑤셔 주지. 그리고 또 한 명은 입에 재갈 물려서 살려달라고 애걸할때까지 관절을 하나씩 꺾어주마. 못할 것 같지?
퇴교? 그러시던가.
그렇게 생애 첫 살인을 저지르려고 숨을 들이쉬는 순간…
쾅!
다다다닥
누가 카고 문을 열고 황급히 달려와 몸을 힘차게 날렸다.
“고만해, 이 미친놈들아!”
투쾅!
“끄악!”
덩치가 제법 있던 그의 환상적인 날라차기 한 방이 나를 갈구던 선배 두 명을 한꺼번에 쓰러트렸다.
“야이씨, 뭔데!”
“윌, 안자고 일어나서 뭐하는거야?”
“오줌마려워서 잠시 깼지. 잠깐, 야 이 병신들아, 그건 내가 할말이잖아!”
한방에 쓰러진 선배들이 일어나서 적반하장으로 불평하니, 세 번째 선배가 참으로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신병 교육 좀 시키겠다는데 왜 그러냐.”
“닥쳐 이 새끼들아 뭘 잘했다고 입을 털어, 작년에 ‘그 사건’ 터져서 올 초에 청문회까지 한 거 먹었냐? 여기까지도 후폭풍이 몰아쳐가지고 교육감이 우리 보고 몸 사리라고 했잖어!”
나머지 두 선배한테 모 사건을 강조하는 선배는 턱이 네모나고 목에 힘줄이 돋은 상태에서 화를 내는 모습이 마치 뽀빠이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뭐야, 또 뭔 사건인데.
“아니, 그건 웨스트포인트에서 터진 사건이잖아.”
“그리고 정작 주동자들도 별 처벌 안 받은거 모르냐? 청문회에 불려간 그 자식까지도.”
“걔는 존나 집안이 빵빵하니까 그렇지. 니들 중에서 그 새끼 빽의 반의 반이라도 되는 사람? 없잖아.”
나를 구해준 선배의 지적에 다른 두 명이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아무래도 이 선배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학년 내 서열이 꽤나 높은 양반인가 보네.
잘 보이는게 좋겠다.
“아니, 그래도 그 사건의 피해자는 백인이었는데, 얘는 황인종이잖아. 죽어도 별일 없을 것 같지 않아?”
“그래, 황인종이 생도로 들어왔다니, 뭔가 좀 잘못됐어. 짬찌새끼들을 위해서라도 불순물은 좀 솎아줘야지.”
“알게 뭐야, 어차피 백인이든 흑인이든 황인종이든 뭔 상관이냐고.”
세상에… 미국에 온 이후로 이렇게 포용적인 태도를 취한 사람은 듀이 제독 이후로 처음 본다. 이것이 진정한 아메리칸 정신이구나, 싶어서 가슴이 감동으로 가득 차 올랐다.
“어차피 짬찌들은 다 병신들인데 뭐.”
“아, 그건 인정.”
그렇게 셋은 뭐가 그렇게 웃기냐는 듯이 함께 웃었다.
···내 감동 돌려줘 이 양반아.
세 번째 선배가 몇 분 동안 더 설득한 후, 선배 두 명은 곧이어 자기들끼리 중얼거리고 자리를 떴다. 기왕 으슥한 곳에 모인 김에 담배랑 술을 몰래 빨고 간 건 덤.
그나저나 ‘그 사건’이 대체 뭐길래?
“넌 왜 아직도 그러고 있냐. 빨리 들어가, 내일도 바쁠텐데.”
“네!”
내가 힘차게 외치며 한 번에 자리에서 일어나자 선배는 약간 당황한 모양이다.
“뭐야, 그렇게 당했는데 힘든 기색이 없네?”
“선배님들의 따뜻한 훈육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받아들였습니다!”
”또라이 새끼, 입교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정신이 나갔네, 쯧쯧쯧.
어쨌든 난 간다, 수고.“
그렇게 나를 도와준 선배는 본인 막사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그런지 얼굴이 보이지 않은 그를 난 꼭 기억하고 싶었다.
“선배님!”
“아 또, 뭐. 감사하다고? 짬찌한테 그딴 낯부끄러운 소리 들으려고 도와준 거 아니거든? 늦었으니까 들어가서 잠이나 쳐자.”
“언제 다시 뵐지 모르니 존함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혹시 아나, 또 뭔가 거물이 갑자기 튀어나올지?
“뭔 또 존함까지야… 부담스럽게 진짜. 알았다, 알았어.”
참으로 한심하다는 듯이, 그 선배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윌리엄 홀시 (William F. Halsey)다. 만족하냐? ”
···엑?
아니 이건 좀 예상치 못한 거물인데. 형이 왜 거기서 나오세요···?
***
나를 구타에서 구해준 선배가 다른 인물도 아닌 바로 그 윌리엄 홀시였다니.
쪽발이를 죽이고, 죽이고, 더 죽이자, 일본어는 지옥에서나 쓰는 언어가 될 것이라고 패기넘치는 명대사를 남긴 바로 그 양반이라니.
아니, 아니, 뭐 체스터 니미츠도 나온 와중에 홀시라고 나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지. 그렇지만 이것도 좀 어마어마하잖아?!
···와, 1900년에서 1902년 사이에 뭔 일이 일어난거냐? 혹시 1911년엔 독일놈들이 하나님한테 너무 깝쳐서 웨스트포인트에서 별들의 기수가 탄생했고, 1900년대에는 일본놈들이 너무 나대서 해군 원수가 두 명이나 나왔나?
야, 계획 변경이다. 여기에 들어온지 몇 주 만에 만난 미래의 해군 원수들을 보니 생각이 확 바뀌네.
아나폴리스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이 양반들 옆에서, 아니면 그 밑에서 참전할 수 있도록 최소한 영관급 계급까지는 꼭 올라야겠다!
야, 그리고 아나폴리스가 정치인한테 추천서까지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학교면 명문대 아니냐고. 수업 내용도 끝내주지 않겠어?
***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아나폴리스에서의 수업은 최악이었다.
여길 제대로 된 4년제 대학교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크나큰 오해인 것이다.
실제로 이 무렵의 아나폴리스 취급이 좀 더 규모가 큰 전문학교 (tradeschool)이라던데, 아무래도 왜 그런지 알겠다.
단순히 발전이 없고 시대에 뒤쳐진 문제가 아니다. 우선 수업에서 가르치는 내용 자체가 제한되어있었다. 대부분 기술적인 내용 위주에 가끔씩 스페인어, 프랑스어, 그리고 작문과 법학이 첨가되어있는 교과 내용밖에 없잖아?
대부분 교리가 40년이 더 된 남북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마 이 부분은 웨스트포인트도 다를 것 같지는 않고. 그런데 스페인 전쟁도 했잖아요, 왜 아직도 그 전쟁에서 얻은 경험은 교과내용에 업데이트가 안 됐죠, 교장님?
아니, 일단 다른 건 몰라도 충각 전술을 정식 교리로 가르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1차대전에서 유보트 만나면 뭐 들이받으라고 할거요? 그리고 나처럼 집 근처에 있는 항구에서 지나가는 배 몇척만 봐도 수업에서 레퍼런스로 쓰이는 배들이 몇십년 이상이 뒤쳐졌다는 걸 알 수 있을거다. 교사님들, 한 번 나가보시지 그래요?
그래, 교과내용이 개판인 거엔 강사진들도 한 몫했다. 일단···일반대학과는 달리 관련 학위가 없어도 가르칠 수 있나 보다. 그래서 본인들이 뭘 가르치는지도 모르고 그냥 커리큘럼을 복붙하다시피 앵무새마냥 읊어대는 수준이다.
그리고 그런 개판인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아왔으니 본인들도 우리한테 이따위 수업을 대물림해줄 수밖에 없고 말이야.
한 번은 내가 너무 답답해서 자꾸 질문하니까 어차피 나중에 실습하면서 다 배울 테니까 그냥 넘어가라고 했다. 어쩌다가 문제를 더 효율적이고 신속한 방법으로 풀었다고 쪼인트 까인 건 덤이다.
거 참 어이가 없네.
야이 무능한 양반들아, 21세기 대학교에서 이딴 식으로 수업하면 니들 재임용 백퍼 짤려!
울고 싶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