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traitor RAW novel - Chapter (453)
매국노의 원수 자식-453화(453/773)
453_침공 개시 (1)
1937년 11월
독일국, 베를린
(나치) 독일국의 항공장관 겸 공군 총사령관, 헤르만 괴링은 늘 머릿속에 생각이 넘쳐났다.
루프트바페라는, 어쩌면 독일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숙련된 군사 집단 중 하나를 이끄는 것 외에도, 4개년 경제계획의 총책임자로서 항상 바쁘며 고민이 많았다.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이, 루프트바페와 독일 전체의 예산을 야금야금 자신의 주머니로 넣는 작업도 예외는 아니었고.
“···지금 나 바쁜 거 안 보이나.”
게다가 얼마 전에는 미합중국의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시카고에서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 등, 침략을 일삼는 국가들을 국제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는 연설까지 했었다.
그래도 최소한 루스벨트가 그의 연설에서, 격리해야 하는 국가에 만주국을 침공하는 소비에트 연방까지 포함한 건 참으로 다행이었다.
올해 5월에 영국 총리가 된, 네빌 체임벌린 (Arthur Neville Chamberlain)이 그 연설을 듣고도 별다른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지 않은 것 또한.
“저에게 주실 시간도 없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장관님.”
“하···”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루프트바페, 경제계획, 횡령, 그리고 격리 연설이고 뭐고 다 떠나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말썽꾸러기 애꾸눈 부하가 그에게 제일 격렬한 두통을 안겨줬다.
턱.
현재 독일의 제일 유명한 파일럿이자 노총각,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 소장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괴링에게 보고서를 건네줬다.
“탑건”이라는 가명을 단 특수 파일럿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문서를 슥슥 읽은 괴링은, 한숨을 내쉬고는 서류 사이에 있는 사진 한 장을 꺼내어 흔들었다.
“이보게, 리히트호펜.”
“네, 장관님.”
“그러니까 지금 여기 보이는 대로, 젊은 파일럿들을 대상으로 자네가 직접 비행 및 전투 시범을 보였다, 이거지?”
“그리고 전부 다 이겼습니다. 나름 독일에서 가장 유망한 파일럿들을 뽑아왔건만, 여전히 배울 게 많아 보입니다.”
문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흐뭇하게 웃는 붉은 남작을 보는 괴링을 그 자리에서 울고 싶었다.
“자네 나이와 계급을 생각하라고, 이런 것까지 현장에서 직접 몸을 굴릴 때가 아니잖아!!!”
“확실히 언젠가는 제가 전투기를 직접 조종 못 할 때가 오긴 할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설마 그거도 영화 대사는 아니겠지.”
“···아닙니다.”
이번에도 역시 자신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리히트호펜을 보며, 괴링은 미간을 꾹꾹 주물러댔다.
“자네도, 나도 둘 다 40이 넘었어. 애처럼 굴 때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고.”
“원래 아무리 강인한 남자라도 마음속에는 소년이 남아 있는 법입니다. 왜, 장관님도 집에 철도 장난감 세트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순간 괴링은 마치 리히트호펜이 볼셰비키를 옹호하는 발언이라도 한 듯, 얼굴이 붉어진 채로 책상을 내리쳤다.
“장난감 세트라니, 디오라마라고! 애들 장난이 아니라 손재주가 탁월하고 재력 있는 어른들이나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고상한 취미란 말일세!”
그 세트가 태평양상거래개발조합 계열사였던 장난감 회사, 테디 베어로 유명세를 펼쳤던 DMC의 제품이었다는 건 떳떳한 사실이 아니었다만.
“아, 네, 어련하시겠습니까.”
대전쟁 당시 자신의 상관이었던 붉은 남작이었건만, 그 부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괴링의 권위를 전적으로 인정해준 것 고마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링은 리히트호펜의 정말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참신한 항공 관련 요구를 받아주느라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할 말은 아니다만, 장관님도 디오라마 대신에 저처럼 가끔 비행기나 오토바이처럼 격렬한 야외활동을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봐, 조금만 이해해줘. 원래 이 나이 되면 몸매 관리하는 거 불가능하다고, 특히 누구와 달리 기혼자인 남자들은 더더욱.”
“과연 그럴 것 같습니까.”
괴링의 뱃살을 쳐다보며 농담을 던진 리히트호펜은 괴링의 반격을 듣자 리히트호펜은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캘리포니아로 추정되는 해변가의 사진 속에서, 다른 해군 파일럿들과 함께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채 비치 발리볼을 하는 대일 리 소장의 몸은 윤곽이 다 드러날 정도로 탄탄했다.
심지어 사진 한구석에선 하얀색 수영복을 입은 금발 미녀가 눈이 초롱초롱한 채로 그의 몸을 위험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저도 그렇고, 리 제독도 그렇고, 결국엔 의지의 문제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내 의지를 존중해주는 차원에서 당장 나가게나.”
“넵.”
리히트호펜은 손가락으로 사무실 문을 가리키는 괴링의 책상 위에는 서류를, 자신의 품 안에는 대일 리의 사진을 집어넣고는 사무실을 떠났다.
“그렇게 리 제독을 존경한다는 자가 왜 그가 이른 나이부터 결혼하고 손주까지 가진 건 본받지 않는지, 나 참.”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괴링은, 책상 위에 올려진 문서를 다시 한번 별생각 없이 슥슥 넘겼다.
“···?”
그러다가 뭔가 심상치 않은 걸 포착한 괴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문제의 페이지를 좀 더 꼼꼼히 살펴봤다.
이 탑건 프로젝트에 포함된 훈련 중에는 군함 대상 폭격 훈련도 포함되어 있었고,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여 유난히 강조하고 있었다.
특히 대일 리 제독이 미합중국 육군 항공대 출신인 빌리 미첼 예비역 대령을 기리는 차원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언급하면서.
“잠깐만.”
그 페이지를 유심히 살펴본 후, 괴링의 복잡한 머릿속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의문점이 피어났다.
첫 번째. 어째서 그는 잠수함대 재건 지지도 그렇고, 자꾸 지상 병력이 아니라 해상 병력을 상대하는 쪽에도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걸까.
분명히 소련에는 제대로 된 해군이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는 와중에. 도대체 누구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길래.
그리고 두 번째 의문점은 훨씬 더 중요하고 더더욱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어째서 붉은 남작은 대일 리의 사진을 굳이 소지하고 다니는 걸까.
···어느 쪽이든 굳이 답변을 알고 싶지는 않았다.
*****
워싱턴 D.C.
부르르르
“으하아아아ㅁ-어후 추워.”
할로윈도 지나서 그런지, 워싱턴도 슬슬 추워지는군.
어젯밤은 마녀복을 입은 세레나 덕분에 춥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대충 뭔지 알 것 같아서 너무 두렵네, 젠장할.
이른 아침이건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늘은 해군참모총장 사무실이 아니라 정보국 사무실로 향했다.
끼이익
“아이고 이건 또 뭐야.”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 위에 해군본부 전쟁기획처장, 로열 E. 잉거솔 대령이 보낸 전보 하나가 놓여 있었다.
슥내 사랑스러운 동기 2호(이자 스프루언스와 거의 동급인 해군의 최상위권 일꾼)가 보낸 전보를 보니 지난주쯤에 그와 했던 전화가 떠오른다.
‘하하하, 잘 있어라, 대일아! 난 네놈이 지금까지 씌웠고, 앞으로 더 씌울지도 모르는 모든 굴레와 속박을 피해서 떠날 거다!!’
‘응,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그만이야.’
‘···너 진짜 밤길 조심해라, 아놔.’
그는 루스벨트에게 일본과 독일의 해상 봉쇄 가능성에 영국 해군과 논의해보라는 지시를 받고는 런던으로 급파되었다.
명령서를 나에게 보여주며 낄낄 웃어댔던 걸 보니, 로열 그 녀석 DC에서 도망치는 게 그렇게 좋았던 모양이네.
로열의 전보를 읽어보니, 현재 영국 해군성은 루스벨트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뭐, 딱히 부정적으로 반응할 이유는 없지?
“돌아오는 순간 잡아 오라고 해야지, 히히힣.”
똑똑똑
어떻게 해군참모총장에게 직접 부여받은(?) 권한으로 로열 (그리고 나 자신을 포함한 다른 장교들)을 굴려 먹을까 고민하는 내 귀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십시오-”
끼이익
내가 리히의 존재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고 무의식적으로 대답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을 틈도 없이 정보국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키는 165cm, 체중은 55kg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아담한 체구의 장교 하나가 들어와 아직 앉지 않은 나를 올려다봤다.
어디 보자, 들고 있는 폴더를 보니 해군 기술국 (Bureau of Engineering) 소속인 것 같은데 말이지.
“대일 리 소장님 맞으십니까.”
눈앞에 있는 젊은 장교의 얼굴은 나른하고 졸려 보였으나, 그와 달리 눈빛에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날카로운 활력이 느껴졌다.
미합중국 해군을 통틀어서 황인종 출신 해군 제독은 나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그저 확실히 하고 싶었던 눈치였다.
“그렇습니다만. 그쪽은?”
그리고 젊은 장교의 입에서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는 들어볼 일 없을 거로 생각했던 이름이 튀어나오고야 말았다.
“하이먼 리코버 (Hyman George Rickover) 소령이라고 합니다. 제독님의 후원하에 이뤄지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생겨서 찾아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런.
이런 세상에.
“어, 그···어디까지 알아보고 왔나···?”
아이고, 하필 지금 여기서 이런 독종을 만나버리다니!
*****
만주국, 하얼빈
“다들 고생이 많군.”
춥고 어두운 자정이 다 되어가건만 여전히 열려있는, 하얼빈 정부종합청사 근처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만주국 총리 이완용과 장관 두 명이 야식을 위해 만났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총리님만 하겠습니까, 하하하.”
만주국 외무부 장관 이승만과 재무부 장관 안창호 둘 다 다른 방식으로 몇 개월간 몇 년은 더 늙은 듯했다.
“스팸 이거 김치에 싸서 드셔보시죠.”
주문한 식사가 나오자마자 꺼낸 안창호의 제안에 이완용과 이승만 둘 다 표정이 떨떠름해 보였다.
“서재필이 염분 섭취 좀 줄이라고 했다네.”
“자네는 건강 관리 좀 더 하는 게 좋을 걸세, 도산. PCDA 사장 시절엔 근육이 가득했는데 말이지.”
“···그렇긴 합니다.”
여기에 더불어 식당 벽에 붙은 금연 캠페인 공익광고 포스터까지 본 안창호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꺼내려던 담뱃갑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성경에 의하면 신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준다고 했건만, 어째서 저에게 금연이라는 시련을 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니체가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을 죽이지 않는 고통은 그를 더 강하게 해줄 뿐이라고.”
“그런 의미로 치자면 담배도 아직 절 죽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고통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쾅!
안창호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궤변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이승만 또한 이완용이 갑자기 식탁을 내려치자 화들짝 놀랐다.
“-그냥 우리가 차라리 전쟁 및 일관성 있게 호전적인 정책을 펼쳤으면 이 지경에 도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
“그-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총리님?”
당혹감을 멈출 수 없는 이승만을 보며 이완용은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생각해봐. 독일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냉정하게 따져보면 폭력과 광기의 혼합으로 다스려지는, 가진 것도 없는 나라 아닌가.”
“그렇습니다만.”
“우남, 자네는 영국과 프랑스의 외교 정책을 잘 알지 않나. 차라리 우리도 좀 더 공격적이고 폭력적으로 나왔으면 일본과 소련 모두 우리를 무시하지 못했을 것 같지 않나?”
하지만 요란하게 씩씩거리던 이완용은 김이 빠졌는지, 두 장관 앞에서 피로에 절어 있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미안하네. 내가 요즘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수세에 몰린 것 같군.”
“총리님 심정도 이해 못 하는 건 아닙니-”
덜커덕!
“총리님, 여기 계셨군요!”
이승만이 술을 주문하고 안창호가 격려의 말을 건네줄 틈도 없이, 이완용의 비서가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식당 안으로 들이닥쳐 전보 한 통을 건네줬다.
“밤늦게 갑자기 또 뭔-세상에!”
몇 초 전만 해도 곯아떨어질 것처럼 지쳐 보이던 이완용은 지팡이에 몸을 지탱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불길함을 먼저 느낀 이승만 또한 따라서 몸을 일으켰다.
“이런 젠장할, 빨리 장제스에게 연락해, 긴급사태라고!”
“아니, 무슨 일입니까 총리님?!”
“일본놈들 지금···군대를 왜 만주국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보내고 있어!”
상황 파악이 완료된 이승만과 안창호 둘 다 마른침을 삼켰고, 계산도 잊고는 다시 청사로 뛰어갔다.
오늘 밤도 종합 청사에는 불 꺼질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