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traitor RAW novel - Chapter (569)
매국노의 원수 자식-569화(569/773)
569_생나제르의 폭탄이 너무 강함 (4)
1941년 4월
비시 프랑스, 생나제르 항구 서쪽
콰콰쾅
“드디어 시작됐군.”
배글리급 구축함 USS 머그포드의 함장, 알레이 버크 중령은 온 감각을 정신없이 뒤흔드는 혼돈 속에서 굳은 표정으로 생나제르 항구를 바라봤다.
명백히 미합중국 대서양 함대 소속이었건만, 영국 제도 순찰과 로포텐 전투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자신과 머그포드는 영국 해군과 합동 작전을 펼치게 되었다.
이런 희귀한 상황에 부닥친 그는 갑자기 미합중국 대서양 함대 총사령관, 대일 리 대장이 가끔씩 농담 삼아 대영제국과 영국군에 대해서 하던 농담이 떠올랐다.
‘역시 이 세상의 흉악한 건 전부 영국놈들이 만든다더니.’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번 작전은 제독님 계획 아니었습니까-’
‘···아무튼, 영국놈들이 만든다더니, 참.’
본인은 인정 않겠지만 버크가 보기엔, 그런 계획을 세운 리 제독이나, 그걸 소소한 부분에서는 반대했지만 대체로 큰 틀에선 반대하지 않았던 영국 해군이나 똑같지 않나 싶었다.
그러나 그런 광인이 만들어낸 태스크포스 채리엇에 배정된 것을 조금이라도 후회하지 않은 본인도 정상인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태평양으로 배치될 예정이었건만 리 제독의 모집 광고를 보고, 유보트가 득실거리는 차가운 유럽 바다까지 온 것도 순수히 본인의 의지였기 때문에.
“여기서 잠수함을 한 척만 더 잡으면 에이스가 될 수 있으려나.”
독일의 유보트 함장은 본인의 함정이 여러 척의 함선을 격침하면 잠수함 에이스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머그포드가 격침하거나, 한 거로 추정되는 잠수함이 4척 정도니, 버크는 조만간 자산이 그 칭호와 함께 광고에서 보장된 “영광과 명예”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물론 지금 당장 그가 고민할 것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잊지는 않았다.
우우우우웅
자폭함으로 개조되었지만, 한때 미 해군 소속이었던 구축함이 “완전한 어둠과 끊임없는 위험”이 도사리는 생나제르 항구를 향해 속력을 높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독일군이 쏟아붓는 포격에도 불구하고 캠블타운의 함장, 비티 중령은 영국 해군 장교 아니랄까 봐 조금도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뒤따라간다! 총원 전투배치!!!”
용감하게 돌진하는 캠블타운을 마지막 순간까지 엄호하기 위해 버크는 곧이어 두 가지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주머니에서 수첩 한 페이지를 다급히 꺼냈다.
첫 번째는 자폭함을 따라서 속력을 높이는 것이었고, 두 번째 지시는 신호 조명을 독일군의 해안포대 쪽으로 가리켰다.
버크는 수첩에 적힌 독일 해군의 신호 체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자마자 신호 조명을 켜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가 독일군 측에 보낸 신호는 짧고 간단했다.
‘아군 오사에 당하고 있다.’
바로 그 순간, 머그포드의 신호에 캠블타운을 향해 쏟아지던 포화의 세례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캠블타운이 독일 해군 깃발을 내리고 영국 해군기를 달고 있었음에도, 익숙한 신호에 생나제르 항구 쪽은 다시 한번 혼란 상태에 빠진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동안 계속 굳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버크는 마치 기적과도 같은 모습에 감정을 절제 못 하고 환호를 내질렀다.
“역시, 리 제독님이 캐오신 정보가 정확했어!”
애석하게도 버크는 대일 리와 그가 사실상 재탄생시켜버린 해군 정보국의 역량을 환호할 틈도 없었다.
신호 조명탄으로 한 번 속았던 독일군은, 처음으로 캠블타운이 속임수를 시도했을 때보다 더 빨리 눈치를 챘고 포격을 재개했다.
그러나 그 머그포드가 벌인 단 몇 초 만의 기만은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을 벌어줬고, 자폭함은 기어이 돌 던지면 닿는 거리까지 다가왔다.
“폭탄 받아라!”
포탄에 갈기갈기 찢겨서 너덜너덜해지고 선체에서 연기와 불꽃이 계속 피어올라오는 자폭함은 항구의 수문을 힘차게 들이받았다.
아무리 속도가 약 20노트 (시속 27km)까지 떨어졌다고는 한들, 1,300톤이라는 무게는 변하지 않았고 캠블타운의 선수는 콘크리트로 강화된 수문을 뚫어버리는 데 성공했다.
선수를 포함해 거의 함선 전체 길이의 1/3까지 수문까지 밀고 들어온 후에야 캠블타운은 거침없는 폭주를 드디어 멈췄다.
탁
미국 코믹스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라도 된 듯, 스티븐 비티 중령은 캠블타운에서 내려 두꺼운 수문 위에 착지했다.
대서양 함대에서 특별히 선물해준 손목시계를 본 그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평온하게 웃었다.
“음, 조금 늦었지만, 제대로 도착했네(Well, here we are, few minutes late).”
*****
생나제르 항구에 침투할 500명의 넘는 특수부대원들은 여러 함선에 나눠서 수송되었다.
안전은 말할 것도 없고, 애초에 공간 자체가 부족했기에 절대로 한 함선에 다 실을 수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일부는 캠블타운과 머그포드 등 구축함에 탑승했고, 나머지는 미 해군이 처음으로 대규모로 투입해보는 신형 함선에 몸을 맡겼다.
“조금만 더 공간이 넓으면 좋았을 텐데.”
“아 그러면 론치 (Motor launch)에 타고 오던가요.”
재작년쯤에 개발하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상륙정에는 대형병력상륙정 – Landing Craft Personnel (Large), LCP(L) – 이라는 공식적인 명칭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네이비 씰 대원 중에서 그 딱딱한 이름을 쓰는 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두 번 히긴스 (Higgins Boat)를 무시하지 마라, 영국놈들아.”
“우리가 잘못했다, 사과할게. 미안합니다.”
우우우웅
구축함이 됐든, 상륙정이 됐든, 수송 중인 특수부대원들은 포격이 개시되자마자 바로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갑판 밑에 있던 특수부대원들은 완전무장한 채로 급박히 뛰어나와 상륙할 준비를 했고, 출발하기 전에 대일 리 제독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모두 잘 듣게나, 제군. 이번 작전에서 제일 중요한 건 타이밍과 생존이라는 걸 잊지 마라.’
특히 그는 수병들에게 충돌 이후 특수부대원들이 안전하게 탈출하고도 남을 시간이 있도록, 폭발 시간을 철저하게 맞추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작전을 설명하면서 리 제독은 “생존”에 비해서 “목표의 성공적인 파괴”는 크게 초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
‘만약 영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튀거나 항복해도 좋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라. 아무도 남겨두지 않을 거다 (No one gets left behind).’
감동할 정도로 온정 넘치는 말과는 별개로, 리 제독, 영국 해군과 연합작전본부, 그리고 특수부대원 모두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으리라.
아무리 노력하고 훈련해도 이번 작전에선 반드시 사망자와 포로는 나올 것이기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먹었다.
“자, 슬슬 상륙할 때가 됐군. 소풍 갈 준비는 됐나?”
다만 그중에서 로포텐 전투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악명을 날린 어느 SAS 장교는···마음의 준비가 과도할 정도로 잘 되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검과 활로 적을 사살한 적 있는 잭 처칠 소령의 등에는 천으로 싸인 큰 물건 하나가 자리 잡았다.
“소령님, 저희 지금 그 활로 저기 조명 맞추실 수 있는지 없는지 내기했습니다.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미안하게도 그것 못하겠어. 내가 아무리 사격 실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저 정도는 깨부술 순 없다고. 뭐, 맞출 수는 있겠지만 화살로는 절대 안 깨질 테니까.”
촤르륵
철컥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처칠은 등에 멘 물건을 덮고 있던 끈을 풀었다.
“아, 물론 이거라면 되겠지만 말이야.”
무기가 그 위엄 넘치는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영국군과 미군 가리지 않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뜨허억, 저게 왜 여기서 나와···?”
“맙소사 영국놈들 이번엔 도대체 뭘 만든 거냐?!”
“뭐래 이 양키놈아, 저거 느그 제독님 회사 입김도 들어갔다고!”
소란스러운 특수부대원들을 신경 쓰지도 않고, 처칠은 보이스 대전차 소총 (Boys. 55in Anti-Tank Rifle) 꺼내어 5연발 탄창을 장착했다.
탄창 삽탄구가 하부가 아니라 상부에 있는 그 총은 소총이라 하기엔 너무나 컸다. 크고, 무겁고, 그리고 포신이 긴 것이 마치 작은 대포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했다.
···당연히 실제로 그 정도까지는 절대 아니었다만, 적어도 포화가 쏟아지고 혼란스러운 어둠 속의 구경꾼들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저 정도 멀리 있는 표적을, 그것도 움직이는 배 위에서 쏴보는 건 처음이지만 모든 것에는 다 처음이 있는 법이지.”
타앙!
바로 옆에서 내뿜는 소총의 굉음에 머그포드의 갑판 위에 있던 인원들 모두 잠시 귀를 막았다.
그리고 저 멀리서 캠블타운을 향해 비추던 신호 조명에 맞았는지, 캠블타운을 향해 비추는 빛줄기 중 하나가 바로 사라졌다.
콰아앙!
기가 막힌 처칠의 사격술에 감탄할 틈도 없이, 저 멀리서 캠블타운이 항구의 수문에 들이받는 우렁찬 소리가 멀리서까지 들려왔다.
곧이어 어느새 항구에 충분히 접근했는지, 특수부대원들에게 상륙을 개시하라는 신호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챙!
보이스 소총을 다시 어깨에 멘 처칠은 이번에는 허리춤에 착용하고 있던 칼을 뽑아 들어 항구와 포대를 가리켰다.
“아아, 온 사방에 화약 냄새가 가득하군. 딱 죽기 좋은 날이다!”
M1 카빈 소총으로 무장한 일부 대원들은 본인들이 무기를 잘못 챙겨왔나, 잠시나마 진지하게 고민했다.
*****
“저 미친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설마 진짜로 들이받으려는 건가?!”
제333 보병사단 사단장이자, 생나제르 항구의 임시 사령관 루돌프 핏츠 소장은 넋이 나간 기분이었다.
해안포대, 대공포, 기관총 등, 그의 주변에 있는 장정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포탄을 다 쏟아붓고 있었다.
“세상에.”
전 방위에서 쏟아지는 포화를 뚫고 항구의 수문으로 돌진하는 함선의 모습은 눈을 돌리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핏츠는 승조원들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화력 외에 조명도 모두 함선에게 비추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포탄이 낮게 떨어지는 유성처럼 어둠을 찢어내고, 해안 포대 조명을 하얀 후광처럼 휘감은 자폭함은 아름다워 보일 지경이었다.
“잠깐! 왜 포격을 멈추는 거지?!”
“저-저거 아군 오사 신호입니다···!”
“뭐라고?!”
포병의 다급한 외침은 핏츠의 신경을 끌었고, 그는 반사적으로 포격을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아니 잠깐만, 뭐 하는 바보짓이야, 어떻게 두 번을 속아! 다시 발포해!!!”
콰쾅!
와르르르
이미 충분한 시간을 얻은 함선이 수문을 들이받았다.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핏츠를 포함해 그 근처에 있던 자들도 한순간 휘청였다.
거침없이 뚫고 들어오는 함선이 으깬 수문의 덩어리들이 작은 산사태처럼 쏟아져 내렸고, 수십 개의 작은 파편이 온 사방에 튀었다.
휘이이잉
딱!
“끄어억!”
날아온 작은 콘크리트 조각 중 하나에 이마가 제대로 얻어맞은 핏츠 소장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다행히 파편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서 죽지도, 의식을 잃지도 않았지만, 그는 이마를 부여잡고 땅에서 부들거렸다.
“장군님, 장군님 괜찮으십니까?!”
“으으으으윽, 이런 빌어먹을···”
기운을 다시 차린 핏츠가 다시 일어서니, 항구에선 이미 날카롭게 울리던 경보가 더더욱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듯했다.
지금껏 그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총성이 들려왔고,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폭발이 일어났다.
이런 대혼돈과도 같은 상황을 마주한 핏츠의 이마에 뜨겁고 구리 냄새가 나는 빨간 액체가 흘러내렸다.
“이 자식들이···”
머리에서 나는 피가 눈가까지 흘러내리자, 핏츠는 온 세상이 새빨갛게 물드는 듯한 분노에 휩싸였다.
“전부 다 죽여버려. 포로 따위는 필요 없고!”
“네? 어···리히트호펜 원수님께서 될 수 있으면 최대한 많이 생포하라고 명령 내리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야 정보도 캐낼 수 있다고-”
탕!
그 순간 핏츠는 아무 말 없이 바로 권총을 꺼내 하늘을 향해 발포했다. 그리고는 얼굴에 노기가 등등한 채로 모두를 노려봤다.
만약 그의 지시에 토를 한 번 더 토를 다는 순간 그다음 총알은 어디로 향할지 바로 파악했기에 부하들은 입을 꾹 닫았다.
“뭐, 그래 그 붉은 남작께서 명령하셨는데 어쩌겠나.”
푸른 백작이니 뭐니 해도, 냉정하게 따지자면 그저 열등한 군대의 더 열등한 사령관일 뿐이었다.
절대로 핏츠는 대일 리 제독이라는 놈에게 패배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뭣들 하나, 손님 맏이 해야지, 아암!”
얼굴에 흐른 피를 닦지도 않은 채로 핏츠는 바로 무전기로 지시를 내렸다.
몇 분 후 생나제르에선 전차의 육중한 소리와 슈투카의 날카로운 소리가 섬찟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