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traitor RAW novel - Chapter (582)
매국노의 원수 자식-582화(582/773)
비스마르크 추격전 (4)
1941년 5월
독일국, 오버잘츠베르크
아돌프 히틀러는 3이라는 숫자를 꽤 좋아했다.
자신의 국가도 제3 제국이라고 부르고, 현재 그의 군사가 투입되고 있는 목표도 3개이며, 마지막으로 언젠가 무릎을 꿇게 만들려는 제국도 3개였을 정도로.
참으로 원대하고 비범한 숙명을 가진 지도자로서, 추종자와 반대자 모두 그의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복잡하게 움직일 거라 의심치 않았다.
“흐으으으음···”
그러나 현재 베르크호프 관저의 서재에서 쉬고 있는 히틀러의 눈빛은 부적절할 정도로 침착해 보였다.
관저가 위치한 알프스산맥의 눈처럼 차갑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인한 건 아니었다. 그저 그의 신경을 넉넉하게 채우고 자극하는 마약으로 인해 눈이 풀렸던 것에 가까웠을 뿐이다.
“오늘은 이 정도면 됐네, 모렐 박사.”
“알겠습니다, 각하.”
물론 그의 주치의, 테오도어 모렐 박사의 투약을 받기 전에는 그의 머릿속 또한 (상대적으로) 말끔하긴 했다.
분명히 몇 번이나 몸을 좀 씻으라고 했건만, 자꾸 씻지 않는 바람에 그윽함을 자랑하는 그의 체취에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감각도 멀쩡했고.
그런 그에게 일상적인 수준으로 익숙한 마약 칵테일을 주문할 정도로 생각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생겨서 문제였지만.
‘영국과 미국의 포로들이 탈출했다고···’
생나제르 침공의 여파는 여전히 히틀러의 머릿속에서 월세도 내지 않는 세입자처럼 불쾌하게 지내며 떠나지 않았다.
물론 독일군은 이미 폴란드, 프랑스, 그리고 북아프리카 등등, 다양한 전선에서 대규모 전투를 여러 번 펼쳤다. 그에 비하면 생나제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전장이었다.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투에서 제333 보병사단의 사단장 루돌프 핏츠 소장이 폭발에 휩쓸려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딱히 별 볼일도, 화려한 가문이나 경력 또는 전공도 없는 평범한 장군의 이름을 히틀러는 기억했다.
하지만 그건 부하를 향한 연민이나 애정과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과는 전혀 관련 없었다.
“네···?”
“아, 자네 얘기하는 거 아니야, 모렐 박사.”
그저 프랑스 점령 이후 최초로 독일 육군의 장성이, 그것도 육지에 있었는데도 해군 제독의 손에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그에게 너무나도 불쾌하게 다가왔을 뿐이었다.
미합중국 대서양 함대 총사령관, 대일 리 대장은 어째서 처음부터 생나제르에 상륙하는 병력을 위해 함선과 전투기로 화력 지원을 하지 않았는지 히틀러는 아직도 신경 쓰였다.
설마 상륙부대의 “코만도”들이 해안포대를 무력화시킬 때까지 기다렸던 것인가. 만약 그랬다면 그건 그거대로 냉혹한 판단이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냐고···”
그리고 그 문제의 생나제르 전투 후,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포로로 잡혔던 코만도들이 얼마 전에 전부 다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했다.
분노한 히틀러는 당장 방첩국에 연락해서 포로를 모두 찾아내고, 발견 시 현장에서 즉시 총살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그랬건만 방첩국의 국장, 빌헬름 카나리스 제독은 현재로서는 포로의 현재 위치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을 뿐이었다.
“뭔가 수상하단 말이지.”
지금은 독소불가침 조약으로 안심하고 있는, 소비에트 연방의 지도자인 이오시프 스탈린은 언젠가 그 목을 내걸어야 할 숙적이었다.
그런 스탈린이었지만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 부분에선 매우 정확하고 현실적이라서 히틀러조차도 동의해야만 했다.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자는 나 한 명만 있으면 되지. 아암, 그렇고 말고.’
나약하고 오염된 세상에 발을 딛고 있는 자는 누구나 마음 깊숙이선 운터멘쉬의 원죄를 품고 있을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
아무리 유능하고 자신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자라도. 설령 그게 독일군의 가장 유명한 영웅 중 하나인-
“으윽···!”
갑자기 히틀러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마를 주물렀다. 두통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각하?!”
“아무래도 약을 좀 더 맞아야 하나···?”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머릿속을 거칠게 들쑤시기라도 하는 듯이.
******
덴마크 해협
어드미럴급 순양전함의 초도함, 후드는 처참하게 불타오르며 연기를 내뿜었다.
온 사방이 대혼란과 파괴의 흔적으로 뒤덮인 와중에, 순양전함 전대의 사령관 랜슬롯 홀란드 (Lancelot Holland) 중장은 그저 함장실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패배감에 휩싸인 그는 어떤 탈출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공허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덩케르크를 이어서 두 번째인가.”
덩케르크 전투의 참패는 영국군 역사상 가장 거대한 참극 중 하나였다. 그만큼은 아니겠지만, 지금 후드의 패배 또한 이번 전쟁의 비극 중 하나로 역사에 남으리라.
허탈하게 중얼거리는 홀란드의 이성적이고 낙천적인 면은, 이번 패배가 모두 자신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설령 그가 군사재판에 회부된다고 해도 자신을 변호하는 자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있었다.
콰앙!
“···”
그러나 포탄, 비명, 그리고 후드가 서서히 죽어가며 내뱉은 굉음이 모두 섞여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목소리를 묻어버렸다.
결국 홀란드는 그 이름의 근원지인 신화 속의 기사다운 강인함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오로지 네덜란드가 그랬듯이, 독일군의 무력에 처참하게 짓밟힐 뿐.
콰쾅!
수십 번의 포격에 얻어맞은 후드는 거대한 폭발과 반으로 갈라져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스 신화에선 6개의 머리가 달린 식인괴물 스킬라와 소용돌이를 일으켜 배와 선원 모두 삼켜버리는 카리브디스라는 괴물이 힘든 선택지를 상징했었다.
애석하게도 그날 후드와 선원들에겐 스킬라라는 선택지가 없이 그저 바닷속으로 게걸스러운 빨려 들어갔다. 대서양 함대가 미리 대비했던 구조선이 제대로 대응할 틈조차 주지 않고.
하지만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의 복수를 위해 한 황인종 제독이 움직였다.
******
대영제국, 스캐퍼플로
긁적긁적
“음, 으음”
“저기, 대일아. 그 꺼림칙한 동작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세상에는 굳이 하고 싶지 않고, 어쩌면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섬뜩하지만, 어쩌다가 보면 하게 되는 상상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자면, 갑자기 백악관으로 부르는 대통령이 이번엔 무슨 일일까, 크나큰 사고를 친 후 아내한테 등짝을 얼마나 맞을까 같은 상상 말이다.
아, 그리고···
“이게 뭐 어때서.”
“아니, 그, 코 밑에는 손가락으로 좀 안 긁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아돌프 히틀러라면 어떻게 생각을 할까.
마침 내가 작전 개요 쓰다가 펜에서 흘린 잉크가 검지 끝을 검은색으로 칠했다. 덕분에 난 그냥 손가락을 코 밑에만 올리면 됐지.
그렇게 히틀러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빅데이터를-아니, 그의 사고방식을 분석해보곤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이겁니다.
“토비 사령관님 표정 봤어? 네 계획을 받아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더라고.”
결론을 내린 뒤 영국 왕립해군 본토함대 (Home Fleet)의 사령관, 존 토비 (John Tovey) 제독과 연락해서 논의를 마쳤다.
이번에는 양 해군이 자존심 및 전공 싸움 없이 제대로 손발을 맞출 생각이다. 명색이 함대 사령관인데, 유틀란트 해전 때처럼 철없이 굴면 안 되니까 말이지.
“받아들였으니 됐지, 뭐.”
“그나저나 그 사람도 참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영국 장교들은 원래 다 그런가···?”
과묵하고 신중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토비 제독은 이번 작전에 매우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이었다.
본토함대의 기함, 킹 조지 5세급 전함···킹 조지 5세 (HMS King George V, 41)에 직접 타고 바다로 나갈 정도로. 세상에.
“그 사람도 그 사람이지만, 난 진짜 네가 적이 아니라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허허허, 거참.”
잠시 참모들이 다 나가서 임시 사령실에 우리 둘밖에 없다고는 해도 로열 이 녀석 엄청난 소리를 막 하는군.
솔직히 로열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내가 적이었다면 오히려 더더욱 안심하는 게 맞지 않으려나. 독일이나 이탈리아 같은 추축국 해군 제독이 뭐가 그렇게 두렵겠냐고.
아, 체스터 니미츠라면 얘기가 다르겠지. 일본 “해군” 같으면 그래도 우려할 가치는 충분히 있으니까.
“하···”
“이번 고민이 뭐든 간에 일단 상식적인 선에서 해결책을 찾으시죠, 사령관님.”
아니다. 비스마르크의 움직임에도 영국과 미국 해군 둘 다 비상태세에 들어갔고, 타란토 공습이 아직도 진행 안 된 와중에 놈들을 무시해선 안 되겠네.
대서양에서 추축국 해군 상대하는데도 이렇게 긴장되는데 일본 해군, 특히 연합함대를 상대하려면 여러모로 경험치가 더 필요하겠군.
육군과 공군만 본다면 추축국 측 진 최종보스는 독일군이겠지만, 해군 쪽에선 두말할 것도 없이 일본이겠지.
“뭐, 별 건 아니고. 내가 심각한 터널 비전이 온 것 같아서.”
“하루 이틀이 아니긴 해.”
“어이, 너무 빨리 긍정하는 거 아니냐고.”
“내가 네 프로젝트에 가장 많이 참여한 사람 중 하나라는 걸 기억하시게나.”
젠장할, 요새 신경이 유럽 쪽에만 박혀 있어서 아시아 쪽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완전히 잊고 있었잖아.
이래서 난 어지간하면 뭔가를 혼자서 하는 게 부담스럽다. 이렇게 꼭 뭔가 한두 개씩은 잊는 게 생기니까.
아 뭐 괜찮다. 함선 건조와 신무기 &기술 개발도 꾸준히 잘 진행되고 있겠다, 여기서 실전 경험 열심히 쌓아서 태평양으로 가자고.
스윽
“···이건 또 뭐야.”
책상 위에 있는 무수히 많은 서류 중에선, 로열이 정리해 놓은 이번 작전에 참여하는 함선 목록도 포함되어 있었다.
거기서 이름을 처음 보는 함선이 하나 있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흠, N-클래스급 구축함 피오룬 (ORP Piorun, G65)이라.
“로열, 이건 폴란드 함선이잖아. 이게 왜, 아니, 어떻게 여기 있지?”
“용케 독일 측에서 나포되기 전에 영국으로 도망쳤다더군. 망명정부 측에서 비스마르크 추격에 반드시 참여시켜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지 뭐야.”
“어···그래. 안될 건 없지.”
동맹, 함선, 그리고 석유는 모두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외교적으로도 괜찮은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래도 피오룬은 아무래도 덩치가 덩치니까 비스마르크를 만나도 알아서 몸을 사리겠지, 세상에 어느 구축함이 간도 크게 대형 전함에 돌진하겠냐고, 어이.
“준비는 다 된 것 같으니 움직여야겠군.”
해군 항공, 구축함, 잠수함 외에도 내가 해군 장교로서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분야가 또 있었다.
바로 선박 손상 통제 및 해상 구조지. 손상이 심한 함선의 증상은 많고, 그중에서 숨길 수 없는 흔적도 마찬가지다.
“위치는 파악했고?”
다만 앞으로 이틀 안에 적어도 수천 명은 사망하겠지. 최소한 그중에 우리 측 사상자는 최대한 적기를 기대할 수밖에.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순간이 될 거다. 그 누구도 그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휘말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물론이지. 오케이, 나머지는 자네에게 맡기겠어, 잉거솔 제독.”
“뭐···자-잠깐만, 제발, 사령관님, 사령관님?!”
하하하, 이를 어쩌겠나.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