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traitor RAW novel - Chapter (6)
매국노의 원수 자식-6화(6/773)
6_코카콜라 맛있다
1899년 8월 말
샌프란시스코, 유칼립투스 드라이브, 로웰 고등학교 (Lowell High School)
드디어 대망의 고등학교 신학기의 첫 주가 끝났다.
일단, 음, 역시나 백인들이 바글바글한 학교에 유일한 황인종으로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공립 고등학교 중 최상위 명문고라면 더더욱 말이다.
아직도 기억난다. 등교 첫날에 신학기를 맞아 들뜬 학생들로 북적북적했던 복도의 분위기가 내가 들어오는 순간 즉시 싸해졌던 게.
나중에 듣자 하니 학부모의 항의도 많았다고 한다. 중국인 전용 학교가 있는데 왜 내가 들어오냐고. 심지어 불법 아니냐고 따지려는 사람도 있었다지, 아마.
하지만 그럴 때마다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런 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나를 변호해줬다. 내가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 제국 근처의 왕조, 대한제국 출신 고위 관료의 아들이라고.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완용이 알렌을 포함해 외교관 시절 인맥을 총동원해서 교장을 잘 구워삶았나 보다.
물론 그거랑 별개로 교사와 학생들이 나를 조롱하거나 무시하던 것은 변하지 않았다. 교사들한테 질문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수업 내용에 다른 학생들보다 더더욱 집중하고 필기도 빡세게 해야 했다.
명문 고등학교라는 평판이 사실인지, 수업 내용이 초반부터 쉽지는 않았는데 큰일이군. 그래도 이 정도에 포기할 수는 없지. 야, 나도 전생에 SKY 나왔어.
재수하고 비인기 과목을 택해서 들어가긴 했지만.
대일 이 녀석이 내가 빙의하기 전에도 깊은 사고력 및 판단력이 떨어져서 그랬지, 순간 이해력과 기억력 자체는 거의 수재급이었나 보다. 이런 머리를 가졌는데 싸움질이나 하고 다녔다니···
아, 물론 방과 후 활동도 잊지 않았다.
전생의 유도 4단 및 국대 후보 + 주짓수 블랙벨트의 경험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레슬링팀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부실에 들어가자마자 광역 도발을 시전했다.
“어이, 여기서 누구든지 나 이기면 2달러. 대신 아무도 못 이기면 팀에 받아주는 거다?”
썩은 미소를 지으며 (전 재산에 가까웠던) 1달러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서 흔든 것이다.
레슬링팀의 선수들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는데, 그중에 일부는 황인종의 저 열한 도발에 넘어가지 말라고 하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왜, 설마 옐로 몽키 한 마리도 못 이기나? 님 쫄?”
···2차 도발까지 이기는 녀석은 없었다. 그래, 그렇게 나오셔야지.
몇 시간 후, 로웰 고등학교 레슬링팀의 도전자들을 전부 다 쓰러트린 나는 팀의 일원이 되었다.
*****
그리고 몇 주 후, 이제 학교생활은 물론이고 이 “카메론 기숙사”에 거주 관리자(?)로서의 생활에도 적응이 되었다. 물론 안되는 부분도 많았다.
일단, 처음으로 익숙해진 부분은 업무다. 일의 효율이 늘어나서 1주일에 20시간 일하던 걸 15시간 정도 만에 해낼 수 있게 됐고, 남은 시간에 공부와 운동을 해나갈 수 있었다.
국대 후보 시절의 루틴을 일부 도입시켜서 매주 20시간 정도 운동을 하니, 근육량이 급상승하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인종차별도 상대적으로 적응 잘된다. 물론 여전히 황인종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이 망할 레이시스트 새끼들의 태도는 기분 나쁘다만,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웃어넘길 경지에 도달했다.
다만 로스앤젤레스(1871)과 록 스프링스(1885)에서 몇십 년 전에 일어난 중국인 학살 사건에 대해 들었을 때는 진심으로 간담이 서늘해졌고 약간 몸을 사렸다.
자, 이젠 적응이 안 되는 부분!
우선, 쥐가···정말 많다.
지금 현시점의 샌프란시스코는 제대로 설계된 도시가 아닌 모양인 듯하다. 골드러시로 인해 인구가 50년 만에 10배나 증가했고 인구 과밀로 인해 기반시설 부족, 부실 공사, 치안 및 위생 문제 등등 온 사방에 부작용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중에서 난 쥐새끼들이 너무 많은 게 넘나 싫어. 관리자 업무의 1/3정도를 쥐를 잡고 쥐가 더럽히거나 파손시킨 걸 복구하는 데 보내는 것 같단 말이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쥐덫 하면 바로 연상되는, 제일 잘 알려진 압사형 쥐덫이 이미 작년에 개량이 완성됐고 땅콩버터도 95년에 만들어져서 쥐를 잡는 게 제법 쉬웠다. 그래도 덫에 걸린 쥐들을 치우는 건 또 일이었지만.
또 하나 적응 안 되는 부분은 저 망할 중국놈들.
카메론 사감님에 의하면, 샌프란시스코, 아니, 미국 전반의 중국인 인구 성비는 극단적인 남초였고, 따라서 여성들의 수요가 매우 높았다.
1882년부터 중국인 이민을 극단적으로 제한한 시점부터, 중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가 판쳤고, 이 뒤엔 통 (tong, 堂)이라는 각종 중국계 범죄조직이 도사리고 있다더라.
따라서 지금 중국인 여성들을 수십 명이나 보호하고 있는 이 기숙사를 노리는 놈들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었다. 기숙사 내의 여성들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몇십 번이나 받았다나, 뭐라나.
그리고 기숙사 내 유일한 남자직원인 내가 그놈들의 눈에 안 들어올 수가 없었다는 거지···
“아 꺼지세요, 진짜.”
기숙사 문턱에서 바닥을 쓸고 있던 나에게 그날도 어김없이 협박하려던, 회유하려던, 통의 조직원 하나가 접근했다.
“너 이 새끼, 우리 제안을 들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칼같이 거절하냐?”
그저 한숨만 나온다. 도대체 몇 번이냐고. 한 열댓 번 정도 들은 후엔 세는 걸 포기했다. 다 죽여버릴 수도 없고 아놔 진짜.
“끈질기네. 너희는 정말 끈질겨, 질려 죽겠다. 진심으로 질렸다. 여기 와서 입만 열면 여자, 여자, 여자, 그것밖에 없냐. 여자가 없어서 어쩌란 거냐고, 그냥 적당히 혼자서 살면 되는 거 아니냐.”
“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여기까지 왔으면 새 출발 기회를 얻은 거라고 여기란 말이다.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있어? 새 출발 할 기회를 얻었으면 여자니, 아편이니, 도박이니 계속해서 그딴 것에 매달리지 말고 성실하게 벌어먹으며 조용히 살면 되는데 말이지.”
통 조직원이 빡쳐 오르기 시작했고, 난 슬그머니 빗자루를 꽉 쥐어 잡았다.
“이미 대부분 이민자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그런데 왜 너희는 그러지 않는 거지? 이유는 딱 하나, 너희 통은 이상한 놈들만 모여있기 때문이지. 그런 정신병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질렸으니까 제발 좀 꺼져라.”
“아니 이 어린 소국 놈의 새끼가 진짜-”
“조용히 하세욧!”
깡!
통 조직원이 내 멱살을 잡으려고 다가오자, 난 쓸고 있던 빗자루의 손잡이로 녀석의 뚝배기를 내리쳤다. 녀석은 한방에 그 자리에 쓰러져서 머리를 쥐어 잡고 비명을 질렀다.
“아 거참 엄살도 심하시네, 피도 안 나는데. 에비, 에비 저리 가.”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빗자루로 계속 쓸어대니 광동어로 욕을 하면서 쥐새끼마냥 도망쳤다. 뭐라는 거야, 짱깨새끼가.
기숙사 내 여성들한테 빨리 나도 광둥어를 배우던가 해야겠군. 북경어를 배울 수 있으면 더더욱 좋겠고.
“아 씨, 콜라 땡기네.”
일을 다 끝내고 근처의 식료품 가게로 가서 콜라 한 병 달라고 했다. 전생에 물만큼 콜라를 들이마셨던 나에겐 정말 다행스럽게도 코카콜라는 무려 1892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단 말이지, 헤헤헤.
다만···
“뭔 소리냐, 콜라를 여기서 왜 팔아? 약국에서나 가보라고.”
아니 왜 코카콜라를 약국에서 팔아?
그런데 근처 약국에 가보니 진짜로 팔았다. 허 참. 이걸 진짜 약으로 썼다니.
“콜라 한 병이요.”
주문을 받은 약사가 소다 기계 (soda fountain)에서 한 잔 따라줬다. 아니, 집에 가서 마시게 한 병 달라니까? 뭐, 더 주문하면 되지.
응결된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차가운 유리잔에 담겨 하얀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콜라를 보고 군침을 꿀꺽 삼켰다. 이번 생애에서 처음 맛보는 코카콜라, 천천히 음미해주지.
콜라를 따라준 약사가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손과 목의 관절을 꺾었다. 마치 보물상자를 열려는 해적처럼 흥분과 긴장이 섞인 마음으로 유리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톡 쏘는 차가운 액체가 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캬, 역시 이 맛이···
“켁켁!”
···아니잖아!!!
생각해보니 영 이상한 건 아니긴 하다. 2020년대의 코카콜라의 맛이랑 무려 120년도 더 전의 맛이랑 같을 리가 없으니까. 아니 그래도 이건 좀 너무 컬쳐 쇼크인데?
어후, 그나저나 코카콜라 이거 왜 약국에서 파는지 알겠네. 쓴맛이 훨씬 더 강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기운까지 느껴진다. 잠깐만, 설마 진짜로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그 코카나무의 잎을 넣은 건가?! 흘리쉣.
정말 참 으메이징한 시대다···
이거… 아무래도 집에 가지고 가서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는 걸?
“하나 더 주시고요, 이번에는 혹시 병에 담아주실 수 있어요?”
“뭐? 그걸 왜 병에 담아 팔아. 헛소리 말고 빨리 마시고 나가.”
“뭐요···?”
당황해서 약국을 나선 후, 며칠에 걸쳐 조사한 결과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니까.
현시점에서 코카콜라가 본격적으로 보틀링을 시작하지는 않았다는 거지···
오.
대박.
당장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