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traitor RAW novel - Chapter (722)
매국노의 원수 자식-722화(722/773)
과달카날 엔드게임 (10)
1942년 10월
솔로몬 제도, 산타크루즈
많은 사람은 큰 불행이 닥쳐올 경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자라고 한탄하는 성향이 있었다.
불행의 형태가 누군가에게는 신호등이 연속으로 막히는 것처럼 사소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자신이 있는 도시가 연속으로 두 번이나 폭격당하는 어마어마하기도 했다.
“하나님.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제61 기동부대 소속의 프레더릭 셔먼 대령이 현재 마주한 불행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훨씬 더 가까웠으리라.
항공모함 요크타운의 함장으로 그는 자신 쪽으로 우악스럽게 날아오는 공격대를 보면서 경악했다.
쉬우우우웅
“아무리 우리가 선두에 있다곤 해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냐고···”
지금으로부터 몇 개월 전, 셔먼은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 간 전투였던 산호해 해전에 참전했었다.
당시 자신이 함장으로 있던 렉싱턴이 격침될 위기에 빠졌던 걸 그는 필사적으로 손상통제를 지휘하여 항공모함을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쾅!
콰콰쾅!
필사적으로 저공비행을 해온 일본 해군의 뇌격기들이 요크타운에도 여러 발의 어뢰를 투하했다.
강철의 우박처럼 급강하한 어뢰 중 두 발의 어뢰가 기관실까지 그대로 뚫고 들어가 강렬하게 터졌다.
끼이이이익
기관실에서 요란한 폭발과 함께 일어난 충격파는 항공모함 전체를 폭포를 만난 뗏목처럼 뒤흔들었다.
“끄으으윽!”
각종 서류와 항해 도구가 바닥으로 어지럽게 쏟아져 내라는 요크타운의 함장실에서 셔먼은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몸을 다시 일으킨 그가 갑판 쪽을 바라봤다. 함선 주변에 계속 치솟아 오르는 거대한 물기둥이 갑판과 그 위의 장병들에게 바닷물을 쏟아부었다.
구우우우우웅
마치 뒤집힐 기세로 격렬하게 흔들리던 것도 잠시, 곧이어 요크타운은 균형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평온함은 되찾지 못했고, 결국 항공모함은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멈춰버렸다. 일본의 나머지 급강하 폭격기들이 달려드는 와중에 속수무책인 상태로.
무슨 일이 터졌는지 이미 감이 온 셔먼에게 항해 장교가 다급히 보고를 전달했다.
“함장님, 엔진이···엔진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거 곤란하군. 재가동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나?”
“그···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겁니다.”
“···잘 알겠네. 일단 최대한 노력해보게나.”
기관실 상황을 보고 받은 셔먼이 한숨을 내쉴 틈도 없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요크타운에는 추가적인 폭탄이 떨어졌다.
어뢰와 폭탄을 다 쓴 일본군의 전투기들은 아예 저공 비행하며 갑판 위에다가 기총소사까지 퍼부었다.
“아무래도 여기 이 제도랑 체질이 안 맞는 모양이네.”
10분도 지나지 않아 요크타운이 불길에 휩싸인 끔찍한 모습을 본 함장은 씁쓸한 농담을 내뱉었다.
하지만 투덜거리는 건 끝낸 셔먼은 절망감에 휩싸이진 않았다. 오히려 독기어린 의지가 그를 사로잡았다.
“이 상황에 리 제독님이었다면···!”
(아직 공식적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함대의 모든 함장에게 당부한 건 그렇게까지 많진 않았다.
그리고 그중 두 가지를 즉시 실천하기로 각오한 셔먼은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절대 대공포화를 멈추지 마라!”
불가피하게 퇴함을 할 땐 하더라도, 원인을 제공한 놈들을 곱게 돌려보낼 순 없었다.
*****
요크타운에서 출격한 돈틀리스 대대에게 그들의 항공모함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충격적인 사실에 동요하긴커녕 그들은 계속 공격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그들이 착륙할 곳은 남아 있었다.
“이런 맙소사.”
항모강습부대 지휘관의 참모장, 구사카 류노스케 소장은 항공모함 쇼카쿠로 향하는 미군 공격대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군기들은 쏟아지는 대공포화가 가소롭다는 듯이 무시하며 나구모 주이치 중장의 기함으로 돌진했다.
슈우우우웅
콰앙!
공습이 아니라 공연을 하는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날아온, 돈틀리스 폭격기가 투하한 450kg 폭탄 중 첫발이 쇼카쿠를 강타했다.
첫 번째 충격이 끝나기도 전에 쇼카쿠에겐 여러 발의 폭탄이 잇따라 떨어져 화려한 폭발을 일 일으켰다.
“양키놈들···여기서 죽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흔들리는 함교의 바닥에 볼품없이 나자빠진 참모장의 뒤에서 나구모는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지끈지끈 아파지는 머리를 주무르며 몸을 일으켜 세운 구사카는 긴장한 채로 하늘을 바라봤다.
다시 고개를 내려 쇼카쿠를 바라봤다. 어느새 비행갑판은 거친 불길에 휩싸였고, 갑판병들은 급히 인화 물질을 바다로 내던졌다.
‘미드웨이에서의 참상이 반복되려는 건가···!’
누구도 입에 직접 담지는 않았으나 나구모와 구사카 두 제독의 머릿속에는 같은 생각이 동시에 피어났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떠오르기 전에 구사카는 신속히 전성관을 통해 기관실을 불렀다. 다행히 기관실은 무사하다는 대답이 돌아오긴 했다.
“아직 속력을 낼 수는 있습니다.”
“아직은···?”
애를 먹는 기관장의 목소리가 들려오던 전성관에서 날카로운 소음이 추가로 전달되기 시작했다.
파이프가 터지며 증기를 뿜어내는 소리와 함께 통신이 끊겼고, 함교 안에는 묵직한 정적이 맴돌았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나구모의 명령이 함교 안의 숨 막히는 침묵을 깼다.
“우선···우선 엔진이 작동하는 동안은 쇼카쿠의 방향을 돌린다.”
“···맞는 말씀입니다, 제독님! 일단은 위기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함교 안에 있는 다른 장교들이 들으라고 구사카는 상관의 명령에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쳐줬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구모는 자꾸 쇼카쿠에서 휘날리는 부대기 쪽으로 흘끔흘끔 시선을 보냈다.
조만간 다른 함선으로 부대기를 옮기라는 명령이라도 내릴 것처럼.
“제독님, 큰일 났습니다!”
한 젊은 장교의 외침에 구사카는 이번엔 또 뭐냐고 소리 지를 뻔했다. 애석하게도 쇼카쿠의 장교들은 순식간에 상황 파악할 수 있었다.
비행갑판에 약 10m가 더 넘는 구멍이 뚫린 기함의 주변에 있던 경항공모함, 즈이호에서 섬뜩한 불길이 솟아올랐다.
대공포화는 불충분했고 함재기들은 무모하게 출격했다. 즉, 즈이호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
뒤늦게 자신의 치명적인 실수를 깨달은 구사카의 동공이 폭탄 세례에 얻어맞는 항공모함처럼 요동쳤다.
미드웨이의 참사에서 얻은 교훈으로 즈이호에는 아카기와 히류와는 달리 일장기가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원래 일장기가 그려져 있었을 즈이호의 위치에 폭탄이 내리박혔다.
콰쾅!
전투력과 기동력을 순식간에 상실해버린 즈이호처럼, 그날 전황은 서서히 기울어가기 시작했다.
*****
워싱턴 D.C.
내 경험상 진심으로 똑똑한 사람은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줄 아는 자였다.
다행스럽게도 미합중국 해군참모총장, 어니스트 킹 대장 또한 그런 중요한 덕목을 갖춘 사람이란 말이지.
슥
윌리엄 홀시 중장이 워싱턴으로 전달한 보고를 읽은 킹은 떨리는 손으로 책상 위에 전보를 다시 내려놨다.
어디 보자···저렇게 말문이 막힌 걸 보니 엄청 좋은 소식이나 나쁜 소식 둘 중 하나지, 중간이 없겠네.
“그래서. 어떻게 됐답니까, 참모총장님?”
“현재 확정된 것만···최소 3척이라더군.”
“이런. 예상했던 손해보다 더 클 줄이야.”
킹은 나에게 악취미적인 농담 좀 하지 말라는 시선을 날린 뒤, 영 믿기 힘들다는 듯이 질문했다.
“경항공모함 1척, 순양함 1척, 그리고 구축함 1척이라니···이거 확실한 게 맞는지 모르겠군!”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참모총장님. 홀시 제독은 거짓말할 자는 아닙니다.”
우리 선배님을 믿는 것도 있지만, 내가 태평양함대 사령관 시절 때 모든 장교에게 가장 철저하고 엄격하게 강조한 게 있었다.
차라리 축소하면 했지, 절대로 전과 확대는 하지 말 것. 아, 그리고 비슷한 맥락으로 문제를 저질렀을 경우 누락 없이 보고할 것.
“결국 요크타운은 잃었지만, 빌어먹을!”
“승조원들은 무사합니까.”
“무사히 퇴함하고 파일럿들도 호넷과 엔터프라이즈에 착함했다는군.”
“그럼 됐습니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내뱉은 말에 킹은 한순간 당황한 눈치였다. 그러나 곧이어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그럴 일이 생길 리는 없겠지만, 설령 과달카날 인근의 미군 항공모함이 한 두 척 더 격침된다고 해도 우리한테 헨더슨 비행장이 있지.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어차피 우리 일본 제국의 위대하신 파일럿분들은···얼마 복귀 못 하셨을 게 뻔하니까 말입니다.”
“제대로 예측했군, 그래.”
···항공모함이 있다고 해도 파일럿과 항공기가 없으면 무슨 쓸모지? 그냥 연료만 마셔대는 하마 아니겠냐고, 어이.
“하하하, 이거 각하께 당장 알려야겠어, 마치 시기도 적절하고!”
“해군 건국일로부터는 조금 지난 것 같은데 말입니다.”
10월 13일은 아니긴 해도, 우리 각하께선 크게 신경 안 쓰실 양반이긴 하네. 세레나한테 화려하게 광고해달라고 부탁해야겠지.
“그래도 방심하긴 너무 이르지. 아직도 갈 길이 머니까 말이야.”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말은 안 해도 나와 킹은 동시에 같은 생각 두 가지를 하고 있었다. 하나는 이제 앞으로 우린 더더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일본군의 해군 항공력, 그리고 해군력 전체의 붕괴가 얼마 안 남았다고.
*****
중부태평양, 트럭 섬
연합함대 사령장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대장은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창백하고 음산한 달빛을 머금은 전함 야마토의 갑판 위를 초조하게 걸으며 그는 산타크루즈에서 일어난 전투의 결과를 곱씹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도쿄에는 벌써 대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이 전달되었다. 4척의 항공모함과 3척의 전함이 침몰했다는 내용의.
물론 의심쩍은 야마모토가 확인해본 결과, 나구모의 기동부대가 거둔 성과는 훨씬 더 초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함대는···도쿄에 전달한 보고를 정정하지 않았다.
“···우리의 능력 저하가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판국에.”
이번 전투에서 포착한 적신호가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그 중 특히 항공대의 행보가 가장 심각했다.
투입된 항공모함 4척 중 1척은 격침되고, 나머지 3척도 전투에 투입하기 힘든 상태에 빠져버렸다.
게다가 미드웨이 해전에서 살아남은 숙련된 연합함대의 파일럿은···이번 교전을 통해 전멸에 가까운 손해를 입었다.
“멈춰서 움직이지도 않는 적 항공모함에 돌격하다가 대공포화에 갈려 나가다니.”
과연 과달카날섬을 재탈환하는 게 가능하기나 했을까. 이 질문에 불과 몇 주전만 하더라도 불가능까진 아니라고 답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지금은 그렇게 답할 수 없을 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단순히 과달카날 재탈환뿐만이 아니라, 이번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리 다이이치 제독은 그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애초에 이렇게 되도록 설계했을지도 모른다.
꽈아악
가슴이 갑갑해진 그는 멀쩡한 손으로 야마토의 난간을 쥐어 잡았다.
그날 처음으로 야마모토는 바다에 뛰어들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