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traitor RAW novel - Chapter (9)
매국노의 원수 자식-9화(9/773)
9_미군 원수의 초대 (1)
1899년 11월 초.
난 계속 성실하게 학업과 운동, 사업을 병행하면서 별일 없이 살아갔다.
코카콜라 바틀링 컴퍼니 (Coca-Cola Bottling Company)는 무서운 속도로 규모를 확장해나갔고, 어느새 직원이 수백 명, 월 매출액이 몇만 달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콜럼버스 은행에서 대출한 액수는 이미 몇 개월 전에 다 갚았고, 내가 그 은행의 최연소 VIP가 된 건 덤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하는 이 공장은 외부인이 보기엔 매우 특이한 점이 많을 거다.
일단 백인, 흑인, 아시아인, 심지어 일부 인디언 등 여러 인종의 직원들이 다 섞여서 일하고 있는 부분이라던가. 그리고 인종과 지역, 그리고 종교에 구분없는 채용 외에도 매일 9시간, 주 45시간만 일할 것 (추가 노동이 필요할 시,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
물론 반발하는 노동자들도 많았지. 한 번은 어떤 백인 노동자가 흑인과 황인종과 같이 일 못 하겠다고 징징대더라고. 그래서 내가 직접 찾아가서 꼬우면 여기보다 더 보수랑 조건 좋은 일자리 찾아보라고 사자후를 외치고 그 새끼를 현장에서 해고해버렸다.
그 이후 공개적으로 그런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들은 없어졌더라.
당연히 이 시대 기준으로 너무나도 파격적인 조건이라 제안하려는 나도 약간 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내 파트너이자 물주, 지아니니와 의논한 결과, 그는 찬성했을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전역에 이민자들을 겨냥한 구인 광고도 컨펌해줬다.
이런 어떻게 보면 혁명적이다 못해 발칙한 짓을 하는 나를 찾아온 언론도 당연히 많았지. 특히 유독 많이 방문한 기자는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소속의 여기자 위니프레드 본필스였다.
처음엔 그냥 좀 푸근하고 넉살 좋은 아줌마인 줄 알았는데, 이그재미너가 죠지프 퓰리처 (Joseph Pulitzer)와 함께 황색언론의 창시자 중 하나이자 미국언론계 최강자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William Randolph Hearst) 산하 언론사라는 걸 알고 나니 좀 많이 식겁하더라.
다행히도 본필스 기자는 자선사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인권 유린 사태도 자주 보도하는, 소위 말하는 ‘기레기’하고는 거리가 멀었고, 내가 좀 제대로 답을 못하고 민감한 질문과 추궁도 지아니니가 적당히 반박하거나 말을 돌려주면서 탱킹해줬지 뭐야.
아마데오 지아니니···그는 신이야!!
가만있자, 설마 이거 가지고 나중에 매카시 같은 인간이 나보고 빨갱이라니 뭐라니 걸고 넘어가는 건 아니겠지?
야, 웃기지 마, 난 철저히 자본주의의 짐승이 될 거라고! 아, 하긴 뭐 미군들 보고도 빨갱이 드립 치다가 폭망한 인간이니 못할 건 없겠지만.
에휴, 모르겠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지 뭐.
내가 그렇게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거부 아시아인이 되어가는 와중에 세상은 참···음, 뭐랄까 요지경이었다고 할까?
일단 2월에는 파리 협약을 통해 미국은 스페인에 필리핀, 사모아, 괌, 그리고 푸에르 토리코를 받았다. 애초에 이 전쟁 자체가 사실상 언론의 무분별한 선동과 날조가 일으킨 거 아닌가. 그리고 같은 달에 필리핀 반란 (Philippine Insurrection)이 일어났다. 내 백퍼 장담하는데 조만간 반란이 아니라 전쟁으로 불리게 될 거다.
하여간 미국 이 쉐끼들도 순 양아치 쉐끼들이에요.
하긴 뭐 애비가 영국인데 어련하겠어. 노예해방으로 유명한 에이브러햄 링컨도 인디언들은 아주 그냥 나치가 유대인 잡듯이 잡아댔으니. 인디언 학살에 대해 보도한 (정말 희귀한) 자료를 보니···어후.
이게 미합중국···? 윽 역겨워, 사이코패스 새끼들이 가득하잖아?
그리고 며칠 전에 의화단 운동 (Boxer Rebellion)까지 터졌구먼. 허 참.
의화단 놈들이 동기는 어땠는지는 내가 사학도도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저것들이 저지르는 만행은 정말 차마 설명도 못 할 정도로 끔찍하다. 일단 성기훼손, 강간, 생매장, 식인 같은 막장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고만 하지.
그래서 난 처음으로 회사의 대표로서 정치적 발언을 하고 말았다. 코카콜라 바틀링 컴퍼니는 의화단과 그들의 모든 만행을 규탄하며 미군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성명을 한 것이다.
미군에게 수천 리터의 코카콜라를 무료로 제공했으며, 내 공장에서 일하는 중 국계 노동자 중에서 조금이라도 의화단을 지지하는 언행을 하는 순간 즉시 해고해버리는 건 덤.
그렇게 스스로를 노출하며 공적인 발언을 하니 반응은 다양했다. 한편으로는 샌프란시스코 내의 중국인 중에서 은연중 의화단에 동조했던 놈들이 있었는지, 나한테 욕설과 협박이 담긴 편지가 매주 수십 장씩 날아왔다. 심지어 그 중에선 여러 통의 조직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응, 조까세요, 짱깨 새끼들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코카콜라야말로 애국 기업이라고 칭송도 많이 들었으며, 심지어 나보고 명예 백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거 칭찬 맞긴 맞지···? 특히 미군들과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편지를 여러 장 받았다. 다만 나보고 황인종 주제에 나대지 말라는 내용도 자주 보였다. 후···
그렇게 편지를 정리하다가 어느 발신자의 이름을 보고 흠칫했다.
조지 듀이 (Georgie Dewey).
아니, 님이 여기서 뭐 하세요?
그 이름에 깜놀할 수밖에 없었지, 왜냐면 이 양반은 스페인 전쟁 최고의 영웅중 하나인 미 해군 제독이었으니까.
특히 마닐라 해전에는 미군 사망자가 겨우 1명만 내면서 스페인 함대 8척을 침몰시키는 정신 나간 공적을 세웠다더라. 그나마 나온 사망자 1명도 그냥 열사병으로 죽은 거라고. 이 정도면 거의 뭐 충무공 이순신급 아닌가?
아, 생각해보니 그건 좀 오버네. 킹갓엠페러 이순신 제독님은 못 이기지, 암, 아암.
물론 그거랑 별개로 그가 9월에 미국 본토로 귀국했을 때, 이순신까지 언급해 가면서 그를 칭송했다. 솔직히 그 양반이 그 편지를 읽든 말든 별로 신경 안썼다. 어차피 그 양반은 현시점 미국 최고의 스타였는지라 매일 받는 편지만 수백, 아니, 수천 장 아니겠어?
그렇게 생각했는데···이 양반이 내 편지를 받고 답장을 해왔다. 자신을 머나만 동방국가 최고의 영웅과 비교해줘서.
···그리고 나보고 자기 고향에서 열리는 추수감사절 파티에 오랜다.
제-제가요? 왜요?
아니, 내가 지금 국민 영웅한테 초대받기엔 체급이 너무 낮은데요? 일단 내가 황인종이라는 건 알고 한 초대인가?
하지만 아무래도 내 전생의 해군으로서의 기억이 되살아나 버렸고, 해군 제독이 초대를 하는데 어디서 가암히 대위밖에 못 해본 장교가 거부하냐고 무의식에서 일갈을 날렸다.
그렇게 난 11월 말, 며칠을 열차를 타고 가 버몬트주의 몬트필리어에 있는 대저택으로 향했다.
거기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