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104)
재벌집 만렙 아들-104화(104/416)
< 태성그룹 임원회의(1) >
“태성의 계열사 임원회의에 참관하겠다고?”
할아버지는 물론이거니와 김 비서와 심 사장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늘 임원회의를 긴급 소집한 이유가 뭐라고요?”
“그야 우광의 어떤 계열사를 인수해야 하는가에 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지.”
“그러니까 제가 참석해야죠. 제 몫으로 인수할 계열사인데, 뒤에서 손가락 빨면서 구경할 기회조차 안 주시려고요?”
할아버지는 내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긴 한숨 끝에 하는 말이라고는 고작 이런 것이었다.
“정혁아, 너 여덟 살이다. 무슨 여덟 살짜리 어린애가 태성그룹 임원회의에 참관하겠다고······.”
“못 할 것도 없잖아요?”
나는 씩 웃었다.
“우광의 알짜배기 계열사가 뭔지도 궁금하고요, 태성그룹 임원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고요, 그들이 준비한 근거 자료도 보고 싶고요.”
“허······!”
“사실 오늘 당장 우광의 계열사를 인수 결정할 것도 아니잖아요. 안 될 이유도 없지 않나요?”
“우광그룹 계열사가 어디 한두 푼 하는 물건인 줄 아느냐?”
“그러니까요. 시장에서 콩나물 한 봉지를 사도 이것저것 따져보고 사는데, 몇십 몇백억짜리 계열사를 인수하는 일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이것저것 따져봐야죠.”
나는 은근한 어조로 덧붙였다.
“회의라고 해봐야 결국 인수 후보군을 추리는 정도가 다일 테고, 결정은 나중에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내리시거나 할아버지가 결정하실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지만.”
“그럼 뭐가 문제예요?”
또 ‘네 나이가 문제다!’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 쳤다.
“제게 발언권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전 그냥 입 다물고 조용히 앉아 있을게요.”
“으음.”
“참관을 허락해 주세요, 할아버지. 네?”
할아버지의 입에서 나지막하게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김 비서가 입을 열었다.
“도련님 말마따나 회의를 방해하지 않으시겠다는데, 딱히 문제가 될 일도 없지 않겠습니까?”
“어떤 재벌그룹 임원회의에 여덟 살짜리 어린애를 앉혀놔?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솔직히 회의 시간에 누가 참석하는지 신경이나 쓴답니까?”
김 비서는 미리 준비했던 회의 자료를 가리켰다.
“임원들이 주목해야 할 일은 회의 안건이고, 태성의 미래이고, 본인들 계열사와 관련된 사안입니다. 그걸 논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도련님에 관해 신경 쓸 정신이 있겠습니까?”
우광그룹 41개 계열사의 인수 검토를 위한 자료였기에 무척이나 두툼했다.
아니, 조금 두툼한 정도가 아니었다.
엄청나게 두꺼웠다. 양장본 백과사전이라 치면 몇 권이나 되어 보이는 두께였다.
“심 사장,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할아버지의 고개가 이번엔 심 사장을 향해 돌아갔다.
“회장님, 조기교육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될 것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기교육?”
“도련님도 언젠가는 겪으셔야 하는 일 아닙니까?”
심 사장님도 입을 열었다.
“남들은 영어 조기교육 한다고 어린애 데리고 미국 유학을 자처합니다. 예로부터 양반가는 세 살이면 천자문을 가르쳤다지요?”
“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후계자도 아닌 여덟 살짜리 손자에게 경영 조기교육이랍시고 계열사 임원회의에 참석시켜?”
“재벌가 경영 교육의 일환이라는데, 누가 감히 따지고 들겠습니까? 그놈에겐 제가 직접 따져 묻겠습니다.”
할아버지는 나지막하게 웃음을 흘렸다.
“심 사장, 자네까지 정혁이의 임원회의 참석을 찬성할 줄은 몰랐군.”
“이 역시 회장님의 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회사 돌아가는 사정에 관심을 보이는 손자분을 얻는 게 어디 흔히 있는 일이랍니까.”
“그래, 태성의 핏줄이라면 그 정도 싹수는 보여야지!”
마침내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오늘 있을 태성그룹 전 계열사 임원회의에 참관을 허락하마.”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하지만 약속대로 조용히 지켜만 보는 거다.”
“물론이에요.”
“회의를 방해한다면 즉시 내쫓을 테니 그런 줄 알고.”
“네. 조용히 있을 거예요. 새끼손가락이라도 걸까요?”
솔직히 난 새끼손가락 약속 따위는 믿지 않는······, 어라?
“약속한 게다.”
할아버지가 직접 내 손가락을 펴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흔들었다.
“오늘의 이 결정,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약속드릴 수 있어요.”
나는 응접실 소파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응접실 테이블 위에 올렸던 종이를 곱게 접어서 동전 지갑에 쏙 넣었다.
딱 세 장짜리 태성화학 인수 합병에 관한 계약서만 빼고 말이다.
나는 그 세 장짜리 계약서를 심 사장님께 내밀었다.
“심 사장님, 잠시 후 임원회의에서는 이걸 꼭 언급하도록 하세요.”
“뭘 말입니까?”
“여기 이 특약사항이요.”
내가 가리킨 특약사항은 이것이었다.
<지분 정리가 끝나기 전까지 태성은 우선협상권을 가진다.>
“아, 태성화학 재인수 협상!”
“그때 우광증권만 걸고넘어지지 말고 우광건설까지 걸고넘어지란 뜻이에요.”
“네? 담보로 잡은 우광증권은 그렇다 치고, 우광건설이 태성화학 재인수와 무슨 상관이랍니까?”
“태성화학 지분 인수에 필요한 어음은 어디에서 발행했죠?”
“그야 우광건설···, 잠깐만요. 도련님, 이거 설마······!”
역시 심 사장!
척하면 척하고 알아들으시니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좋네.
“오호라, 이걸로 우광건설까지 엮을 수 있겠구나! 하하하하! 역시 내 새끼가 최고다!”
바로 알아듣고 웃음을 터뜨리는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도련님께는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과연 큰 그림입니다.”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김 비서까지!
이거 전부 말귀를 잘 알아듣는 사람이라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좋구만!
“할아버지, 그럼 가요. 임원회의가 너무 늦어지고 있잖아요.”
“그래, 오냐. 가자!”
나는 쪼로로 달려가서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기대돼요.”
“지루할지도 모른다. 웃고 떠들다 끝나는 자리가 아니야. 회의가 길어지면 두 시간도 훌쩍이다.”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는 줄 알아요?
“김 비서님, 그럼 임원회의 자료, 제 것도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따로 더 필요하신 것 있으십니까?”
“빨간색 색연필?”
“이왕이면 12색 선물용으로 챙겨드리죠.”
할아버지가 피식 웃었다.
“잘 생각했다. 앉아서 지루할 테니 그림이나 그리면서 놀고 있으면 되겠구나.”
아니, 그 귀한 시간에 누가 한가하게 그림이나 그린대요?
‘보고 듣고 따질 게 얼마나 많을 텐데. 여덟 살짜리 어린애에겐 그룹 임원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가 어디 흔해야 말이지.’
이걸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그럼 태성그룹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우광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가 뭔지 찬찬히 구경해 볼까?’
시중에서 따로 얻기 힘든 고급 정보와 자료들까지 견식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였다.
* * *
태성그룹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전(全) 계열사 임원회의.
생각보다 치열하게, 예상보다 빡빡하게 진행되었다.
파라라락.
나는 맨 뒤에 앉아 두툼한 회의 자료를 넘기면서 구경했다.
그룹 임원들이 조사한 우광그룹 계열사 인수 여부 검토 후보군에 관한 자료들이었다.
‘요건 황금색, 이건 은색, 저건 똥색.’
무려 우광의 41개 계열사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들이다.
세 종류로 분류한 후, 우선순위의 자료부터 꼼꼼하게 숙지하기로 결정했다.
태성그룹 임원들은 회의에 집중했다.
“태성화학 인수합병에 관한 계약서가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습니다.”
“우광 관련 모든 주식들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우광철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까.”
“없는 살림에 10억이나 출연해서 우광재단을 설립해 사고 뒷수습에 나선다지 않습니까? 우광의 현금흐름에 한계가 왔을 겁니다.”
“150억이나 되는 우광과의 공동지분을 이참에 전부 털어내게 생겼습니다. 들이는 돈 한 푼 없이 복잡한 일만 싹 정리하다니. 이거 끝내주는군요.”
“우광증권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습니다. 주식이 폭락하기 전이라면 족히 200억 가까이 줘야 할 만한, 대한민국에서 네 번째로 큰 증권사입니다.”
태성그룹 임원들이 신이 나서 입을 열 때마다 할아버지의 입꼬리가 자꾸만 씰룩대었다.
나를 바라볼 때마다 씰룩대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건 김 비서와 심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 양반들이?
무척 중요한 회의라면서요?
전 계열사 임원들을 전부 모은 상황이라구요?
“우광건설이 아파트 분양에 성공할 때마다 보이는 족족 사들인 강남땅이 대체 몇 평입니까?”
“그놈들 지하철 2호선 공사를 자신들이 맡을 거라고 예상하고 미리 땅을 사들인 게 틀림없습니다.”
“대부분이 상가 부지, 아니면 판자촌 철거까지 끝낸 아파트 부지입니다. 알짜배기 땅이에요.”
“우광화학 방화 교사의 배후가 우광건설 사장인 것으로 밝혀진 마당에 우광건설은 매일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광건설을 인수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심 사장이 손을 올려서 발언권을 얻었다.
“마침 태성화학 인수 협상할 때 어음을 우광건설에서 발행하기로 했죠. 이거 보이십니까?”
심 사장이 들고 있는 것은 세 장짜리 태성화학 인수 합병 계약서였다.
“우선협상권은 우리 태성에게 있습니다. 물론 태성화학의 어음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심 사장은 씩 웃었다.
“다들 우광증권만 주목하신 모양인데, 우광건설도 이 계약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
태성의 계열사 임원들이 크게 감탄했다.
“태성화학 지분 정리가 되지 않았으니 우광건설에 관한 우선협상권도 태성에게 있습니다!”
“어음 발행처가 우광건설입니다. 어음 지급에 문제가 생겼으니, 이 안건도 당연히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가야 합니다!”
“행여 우광건설이 부도처리 나면 더 유리해집니다. 그럼 완전 헐값, 아니, 똥값에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성그룹 임원들은 소리를 내며 크게 웃었다.
지위와 체면까지 내던지고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임원들까지 있었다.
“태성화학 날치기 협상의 꿍꿍이가 이런 것이었다니! 그저 탄복할 따름입니다!”
“예, 이거 정말 훌륭합니다! 벌써 그때 오늘과 같은 일을 예견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계약을 제안했겠습니까!”
“심 사장이 유능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대단한 줄은 몰랐습니다. 대체 맨입으로 우광의 계열사를 몇 개나 꿀꺽 삼키는 겁니까? 하하하!”
“우리 태성의 미래가 아주 밝습니다! 이참에 계열사를 왕창 늘려봅시다! 하하하!”
계열사 임원들은 심 사장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데.
할아버지와 김 비서는 입꼬리를 귀에 걸고 나만 보고 있었다.
심 사장 역시 나를 힐끔대며 미안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고 말이다.
이 양반들이 진짜! 표정관리 안 하실 겁니까?
* * *
의욕 게이지가 풀 파워로 채워진 태성그룹 임원들은 이번엔 인수할 우광 계열사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우광자동차 인수를 제안하겠습니다!”
큰아버지였다.
그러자 태성자동차 임원들이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면서 우광자동차 인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대한민국은 연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작년에 1인당 국민총생산이 1천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조만간 마이카(My car)열풍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의 선례를 참고하고, 대한민국 자동차 보급률을 따져 봤을 때, 자동차 산업의 전망은 무척 밝습니다.”
쯧쯧, 이거 어쩌나.
‘우광자동차는 똥색인데.’
제2차 오일쇼크 때문에 전 세계 자동차 기업이 도미노처럼 줄도산을 시작한다.
미국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인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이때 맞은 타격을 이후 영원히 회복하지 못한다.
연비 개선에 목숨을 걸었던 독일과 일본, 미국만이 겨우 버텼을 뿐,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아예 자동차 산업이 거의 붕괴하고 만다.
‘조만간 제5공화국의 병크라 일컬어지는 자동차공업 통합 조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과거 큰아버지는 크게 곤욕을 치러야 했다.
태성자동차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매각을 고려해야 했을 만큼.
그런 이유로 장남은 태성자동차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우광자동차를 인수하면 부도를 면치 못할 텐데.’
과거엔 우광자동차를 인수하지 못했기에 태성자동차가 휘청일 정도로 타격을 입는 것에 그쳤다.
나는 우광자동차 서류에 빨간 색연필로 크게 X 자를 쳤다.
“또한 우광정유 인수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차 사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태성자동차와 우광주유소의 결합상품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 예상합니다.”
나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어이구, 우광정유도 똥색이긴 마찬가지야!’
제2차 오일쇼크가 터졌을 때, 미국의 걸프사가 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한석유공사 지분을 털어버렸겠어.
정부가 국가 경제 안정을 부르짖으며 석유값 급등에 따른 손실을 몽땅 기업에게 떠넘겨 버렸기 때문이다.
‘제2차 석유파동 때 우광정유는 쫄딱 말아먹었는데. 이걸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나는 우광정유 서류에 빨간 색연필로 X 자를 그었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을 연속으로 죽죽 그었다.
큰아버지는 다시 한번 발언권을 얻었다.
“우광중장비 또한 고려해주시길 바랍니다.”
에라이, 큰아버지는 어째 입을 열 때마다 꼭 망할 기업으로만 고르고 있냐!
< 태성그룹 임원회의(1)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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