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109)
재벌집 만렙 아들-109화(109/416)
< 조기교육의 꿈 (2) >
태성그룹 총수 차 회장은 이른 아침 출근하여 의자에 앉았다.
차 회장은 결재서류를 넘기며 피식 웃었다.
“태성그룹 전 계열사 임원회의 이후로 올라오는 서류의 질이 달라졌어.”
“예. 보다 구체적이고 다각적으로 계열사 인수를 검토하는 것 같더군요.”
“목표와 진행 방향이 잡혀서 그래.”
요즘 차 회장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흥미로운 보고서를 보는 일이 많아지자, 의욕이 부쩍 늘었다.
“막연히 모든 변수를 고려하는 것보다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확실한 변수를 상정하니 일이 쉬워질 수밖에.”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이대로만 진행하면 청와대의 신년 오찬 준비로 인한 부담도 한결 덜겠어.”
차 회장은 웃었다.
“각하께서도 석유파동의 발생 가능성에 흥미를 보였다지 않나. 계열사 임원들이 알아서 자료 조사를 척척 해주니.”
“태성의 임원들이야 하나같이 유능한 인재들이지요.”
“그런 유능한 인재들도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바를 슬쩍 짚어준 이는 따로 있다는 걸 잊었나?”
차 회장은 순식간에 결재서류 하나를 해치웠다.
<석유파동이 발생하는 경우를 상정한 우광정유 인수 계획안>이었다.
“정혁이 잘 키워봐야겠어. 벌써부터 이런 수완을 보이는 귀한 인재를 헛되이 썩힐 수야 없지.”
막냇손자 생각만 하면 차 회장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끌어 올리고 말았다.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고, 생각만 해도 미래가 기대되는 손자였다.
“성준이에게 따로 연락은 없고? 제안을 들었으니 슬슬 답을 받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 제안을 건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십니까.”
“길게 고민할 거 있어? 과외 선생을 고르는 일이 뭐 별거라고.”
차 회장은 태성건설에서 올라온 결재서류를 펼쳤다.
<우광건설 인수 계획안>이었다.
“정 못 하겠다면 나라도 데려와서 가르치면 돼.”
“그렇게 애가 닳고 조바심이 나십니까?”
“자네가 여덟 살이라면? 나랑 담판 지어가며 제 밥그릇을 챙길 수 있었겠어? 임원회의에 들어가서 태성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었겠어?”
차 회장은 태성건설의 결재서류를 읽는 대신 피식 웃었다.
“사실 방금 정혁 도련님께 전화 받았습니다.”
“뭐라던가?”
“회장님 뜻에 따르겠답니다.”
“그래, 그래야지!”
“우광재단 사립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외도 전부 받으시겠다는군요.”
“역시! 과연 태성의 핏줄이다! 하하하!”
김 비서는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그런 표정이야? 자네라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정혁 도련님이 걱정되어서 그렇습니다.”
“과외 열 개 정도는 다른 집 애들도 다 받아.”
“정혁 도련님이 최소 20과목은 받아야겠다고 엄포를 놓으셨습니다.”
“뭐야? 20과목? 과외받다 과로사할 일 있어?”
차 회장은 펄쩍 뛰었다.
“아무리 교육이 좋아도 먹고 싸고 잘 시간은 있어야지! 애 잘 키워보려다 애 잡겠다!”
“정혁 도련님께서 실망시키는 일 없도록 확실하게 결과로 증명하시겠다면서 고집을 부리시더군요.”
“으음, 정혁이라면 괜한 어깃장을 놓을 애도 아니고.”
차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내라면 그 정도 욕심은 있어야지! 도전하는 정신이 나쁘지 않아. 막상 해보고 안 되면 그때 줄여도 돼. 하자는 대로 해줘라.”
“거기에 조건을 세 가지 덧붙이셨습니다.”
“세 가지 조건?”
“첫째, 과외 교사는 정혁 도련님께서 직접 뽑고 싶으시답니다.”
“좋아! 공부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 학생과 선생의 합이 잘 맞을수록 효율이 좋지.”
차 회장은 무릎을 탁 쳤다.
“우리 정혁이라면 어련히 알아서 사람을 잘 가려 뽑을까. 그러라고 해. 두 번째 조건은?”
“과외 수업 과목을 몇 개 변경하고 싶으시답니다. 교양 과목 대신 공부와 경영 쪽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싶다는군요.”
“하하하! 뉘 집 아들인지 여덟 살짜리가 야무지기도 하지!”
“경제, 정치, 사회, 언론 등에 관해 추가로 과외받았으면 하신답니다.”
“사회 돌아가는 걸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가 보구나. 그러라고 해.”
“마지막 조건입니다. 과외 공고를 대학교 게시판과 신문에 공고 내고 싶다고 하십니다.”
김 비서가 슬쩍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정혁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신문 공고문입니다.”
“맹랑한 녀석. 6년 전속 계약을 맺고 태성그룹 입사를 약속하는 대가로 태성그룹 계열사 과장급 월봉을 초봉으로 지급해? 성과에 따라 성과금도 얹어주고?”
차 회장은 피식 웃었다.
“고작해야 한국대 학생인데 조건이 너무 후해. 어디 금 발라 놨어?”
“과외 열풍이 워낙 뜨겁잖습니까. 좋은 선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 말이 들려올 지경입니다.”
명문대 학생들은 과외를 통해 등록금과 하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충당하는 구조였다.
“대신 이력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덧붙이셨습니다.”
“누가 보면 태성그룹 입사 면접 보는 줄 알겠네. 자세한 계약 조건은 개별 상담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문구까지 아주 똑같구만.”
“정혁 도련님께서 어디 그런 것도 모르시고 이런 공고문을 내겠다실 분입니까?”
김 비서는 빙그레 웃었다.
“도련님께 어련히 다 계획이 있겠나 싶습니다. 부족한 금액은 정혁 도련님이 책임지시겠다 하셨고.”
“됐어! 내 새끼 공부를 왜 내 새끼 돈으로 시켜? 걔가 집도 절도 없는 불우학생이야?”
차 회장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지금 과외비 무서워서 이러는 줄 알아? 행여 내 새끼 몸 상할까 걱정하는 거지!”
차 회장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래, 인재 키우는 데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되지. 정혁이 뜻대로 하라고 해!”
마침내 차 회장의 허락이 떨어졌다.
* * *
한국대, 고래대, 연두대의 게시판에 붙은 입구 과외 구함 공고가 올라왔다.
엄청난 과외비와 파격적인 후한 조건에 인근 대학교 전체가 들썩일 만큼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거기에 13개 신문사에서 일제히 고액 과외에 관한 신문 공고문이 실렸다.
서울시내권에 위치한 온갖 대학교의 학생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이력서를 보내왔다.
쿵!
유종태와 태성그룹 경호원들이 세 자루나 되는 우편물을 가져왔다.
나는 커다란 박스를 세 개나 준비해서 이력서를 분류했다.
‘황금색, 은색, 똥색!’
황금색 이력서는 특히 눈여겨서 꼼꼼히 들여다봤다.
‘오! 이 사람 태성식품 사장이었던 사람이잖아?’
또 있다.
‘태성생명 사장도 지원했어? 태성에너지 사장에 태성유통 사장도?’
내가 게시판과 신문에 ‘태성그룹 입사까지 연계’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그런가?
훗날 태성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인재들이 여럿 지원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삼황정유 사장, 금조건설 사장, 현무화학 부사장, 청월미디어 사장, 일성제약 사장도 이력서를 냈네?’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노다지로구나! 이게 바로 인재 선점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대계를 위한 밑그림이지!’
황금빛 이력서에서 훗날의 정계 거물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삐져나왔다.
“우후훗!”
“도련님, 방금 진짜 비열하고 음흉하게 보인 거 아십니까?”
“유 팀장님, 지금 한가하신가 봐요. 그럼 이 중에서 몇 명 뽑아보시겠어요?”
나는 똥빛이 도는 이력서 박스를 가리켰다.
유종태는 부르르 떨었다.
“딱 봐도 거기엔 똥대가리밖에 없어 보입니다만? 저는 도련님 대신 멸치 똥이나 따러 이만 가보겠습니다!”
눈치 빠른 경호원이자 내 수족을 자처하는 유종태가 위기를 감지하고 재빨리 튀었다.
내 대신 멸치 똥을 따러 간다니 봐줬다!
‘좋아!’
황금빛 도는 이력서 중에서도 딱 20명만 추리게 됐다.
이게 다 할아버지가 ‘딱 20명만!’이라는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걸 고이 놓아주려니 아까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군.’
나는 훗날 굵직한 정계 거물로 성장할 사람들에게 일일이 명함 한 장과 함께 간단한 쪽지를 적어 답신하기로 결정했다.
<귀하의 능력을 높이 삽니다. 입사를 고려하신다면 이쪽으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동봉한 명함은 물론 심 사장의 명함이었다.
‘심 사장이 눈이란 게 달려 있다면 어떻게든 잡아서 굴려가며 써먹겠지.’
어차피 심 사장이 지금 하는 일이라고는 내 투자회사 바지사장 일이다.
즉, 심 사장의 일을 돕는 것이 바로 내 일을 돕는 것이다.
* * *
그렇게 3일 후. 고대하던 과외가 시작되었다.
훗날 태성유통 사장이 되는 남자가 내 수학 과외 선생으로 와서 앉았다.
“안녕? 나는 오늘부터 수학 과목을 맡게 된 조필두라고 한다. 반갑다.”
“안녕하세요, 차정혁이에요.”
“그럼 간단히 수업 전에 실력 테스트부터 할까?”
“아니죠.”
나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순서가 틀리셨네요. 통성명 다음엔 계약서 작성부터 해야죠.”
“너랑 계약서 작성을 왜 해? 그건 어머니랑 해야지.”
“과외받는 사람은 저잖아요. 당사자.”
“······재벌집 과외는 보통 이런가? 일단 학부모와 면담으로······.”
“이미 전권을 위임받은 후예요.”
나는 할아버지한테 받은 공문을 팔랑팔랑 흔들어 보였다.
“앉으세요.”
“어, 그래. 그럼 과외 선생의 실력 테스트를 겸해서 한 시간 정도는 무료 과외를 진행할 생각인데······.”
“여기까지 온 이상 시간 낭비할 거 있나요. 약관과 특약 사항을 잘 읽고 서명 날인하면 돼요.”
나는 계약서를 훅 들이밀었다.
“선생님이 계약서 읽는 동안 정혁이는 오늘 배울 수학 문제를 먼저 풀고 있을래?”
“네.”
“잠깐만, 정혁아. 여기 뭔가 좀 이상한 문구가 있는데.”
조 선생은 고개를 갸웃했다.
“주 3일 하루 1시간 수업, 주어진 과제는 반드시 다음 수업 시간까지 해 올 것이란 조항 말이야.”
“뭐가 이상하죠? 과제 잘해오는 게 과외의 기본 아닌가요?”
“그, 그렇지?”
“월급이랑 계약 조건과 기간은 확인하셨죠? 그건 마음에 드세요?”
“어, 응. 아주 좋아. 난 이 조건에 불만 없어.”
“그럼 사인하세요.”
조 선생은 거침없이 서명 날인했다.
미끼를 덥썩 물었다는 뜻이었다.
나도 조용히 연필을 내려놓았다.
“다 풀었어요.”
“벌써? 오늘 수업 분량과 숙제까지 150문제나 되는데?”
그깟 두 자릿수 덧셈 문제야 앉은 자리에서 암산으로 뚝딱 풀고 말지.
복리 이자에 사채이율로 1원짜리 동전까지 회수하며 일수 찍던 나다.
원금과 이자 상환을 즉석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을 몇 년이나 했는데, 고작 이 정도 사칙연산에 끙끙댈 거 뭐 있어?
“그럼 오늘 수업 목표치 달성했고, 과제까지 전부 끝냈네요?”
“어? 응.”
“자, 그럼 약속대로 재량껏 남은 수업 시간을 사용할게요. 이건 선생님 몫이에요.”
“······.”
나도 미리 준비해 온 서류를 뭉치째 건넸다.
조 선생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와 서류를 번갈아 봤다.
“대차대조표는 볼 줄은 아세요?”
“대, 대차 뭐?”
“그걸 모르고 회계 장부 정리를 어떻게 하려고요? 기본은 숙지하셔야죠.”
“······.”
“장부 정리 끝나면 보고서 작성해서 올리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보고서를? 난 그런 거 쓸 줄 모르는데?”
“흠, 가르쳐야 할 게 너무 많은데. 집중하세요.”
나는 서류를 책상 위에 올리고 조 선생 옆에 붙어서 친절하게 짚어주기 시작했다.
“메모하세요. 한 번 듣고 다 외울 만큼 머리에 자신 있어요?”
“메모! 메모하고 있어! 차변이랬나? 대변? 감가상각이랬지?”
“물건에 따라 감가상각률과 적용법이 다르니까 감가상각방법, 감가상각대상금액, 내용연수에 관해 숙지하시고요.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은······.”
“조금만 천천히! 지금 받아적고 있으니까 숨 돌릴 시간 좀······.”
“경제학과 다니신다면서요? 학교에서 대체 뭘 배운 거예요? 3학년이라면서요?”
“······.”
똑똑똑.
“도련님, 다음 과목 선생님 들어가십니다.”
“약속대로 내일까지 과제 다 해오시기에요?”
“내가 왜?”
“계약서가 X으로 보이시나······.”
“······.”
나는 조 선생의 품에 서류와 장부를 한 아름 안겨다 주며 방긋 웃었다.
“그럼 6년 전속에 과장급 월급을 받아먹으면서 대충 산수 놀이나 하다 가려고요?”
“······.”
남의 돈과 시간을 날로 먹으려 들면 쓰나.
후한 보상을 받았으면 그만큼 일을 해야 하는 법이다.
“그, 모르는 게 많은데······.”
“저더러 과외 끝나고 짬 내서 들여봐달라는 뜻인가요?”
“······.”
“배우려는 열의가 이렇게 강한데 모른 척할 순 없죠. 그건 유 팀장님께 물어보세요.”
나는 반쯤 넋이 나간 조 선생을 내보냈다.
눈치 빠른 경호원인 유종태가 얼빠진 조 선생을 옆방으로 데려갔다.
그 방에는 울상인 과외 선생이 여럿이었다.
다들 머리를 싸매며 주어진 과제를 하느라 울부짖고 있었다.
“투자제안서 작성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
훗날 태성생명 사장이 될 남자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짧고 간결하게. 상대의 마음이 동하도록, 금고에서 돈을 꺼낼 마음이 들도록 쓰는 글쓰기란 게 대체 뭔데!”
남 일이 아니란 걸 직감한 조 선생.
그는 회계 장부와 서류뭉치를 꽉 끌어안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그쪽은 무슨 과목을 과외하러 오셨습니까?”
“논술이요.”
“그래서 투자제안서 작성이었나?”
“그쪽은요?”
“전 수학입니다. 그래서 회계 장부 작성하고 보고서 올리라던데요.”
그 대화에 불쑥 끼어드는 남자가 있었다.
훗날 청월미디어 사장이 되는 남자였다.
“아직도 투자제안서 다 못 썼습니까?”
“그건 왜 묻는데요?”
“저는 영어인데요. 그 투자제안서를 영문으로 바꿔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7개국 23개 은행에 돌리라는 과제를 받았거든요.”
구석에서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부럽다아아아!”
‘이건 웬 개소리야!’란 판단이 들자마자 일제히 그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난 경제라서 내일까지 3년 치 신문 주식자료를 바탕으로 우광의 41개 계열사 주식 등락 상황을 그래프로 그려가야 한단 말입니다!”
< 조기교육의 꿈 (2)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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