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114)
재벌집 만렙 아들-114화(114/416)
< 썩은 놈들 굴리는 게 내 전문! (2) >
유종태가 가져온 서류 상자를 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쿵.
묵직했다.
유종태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명하셨던 대로 태성건설 전(前) 임원들 뒤를 탈탈 털어왔습니다.”
이어서 유종태는 과장되게 이마를 훔쳐냈다.
“제가 이놈들 비자금 장부 조사한다고 김 비서님 서재까지 숨어들어 가서 몰래 장부를 가져왔거든요. 그뿐인 줄 아세요? 뒷골목 해결사들을 찾아가서······.”
노골적인 생색이구만!
“이 새끼들은 뒷돈을 많이 밝히는 것도 모자라서 사생활까지 더럽기 짝이 없더군요. 영업처에 아가씨들을 끼고 노는 술 접대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와 사생아가······.”
내 책상에 두 손을 괸 채 턱을 올린 유종태는 쉬지 않고 보고했다.
부담스럽게 눈을 반짝거리는 게 왠지 덩치 큰 강아지가 헥헥대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어때요? 잘했죠? 괜찮죠? 마음에 드세요?”
“고생했어요.”
나는 동전 지갑에서 아버지 주려고 준비했던 딸기 사탕 세 알을 꺼냈다.
손바닥에 사탕 세 알을 받든 유종태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도련니이이임~’ 하면서 웃다가 급정색했다.
“뒤를 털면 털수록 마뜩지 않더라고요. 뒷주머니는 물론 사생활까지 몹시 지저분한 게, 영 마음에 안 듭니다.”
“그래요? 전 뒷주머니는 물론 사생활까지 몹시 지저분한 게, 마음에 쏙 드는데요.”
“예? 아니, 왜요? 설마 도련님, 나쁜 놈한테 대놓고 끌리는 스타일?”
“나쁜 놈 대놓고 막 굴리는 스타일.”
나는 유종태와 농담처럼 시답잖은 말을 주고받으면서 서류를 살펴봤다.
“흠, 건설사를 통한 돈세탁에도 적극 가담했었네요?”
“예, 그놈들, 뒷배를 든든히 하기 위해서인지 온갖 정치인들이랑 더럽게도 엮어놓았더라고요.”
예로부터 건설사는 정치자금 등의 돈세탁처로 주목받는 업종이었다.
‘공사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실제 들어가는 돈과 겉에 보이는 셈이 크게 달라지지.’
당장 눈에 보이는 아파트와 상가 건설은 어림짐작하여 들인 돈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면 눈이 보이지 않는 토목 공사는?
일반인들이 하천 정비, 도로 공사, 상하수관 매립 공사, 철도 공사에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어찌 알고 비리를 잡겠어.
‘태성건설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건설사였다.’
건설에 들어가는 돈은 단위 수부터 다르다.
부동산이 끼는 순간 천만 원이 기본 단위가 되듯이.
“무능한 사장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임원들이 약삭빠르게 큰돈을 건드리고 다녔더군요.”
“정치인들이 뒤를 봐주고 있었으니 천둥벌거숭이처럼 해먹었겠죠.”
어쩐지 할아버지가 태성건설 임원들을 털었다며 내게 건네준 재산이 짭짤하다고 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어떻게 할까요?”
유종태가 서류를 슬쩍 옆으로 밀어놓으면서 말했다.
“이놈들 처자식까지 싹 다 잡아올까요, 아니면······.”
유종태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도련님 손을 더럽힐 필요 없이 뒤처리 전문가들에게 맡길까요?”
“쓰레기도 분리수거하면 재활용이 가능한 법이에요.”
나는 미리 준비해둔 종이를 유종태 앞에 슥 밀었다.
“순서부터 지키자고요. 대뜸 처자식 납치 협박과 변사체부터 떠올리기 전에.”
“이건 뭡니까?”
“영입 제안서요.”
“아니, 태성건설에 해악을 끼친 놈에게 징역살이만 면해도 성은이 망극인데, 영입 제안까지 하십니까?”
“제 발로 들어와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사람은 정상 참작해 줘야죠.”
“도련님은 너무 착하셔서 탈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에게도 반성의 기회를 한 번 더 주실 줄이야.”
“자의로 들어온 사람과 강제로 끌려온 사람은 엄연히 다른데, 동등한 대접을 하면 쓰나요.”
나는 딱 잘라 말했다.
“나한테 형평과 평등이란 말로 따질 생각하지 마세요. 팔은 원래 안으로 굽는 거라구요?”
내 앞가림하기에도 버거운 세상, 이왕이면 내 사람부터 챙겨야지!
“저 유종태, 도련님께 충성 맹세를 한 넘버투라는 것만 기억해 주십시오!”
마지막까지 본인 어필을 하면서 유종태가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럼 김 비서님이 했던 것처럼 이 영입 제안서에 치부책을 동봉할까요?”
“그놈들이 정치인인 줄 아세요? 가진 것도 없는 놈들 앞에 내 패를 까긴 왜 까요?”
나는 코웃음을 쳤다.
“아직도 임원이랍시고 나대면 봐주지 말고 자존심이나 까버려요.”
“도련님의 명을 받들어서 지금 즉시 영입 제안서를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왠지 꿍꿍이속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 * *
유종태와 태성그룹 제5 경호팀 경호원들은 태성건설 전(前) 임원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제일 유능한 만큼 뒤로 제일 많이 해먹었다는 오정섭이로군.’
전(前) 태성건설 오정섭 전무는 유종태가 건넨 영입 제안서를 와락 구겨 바닥에 내던졌다.
“날 대체 뭐로 보고! 이것도 영입 제안이라고 가져왔어?”
그는 구둣발로 구겨진 영입 제안서를 콱콱 밟고서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고작 대리급 월급? 야! 내가 이 돈 받고 일해야겠어? 나 오정섭이야!”
전(前) 태성건설 전무 오정섭은 씩씩댔다.
“게다가 태성도 아니고 어디? JH투자회사? 감히 나한테 뭔 듣도 보도 못한 개좆소를 들이밀어?”
“백수보단 낫지 않나요?”
“코딱지만 한 투자회사에서 왜 태성을 위해 헌신하란 개소리를 적어놔? 웃기고 있네.”
오정섭은 유종태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태성그룹 경호원이 왜 이런 좆소 투자회사 영입 제안서를 들고 와? 너야말로 변절한 거 아냐?”
“아, 그럼 변절도 안 했는데, 태성건설 금고는 왜 털어먹으셨습니까?”
유종태는 피식 웃었다.
“듣자 하니 온갖 정치인과 기업 인사부장을 만나기 위해 접대를 그리 열심히 다니신다던데. 아직도 오라는 데 하나 없으면 말 다 한 거 아닙니까?”
“야!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본인이 아직도 임원인 줄 아시나. 차 회장님이 아니었으면 임원 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했을 인사. 차 회장님의 관용 덕에 겨우 징역살이를 면한 백수. 난 그렇게 알고 왔는데요.”
“야! 유종태!”
“왜요, 오정섭 씨?”
“뭐? 오, 오정섭 씨? 오정섭 씨이이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오정섭이 버럭 외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정섭 씨가 그렇게 술자리를 오가며 인사청탁을 했어도 지금까지 변변한 자리 하나 못 건진 이유가 뭘 것 같습니까?”
“닥쳐!”
“이 바닥에 차 회장님의 눈 밖에 나고도 좋은 자리를 꿰어찰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꿈 깨시죠.”
“유종태!”
“왜요, 오정섭 씨?”
오정섭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얄밉게 방긋거리던 유종태는 콧방귀를 뀌었다.
“어제 술 접대한 현무건설 이 상무가 뭐라고 했는지는 알고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이 상무가?”
혹시나 하고 솔깃한 표정이었다.
그걸 보는 유종태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능력 없는 놈은 데려다 써도 못 믿을 놈은 안 쓴다던데요.”
오정섭은 표정을 와락 구겼고, 유종태는 뻔뻔한 표정으로 귀를 팠다.
“솔직히 이해는 갑니다. 태성건설 다닐 때 얼마나 해먹었는지 다들 뻔히 아는 마당에, 미쳤다고 뒤 구린 사람을 데려와 임원 자리에 앉힐까 싶거든요.”
“이 새끼가······!”
“오, 그동안 손버릇 많이 좋아지셨네요. 하기야 이젠 능력도, 뒷배도, 뭣도 없는 끈 떨어진 연 신세니 자중하실 때도 되었죠.”
“······유종태!”
오정섭은 파들파들 떨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두고 봐라. 오늘의 이 치욕을 반드시 되갚아줄 날이 올 테니까.”
“아직도 성질머리랑 자존심은 안 죽으셨네요. 조만간 다시 봅시다. 영입 제안은 아직 유효하니까요.”
유종태는 양복 재킷을 툭툭 털었다.
“3일 드리죠. 저녁 9시가 데드라인이니까 그때까지 심사숙고하시고.”
“생각 없어!”
“오, 양심도 없는데 생각까지 없으셨네요.”
유종태는 오정섭이 밟아댄 영입 제안서를 발끝으로 툭 쳤다.
쓰레기처럼 구겨진 영입 제안서는 오정섭의 앞까지 주르륵 밀려 나갔다.
“교양이 없으면 시민의식이라도 좀 갖춥시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이거 개념까지 없으셨네요.”
* * *
3일 동안 전화가 일곱 통쯤 걸려왔다.
‘태성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할 법도 한데 말이야.’
뻔뻔하고 고압적인 목소리로 묻는 말들은 대개 비슷했다.
-제시한 연봉에 ‘0’ 하나가 빠진 것 같던데. 확인해 봐.
-사택이나 외제차를 지급한단 소리가 왜 빠졌어? 확인해 봐.
-야, 너랑은 할 말 없고, 당장 사장한테 연결해. 어서!
-신생이라고 티 많이 내네. 협상을 아주 X같이 해. 이것도 회사라고, 쯧.
그렇게 약속된 3일이 지났다.
‘아직도 임원 부심이 하늘을 찌르나 보군.’
어쩔 수 없지.
“아무래도 청계산에서 면담을 시작해야 할 것 같군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는 다 됐어요?”
결전의 시간이다.
오늘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녔던 유종태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물론입니다. 지금쯤이면 목표물 전원 포장 끝내서 승합차로 실어 나르고 있을 겁니다.”
“좋아요.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음, 굳이 꼽자면 구덩이가 문제이긴 했습니다만.”
“구덩이가 왜요?”
“한겨울이라 땅이 꽁꽁 얼었잖습니까. 삽이 안 들어가더군요.”
언 땅은 돌처럼 딱딱해서 삽질하기 쉽지 않다.
“아, 그런 문제였다면 진즉 말씀하시지.”
나는 혀를 찼다.
“홀딱 벗겨서 나무 기둥에 밧줄로 묶어두고 찬물 한 바가지씩 뿌리면 됐을 텐데요.”
언 땅에 목만 내놓고 파묻혀서 생매장되나 한겨울에 물벼락 맞고 동사하나 도긴개긴이지.
“아, 난 왜 그 생각을 못 했나 몰라. 역시 우리 도련님!”
유종태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탁 내려쳤다.
“하지만 도련님께서 기한을 3일이나 주신 덕분에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오? 한겨울 언 땅에 구덩이를 서른두 개나 파는 일이었는데, 어렵지 않았다고?
문득 궁금해졌다.
“어떻게 해결했는데요?”
“직접 가서 보면 아십니다.”
유종태가 뿌듯한 표정으로 가슴을 쭉 내밀었다.
“저 유종탭니다! 그 정도는 간단히 해결해야 도련님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지요!”
자신만만한데?
대체 뭘 어떻게 했기에?
태성건설 임원 숫자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었다.
‘치부책이란 걸 만들다 보니까 뜻하게 않게 걸린 대어들이 몇 있더라고? 그래서 이왕 파는 구덩이, 대놓고 하는 협박질에 몇 명 더 끼워 넣었지.’
과외 선생들처럼 21번이나 똑같은 소리로 협박하는 건 딱 질색인지라.
어차피 뒤 구린 건 똑같은 놈들이니까 모아놓고 협박하기로 결정. 끝!
“도련님, 그래도 첫 만남인데 이대로 가실 겁니까?”
“왜요? 문제 있어요?”
“예. TPO에 맞지 않은 드레스 코드가 문젭니다.”
뭐? 왜? 뭐!
내 꼴이 어디가 어때서?
유종태가 못마땅한 눈으로 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려다보았다.
“첫인상에 두 번은 없습니다. 대놓고 임원들을 협박하기로 작정하셨다면서요. 그럼 골덴바지에 요란한 꽃무늬 셔츠는 아니었어야죠.”
나는 이제 고작 여덟 살이니까.
나이만으로도 태성건설 임원들에게 얕보이기 십상이라 특별히 힘 좀 줘봤다.
“이 굵은 금목걸이는 또 뭐며, 손가락마다 낀 돌반지는 또 뭡니까?”
뭐? 왜? 뭐!
우리 쪽 사람들은 원래 다 이러고 다녔어!
불광동 휘발유도 그랬고, 똘마니도 비슷한 차림새였던 걸 보면 딱히 유행을 거스른 것도 아닌 것 같던데?
“이럴 땐 무조건 정장에 빼딱구두, 여우털 두른 블랙 롱코트죠! 꽃무늬 셔츠 압수. 금붙이들도 압수. 이 대 팔 가르마에 동동구리무 압수.”
정장에 빼딱구두, 블랙 롱코트라.
그러고 보니 업계 표준 차림새라는 게 있긴 하다.
화려한 알로하 셔츠에 옆구리엔 일수 가방을 끼고, 굵은 금붙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우리 쪽 사람들에 비해, 조폭들은 단체로 검은 정장을 맞춰 입고 사시미나 손도끼를 차고 다니곤 했었지.
“그럼 손도끼만이라도 허리에 차고 갈게요.”
“손도끼 압수. 잭나이프 압수. 여튼 험악한 것들 죄다 압수.”
“······.”
“우리가 가는데 도련님께서 손 더럽히실 일이 뭐 있다고요.”
유종태는 제 가슴을 탕탕 쳤다.
“저 유종태를 믿고 맡겨주십시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 어디 유종태의 솜씨를 한번 믿어볼까?
‘정 마음에 안 들면 때려치우지 뭐. 옷이야 갈아입으면 그만이고, 머리야 모자를 눌러쓰면 땡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태성그룹 경호원 세 명이 잽싸게 달려와서 합세했다.
< 썩은 놈들 굴리는 게 내 전문! (2)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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