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150)
재벌집 만렙 아들-150화(150/416)
< 딱 걸렸어 >
철구 아저씨는 순박하게 눈만 꿈뻑거렸다.
“방금 나 눈 뜨고 삥 뜯긴 거냐?”
“삥이라뇨? 이거 엄연히 복채거든요?”
예린이는 방긋 웃었다.
“곰탱이 아저씨, 요즘 직장생활 많이 갑갑하시죠?”
“원래 직장생활이란 게 다 그렇지.”
“인사이동 철에 혼자만 나가리 되셨죠?”
예린이는 혀를 찼다.
“공은 곰탱이 아저씨가 다 세웠는데, 승진은 동료들만 했네요?”
“크흠.”
“새로 온 상사는 허구헌 날 트집에, 새로 들어온 후배들은 허구헌 날 사고 치고.”
의아한 일이었다.
‘태성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승진 대상에 못 오를 리 없는데?’
김 비서가 직접 약속한 일이었다.
태성의 입김이 통하지 않았다는 건······.
‘누군가 윗선에서 고의적으로 막고 있단 말로 들리는군.’
예린이의 눈은 가늘어졌다.
“애국하러 왔다가 구박받다 죽겠는데요?”
“원래 직장생활이란 게 다 엿 같은 거지.”
“뒤에서 그렇게나 힘껏 밀어주는데도 X 같은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잖아요.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단 생각은 안 들어요?”
“원래 직장생활이란 건 다 X 같다니까.”
주작은 날개로 제 가슴을 퍽퍽 치면서 화르륵 불꽃을 토해냈다.
저승사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팔짱을 꼈다.
그러자 철구 아저씨는 화들짝 놀라서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뭐지? 방금 소름이 쫙!”
“그렇게나 촉 좋은 양반이 본인 죽을 촉은 안 오나봐요?”
예린이는 고개를 저었다.
“미련하게 참고 버텨 봐야 텄어요. 그 자리 죽을 자리예요.”
“꼬맹이 주제에 장난 한번 살벌하네.”
“장난 아니거든요?”
예린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곰탱이 아저씨가 호랑이 목줄을 잡았던 게 들킨 시점에서 이미 죽을 날 받은 지 오래예요.”
호랑이 목줄.
아마도 우광건설 뇌물 장부일 것이다.
철구 아저씨는 우광건설 뇌물 장부를 가지고 있다는 혐의로 서빙고 물고문실로 끌려간 사람이다.
“아이고, 이를 어쩌면 좋아!”
옥분 할머니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럼 우리 철구는 어떡하면 될까? 응? 이 집 처마에 들어와서 들이치는 소나기를 피해야 한다며? 그럼 되나?”
옥분 할머니는 허리춤에 매고 있던 전낭을 풀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돈을 쥐어 예린이 손에 쥐여 줬다.
“도련님 도움 없이는 이번 죽을 운을 피하긴 어려울 거란 말은 도련님이 도와주면 살아날 방도가 있단 소리잖아. 맞지?”
“강 여사, 오늘따라 왜 이러셔?”
철구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딱 봐도 저 꼬맹이 대여섯 살이야. 애들 말에 휘둘리다니 강 여사답지 않아.”
“철구야.”
“강 여사, 지나가는 사람 잡고 물어봐. 백이면 백, 다 직장생활 X 같다고 그러지. 그게 뭐라고.”
“철구야.”
“강 여사, 나 배고파 뒈지겠어. 오늘 아들이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맛있는 거 사준다니까. 그만하고 나갑시다.”
“어? 어어어? 잠깐만, 철구야!”
“태성그룹 경호원들아, 문단속 좀 잘하자. 그럼 우린 먼저 갑니다!”
철구 아저씨는 옥분 할머니의 어깨를 잡고 돌아섰다.
불곰 같은 아저씨가 힘을 쓰자, 덩치 큰 할머니도 속절없이 떠밀렸다.
“아저씨!”
“꼬맹아, 입학식 날 꽃다발 들고 갈 테니까 딱 기다리고 있어. 아저씨가 맛있는 거, 그 뭐냐, 짜장면! 그거 사주마.”
철구 아저씨의 머리 위로 여전히 반짝거리는 [3일].
저승행 카운트다운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나는 재빨리 철구 아저씨를 따라나섰다.
“아저씨, 잠깐만요······!”
철구 아저씨의 옷자락을 잡자마자 눈앞이 휙 변했다.
일렁이는 푸른색을 엷게 씌운, 영화 같은 장면이 확 빨려 들어왔다.
* * *
쏴아아!
철구 아저씨는 욕실에서 꽁꽁 묶인 채 샤워기로 물벼락을 맞았다.
흰 와이셔츠가 순식간에 젖어서 피부에 착 달라붙었다.
“으으음.”
철구 아저씨는 좀처럼 눈을 뜨지 못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혀를 찼다.
“야, 넌 대체 마취제를 얼마나 쓴 거냐?”
“세 대 꽂았습니다.”
“미친 새끼. 이 주사 한 방이면 곰도 픽 쓰러진다며?”
“한 방 가지고는 턱도 없던데요?”
“허.”
“이 새끼가 끝까지 버티는데 그럼 어쩝니까? 주사기를 세 개나 꽂고서도 주먹 쓰던 거 국장님도 보셨잖습니까.”
국장이란 말에 철구 아저씨가 파르르 눈매를 떨었다.
“뭐야, 감찰국장이잖아? 서문철 선배까지.”
“정신이 좀 드나 보지?”
두 남자는 어둠 속에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철구 아저씨도 피식 웃었다.
“서빙고 물고문실에 끌려갔다며? 이렇게 돌아다녀도 돼? 걸리면 전기의자행 아닌가?”
“이런 시팔 새끼가······!”
짝!
감찰국장은 철구 아저씨의 따귀를 내려쳤다.
샤워기 물줄기 덕분인지, 몹시 찰진 소리가 났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모양 이 꼴이 됐는데.”
짝!
“너 같은 새끼 때문에 내가 걸려 넘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짝!
“넌 내 20년 커리어를 단번에 무너뜨렸어.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새끼.”
따귀를 내려칠수록 손속에 점점 더 독해진다.
감찰국장이 철구 아저씨의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홱 꺾었다.
“우광건설 뇌물 장부 덕에 출셋길에 올랐다고 기고만장했나 본데. 야, 너 시팔 X 된 거야.”
감찰국장은 웃었다.
“내가 누구의 사주를 받고 왔을 것 같냐?”
감찰국장은 철구 아저씨의 귓가에 입을 바싹 대어 속삭였다.
“힌트. 우광건설 뇌물 비리가 청와대에 올라갔다. 얽힌 놈들 다 곡소리 났다. 중정부장님의 명단도 거기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없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크크큭, 낮은 웃음소리가 뒤따랐다.
“높으신 분들 싸움에 왜 끼어들어서 이 난장판을 만들었냐, 철구야.”
“······?”
“네놈이 그때 우광건설 뇌물 장부만 얌전히 바쳤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 차장님이 화 많이 나셨다.”
“설마 차장님이······.”
“자, 이젠 알겠지? 내가 어떻게 서빙고 물고문실에서 몸 성히 풀려났는지?”
감찰국장은 욕조에 한쪽 엉덩이를 걸쳤다.
“우리 차장님께서 요즘 좀 많이 곤란하셔. 코라이 게이트라고 들어봤나?”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대통령 비자금이 얽힌 일이고, 전 중장부장이 까발리면서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지.”
“지금 그걸 나한테 뒤집어씌우겠다고?”
“이야, 역시 박철구 아직 감 다 안 뒈졌네!”
감찰국장은 음흉하게 웃었다.
“태성의 브레인에 대해 털어놔 봐.”
“뭐? 누구?”
“그놈이랑 중정부장님이 짝짝꿍이라며.”
“······!”
“왜? 이번에도 모른다고 딱 잡아뗄 거야?”
“하······!”
“딱 사흘 준다.”
감찰국장의 웃음은 더욱 진해졌다.
“태성의 브레인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걸 털어놓는다. 장점, 단점, 약점, 가치관과 신념,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너랑 엮이게 된 계기까지 전부 다.”
철구 아저씨는 고집스럽게 입을 꾹 다물었다.
“철구야, 너 그렇게 계속 입 다물고 있으면 진짜로 뒈져.”
“······.”
“이번에도 태성이 널 꺼내줄 것 같냐? 이번엔 동생이 엮인 것도 아닌데?”
“······.”
“크크크큭. 아이고, 우리 철구 쫄았다, 쫄았어. 자, 태성의 브레인의 약점이 뭐라고?”
“······.”
“······시팔 새끼.”
감찰국장은 서문 머시기를 돌아봤다.
“문철아, 손속에 사정 둘 것 없다.”
“예.”
“지금 우리가 사정 봐줄 형편은 아니잖아?”
“예.”
서문 머시기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맡겨만 주십시오. 이 새끼 황천길은 제가 책임지고 보내줘야죠.”
“오케이. 차장님이 만족하실 만큼 포장 한번 예쁘게 해 봐라.”
* * *
철구 아저씨 옷자락에서 손을 떼자, 눈앞에 일렁이던 푸른 영상도 사라졌다.
‘또 서문 머시기냐?’
어째서인지 철구 아저씨의 죽음이 죄다 저 새끼랑 얽혀 있었다.
‘하여간에 징글징글한 악연이라니까.’
철구 아저씨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3일]이란 황천길 카운트다운이 눈에 밟혔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저씨.”
“어?”
“그냥 우리 집에서 자고 가시죠?”
철구 아저씨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우광건설 뇌물 장부가 청와대에 올라가고, 중정부장이 직접 처음 이 건수 물어온 놈을 서포트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때부터 타깃은 확정됐을 거예요.”
나는 재빨리 덧붙였다.
“아저씨가 기자회견을 맡았을 때부터 중정에선 뇌물 명단이 누구 손에 들어갔다 나왔는지 알게 됐다고요.”
나는 철구 아저씨의 크고 두툼한 손을 꽉 잡았다.
“중정의 윗선이 작정하고 입막음하려 들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꼬맹아.”
“배후가 누구냐고 캐물으면 어쩌려고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난 모르는 일이야.”
이 양반이 진짜 겁도 없이.
깡이 좋은 거야, 멍청한 거야?
당신 그러다가 진짜 죽어.
“뒷배 없는 중정요원이라면 살인멸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태성그룹 직계 손자라면 못 건드려요.”
“그래도 난 모르는 일이라니까. 너도 못 본 거랬다.”
“코라이 게이트랑 엮인 일이라고 해도요?”
“쓰읍! 잊으라고 했지?”
이런 똥고집 같으니!
무당 말도 안 믿는데 내 말이라고 믿겠냐만.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요. 그럼 나도 더는 귀찮게 안 굴게요.”
“내 집 놔두고 내가 왜 여기서 자냐?”
그야 우리 집은 태성그룹 경호원들이 지키니까.
‘그걸 모르는 양반도 아닐 텐데, 오늘따라 유독 왜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걸까.’
설마 뭔가 위험한 낌새를 눈치챈 건지, 그것도 아니면 달리 숨겨야 할 용건이······.
“왜 이렇게 똥고집이에요?”
“그러는 너는 팔랑귀냐?”
철구 아저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걱정해준 건 고맙고. 그래도 위험한 건 안 돼.”
철구 아저씨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떠났다.
어쩔 수 없이 나도 현관문까지 따라나갔다.
철구 아저씨는 옥분 할머니를 먼저 등 떠밀어 내보낸 후, 몇 번이나 발을 붙였다 말았다 멈칫거렸다.
그러더니 긴 한숨과 함께 주머니에 손을 푹 찔렀다 빼냈다.
“꼬맹아.”
철구 아저씨가 손가락을 튕겼다.
받아 보니까 황금빛이 요란하게 번쩍이는 투박한 열쇠였다.
“간다.”
철구 아저씨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현관문을 박차고 떠났다.
“이건 또 뭐야?”
아니, 어디에 쓰는 열쇠인지 말도 안 해주고 대뜸 이걸 주면······ 어라?
생각났다!
어디서 많이 봤다 싶더니.
이건 어린 시절 노숙할 때 허구헌 날 지겹도록 봐서 익숙한 물건이었다.
‘서울역 물품보관소 열쇠잖아?’
나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야? 그 비장한 표정은 또 뭔데?”
철구 아저씨의 마지막 얼굴이 마음에 걸렸다.
딱!
‘어이, 수호신!’
[알았다.]연기처럼 스르륵 사라졌던 저승사자가 크게 외쳤다.
[비상! 시야 공유!]이건 또 무슨 일이야?
내가 요청하기도 전에 저승사자가 먼저 시야 공유를 외칠 때가 다 있다니.
시야가 즉시 뱅글 돌았다.
‘어쭈?’
서문 머시기랑 감찰국장이 철구 아저씨의 지프차에 달라붙어 있었다.
“문철아, 서둘러라.”
“예, 국장님. 시동선 확실하게 끊어놨습니다.”
“오냐. 그럼 이것 좀 도와라.”
“에이, 못으로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주사기를 여기에 쓸 순 없잖냐.”
“송곳은 뒀다 국 끓여먹을 겁니까?”
푸슉!
서문 머시기는 송곳으로 타이어에 구멍을 냈다.
둘의 차림새가 어째 아까 봤던 그 옷이다.
“허어?”
너 이 새끼들, 딱 걸렸다.
“유 팀장님.”
“옙, 도련님!”
“지하실에서 마취총 좀 꺼내와요.”
그쪽은 곰 잡는 마취 주사를 준비한 모양인데.
우리 집 마취총은 호랑이도 한 방일걸?
< 딱 걸렸어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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