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158)
재벌집 만렙 아들-158화(158/416)
< 일거리로 대동단결! >
나와 심 사장, 강준구 태성화학 사장 예정자와 송선필 부사장 예정자.
이렇게 우리 넷은 사장실에 들어갔다.
강 사장과 송 부사장은 사장실을 보며 흠칫 놀랐다.
“심 사장님, 대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오셨던 겁니까?”
“서류를 상자째로 쌓아놓고 업무 보고 계셨을 줄이야.”
“이게 자료실입니까, 도서관입니까? 무슨 사장실에 춘란 화분 하나 없이 서류만 굴러다녀요?”
“심 사장님, 이런 식으로 살다간 조만간 과로사 하기 십상입니다.”
심 사장은 사장실 한쪽에 놓아둔 전용 냉장고를 벌컥 열었다.
“골라 봐. 공진단이야, 경옥고야, 흑염소야, 자라야?”
“커피면 됩니다. 둘둘둘로.”
“커피 마실 시간에 보약 마시는 게 낫지. 이거 비싼 거야.”
“후우, 그냥 냉수나 한잔 주십시오.”
“냉수 마실 시간에 보약 마셔야지. 안 그러면 과로사 하기 십상이라니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었다.
“민물장어, 녹용진액, 가물치, 용봉탕, 십전대보탕. 사무실 냉장고에도 뭐 이것저것 많으니까 취향껏 골라 마시면 돼.”
“······.”
“이건 우리 회사 특제 서비스. 부담 없이 즐기라고.”
심 사장은 날 돌아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도련님은 역시 쌍화차죠?”
“계란 두 개 동동 띄워서요.”
“안 그래도 어제 강냉이랑 뻥튀기가 아주 고소한 놈으로 들어왔더라고요.”
나는 사장실 한쪽 구석에 마련해둔 어린이용 소파에 앉았다.
호로록!
강 사장과 송 부사장은 의아함을 숨기지 않았다.
“사장실에 어째서 어린이용 소파가 준비되어 있는 겁니까?”
“내가 도련님 경영 과외를 맡고 있어.”
“네엑?”
강 사장과 송 부사장은 기함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어떻게 심 사장님 같은 고급 인력을 이렇게 낭비한답니까?”
“이건 회장님께 직접 따져 물어야겠습니다.”
“안 그래도 물어볼 게 많았는데 잘됐군요.”
“어떻게 우리가 갑자기 이렇게 승전하게 됐는지부터 우광의 임원들이 어째서 태성의 중동 공사 현장을 돕는지까지!”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천국가산업단지와 태성화학 재정비에 관해 논하신다는 말은 또 뭐고요?”
“방산 사업도 그렇습니다. 태성이 언제부터 방산 사업에 손을 댔다고요.”
그들이 사우디에 나가 피땀을 흘리는 동안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심 사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긁적였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하나. 그러니까 우광화학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크게 터지는 바람에······.”
“우광화학 방화요?”
“설마 태성화학을 말하는 건 아니겠죠?”
외국에 나가 있느라 국내 사건 사고 업데이트가 많이 느렸다.
사우디에서 아시아 변방의 소국이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의 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할 리도 없으니까.
“이거 얘기가 상당히 길어지겠는데······.”
“저희 아직 정식 발령 전입니다. 시간 많습니다.”
“시간은 내가 없어.”
“······.”
“지금 이러는 순간에도 일거리는 속속 밀리고 있거든.”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여기서 정혁 도련님까지 챙기는 건 무리일 것 같으니, 일단 도련님부터 돌려보내시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심 사장은 버럭 외쳤다.
“도련님을 돌려보내면? 그럼 이 일은 자네가 도울 거야?”
“그렇다고 정혁 도련님이 도울 것도 아니잖습니까?”
“······어이구!”
심 사장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이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얼마만큼 설명해야 하나?”
심 사장은 다리를 탁탁탁탁 떨기 시작했다.
들고 있던 흑염소즙을 쪽쪽 빨아 먹으면서.
심 사장이 나를 힐끔 바라봤다.
고민하는 바는 뻔했다.
‘측근들에게 내 정체를 어디까지 발설하느냐 문제인 거겠지.’
호로록!
나는 일부러 모른 척했다.
아까 심 사장이 이 일에 관해 얼마나 염려하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저놈들 입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도련님의 정체를 만천하에 까발리면 어쩌려고요?
-그건 우리 회사 최대의 특. 급. 기. 밀. 이란 말입니다!
-회장님께서 왜 도련님을 경영 일선에 내세우지 않는지 이해하신다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주셨으면 합니다.
-도련님은 말보단 문서를 더 믿으실지 몰라도, 전 문서보다 사람의 이기심과 욕망을 더 신뢰하는 편입니다.
태성화학 임원진들은 심 사장이 오랫동안 신뢰하던 수족이자, 동고동락하며 같이 커온 최측근이었다.
‘심 사장은 내 정체에 관한 일을 어떻게 처리하려나? 측근들의 이기심과 욕망은 어느 정도나 신뢰하고 있지?’
심 사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움켜쥐었던 보약 봉지를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그러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강 사장과 송 부사장을 돌아보았다.
“자네들, 정식 발령 전이라서 시간이 많다며?”
심 사장의 눈에 광기 비슷한 것이 번뜩거렸다.
심 사장은 뚜벅뚜벅 걸어가 사장실 문을 열었다.
사무실 한편에 가득 쌓인 서류 상자를 가리키며 상냥하게 웃었다.
“직접 확인하면 되겠네.”
“예?”
“도련님께서 친절하게 우광화학으로 인수된 이후 태성화학 현황에 관한 자료를 가져오셨잖나.”
“예?”
“6시간 컷으로 마무리하지. 오, 그럼 조기 퇴근도 가능하겠는데?”
“예?”
강 사장과 송 부사장은 서류 상자와 심 사장을 번갈아 보았다.
그들은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반박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강 사장은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려는 말을 꾹 삼키고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아까 여천국가산업단지와 태성화학 재정비에 관해 따로 긴히 논의할 게 있다고······.”
“기본적으로 뭘 아는 게 있어야 앞일을 논하든가 말든가 할 거 아니야.”
“······.”
“그럼 태성화학 돌아가는 상황 따윈 X도 모른 채 사장 부사장 자리에 앉으려고? 양심 있어?”
“그런 게 아니라······.”
“자, 여기 이것도 참고하고.”
탁.
심 사장은 사무실 한쪽 벽에 줄지어 놓인 캐비닛을 열었다.
“그동안 우리 사무실 식구들이 정리한 자료야. 원래 외부 유출이 안 되는 내부 문서지만, 이 정도는 내 재량으로 커버 가능해.”
심 사장은 퍼뜩 깨달은 표정으로 손뼉을 짝 쳤다.
“어째 격려하러 오셨다면서 서류 상자를 손수레로 끌고 오셨나 했더니. 과연 이번에도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던 거군요!”
그러더니 허리에 손을 얹으며 화통하게 웃었다.
“그럼 이놈들은 저기서 알아서 구르라고 하고, 우리는 사장실에서 밀린 업무나 같이 보실까요?”
회사 왔고, 차 마셨고, 숨 붙어 있으면 일하란 소리였다.
“잠깐 손을 놀리고 있으면 잠깐 사이에 서류가 눈덩이처럼 증식한단 말입니다. 오늘까지 집에 못 들어가면 저 나흘째 철야예요!”
* * *
사무실 식구들은 즐거운 점심 회식과 곧 있을 조기 퇴근을 기대하며 오늘의 업무를 급히 마무리하기로 얘기 끝냈다.
덕분에 사무실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그러던 그때, 5분 만에 강 사장과 송 부사장이 사장실에서 나와 외쳤다.
“태성화학 임원들은 태성화학 현황부터 파악하고 합류한다.”
“예? 환영회는 어쩌고요?”
“회사가 일터지 놀이터야? 먹고 놀고 마시는 건 업무부터 파악하고 여유 있을 때로 미루는 게 당연하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6시간 컷으로 마무리하고 조기 퇴근할 수 있다더라. 힘내 보자고.”
“그게 말이 됩니까?”
“이 많은 서류를 어떻게 6시간 내에 마무리하라고요?”
“태성화학 실무진의 도움도 없이 달랑 우리 임원진만으로 이걸 다 처리해요? 그것부터가 어불성설이잖습니까.”
강 사장과 송 부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사우디에 가 있었던 동안 태성화학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던 모양이야.”
“정식으로 승진 발령받아 업무 보기 전에 현황부터 파악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지금 당장 저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비보였다.
“한국 오기 전까지 밀린 서류 작업 하느라 사흘 철야했는데, 한국땅 밟자마자 또 철야합니까?”
“저희 한국땅 밟은 지 채 두 시간도 안 됐습니다.”
“아직 밥 한 끼도 못 먹었는데 또 일하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비행기에서 기내식이라도 먹을걸!”
“두 달 만에 한식 먹는단 생각에 샌드위치도 마다하고 일만 했어요! 벌써 세끼나 굶었다고요!”
사무실 식구들은 경악성을 터뜨렸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사람을 세끼나 굶길 수가 있어요?”
“부려 먹을 때 부려먹더라도 먹을 건 챙겨먹이면서 부려먹어야죠!”
“일단 보약부터 하나 깝시다! 우리 사무실에 보약이라면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습니다!”
“보약으로 되겠어요? 이럴 땐 소고기죠!”
마침 딱 들어맞는 키워드가 있었다.
-소고기!
-최고급 한우 전문점 한우정!
-환영회 겸 포상 회식!
사무실 식구들은 홀린 듯이 사무실 구석에 쌓인 서류 상자를 돌아봤다.
아무리 봐도 이건 절대로 6시간 내에 끝낼 수 없는 업무량이었다.
태성화학 임원들이 절망하는 찰나, 조 선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어! 잠깐만요! 여기 라벨이 붙어 있어요!”
서류 상자에는 <황금색>, <은색>, <똥색>이라는 라벨이 각각 붙어 있었다.
“황금색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상자밖에 안 됩니다!”
“오! 이 정도라면 해볼 만한데요?”
사무실 식구들은 활짝 웃으며 너 나 할 것 없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우리 식구들이 전부 달려들면 금방 끝날지도?”
“듣자 하니 태성화학 현황 파악만 하면 끝난다면서요?”
“새 프로젝트도 아니고, 현장 뛰어다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요약 정리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엄청 쉽잖아?”
“간단하네!”
바로 전(前) 태성건설 임원들이 달려들어 황금빛 서류 박스를 깠다.
“어이, 경호원들은 분류 상자 준비!”
“준비!”
태성그룹 경호원들이 즉시 <치부책>, <정보 문건>, <기타>라고 적힌 상자를 깔았다.
태성건설 임원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태성화학 서류를 분류했다.
“어이, 과외 선생들은 중요 사항 체크하고.”
“예, 분류 검토 들어가겠습니다.”
과외 선생들은 <정보 문건> 상자에 둘러앉아서 바쁘게 서류를 넘겼다.
“조 선생은 재고 현황 파악하고.”
“하 선생은 원자재 관리 검토하고.”
“이 선생은 공장 피해 상황 체크하고.”
“김 선생은 노조와 공장 인부들 관리 내역 확인하고.”
과외 선생들은 빨간 펜을 꺼내 자료를 체크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서류를 넘겼다.
우광 계열사 실무진들이 타자기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파라라라락. 파라락.
착. 차차착. 착착.
타다다다닥.
순식간에 태성화학 서류 한 상자가 비워졌다.
“으헉!”
“저 무식하게 큰 서류 한 상자를 비워내는 데 고작 15분밖에 안 걸렸다고?”
“대체 어떻게 일해왔기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업무를 해치우는 거지?”
“이게 사람이 낼 수 있는 업무 처리 속도인가?”
태성화학 임원들은 입을 떡 벌렸다.
바쁘게 보고서를 작성하던 우광 계열사 실무진이 버럭 외쳤다.
“지금 그렇게 멀뚱멀뚱하게 넋 놓고 있을 땝니까?”
“넋 놓고 있는 건 좋은데 손 놓고 있는 건 안 되죠!”
“점심 먹기 전에 끝내고 같이 회식하러 안 갈 거예요?”
과외 선생들도 버럭 외쳤다.
“조기 퇴근, 회식, 빠른 귀가와 여유생활이 걸린 아주 중차대한 일이란 말입니다! 최우선 순위 업무!”
“지금 할 일 많습니다. 사무실 예산 관리 빵꾸 났지, 공장 안 돌아가지, 장부 정리 엉망이지.”
“재고 파악도 들쭉날쭉, 원자재 발주도 우왕좌왕, 영업처 관리도 엉망진창, 불탄 공장 수습도 난장판.”
전(前) 태성건설 임원들도 버럭 외치긴 마찬가지였다.
“회사에 구경 왔어? 이거 누구 일이야? 내 일이야?”
“아직도 시차 적응 안 됐어? 사우디에서 그렇게 일했어?”
“감탄할 시간에 앉아서 이거나 읽어!”
태성화학 임원들은 자동반사적으로 “예!” 하고 복창했다.
깨끗한 양복바지가 더러워지는 줄도 모르고.
태성화학 임원들은 사무실 바닥에 앉아서 정신없이 넘겨주는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나오는 건 이번에도 감탄뿐이었다.
“아니, 즉석에서 이렇게 휙휙 휘갈겨 적은 자료가 이렇게 깔끔하고 꼼꼼할 일인가?”
“보고도 못 믿겠는데. 이게 된다고?”
“일목요연할 뿐만 아니라 우선순위까지 확실하게 정리하다니.”
“여긴 무슨 사무실 말단 사원이 나보다 더 신속 정확하게 움직이지?”
사무실 식구들은 한목소리로 빼액 소리를 질렀다.
“도와줄 거 아니면 입 닥치고 읽으라고!”
심 사장이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다.
그제야 사무실은 조용해졌다.
다들 바쁘게 손을 놀리며 같은 업무에 매달렸다.
태성화학 임원들은 서류를 돌려 읽으면서 중얼거렸다.
“소고기는 제가 굽겠습니다. 제가 신입 때부터 고기 굽기로 이거 먹은 사람입니다.”
“전 폭탄주 잘 만듭니다. 도미노 분수쇼라고 들어보셨는지. 눈요기 확실하게 책임지겠습니다.”
“탬버린 하면 저 임영달이죠. 이따 트로트 신청곡 받겠습니다.”
피식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따스했다.
* * *
강 사장과 송 부사장은 나지막하게 신음을 흘렸다.
“그동안 우광이 이렇게까지 개판을 쳐놨을 줄이야.”
“제6 공장 날려먹은 여파가 커요. 도미노처럼 무너졌습니다.”
“할 일이 산더미다. 멈춘 공장 제대로 돌리고, 망가진 업무 체계 다시 잡고, 빵꾸 난 예산까지 채우려면 한 달은 족히 철야해야겠어.”
두 사람을 포함한 태성화학 임원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봤다.
“날려먹은 공장을 다시 짓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겠는데요?”
“안 그래도 태성화학 발주 물량 대비 공장 가동 능력이 부족해서 포화상태였잖습니까.”
“지금 제6 공장이 멈추면서 다른 공장도 반 이상이나 가동이 멈춘 상태입니다.”
“하필이면 핵심 원료를 공정하는 제6 공장이 완전히 날아갔으니까요.”
“다른 회사에서 재료를 수급받아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날 것 같습니다.”
강 사장과 송 부사장은 서로를 마주 봤다.
오랫동안 함께 손발을 맞춰 일해오던 그들은 잠시 오가는 눈빛만으로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도련님께서 대뜸 여천국가산업단지 얘기를 꺼내셨구만.”
“태성화학 재정비를 위해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했던 문제였군요.”
“수고했어. 자네들은 이만 한우정으로 출발하지.”
“우리는 심 사장님과 긴히 논해야 할 일이 좀 많을 것 같으니까.”
벌떡.
똑똑똑.
“들어오십시오.”
강 사장과 송 부사장이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들의 눈을 제일 먼저 사로잡은 것은 응접실 테이블 가득 펼쳐진 커다란 지도였다.
-여천국가산업단지 공장부지 예정도.
빨간 사인펜을 들고 지도에 열심히 표시를 하고 있는 사람은 심 사장이 아니었다.
여덟 살짜리 막내 도련님이었다.
< 일거리로 대동단결!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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