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162)
재벌집 만렙 아들-162화(162/416)
< 승부수 >
콱!
중정부장은 김형원의 등을 구둣발로 밟았다.
그러면서 단단히 맨 개 목줄을 팽팽하게 당겼다.
“커흑! 켁!”
“6년 만이던가?”
대통령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복도를 내달리다시피 빠르게 걷던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대통령은 느릿하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털썩.
집무실 바닥에 처박힌 김형원이 잘 보이도록 집무실 책상에 한쪽 엉덩이만 걸쳐 앉았다.
“김형원.”
대통령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내 체면을 구기면 쓰나.”
“컥! 크흑, 가, 각하······!”
“입 다물어.”
대통령의 나지막한 말 한마디에,
빠악!
중정부장이 구둣발로 김형원의 얼굴을 걷어찼다.
김형원은 코피를 뿌리며 뒤로 넘어갔다.
아니, 넘어가려고 했었다.
중정부장이 솜씨 좋게 개 목줄을 잡아당기지 않았다면 말이다.
“내 밑에서 굴렀다고 봐줬던 게 잘못이겠지.”
“가, 각하!”
“사지육신 멀쩡하게 내보내지 말 걸 그랬어.”
“자, 잘못했습니다!”
대통령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았다.
하지만 날카롭게 벼려진 눈빛은 김형원에게 고정한 채였다.
“주둥이 나불댈 일 없도록 혀를 자르고.”
빠악!
중정부장이 다시 한번 김형원의 주둥이를 발로 걷어찼다.
이빨과 함께 피가 튀었다.
“수기 따윈 쓰지 못하도록 손도 자르고.”
콰직!
중정부장이 구둣발로 김형원의 손등을 짓밟았다.
부러진 손가락을 구두 굽으로 짓이기는 것은 덤이었다.
“허튼 데 눈 돌아가지 않도록 눈깔도 뽑고.”
퍼억!
대통령이 말하는 곳마다 중정부장의 매서운 발길질이 떨어졌다.
김형원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드렸다.
“주인이 누군지 모르고 넙죽넙죽 숙여댄 모가지까지 부러뜨렸다면.”
“켁!”
중정부장이 개 목줄을 잡아당기자, 김형원이 숨을 꺽꺽대며 강제로 들어 올려졌다.
숨이 막혀서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목줄을 잡는다.
손가락이 부러지고 손등도 터져 있었다.
“국가 망신 당할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 안 그런가?”
“켁! 자, 잘못······!”
“닥쳐.”
빠악!
즉시 중정부장의 가차 없는 발길질이 떨어졌다.
“허억···! 허억······!”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김형원은 바닥에 엎드려 숨을 몰아쉬었다.
대통령은 그 모습을 매서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어디로 빼돌렸어?”
대통령이 현(現) 중정부장을 임명한 이유였다.
암살이 아닌 생포 및 귀국이란 임무를 내린 까닭이었다.
“내 비자금 말이야.”
도망치듯 망명길에 오른 김형원이 그동안 요란하게 코라이 게이트를 터뜨리고 다닌 진짜 원인이었다.
그건 김형원이 대통령의 비자금을 들고 튀었기 때문이었다.
“중정에선 없는 죄도 자백하게 만든다지?”
대통령의 최측근이 되어 수많은 뒷돈과 뇌물을 받아먹은 것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막대한 재산이었다.
한때 대통령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김형원.
그는 들고 튄 대통령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온갖 꼼수를 다 부렸다.
그러한 까닭에 중정을 동원해도 아직 은닉 재산을 회수하지 못했다.
“끌고 가.”
“예, 각하.”
중정부장은 90도로 허리를 숙여 대통령에게 인사했다.
김형원의 목줄을 바짝 잡아당기는 팔근육이 팽팽해졌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김형원을 힘으로 우악스럽게 질질 끌고 간다.
집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
“부장님!”
“서빙고 물고문실로.”
“예!”
집무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정의 수석요원들이 절도 있게 고개를 숙여 명을 받았다.
김형원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끌려나갔다.
그 모습을 청와대 경호실장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한테 보고도 없이 김형원을 각하께 진상해?”
“중정의 일이다.”
“김형원이야! 다른 일도 아니고, 김형원을 잡아왔으면······!”
청와대 경호실장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어조로 숨죽여 말했다.
“미리 내게 귀띔이라도 했어야지!”
청와대 경호실장이 이를 갈며 중정부장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중정부장은 대답조차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저벅. 저벅. 저벅.
중정부장은 대통령 집무실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씩씩대며 대통령 집무실에 따라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나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청와대 경호실장의 발길이 우뚝 멈췄다.
“각하?”
“문 닫아.”
“······예.”
청와대 경호실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끼이익.
청와대 경호실장은 뒤로 물러나 대통령 집무실 문을 천천히 닫기 시작했다.
점점 좁아지는 문틈으로 세 사람이 눈에 박히듯이 담겼다.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흡족한 듯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앓던 이가 빠진 것 같군.”
좀처럼 입에 칭찬을 올리지 않는 대통령이었다.
이 정도면 극찬이었다.
중정부장은 보란 듯이 대통령 앞으로 척척 걸어가서 보고서를 내밀었다.
“은닉 자금까지 회수해 오겠습니다.”
“그래야지.”
“김형원을 잡아오는 데 이 친구 공이 컸습니다.”
중정부장은 박철구를 가리켰다.
양복 셔츠 너머로 불거진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진 채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는 박철구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일개 보안국 요원으로서 청와대 집무실까지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중정부장이 말을 이었다.
“태성 브레인의 도움이 컸다더군요.”
“태성 브레인. 또 그 친구로군. 자세히.”
대통령이 드물게 집중하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달칵.
청와대 경호실장은 대통령 집무실 문을 완전히 닫았다.
잇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욕설을 씹어뱉었다.
“빌어먹을.”
청와대 경호실장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함께 차를 타고 내려도 중정부장에게 각하의 차 문을 여는 것조차 양보하지 않았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중정부장이 들어가는 자리에서 축객령을 받았다.
“실장님.”
청와대 경호실 행정차장보가 뛰어와 은밀하게 건넨 쪽지가 있었다.
<중정부장이 김형원의 신병을 확보하여 청와대로 향했다는군요. -태성 브레인->
“이건 언제 왔어?”
“한 30분쯤 되었다는군요.”
30분 전이라면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 각하께 귓속말을 전하던 때와 얼추 비슷하다.
청와대 경호실장의 입가에 미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성의는 잘 받았다고 전해.”
태성의 브레인이라.
* * *
정혁이와 차 회장만 사장실에 남겨두고 모두 밖으로 나왔다.
심 사장은 문 닫힌 사장실을 바라보기만 할 뿐, 쉽사리 걸음을 떼지 못했다.
“정혁 도련님답지 않은 행보로군.”
“예, 확실히 그렇더군요.”
김 비서가 고개를 끄덕여서 심 사장의 혼잣말에 동의를 표했다.
심 사장은 김 비서를 돌아보았다.
“김 비서도 그렇게 느꼈습니까? 김 비서가 보기엔 어떤 점이 그렇던가요?”
“협상에서 자기 카드부터 꺼내서 보여주셨잖습니까.”
“역시.”
심 사장이 묘한 눈으로 사장실 문을 바라보았다.
“자기 약점을 제 입으로 먼저 올리는 법이 없는 분이신데 말입니다.”
“회장님께는 솔직하게 돈 없다, 공장이 멈췄다, 사채라도 쓰겠다고 말씀하셨죠.”
“왜 그러셨을까요?”
심 사장이 눈을 반쯤 감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정혁 도련님은 아직 어리시지만 중요한 것이 걸린 협상에서는 물러날 줄을 모르십니다.”
“예.”
“현재까지 백전백승. 원하는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거침이 없으시죠. ”
“예.”
“그런 도련님이 회장님과 협상에 나섰으면서 흔한 협박이나 실랑이 한 번을 안 했단 말이죠?”
심 사장과 김 비서는 동시에 같은 모습을 떠올렸다.
태성화학 임원회의에 들어가기 전, 회장실로 찾아와 담판을 벌이던 정혁 도련님의 모습을 말이다.
태성그룹 총수 앞에서 위축되지도 않고 배짱 좋게 능수능란하게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왔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정혁 도련님이라면 분명 지분이라도 넘기면서 제값을 받아내실 거라 예상했거든요.”
심 사장은 볼을 긁적였다.
“회장님이라면 우광자동차, 우광중장비, 우광조선이 몹시 탐나셨을 테니까요. 정혁 도련님께서 그걸 모르실 리도 없고.”
차 회장의 장남은 우광자동차와 우광중장비를 원했다.
태성자동차와 태성중장비와 합병하여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차 회장은 그런 장남을 아꼈다.
“도련님의 처지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 회장님께서는 옳다구나, 하고 원하는 계열사 지분을 헐값에 후려쳐서 가져오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선 그러지 않으셨죠.”
“그러니까요. 이 또한 회장님답지 않으시니, 이거야 원.”
“저는 왠지 알 것 같습니다만.”
김 비서는 빙그레 웃었다.
“심 사장님, 사실 도련님께서는 가지고 계신 계열사 지분을 꼭 회장님께 넘길 필요도 없었습니다.”
“음?”
“정혁 도련님과 긴밀하게 투자 협정을 맺고 있는 은행도 있잖습니까.”
“아! 거물은행!”
심 사장은 손바닥 위에 주먹을 탁 쳤다.
예전에 정혁이가 직접 동전 지갑을 열고 거물은행과 체결한 투자협정서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거물은행이라면 지분을 담보로 꽤 많은 돈을 대출받을 수 있었겠군.”
“그뿐만이 아닙니다. 회장 사모님께서도 친정이 이쪽 방면으로 유명하시잖습니까.”
“태성 쪽 사채는 대부분 사모님 친정에서 충당하셨죠.”
“거기에 지하금융계 거물에게서 다달이 뽑아내는 현금도 상당하신 것으로 압니다. 연이율 67.8%로 하우스 일곱 개나 됩니다.”
“음? 그건 처음 듣는 소리인데?”
심 사장은 절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 비서는 미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지하철역이 들어가는 근방의 땅도 많이 사들이셨잖습니까? 그것만 처분해도 그게 다 얼맙니까?”
“으음.”
그거라면 지금 심 사장이 잘 안다.
JH투자회사가 제일 먼저 손댄 것이 바로 지하철역 근방의 땅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목표했던 땅은 약 10만 평.
전(前) 태성건설 임원들과 과외 선생들이 무지막지하게 일을 했던 덕에 이미 목표치를 달성한 지 오래.
현재 보유한 땅만 하더라도 벌써 18만 평에 육박하고 있었다.
“당장 땅을 팔지 않더라도 그걸 담보로 은행에 대출받으면 공장 하나 다시 짓는 건 일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우광에서 인수한 계열사의 자산과 어음도 상당하지.”
“예, 그것까지 담보 잡힌다면 울산 공업단지 노른자 땅에도 화학 공장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만?”
제대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까 더 의아했다.
심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왜 도련님께선 회장님께 죽는소리를 하신 겁니까? 말이 안 되는데?”
“도련님께서 큰 결심을 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큰 결심?”
“태성과 JH투자회사를 같이 놓고 볼 것인가, 따로 떼어놓고 볼 것인가.”
심 사장이 놀란 얼굴로 김 비서를 돌아보았다.
김 비서는 반쯤 눈을 감은 채 웃고 있었다.
“만일 회장님께서 정혁 도련님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계열사 지분을 뜯어가려고 했다면···. 아마 결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예상합니다.”
심 사장은 두 조손간의 대화를 떠올렸다.
-태성은 한 가족이야. 네 애로사항은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구나.
-할아버지에겐 JH투자회사 지분이 1%도 없는데도요?
-정혁아, 너는 내 손자다. 네가 사고 치고 손 벌렸더라도 할애비는 널 도왔어. 태성화학 공장 이전 자금은 내가 도와주마.
-맨입으로요?
김 비서는 빙그레 웃었다.
“회장님 덕분에 정혁 도련님께서도 마음을 정하신 게 아닐까요?”
아까 정혁이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할아버지도 우광에게 빌려 쓰던 해외 유통망이 끊겨서 애로사항이 많으시다면서요?
-그 애로사항은 제가 해결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태성은 한 가족! 우리 부모님 때문이 아니더라도 할아버지와 태성이 곤란한 상황이라면 저도 도와야죠.
심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작 여덟 살밖에 안 되신 도련님의 심계가 보통이 아니로군.”
“정혁 도련님은 언제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 아닙니까. 그 정도야 기본이시죠.”
“과연 태성의 브레인, 태성의 미래, 태성의 기둥, 태성의 후원자!”
짝. 짝. 짝. 짝.
심 사장은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느리게 박수를 쳤다.
그러나 금세 작은 한숨이 뒤따랐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는데. 왜 도련님께선 굳이 차용증까지 써가면서 회장님께 돈을 빌리시는지 도통······.”
“저는 왠지 알 것 같습니다.”
“음? 아니, 왜요? 무엇 때문에?”
“회장님께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승부수?”
김 비서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마도 저 안에서 그걸 담판 짓고 있겠죠?”
* * *
할아버지는 눈을 비볐다.
“고작 10만 원만 빌리겠다고?”
“네. 공장 이전에 부족한 돈은 할아버지가 책임지신다면서요? 딱 10만 원이 부족하더라고요.”
나는 차용증에 서명 날인했다.
“아니, 내가 너희 새해 첫날 세뱃돈도 100만 원씩 주는데?”
“손자를 아끼는 할아버지의 마음이라면 듬뿍 받았어요. 고마워요, 할아버지.”
“포기한 정부 지원금에 울산공업단지 땅값만 해도······.”
“태성화학 공장은 울산이 아니라 여천에 들어설 거예요.”
할아버지가 ‘울산!’이라 외치던 말을 뚝 그쳤다.
이건 의논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통보에 가까웠다.
“10년 후. 제가 태성그룹 총수 자리를 두고 싸우길 바라는 게 할아버지의 뜻이라면 제대로 알아들었다고요.”
기대를 받았으니 응당 그 뜻에 부응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 폭탄선언을 하나 할까 한다.
< 승부수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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