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179)
재벌집 만렙 아들-179화(179/416)
< 같이 가시죠 >
심 사장은 한 손으로는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다른 손으로는 케이크 상자를 든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조 상무는 심 사장의 여행용 캐리어를 차 트렁크에 실었다.
탕!
“하하하, 심 사장님 좋으시겠습니다. 이대로 바로 공항으로 떠나시면 된다 아닙니까.”
조 상무는 시원하게 웃었다.
사무실 식구들도 덩달아 흐뭇하게 웃었다.
하지만 심 사장은 묘한 표정만 지을 뿐,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이 양반이 뭘 잘못 먹었나, 왜 이러실까.
“왜요? 내가 뒤를 맡겠다니까 영 못 미더워서 그래요?”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반응이 왜 이래요? 혹시 어제도 철야하셨어요? 보약을 덜 드셨나?”
“그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심 사장은 한참이나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맺지 못했다.
“책임을 다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중요한 일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땡땡이치는 것 같고 몰래 튀는 것 같아서 양심에 막 찔리고 그래요?”
“······예.”
허···, 심 사장!
경영의 귀재라는 명성에 비해 아랫사람 험악하게 굴리는 것도 잘 못하고, 요령껏 튀지도 못하고.
그래서 믿음직하지만, 그러다 과로사하기 십상이라구요?
“김 비서님 튀는 거 못 보셨나 봐요?”
“······예?”
“엄청 요령껏 튀시거든요.”
“······김 비서가요?”
“당장 며칠 전만 해도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튀시던데요?”
“그, 그럴 리가요?”
“그분 아주 상습범이에요. 우리 아빠가 태성의 브레인의 정체를 의심할 때만 되면 이미 튀고 없더란 말이죠?”
“······.”
이번 입학식 날, 고급 중식당에서 대통령과 함께 짜장면 먹을 때도 그랬다.
‘듣자 하니 내가 대통령 앞에서 똑 부러지게 군 게 다 태성 브레인이 보낸 쪽지 때문일 거라고 아버지가 크게 의심하셨다지?’
아버지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김 비서부터 찾았다고 했다.
이유는 보나 마나다.
태성 브레인과 쪽지에 대해 따져 물으려고.
혹시나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쪽지를 먹어 치워 증거 인멸을 시도했을까 싶어 찾았겠지.
하지만 언제나처럼 김 비서는 이미 튀고 없었다.
‘덕분에 할아버지가 홀로 남아 날 기다리고 계셨지. 초대장을 전해준다는 핑계로.’
할아버지는 모르쇠로 딱 잡아떼었다더라고.
“그럼 이만 가실까요?”
“예?”
“심 사장님은 공항으로, 사무실 식구들은 한우정으로.”
나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최우선 지시 사항을 훌륭하게 수행하셨고, 다 같이 합심협력하여 업무를 마무리했으니, 약속대로 거하게 한턱 쏠까 해요. 왜요, 문제 있어요?”
“예, 문제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결과가 영 부실합니다.”
“그게 왜요? 회사의 자부심은 매출에서 나오고, 회사의 자존심은 성과에서 나오니까요?”
“······!”
“어떻게든 기한 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보는 게 우리 JH의 근성이라서요?”
“······예.”
“그래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왔으니 포상을 받을 자격도 없다?”
“예. 죄송합니다.”
심 사장을 비롯해 사무실 식구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끄덕였다.
비장하고 결연한 분위기였다.
“포상받을 자격이 없긴 왜 없어요? 이미 차고 넘치는데요.”
“······예?”
“회사 굴리다 보면 투입한 노력과 자본 대비 괜찮은 실적과 성과가 안 나올 수도 있죠. 그럴 때마다 월급도 안 주고 부려먹으려고요?”
“······어?”
나는 눈 딱 감고 외쳤다.
“회사 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경영과외 시간에 했던 말이었다.
“물론 회사의 실적도 성과도 중요하죠. 하지만 제겐 여러분이 더 소중해요.”
앞으로도 내내 굴러줄 인재인데, 소중하게 다뤄야지.
이만큼 일 잘하는 직원들 다시 구하기가 쉬운 줄 알아?
내가 얼마나 공들여서 키웠는데, 절대로 안 되지!
그런데 사무실 사람들은 감격한 표정으로 날 돌아보았다.
“도련니이이임······!”
왠지 하트가 나올 것 같은 눈이었다.
나는 씩 웃었다.
“짬밥 배식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밥 먹고 합시다!”
“우릴 이렇게까지 아껴주실 줄이야······!”
“이왕 밥 먹는 거 소고기로 먹읍시다!”
“우와아아! 소고기, 소고기, 소고기!”
“조기 퇴근을 약속한 게 바로 접니다. 가시죠!”
“우와아아! 도련님, 도련님, 도련님!”
사무실 식구들은 몹시 흥분하며 환호성을 울렸다.
너 나 할 것 없이 아까 받은 특별 상여금 흰 봉투를 흔들며 “도련님 최고!”, “JH 만세!”를 외쳤다.
“심 사장님, 타시죠.”
나는 심 사장의 등을 떠밀었다.
“어, 어어어?”
“월급 통장 주면 이해해준다고 아내분을 방치했다간 다 늙어서 땅을 치고 후회한다구요?”
벌컥.
나는 차 문을 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결혼기념일 정도는 챙기고 삽시다.”
“하지만 회사 일이······!”
“아무리 회사 일이 빡빡하기로서니, 제가 그렇게까지 야박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나는 동전 지갑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심 사장님 몫으로 특별히 준비했다.
1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로 10장!
“제주도 여행 가신다면서요? 사모님이랑 좋은 호텔에 묵으면서 맛있는 거 많이 사먹으세요.”
“허, 100만 원이나 넣으셨습니까?”
“그 정도는 들고 가야죠. 여행은 원래 현금 박치기에 바가지 판이랍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돈을 이렇게나 많이······!”
나는 동전 지갑을 팡팡 두드렸다.
“제가 돈이 좀 많아요. 이럴 때 쓰려고 열심히 버는 거죠.”
이래 봬도 재벌3세라구요?
“그럼 다음 주에 뵐게요. 잘 놀다 오세요.”
“잠깐만요, 도련님! 제겐 아직 할 일이······!”
“저 유종태가 거들겠습니다. 읏챠!”
어느새 눈치 빠른 경호원이자, 내 비서와 수족을 자처하는 유종태가 심 사장을 뒷좌석에 욱여넣었다.
나는 깜짝 놀라 외쳤다.
“꽃 조심! 케이크 조심!”
심 사장도 깜짝 놀라 외쳤다.
“그럼 우광연구소는요? 전차 기술은요? 조준경은요?”
거참 말 더럽게 많네!
탕!
나는 차 문을 힘껏 닫았다.
“심 사장님, 올 때 건옥돔이랑 은갈치! 자, 출발!”
“도, 도련님?”
부르릉.
심 사장을 실은 차가 출발했다.
사무실 식구들은 특별 상여금 봉투를 흔들며 기쁘게 배웅했다.
“사장님, 올 때 돌하르방 열쇠고리나 사오세요!”
“한우정 소고기는 우리가 다 해치우겠습니다!”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주차장에서 날 샐 거예요? 조기 퇴근 안 할 거예요? 소고기 싫어해요?”
“그, 그럴 리가요! 절대 아닙니다!”
“뭐해요? 그럼 얼른 차에 타셔야죠. 회식 취소할까요?”
“갑니다, 가요!”
사무실 식구들은 후다닥 뛰었다.
차가 많이 없던 시절이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서 회식 장소를 찾아가야 했다.
“어디 가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이럴 줄 알고 준비했거든요.”
“우와아! 전세 버스다!”
태성그룹 경호원이 모는 버스 문이 열렸다.
버스 옆면에는 커다랗게 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아니죠.”
나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전세 버스가 아니라 전용 버스예요.”
“저, 전용 버스까지?”
“앞으로 회식이나 단합대회에 함께 가기 편하라고 뽑아 봤어요.”
“역시 우리 도련님!”
사무실 식구들은 전용 버스에 오르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도련님, 최고!”를 외치며 엄지를 척 들었다.
그 모습을 우광연구소 연구원들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회식이랑 단합대회에 함께 가려고 전용 버스를 뽑아······.”
“무슨 놈의 특별 상여금이 300만 원이나 나온대? 내 연봉도 300만 원이 안 되는데······.”
“한우정, 비싸다던데······.”
“소고기, 맛있겠다······.”
나는 흰 실험 가운을 입고 있는 연구원들을 돌아보았다.
“뭐 해요? 버스에 안 타고.”
“예? 저희는 우광연구소의 소속 연구원들인데요?”
“소속 바뀐 지가 언젠데요. 명찰 바꿔 다셔야겠네요.”
나는 실험 가운에 박혀 있는 명찰을 가리켰다.
연구원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우, 우리까지 챙겨주시는 겁니까?”
“그럼 JH연구소 연구원들은 JH 식구 아닌 줄 알아요?”
나는 씩 웃었다.
“소고기 먹어야죠. 앞으로 전차 기술 개발하느라 내내 고생하셔야 할 귀한 분들인데요.”
그때를 대비해 소고기부터 든든히 먹여둬야지.
원래 인생은 기름칠부터 먼저 해야 술술 넘어가는 법이다.
그런데 연구원들은 감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도련니이이임······!”
왠지 하트가 나올 것 같은 눈이었다.
“한우정에 미리 예약해뒀으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마음껏 드세요.”
“진짜로 우리도 가도 됩니까? 아직 제대로 된 실적도 못 냈는데, 저 사람들이랑 같이 한우정에서 소고기를······?”
“싫으면 연구실에 처박혀서 컵라면이나 드시든가요.”
“으억, 그건 절대로 싫습니다!”
연구원들은 단체로 부르르 떨었다.
“컵라면이라면 진짜 지긋지긋합니다!”
“그놈의 컵라면! 야식으로 너무 물리게 먹어서······.”
“그럼 타시죠.”
나는 비어 있는 전용 버스를 가리켰다.
“아쉽겠지만 이번엔 특별 상여금 지급은 없을 거예요. 우리는 성과금을 실적대로 지급하거든요.”
실적이 없는데, 성과금은 무슨.
최 소장은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한우정 소고기만 해도 과분합니다. 언감생심 성과금까지 바랄 처지가 아니죠.”
“이런, 저는 야망 있는 연구원을 좋아하는데요. 이것 참 아쉽군요.”
나는 미간을 슬쩍 찌푸렸다.
“이번에 전차 기술 제대로 뽑아내면 아마 남부럽지 않은 특별 상여금이 나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도 욕심이 안 나세요?”
“예? 전차 기술을 개발하면 특별 상여금이 나온다고요? 월급이 있는데요?”
“월급은 월급이고, 특별 상여금은 특별 상여금이죠.”
둘은 엄연히 다르다.
“2달 만에 제대로 된 기술을 뽑으려면 고생깨나 하게 될 거예요.”
“2달 만에······?”
“JH 간판을 달고 대통령님 앞에서 어쭙잖은 기술력을 뽐낼 수는 없잖아요.”
딱.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눈치 빠른 경호원이자, 내 수족과 비서를 자처하는 유종태가 재빨리 서류를 대령했다.
JH 식구들이 만들어놓은 우광연구소 핵심 연구 사업들을 간추린 자료였다.
중요한 사항만 한눈에 쏙 들어오도록 기가 막히게 잘도 만들어 놨다.
‘어째 전차 기술은 죄다 똥색만 수두룩. 에라이, 이건 글렀다.’
사실 예상했던 바였고, 감안했던 사안이었으나,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지금 이 시절에 국산 전차 기술이라면 진짜 형편없을 때니까.’
대통령이 아무리 야심 차게 자력강생을 외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없던 전차 기술이 바로 뚝딱 생겨나는 건 아니거든.
‘기껏해야 M48A3와 M48A5를 개발했으려나. 아직 88전차도 나오지 않을 때라 그렇지 뭐.’
뒤적거리면서 최종 보고서와 정리된 도표를 훑어보고 있는데.
‘어라?’
눈부신 황금빛!
하지만 옆에 표시된 건 별표 하나뿐이다.
이게 의미하는 건 ‘아이디어만 좋은 것’.
‘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우광연구소 덕에 나중에 대박 났다는 이유가 여기 있었네!’
횡재했다!
나는 신이 나서 더욱 빠른 속도로 서류를 넘겨보았다.
‘이것도! 이것도! 이것도 전부 황금빛! 노다지다, 노다지야!’
물론 아직 제대로 된 제품 연구로까진 진척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방향만 잘 잡으면 크게 히트칠 기술을 대체 몇 개나 보유하고 있는지.
‘열, 스물, 서른, 마흔···, 대충 훑어도 백 개는 넘어!’
나는 최 소장을 돌아보았다.
“최 소장님, 잠깐 저와 얘기 좀 나누실까요?”
* * *
“예? 파쿠리를 하자고요?”
파쿠리, 일명 따라 베끼기.
최 소장은 벌떡 일어났다.
나는 사장실에 놓인 어린이용 소파에 앉아서 쌍화차를 호로록 마셨다.
“월급 받고, 연구소 돌아가고, 숨 붙어 있으면 기술 개발해야죠.”
앞으로의 결과가 기대되는 기술이 수두룩하더구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게 우리 JH 정신이자, 근성이거든요.”
“아, JH 정신! 역시 그렇군요.”
뭐야? 바로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네?
뭐, 구구절절 길게 설득하지 않아도 되니 좋구만!
하지만 일단은 당장 급한 전차 기술부터다!
“파쿠리라고 해봐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요.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수준급 전차 기술을 보유했다고요.”
“그건 그렇습니다.”
“기존에 나온 제품 씹고, 뜯고, 맛보고, 분석하면서 모방하고 베끼는 게 기술 습득의 기본이잖아요?”
내가 손짓하자, 눈치 빠른 경호원이자 내 수족과 비서를 자처하는 유종태가 잽싸게 서류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철을 꺼냈다.
최 소장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느리게 눈을 껌뻑였다.
“이건 또 뭡니까?”
“밀수 팜플랫이요.”
“네에에엑?”
“샘플이 있어야 뭐라도 씹고, 뜯고, 맛보고, 분석할 거 아니에요.”
“허······.”
“그럼 한 대에 수천만 원이 우습게 깨지는 탱크를 밀수하면서 팜플랫 하나 안 내놓을 줄 알았어요?”
“어허억!”
이게 그렇게까지 기겁할 일인가?
“그럼 정식 수입이 안 되는데, 밀수라도 들여와야 할 거 아니에요.”
전차 개발해야지.
연구해야지.
“우광연구소는 정식으로 허가받은 방위 산업 연구소가 아니잖아요.”
“예.”
“그러니 비밀리에 전차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올 수밖에 없었겠죠.”
“예.”
“견본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진하는 연구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결론.
“그 문제를 제가 해결해 드릴까 해서요. 그러니 편하게 골라 봐요.”
나는 밀매왕의 팜플랫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했던 링컨 머신과 리틀 윌리, 영국에서 만든 세계 최초의 전차인 MK 시리즈.
프랑스에서 개발해 선회식 포탑을 처음으로 사용했던 르노 FT, 1930년도에 최강의 전차로 평가되었던 소뮤아 S35.
소련의 T 시리즈, 나치 독일의 6호 전차인 티거 E형은 물론 최근에 개발된 주력전차가 쌔끈하게 실려 있었다.
“아니면 한 대씩 기종별로 전부 사들여야 할까요?”
“어허허헉! 돈이 썩어 나십니까?”
최 소장은 기함했다.
“역시 직접 보고 고르는 게 낫겠죠?”
나는 팜플렛을 탁 덮었다.
“같이 가시죠.”
댁이 우광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던 전차 연구의 총괄 책임자라면서요?
중고차를 사러 가도 전문가를 끼고 가는 법이거든.
대당 수천만 원짜리 탱크를 사러 가는데, 말해 뭐 해?
< 같이 가시죠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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