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187)
재벌집 만렙 아들-187화(187/416)
< 부산이 발칵 (2) >
물고문실에 끌려왔는데 고문을 안 받는다?
그것도 없는 죄도 만들어 자백 받아낸다는 중정의 지하 물고문실인데?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상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언제부터지? 비명 소리는 물론 물소리마저 들려오지 않게 된 때가······.’
밀매왕은 귀를 쫑긋 세웠다.
조용하다.
‘고작 일주일 만에.’
부산 최대의 고등어 선단 및 원양어선을 모는 선장들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밀수조직 간부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이렇게 쉽게 나가떨어질 줄은 몰랐다.
너무 고요하니 점점 더 불안해졌다.
“야 이 새끼들아! 다 뒈졌나? 숨 쉬는 놈 있으면 소리라도 질러 봐!”
들려오는 대응은 전무.
비명 소리를 듣고 있을 때엔 이 새끼들이 입을 열까 불안했었는데.
막상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자, 이 새끼들이 고문받다 전부 뒈졌을까 봐 당혹스럽다.
“생존 신고 좀 해보라고!”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외쳤다.
지난 일주일간 그답지 않게 종일 쩌렁쩌렁하게 외쳐댔던 터라, 밀매왕의 목에선 쉬어터진 쇳소리밖에 안 나왔다.
-증거는 없다! 그러니 합죽이처럼 다 입 다물고 있으면 전원 무죄방면이야!
-누군가 입을 열고 헛소리를 내뱉는 순간부터 피차 상황 곤란해지는 거야!
혼자 끌려왔다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입술 한 번 뻐끔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간부 놈들을 다잡기 위해서라면.
하여 내내 그답지 않게 발악처럼 외쳐댔었다.
-내 약속하지. 혼자만 살겠다고 형제들을 배신하는 놈은 절대로 곱게 죽지 못할 거다!
-사돈에 팔촌까지 회칼로 포 떠서 사이좋게 상어밥 황천길에 동행시켜주마!
믿는 구석도 있었다.
-지금쯤 부산시청과 부산검찰청, 경찰청, 여야 소속 국회의원들과 산하의 당원들이 들고일어났을 거다!
-각종 이익 단체들과 신문사와 방송국, 그리고 부산 변호사단까지 총출동했을 거야!
-우리랑 같이 침몰하기 싫으면 그 새끼들도 목에 핏대 세우면서 달려들 거란 말이다!
-그러니 믿고 버텨!
그런데 왜······?
왜 이렇게 조용한 거지?
“설마 그 새끼들까지 전부 죽어나간 건 아니겠지?”
억지로 쳐들어오는 놈이 하나 없을 줄이야.
다른 놈들은 몰라도 장 변호사가 남아 있는데.
그 욕심 많은 놈이라면 어떻게든 권력자들을 들쑤셔가며 일을 키웠을 터였다.
‘아무리 중정이라고 해도 부산의 권력자들의 압박을 일주일간이나 모른 척할 수는 없을 텐데······.’
이해가 되질 않는다.
고위공직자들부터 검경찰까지 줄줄이 굴비처럼 엮여 터지면 부산이 발칵 뒤집어질 텐데?
그 꼴을 청와대가 곱게 두고 보지 않을 텐데?
그런데도 중정이 이렇게까지 조용하다고?
이 일을 힘으로 덮을 만한 권력자가 있을 리 없는데?
“이거 느낌이 너무 싸하군.”
뒷덜미를 타고 떨어지는 한기와 같은 예감!
밀매왕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 보면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지. 한꺼번에 조직 간부 전원이 잡혀들어온 것부터가······.”
이런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만전을 기해왔는데.
그런 까닭에 간부진을 전원 소집하는 일도 몹시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저히 간부진을 전원 소집할 수 없는 사안이 터지고 말았다.
“설마······!”
밀매왕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우리 애들이 몰래 마약왕이 남긴 마약을 유통하고 있다는 첩보.”
야밤에 인적 드문 부둣가에 소집한 이유가 무엇이던가.
배신자를 색출하기 위해서!
조직의 규율을 다시금 각인시키기 위해서!
일벌백계하여 다시는 마약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애초에 그 정보는······ 말대가리를 통해 얻은 거였군.”
밀매왕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놈 말대가리, 밥만 먹고 도박만 하던 것 같던 새끼.
그놈이 삼세번의 올인 판을 벌이면서 슬쩍 흘린 정보 때문에 오늘의 임시 소집이 열렸다.
-어이, 밀매왕. 듣자 하니 마약왕의 창고가 털렸다면서?
-밀항선을 경유해 일본 야쿠자 쪽으로 마약이 흘러가고 있다며?
-히로뽕 수백 킬로그램에 달한다던데.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대충 때려잡아도 수천억 원어치.
그 정도 자금력이면 부산의 세력도가 완전히 바뀐다고 보면 됐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데.
-그만한 규모의 마약 거래에 동원될 밀항선이라면··· 몇 군데 없을 텐데?
-이 소식이 정치인들 귀에 들어갔다는군.
-총선이 코앞이야. 정치인들이라면 다들 정치자금에 목이 말라 눈에 뵈는 게 없을 때라고.
-히로뽕 수천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돈이라는데, 그 새끼들이 눈 뒤집고 달려들 건 당연하지 않나?
-조만간 대대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해 밀항선을 뒤진다는 소식이야. 참고하라고.
말대가리가 부족한 판돈을 올리기 위해 팔아치운 고급 정보였다.
밀매왕은 그 자리에서 검찰과 경찰 등에 전화를 돌려 사실을 확인했다.
윗선에서 은밀한 지시가 내려온 게 사실이란다.
-일주일 뒤에 턴다는군. 창고에서 흰 가루 포대 하나만 발견돼도 끝이랜다.
-뒷돈에 눈이 먼 여야 정치인들이 손잡아 개미 털기 하면 예외는 없어. 너 나 할 것 없이 탈탈탈이지.
-미련하게 넋 놓고 보다가 괜히 덤터기 쓰지 말고, 너도 당장 창고 단속부터 똑바로 해야 할 거다.
-이 정도 정보면 5천만 원어치는 되겠지? 칩 더 올린다?
말대가리는 그렇게 마지막 판을 키웠다.
-묻고 더블로 가!
삼세판 전부 올인!
물론 그 마지막 판은 밀매왕의 패배로 끝났다.
화끈하게 지고 말았다!
인제 보니 여러 가지 의미로!
“젠장, 말대가리!”
이게 어떻게 일주일 후야!
도박판 끝낸 지 딱 일곱 시간 후에 덮치더만!
짭새 몇 명, 경찰차 몇 대 수준이 아니라, 총기와 방패로 무장한 병력 수백 명이 한꺼번에!
원래 쪽수에는 장사 없고, 공권력의 태풍엔 쓸려가는 수밖에 없다.
음지의 인간들에게 괜히 공권력의 대재앙이라 불리겠어?
“사실 말대가리만 아니었어도 간부진을 비상소집할 생각 없었는데.”
시간에 쫓겨가며 서둘러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진짜로 거기서 마약 포대가 나올 줄은 몰랐지.”
혹시나 하고 불시에 배를 털었는데.
마약이 대량 발견되면 어쩌라는 거냐!
“우리 애들이 마약왕의 창고를 열어서 일본 야쿠자들에게 마약을 대고 있을 거라곤······. 이거 진짜 환장하겠군.”
말대가리의 말은 진실이었다.
밀매왕으로서는 억울했다.
그간 열심히 고등어 잡고, 참치 잡고, 새우 잡고, 밀수하고······.
그렇게 열심히 잡고, 열심히 담그고, 열심히 쓸어담았을 뿐인데.
간부 몇 놈이 작당하고 밀수 루트로 일본에 마약을 팔아치우고 있었을 줄이야.
쿵!
밀매왕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후려쳤다.
“처형을 다 못 끝내고 끌려온 게 천추의 한이로군!”
배를 털어서 마약을 발견하고 해당되는 조직원들을 처형했을 뿐.
아직 다른 수산 창고까지 전부 뒤진 게 아니었다.
“만약 경찰과 검찰이 나머지 창고를 탈탈 털어낸다면······!”
정말 빼도 박도 못한다!
밀수품과 장물은 끝까지 우긴다고 쳐도.
시체와 마약은 발견되는 순간 아웃!
일고의 여지도 없이 사형 확정!
밀매왕이 악착같이 창고에 불을 질러 태워버린 이유였다.
“그런데 이게 전부 남이 짠 판에서 놀아난 것일 수도 있다고?”
밀매왕은 아득해졌다.
떠올리는 순간, ‘당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빠져나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외통수였다.
“허, 이거 진짜 어떤 새끼인지 몰라도 보통내기가 아니군. 내가 외통수에 당하다니······.”
이쯤 되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수를 하나하나씩 짚어나갈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빌어먹을! 잘못 걸렸나······.”
죽음의 냄새가 피냄새보다 짙게 흘러나오는 기분이었다.
밀매왕은 눈을 질끈 감았다.
물고문실의 음습하고 축축한 냉기에 등골이 서늘했다.
* * *
벌컥!
물고문실 문이 열렸다.
배식을 넣어주는 구멍이 아니라 제대로 된 철문이 열린 것이다.
열흘 만에 처음으로 하게 된 사람 구경에, 밀매왕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눈이 크게 부릅뜨였다.
“너는?”
“전차 사러 왔는데요?”
다시 봐도 예사롭지 않은 꼬맹이였다.
밀매왕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너 대체 어떻게 여길······?”
“공권력의 힘으로?”
공권력의 힘이란 소리에 밀매왕은 자동반사적으로 부르르 떨었다.
딱 한 번 발동된 공권력의 그물에 간부진 전원 잡혀 일망타진당했다.
쌍끌이 어선의 고등어 떼처럼.
다시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대재앙이었다.
“그까짓 경찰, 15분이면 된다더니. 상당히 오래 걸리셨네요?”
“······.”
그때는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지.
“어떻게 빠져나왔지? 불명 불이······.”
“재주껏, 능력껏, 눈치껏?”
꼬마는 싱긋 웃었다.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잖아요.”
꼬마가 겁도 없이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매끈하게 잘생긴 젊은 중정요원이 손수 의자를 빼어준다.
공손한 자세였다.
밀매왕은 헛웃음을 흘렸다.
“꼬맹이 주제에 중정요원을 잘도 구워삶았군.”
“그것도 재주껏, 능력껏, 눈치껏?”
“장 변호사도, 부산시장도, 경찰이랑 검찰은 물론이거니와 여야 국회의원도 여기까지 못 내려왔는데, 이런 꼬맹이가 물고문실 문을 열었다?”
밀매왕은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내가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어떻게 해석하긴 뭘 어떻게 해석해요? 있는 그대로 ‘와, 나 진짜 제대로 X 됐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돼요.”
“······.”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밀매왕은 순간 말문을 잃었다.
그런데도 반박할 수 없었다.
“아저씨 진짜 X 된 거 맞거든요. 아직도 상황 파악이 영 안 되시나?”
그럴 리가.
아닌 게 아니라, 옆방에서 들려오던 비명 소리와 물소리가 끊긴 이후 내내 떠올리고 있던 생각이 바로 그거였다.
“벌써 열흘이나 지났네요?”
“으음.”
“약속대로 보름 안에 제주도에 배 보내서 탱크 꺼내서 몰래 싣고 인천항에 들어와서 연구소까지 배달하려면 5일밖에 안 남았군요. 아무래도 예정이 빠듯해질 것 같죠?”
“······지금 이 와중에 나더러 탱크를 배달하라고?”
“그게 아니라면 내가 여기까지 올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요?”
꼬마는 씩 웃었다.
“그럼 어디 재주껏, 능력껏, 눈치껏 팔아봐요. 조건 가격 따져봐서 괜찮다 싶으면 살게요.”
“허······!”
“약속대로 난 대당 일억짜리 탱크, 지금부터 재주껏, 능력껏, 눈치껏 한번 깎아볼 작정이거든요.”
“허, 허허, 허허허.”
하도 기가 막혀서 밀매왕은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 지금 처웃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허······!”
“지금 밖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면서 웃는 거예요?”
“밖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흠, 설명하기 귀찮은데.”
그러자 꼬마 뒤에 서있던 젊은 요원이 대뜸 허리를 굽혔다.
“도련님, 그럴 줄 알고 여기 신문 가져왔습니다.”
“오!”
툭.
젊은 요원이 테이블 위로 신문 뭉치를 던졌다.
<부산시장,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다!>
<범죄와의 타협은 없다! 부산을 마약으로 물들이는 꼴은 절대 보지 못한다!>
<무장공비 밀항 및 대북송금 루트 차단을 위한 대대적인 세무조사 실시 발표!>
한마디로 고등어 수산 및 고등어 선단을 탈탈 털어내겠다는 뜻!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야 정치인들도 한목소리로 외쳐, ‘북한의 도발을 좌시할 수 없다!’>
<부산지검장과 부산경찰청장도 마약 소탕을 위한 공조수사의 뜻을 내비쳐!>
<무장공비들을 색출하기 위한 국제시장과 부산항을 통제할 예정, 시민들의 협조 바란다!>
<중정 ‘빨갱이들의 대북송금처와 무장공비들의 밀항루트를 틀어막아야!’>
밀매왕은 입을 떡 벌렸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믿을 수 없었다.
“이 새끼들이, 단체로 작살 맞고 돌았나? 같이 죽자 이거야?”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내가 입 한번 뻐끔하면 죄다 끌려가야 할 것들이 어떻게 나한테······!”
“아, 혹시 이걸 믿고 있었던 거예요?”
꼬마는 들고 있던 검은 서류철을 흔들었다.
서류철의 표지에는 <밀매왕 뇌물 장부-부산 편->이라는 제목이 떡하니 박혀 있었다.
그런데 꼬마의 옆구리에는 비슷한 표지의 검은 서류철이 여러 개였다.
<밀매왕 뇌물 장부-서울 편->
<밀매왕 뇌물 장부-일본 편->
<밀매왕 뇌물 장부-중국 편->
<밀매왕 뇌물 장부-소련 편->
<밀매왕 뇌물 장부-동남아 편->
밀매왕은 눈을 부릅떴다.
“서, 설마······!”
< 부산이 발칵 (2)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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