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19)
재벌집 만렙 아들-19화(19/416)
< 차 회장의 뜻 (3) >
차 회장의 손짓에 김 비서는 즉시 맞은편에 앉았다.
“김 비서, 이거 자네 짓인가?”
차 회장이 우광건설의 뇌물 장부를 탁탁 쳤다.
<우광건설의 보유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바, 로비에 필요한 자금 충당은 우광이 아니라 태성의······.>
김 비서의 눈이 저절로 가늘어졌다.
노끈으로 묶은 파일철이다.
감쪽같이 해당 페이지를 빼낼 수도 있었을 텐데, 일부러 3쪽을 지운 흔적을 남겼다.
“이건 어쩌다 찢어진 게 아닙니다. 누가 의도적으로 잘라낸 거지.”
“그 의도, 적중했다. 난 이 사라진 페이지를 꼭 좀 봐야겠어.”
우광건설이 태성의 어디를 어떻게 찔러낸 것인가!
필요한 자금을 어디에서 누구에게 얼마나 빼내 갔는가!
“본사로 돌아간다.”
쿵쿵쿵!
태성호텔 커피숍을 나서는 차 회장의 발걸음엔 지우지 못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차 회장의 뒤를 김 비서와 고 실장이 따랐다.
“김 비서, 이 장부를 작성한 놈 말이야. 지금 어디 있나?”
“서빙고 지하 고문실에 끌려간 것으로 압니다.”
“내 앞으로 데려다 놔. 그놈 입으로 직접 들어야겠다.”
“예.”
안 그래도 정혁 도련님께 약속했던 일이었다.
그 문제는 이제 회장님의 이름으로 중정에 전화 한 통 넣으면 해결될 모양이고.
차 회장은 으드득 이를 갈았다.
“우광과 손을 잡고 내 뒤통수를 친 새끼가 있다는 소린데. 혹시 짐작 가는 놈 있나?”
김 비서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실마리만 있지, 심증은 물론 확증도 없는 상태니까.
“어쩔 수 없군. 내 집 항아리에서 물이 새고 있으니 당장 물구멍부터 막고 보는 수밖에.”
차 회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즉시 전 계열사 사장단을 호출해!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두 시간 후, 본사 회의실로!”
김 비서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스케줄이 널널할 리 있나.
그룹 총수가 부른다고 당장 달려오기 힘들단 소리였다.
하지만 차 회장이 밀어붙이는데, 사장단은 버선발로 달려오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비서실에 연락해서 당장 전화 돌리라고 전해! 태성의 본사부터 말단 계열사까지 전부! 올 때 이번 연도 회계 장부를 챙겨오는 것도 잊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예.”
“우리도 언론과 정치인 쪽에 줄 대! 우광에 심어놓은 끄나풀과 접선해서 확인할 거 있으면 짚고 넘어가고!”
“예.”
“고 실장과 경호팀 애들 붙여줄 테니까. 김 비서, 자네가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직접 처리해!”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차 회장의 별명은 화염 불도저.
일단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그 앞에 바위가 있으면 바위를 부숴서, 강이 있으면 헤엄을 치든 배를 빌리든 다리를 놓든 반드시 건너야 직성이 풀리는 양반이다.
그런 양반이 작심하고 도둑놈들을 잡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으니 자연히 일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너무 빠듯해. 지하철 공사 입찰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당장 짚이는 곳도 없는데, 무턱대고 계열사 사장단 전체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샅샅이 뒤지려면······ 우라질!
법무부, 회계부, 감사부, 총무부까지 총동원해도 허점을 발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작정하고 배신할 마음을 먹었을 때엔 이중장부를 만들어서 악취를 숨기는 게 기본이니까.
이대로 그룹을 발칵 뒤집어엎는다면 잡음이 끊이질 않을 것이다.
청와대의 그분께서도 곱게 보지 않으실 테고.
태성건설의 미래가 달린 공사를 앞두고 굳이 이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도 잠시.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지!’
차 회장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30년이다! 지금 사장단 중에 나랑 적어도 30년간 같이 일 안 한 놈이 있어? 없어!’
차 회장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만큼 그들을 믿고 아꼈다.
옛 시절의 고생을 함께한 만큼 지금의 호시절을 함께 누렸다.
번듯한 직책과 두둑한 월급은 물론 주식까지 맡겼다.
‘내칠 때 내치더라도 순순히 자수할 기회는 준다! 그놈들과 나 사이에 그 정도 의리는 있어!’
차 회장이 당장 사장단을 소집한 이유였다.
입맛이 썼다.
절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뇌물 말이야. 어림잡아도 20억이 넘더라. 4년 전 철강 사업에 뛰어드느라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다 끌어 쓴 우광에 그만한 여유 자금이 있을 리 있나. 그게 다 태성의······, 빌어먹을!”
생각할수록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김 비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 간단하게 범위를 좁혀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뭔데?”
“누가 이 장부를 회장님께 보냈습니까?”
“······!”
차 회장은 안색을 굳혔다.
쿵쿵대던 걸음조차 멈추고 제자리에 우뚝 섰다.
“설마······!”
“회장님께서 찾고 계신 페이지는 왠지 정혁 도련님께서 가지고 계실 것 같군요.”
“그 애는 고작 일곱 살이야!”
“예, 그러니 대단하신 것이죠. 보란 듯이 가장 중요한 정보만 노골적으로 감췄잖습니까. 제게 선뜻 이 정부를 건넨 의도가 뭐겠습니까?”
이런 장부를 뇌물이랍시고 선뜻 내어줄 수 있었던 이유.
재벌 할아버지에게 큰소리치면서 모친의 손을 잡은 채 박고 나갈 수 있는 여유.
‘확실히 여간내기가 아니란 말이야. 이거 꼬마 도련님의 손을 안 잡을 수가 없군.’
태성그룹 계열사 전체를 이 잡듯이 뒤지려면 비서실도 함께 곡소리 나게 굴러야 한다.
성질 급한 회장님이라면 지하철 공사 입찰이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최소 한 달간은 죽었다고 복창하며 야근을 확정 지어야 한다.
그래서 김 비서는 평소답지 않게 힘주어 말했다.
“회장님, 이 뒷장만 손에 넣으면 30년이나 동고동락한 사장단 전원을 의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새는 물구멍도 찾기만 하면 간단히 틀어막을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이다.
“배신자를 색출할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가동 인력을 총동원해서 계열사의 회계 장부를 샅샅이 뒤지지 않아도 됩니다. 그게 다 시간 낭비, 돈 낭비 아닙니까?”
차 회장은 하늘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에 애는 두고 살길 찾아 떠나라며 이수진을 몰아붙였던 게 떠올랐다.
오늘 처음 본 손자가 제 어미의 손을 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던 모습도.
‘이거 제대로 걸린 것 같구나. 순순히 저 뒷장을 내어줄 것이었다면 미리 노골적으로 잘라내지도 않았겠지.’
차 회장이 한숨을 쉬는 이유였다.
무려 1,800억이 걸린 지하철 공사에, 족히 20억은 되어 보이는 태성의 구멍은 물론, 우광과의 300억짜리 사업도 얽힌 일이었다.
물론 결혼은 안 된다며 딱 잘랐던 차 회장의 자존심도 걸려 있긴 마찬가지!
“오늘따라 담배가 몹시 당기는군.”
“여기 있습니다.”
고 실장은 즉시 담배를 바쳤다.
라이터를 켜서 차 회장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김 비서는 담배를 피우는 차 회장을 말없이 기다렸다.
“후우······.”
차 회장은 그 자리에서 줄담배를 내리 다섯 개비나 피웠다.
뿌연 연기를 한참 동안 길게 뿜은 후, 차 회장은 김 비서를 돌아보았다.
김 비서는 즉시 허리를 숙였다.
“이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정혁 도련님을 찾아가서 이 세 페이지의 기밀을 반드시 얻어오겠습니다.”
“좋아, 그럼 이 일은 김 비서에게 일임하지. 전폭적으로 밀어줄 테니까 빠른 시간 내로 해결해.”
“예.”
김 비서는 허리를 숙인 채 말했다.
“회장님,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뭔데?”
“1,800억짜리 지하철 2호선 공사와 300억짜리 우광과의 협력 사업. 둘 중에 꼭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회장님께서는 어느 쪽을 버리실 겁니까?”
차 회장은 미간을 구겼다.
“어째서 내가 그것들을 버려야 하지? 태성이 지하철 공사를 맡지 못할 까닭도 없고, 굳이 300억짜리 사업을 포기할 까닭도 없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풀린답니까? 만약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차 회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등을 돌렸다.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태성의 금고를 얼마나 털었는지, 어떤 놈이 얽혔는지, 언제부터 내 뒤통수를 쳤는지. 그걸 찾아내서 족치는 게 먼저야.”
“알겠습니다.”
김 비서는 떠났다.
차 회장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담배꽁초를 신경질적으로 비벼 껐다.
‘그러니까 우광과의 혼사를 포기하고 저 모자(母子)를 받아들이는 게 낫다?’
차 회장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우광이 정말 태성의 뒤통수를 후려친 게 확실하다면······.’
우광과의 혼사를 전제로 추진한 300억짜리 사업.
그것만 생각하면 속이 쓰렸다.
* * *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제일 먼저 법원으로 향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잔금을 치른다고 다 끝난 게 아니야. 정식으로 법원 등기를 완료하기 전까진 절대 방심할 수 없지!’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내 집에 대한 권리관계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말씀!
“끝!”
나는 어렵지 않게 등기 수속을 일사천리로 끝마쳤다.
어머니는 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엄마도 할 줄 모르는 등기를 어쩜 이렇게 능숙하게 신청하니?”
“······.”
아차.
사채업을 하면서 수시로 들락거리던 곳이 바로 법원이었다.
돈이 없던 말단 시절이라 어떻게든 법무사비를 아껴보려고 악착같이 등기를 떼러 다니곤 했는데.
이건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배웠니?”
“······소꿉놀이?”
“요즘 애들은 소꿉놀이할 때 등기 신청도 해? 한글은 또 언제 익혔대?”
“······.”
이거 점점 대답이 궁색해지겠는데?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으며 남의 눈치를 보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시치미를 뚝 뗐다.
“요즘 시대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데요. 엄마 어렸을 때랑 똑같은 줄 아세요?”
“······.”
원래 세대 차이는 만고불변의 핑계다.
그다음은 자연스러운 화제 돌리기!
“우리 집이나 보러 가요! 수영장 보고 싶어요!”
내 집이 되었으니 지금까지 미뤄둔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다.
‘그 집만 백열전구처럼 황금빛이 번쩍인 이유가 뭘까. 분명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돈 냄새가 나!’
내 촉이 그렇다.
‘물론 퇴마는 덤이지.’
딱.
손가락을 부딪치자 저승사자가 스르륵 연기처럼 솟아올랐다.
[······인간적으로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은 안 들던가?]그러고 보니 어제오늘 정말 알차게도 써먹었다.
‘그래서 불렀는데? 지금부터 네 화풀이 타임!’
그제야 저승사자의 창백한 안색에 화색이 돌았다.
[그거 아주 마음에 든다!]‘귀신들 갈구러 가자!’
[······.]자고로 상명하복은 고금을 막론하고 죽을죄지만, 내리갈굼은 만고불변의 전통인 법!
‘분명 저 집의 비밀을 알고 있는 귀신이 한 놈쯤은 있을 거야. 그놈을 찾아내!’
난 원래 검은돈과 엮인 일이면 그 낌새를 기가 막히게 포착하곤 했다.
이건 왠지 몰래 음지에서 거래하는, 출처까지 잘 세탁된 비자금 삘!
촉이 온다!
아니면 말고.
< 차 회장의 뜻 (3) > 끝
ⓒ 오소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