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192)
재벌집 만렙 아들-192화(192/416)
< 물고문실 비밀회동 (2) >
중정부장은 몹시 흥미로운 표정으로 서류산을 돌아보았다.
“태성엔 해운업 관련 계열사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바로 그런 이유로 심 사장님께서 저렇게 바쁘게 일하고 계신 거죠.”
중정부장은 심 사장을 돌아보았다.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심 사장은 양복바지 주머니에서 보약을 꺼내 단번에 꿀꺽꿀꺽 마셨다.
“부산에서 방귀깨나 뀌시던 분들이 작정하고 벌이던 일을 우리가 갑작스럽게 인수받게 되어서 말입니다.”
“음?”
“크게 해먹으려고 욕심을 많이도 부렸더라고요.”
중정부장의 눈빛이 순간 예리해졌다.
심 사장이 아니라 날 돌아보는 이유는 자세한 설명을 원하기 때문이었다.
“해운회사라면 얽힌 이권이 상당히 짭짤할 텐데, 태성에 곱게 넘겨줄 리가.”
“곱게 받아왔어요.”
나는 아까 꺼냈던 검은 서류철을 중정부장 쪽으로 쭉 밀었다.
<부산지역 회유 가능한 중요 인물 세력도>
중정부장의 눈썹이 슬쩍 올라갔다.
“거기 적힌 인물들이 합작으로 해운회사를 세워 비자금을 조성하려던 모양이에요.”
“비자금이라······. 협박을 참 곱게도 했군.”
파라락. 파라락.
중정부장은 그제야 빠르게 서류철을 넘겼다.
굵직한 인사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규모가 제법 커.”
“관련된 인사들뿐만 아니라 들어간 자금도 상당해요.”
“회사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러울 만큼 비자금을 조성하긴 힘들 텐데.”
“일반적인 회사 마진으로는 턱도 없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숟가락을 얹겠다고 달려든 사람이 몇인데요. 굵직한 인사들이 하이에나처럼 몰려든 만큼 웬만한 수익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 차죠.”
“코딱지만 한 수익이 예상됐다면 이런 인사들이 해운회사 세우겠다고 요란 떨지 않았지.”
“제가 이번에 창고에서 찾아낸 물건이 뭐였는지 기억하세요?”
“총기 8만 정, 탱크 9대, 화약 및 폭탄 10톤.”
중정부장은 비릿하게 웃었다.
“무기 밀매로 비자금을 조성하려고 했다는 건가?”
“아니죠. 주 거래품목은 따로 있어요.”
나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주 거래품목?”
“일본 쪽 유통만으로는 부족했나 봐요. 이참에 중국, 러시아, 대만, 동남아시아 쪽으로 판매 루트를 확장시킬 계획이던데요?”
탁.
나는 검은 서류철을 하나 더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마약 유통 및 거래에 관한 보고>
중정부장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마약?”
“몇 년 전에 부산에서 검거되었던 마약왕을 기억하세요?”
“히로뽕을 제조해서 야쿠자에 팔아먹었던 놈.”
“그자는 잡혔어도, 히로뽕 제조시설은 남아서 멀쩡히 잘 굴러가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허······!”
마약은 돈이 된다.
히로뽕 제조 단가 대비 수익을 생각하면 눈 돌아갈 정도다.
하지만 나라에서는 마약 유통 및 제조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나랏일 하는 놈들이 마약 유통에 뛰어들었다?”
“그건 아니에요. 부산 뒷골목 조폭과 약쟁이, 그리고 밀수업자들이 작당한 일이고, 밀수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윗선에선 두둑하게 뒷돈 받아먹은 것뿐이니까요.”
나는 검은 서류철을 손끝으로 툭툭 쳤다.
<마약 유통 및 거래에 관한 보고>
이 보고서에 주로 적혀 있는 이름은 뒷골목 사람들의 것이었다.
마약왕의 구역을 노리고 칼부림을 벌였던 조폭, 청부업자, 해결사, 밀수업자, 약쟁이 등.
그놈들이 어째 조용해졌다 싶더니 뒤에서 이런 꿍꿍이를 벌이고 있더라고.
밀매왕의 간부들을 포섭하여 반란을 획책했던 이유였다.
“바로 옆 물고문실에는 관련된 놈들을 잡아뒀어요.”
“호오.”
“그놈들을 잡느라고 공권력을 총동원하게 된 거고요.”
시장을 뒤지고, 뒷골목을 뒤지고, 부산항을 통제하고, 도주로를 차단하고, 선박을 봉쇄하고.
“부산항을 봉쇄하여 고등어 창고를 털어달라고 부탁했던 이유가······.”
“아, 그건 밀수한 전차 배달하려고 부탁했던 거 맞는데요?”
“······.”
미심쩍은 눈이었다.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마약은 겸사겸사, 어쩌다 보니, 공교롭게, 우연히, 운 좋게?”
“······.”
“덕분에 일망타진해서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을 수호했으면 된 거죠. 안 그래요?”
중정부장은 피식 웃으며 다리를 고쳐 꼬았다.
“그렇다면 마약 공장은? 그것도 태성이 가로채서 먹었나?”
“그럴 리가요.”
“흐음.”
“잡히기 직전에 증거를 인멸하려고 싹 다 불태웠더라고요.”
물론 놈들이 불 지른 건 고등어 창고뿐이고, 마약 공장과 적재 창고를 잡아내는 족족 불태워버린 건 이쪽이다만.
‘아무리 마약이 돈이 된다고 해도 정치자금 공급처로 남겨둘 수야 있나.’
내가 미리 화끈하게 전부 태워버린 이유였다.
중정부장은 턱을 쓸었다.
“이거 아쉽게 되었어.”
“아쉬워하실 것 없어요. 마약 대신 실적으로 확실하게 챙겨가시면 되잖아요.”
“실적?”
“잠수함 5정. 부장님을 위해 따로 빼놓았죠.”
나는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대통령님께서는 마약사범을 때려잡았단 보고보다는 무장공비를 박멸했단 소식에 더 기꺼워하실걸요?”
“하하하!”
잠수함은 내가 중정부장을 위해 따로 챙겨놓은 실적이었다.
“잠수함 5정이라면 진짜 무장공비가 작심하고 내려왔다고 믿을 수밖에 없겠는데?”
“물론 성능은 보장할 수 없어요. 중고가 다 그렇죠 뭐.”
전쟁통에서 굴러다니던 걸 주워온 건데.
“성능 따윈 내 알 바 아니다. 남침하려던 증거를 포획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요란하게 부산을 뒤집어가며 소란을 부릴 명분도 확실하게 챙겼으니, 이참에 부산 주요 인사들을 줄줄이 불러다 회유하시면 되겠네요.”
“하하하.”
“이 정도면 바칠 제물도, 챙길 실적도, 만들 세력도 충분하지 않겠어요?”
중정부장은 의자에 등을 깊숙이 묻었다.
“마음에 든다.”
딱딱한 나무 의자라 편할 리 없건만.
저런 자세로 삐딱하게 날 바라보는 이유가 있었다.
“대신 들어달라는 청탁이 뭐였더라? 태성이 해운회사를 세우는 걸 도와달라였던가?”
“그건 심 사장님이 알아서 하실 일이고요.”
심 사장이 서류에 코를 박고 더욱 빠르게 만년필을 움직였다.
그래도 서류산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물론 물고문실 구석에 관련 서류가 박스 채로 쌓여있는 건 비밀도 아니었다.
“해운회사라는 거, 부산에서 방귀깨나 뀌는 놈들이 여럿 달려들어 물어뜯을 작정이었다지? 그걸 깔끔하게 정리해주면 되겠나?”
“그건 이미 이걸 얻은 시점에서 서열 정리 끝냈고요.”
나는 <부산지역 회유 가능한 중요 인물 세력도>를 탁탁 쳤다.
“밀매왕, 풀어달라니까요. 신분세탁기까지 깨끗하게 돌려주시면 더 좋고요.”
“그건 좀 곤란한데.”
이 양반도 참.
“황금 명패도 가지고 계시잖아요.”
“피래미 몇 놈 가지고는 내 면이 안 산다.”
그놈의 체면!
중정부장은 굵직한 실적을 원한다.
“그렇다고 여기 이 서류에 적힌 놈들을 바치기엔 영 내키지 않고.”
이들을 숙청하면 부산 행정이 마비될까 걱정해서가 아니다.
중정부장은 부산에서 든든한 지지기반을 가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권력을 잃은 인간들을 끌어안아서 뭐 하겠나?
그건 중정부장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참에 마약사범들은 물론 골치 아픈 밀수 세력도 뿌리 뽑았다는 공을 세워볼까 하는데.”
대통령이 참으로 기꺼워할 실적이로구만!
하지만 나도 할 말은 있다!
“밀수 세력은 이미 뿌리 뽑혔는데요?”
“음?”
“우리가 왜 갑자기 해운회사를 세운다고 이 난리를 부렸겠어요?”
“설마······.”
“이만한 굵직한 인사들이 달려들어 뜯어먹으려던 해운회사였는데, 왜 미련 없이 태성에 넘겼겠어요.”
“그 작자 놈들이 세우려던 해운회사가 혹시 밀매왕의······?”
역시 제대로 짚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밀매왕의 배로, 밀매왕의 부하들을 굴려서, 밀매왕의 밀매업에 기대어 짭짤하기 비자금 조성해보려던 계획이었죠.”
“그래서 태성도 밀매왕과 함께 밀매에 가담해보겠다는 뜻인가?”
“그럴 리가요. 태성이 뭐가 아쉬워서 밀매로 비자금을 조성해요?”
댁이랑 나는 입장이 다르거든요?
“이왕 판로를 뚫어야 한다면 밀매가 아니라 태성의 공식 유통망을 뚫어야죠.”
나는 코웃음을 쳤다.
“밀매가 아무리 짭짤해 봐야 수출로 벌어들이는 규모에 비할 수 있나요?”
“태성이 밀매왕을 탐내는 이유는?”
“판로를 뚫어내는 영업력이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생각해 보세요. 불법 루트를 이 정도까지 일사천리로 뚫어내는 영업력이라면 태성의 지원을 받아 작정하고 수출 유통망을 뚫겠다고 달려든다면?”
“하하하!”
“덤으로 밀매왕은 로비스트 쪽 능력도 상당하답니다?”
나는 <부산지역 회유 가능한 중요 인물 세력도>라 적힌 검은 서류철을 탁탁 쳤다.
“위아래로 골고루 뿌려놓은 것 좀 보세요. 착실하게 회유 가능한 사람들 명단까지 만들어가며 약점 캔 솜씨는 또 어떻고요?”
“흐음.”
중정부장의 눈에도 약간의 욕심이 일렁이고 있었다.
“밀매왕 손 씻겠답니다. 공권력과 칼부림에 쫓길 일 없이 편안하게 즐기는 안락한 노후 생활을 원한다네요?”
“뿌려둔 뇌물이 몇인데, 그걸 미련 없이 내팽개칠 수 있는 위인이 몇이나 된다고.”
“권력이나 돈도 목숨보단 귀하지 않죠. 보고 들으셨다면 아실 텐데요. 부하들이 마약과 밀매 루트 때문에 반역 도모하느라 칼부림 났던 거.”
나는 동전 지갑을 열어서 밀매왕이 서명 날인한 고용계약서를 꺼냈다.
중정부장은 고용계약서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인재 가로채는 솜씨가 수준급이군?”
“귀한 인재 만나기가 어디 쉽나요? 이참에 중정부장님께서도 밀매왕 덕 좀 보시죠?”
“음?”
“제가 중정부장님의 애로사항을 해결해드리겠다고 장담했던 세 번째 이유.”
나는 세 번째 손가락을 꼽았다.
“김형원의 은닉 자산 회수와 코라이 게이트 로비스트 임무. 밀매왕이 적임자예요.”
은닉 자산 회수와 코라이 게이트란 소리에 중정부장은 눈을 내려깐 채 날 응시했다.
그는 코라이 게이트를 닫고 김형원을 잡아들이기 위해 중정부장직에 올랐다.
그 임무는 현재진행형이었다.
또한 애초에 코라이 게이트는 한국 정부가 로비스트를 파견하여 미국에서 국가 이익을 도모하다 생긴 뇌물 비리 사건이었다.
“밀매왕이 가담한다면 해외 은닉 재산 회수까지 5년 예정 계획, 3년으로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숨긴 재산 찾아오는 일, 상당히 어려울걸?
김형원이 호락호락하게 입을 안 열면 속수무책일 테니까.
‘하지만 내겐 이 방면이 주특기인 친구가 한 명 있다구? 해운왕의 칼잡이, 뒤 털기 전문가, 한명호라고 들어는 봤나?’
밀매왕과 한명호를 붙여놓으면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좋다.”
중정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가 그 정도 능력이 있다면 감옥에서 썩는 것보단 미국에서 활개 치는 게 더 낫겠군.”
“겸사겸사 미국에서 활개 치면서 태성의 유통망도 뚫어보고요?”
“적당히 윗선에 로비하면서 한국 정부를 위해 힘써보면 더 좋고.”
“그게 애국이 아니면 뭐가 애국이죠? 대통령님께서도 무척 좋아하시겠네요?”
“아마도?”
중정부장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 * *
“어머나, 세상에, 이게 다 뭐예요?”
어머니는 황홀하다는 듯 두 손을 모았다.
“엄청 싱싱한데요?”
옥분 할머니도 신이 났다.
당장 커다란 고무 대야를 메고, 식칼과 나무 도마, 커다란 채반을 챙겨서 달려 나갔다.
“생물 고등어, 냉동 고등어, 자반 고등어가 전부 최상등품이네!”
얼음을 가득 채운 아이스박스가 대체 몇 개인가.
여기도 고등어, 저기도 고등어, 사방이 고등어 천지다.
어머니와 옥분 할머니, 주방 아주머니들은 싱싱한 수산물을 열어보며 연신 환호성을 울렸다.
“어머, 이거 외국 가재 아니에요? 대게도 어쩜 이렇게 살이 실하죠?”
“굴도 커요. 전복도 애기 얼굴만 해요. 해삼이랑 멍게는 또 어떻고요?”
“세상에, 전 생참치 처음 봐요. 원래 참치가 이렇게 큰 생선이었어요?”
“회를 뜰까요? 포를 뜰까요? 구울까요, 찔까요, 튀길까요?”
행복한 고민이었다.
단지 저승사자만 슬픔에 찌든 표정이었다.
[왜 난 고등어 대가리만······!]고수레가 다 그렇지 뭐.
구운 고등어 대가리, 찐 고등어 대가리, 튀긴 고등어 대가리, 조린 고등어 대가리.
[그럼 참치 대가리는 왜 안 주는데!]그건 우리 아버지 몫으로 굽는다더라.
아이스박스 맨 위에는 편지가 하나 끼워져 있었다.
< 물고문실 비밀회동 (2)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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