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0)
재벌집 만렙 아들-20화(20/416)
< 이게 웬 횡재냐? (1) >
어머니와 함께 택시를 타서 한남동 우리 집으로 향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식겁했다.
‘이런 시팔! 뭔 귀신들이 이렇게 바글바글 모여 있어?’
[죄다 불러오라며.]‘······그랬었지.’
깜빡했다.
이 동네 귀신들 전부 끌고 와서 남산 찰거머리의 모친 꿈에 쳐들어가라고 했었지.
‘아까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물론이다.]내게 겁주려고 기어 나왔던 귀신들이 내 뒤에 선 저승사자를 보더니만 비명을 지르면서 혼비백산 흩어졌다.
저승사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도망가는 귀신들을 노려보았다.
[다들 동작 그만. 움직이는 귀신은 항명으로 간주하겠다.]야단법석을 떨며 사방팔방 전후좌우 위아래로 날뛰던 귀신들이 일제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뻣뻣하게 굳은 귀신들이 눈동자만 굴려 저승사자의 눈치를 살핀다.
‘역시 귀신계의 절대갑!’
그래, 이 맛에 저승사자를 부리는 거지!
‘그럼 이 일은 네게 맡긴다?’
[물론이지. 확실하게 조져 놓으마.]저승사자가 목을 좌우로 우드득 꺾었다.
검은색 도포 자락을 멋들어지게 휘날리며 뒷짐을 진다.
[지금부터 혼령들은 본 처사의 물음에 답하여라. 이 집의 지박령이 누구인가?]귀신들이 일제히 한 혼령을 바라봤다.
저승사자는 지박령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네놈이구나.]저승사자의 지목을 받은 지박령은 사시나무 떨듯 달달 떨어대기 시작했다.
[네놈은 본 처사를 따라오도록. 일대일 면담의 시간이다.]지박령이 왜 지박령이던가.
땅에 묶여서 움직이지 못하는 혼령이라서 지박령이다.
[지금부터 네놈은 이 집 안의 비밀을 전부 토설해야 할 것이다.]저승사자가 지박령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우드득. 콰드득!
지박령이 강제로 뽑혀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귀신들이 히익! 소리를 내며 몸을 사린다.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당장 도망갈 기세였다.
[경고하지. 몰래 튀다 걸리면 강제 성불을 면치 못하리라.]귀신들은 즉시 얌전하게 굴었다.
그 누구도 저승사자의 명을 어기지 못했다.
저승사자는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지박령의 목을 움켜쥔 채 저벅저벅 걸어갔다.
[남김없이 이실직고해야 할 것이다. 네놈을 저승으로 끌고 가 지옥불에 던져 넣기 전에.]이거 아주 든든하구만!
* * *
어머니는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와, 따뜻하고 아늑해. 아까 들렀을 때랑 느낌이 너무 다른데?”
그야 이 집 안을 떠돌고 있던 귀신들을 전부 밖으로 몰아냈기도 하고.
······사실 아까 집 구경할 때 슬쩍 기름보일러를 틀어뒀기 때문이다.
“어머, 침대부터 식탁까지 죄다 유럽산 명품 수입 가구야! 가전제품도 전부 미제 아니면 일제네?”
들뜬 목소리였다.
어머니는 집 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옷장 안에는 아예 포장도 뜯지 않은 최고급 침구 세트는 물론 커튼과 소파 커버, 카펫까지 전부 있어!”
“복덕방 아저씨가 말했잖아요. 전 주인은 이사 온 날 바로 입 돌아가서 요양병원에 들어갔고, 처자식은 미국 유학 간다더니 돌아올 생각이 없대요.”
“세상에. 그 말을 들으면서도 난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이게 이렇게······. 와!”
어머니는 이게 웬 횡재냐, 하는 표정이었다.
“이거 진짜 우리가 써도 될까? 전 주인이 도로 가져가는 건 아니겠지?”
“물론이죠. 그래서 내가 아까 계약서 쓸 때 특약사항을 붙인 거예요.”
이 집에 존재하는 물건 일체를 우리가 전부 인수한다는 조건 말이다.
‘혹시나 정원에서 금덩어리가 발견되어도 내 거란 소리지.’
합의된 계약서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아무리 동산의 주인이 권리를 주장해도 나라의 인증을 받은 이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니까.
“혹시 찝찝해요? 엄마가 싫다고 하면 내일 사람 불러서 이거 전부 치울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것들 다 새거잖아!”
어머니는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돈 굳었다. 헤헤헤.”
안 그래도 이 집을 사느라 어머니 통장을 탈탈 털었다.
가구부터 침구까지 전부 새로 사려면 우리 집 형편에 퍽 부담스러울 터였다.
나는 아버지의 시계를 떠올렸다.
‘스승님께 가져가면 이번엔 팔백 이상 뜯어낼 수 있지. 도로 가져다 팔아?’
나는 어머니의 추억과 어머니의 고생 사이에서 잠시 갈등해야 했다.
드르륵.
어머니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청소부터 해야겠다. 이렇게 먼지 나는 곳에서 잘 수는 없으니까.”
그러더니 두 팔을 걷어붙였다.
“내일부터 이 동네 주방 설거지 일이라도 알아보려면 시간이 없어. 이왕 집을 샀으니까 어떻게든 오늘 내로 쓸고 닦아서 사람이 살 만한 집으로 만들어 봐야겠다.”
“당장 내일부터 설거지 일을 알아보신다고요?”
“그래야 엄마가 우리 정혁이 맛있는 것도 사주고, 성탄절 선물도 사주지.”
생활비도 부족한 상황인가.
‘내가 열일곱만 되었어도!’
그럼 새벽에 신문 배달을 하든, 짜장면 배달을 하든, 시장에서 일수를 걷든, 지하철역 앞에서 김밥을 팔든, 우리 가족 생계를 내가 책임졌을 텐데.
내 나이가, 내 몸뚱이가 고작 일곱 살짜리라는 게 분하다.
“미안해요, 엄마. 내가 이 집을 사자고 우기는 바람에······.”
“아니야! 엄마는 이 집이 너무 좋은걸?”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앞으로 여기서 우리 정혁이랑 알콩달콩 살아야지? 엄마가 무슨 복에 이렇게 큰 집에서 살아보겠니. 다 우리 아들 덕분이지.”
“하지만······.”
“이젠 다달이 월세 걱정도 안 하겠지? 이것도 다 우리 아들 덕분이지.”
“내 앞으로 만들어둔 통장 말이에요. 그거 찾아서 써요.”
“안 돼. 그건 우리 정혁이 대학 등록금 할 건데?”
어머니는 나를 안고 뱅글뱅글 돌았다.
“엄마가 힘내서 돈 많이 벌게. 그래서 우리 정혁이 맛있는 거 많이 사 먹이고, 좋은 옷도 많이 사줘야지?”
어머니, 주방 설거지 일을 해서 언제 부자가 되려고요.
차라리 전당포에 아버지 시계를 담보 잡혀서 투자로 불리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요.
내일 당장 스승님의 전당포에 찾아가?
“정혁아, 엄마랑 같이 청소할까?”
“······.”
나는 어머니와 먼지가 뿌옇게 쌓인 집구석을 번갈아 봤다.
아까 복덕방 아저씨가 안방 문을 부쉈을 때, 먼지가 어디까지 치솟았더라?
“콜록콜록!”
“어머, 먼지 때문에 기침 나나 봐!”
사실은 그게 아니라······.
질질질.
저승사자가 지박령의 멱살을 잡아끌며 돌아왔기 때문이다.
축 늘어진 지박령은 해파리처럼 흐느적댔다.
저승사자가 말했다.
[이 저택 지하에 방공호를 만들어 놨는데, 거기에 통쇠로 만든 최신식 금고가 하나 있다는군.]이걸 뭐라 설득할 방법이 없네?
그러니 별수 있나.
꾀병이라도 부려야지.
“콜록콜록!”
“그럼 엄마가 청소하는 동안 잠깐 나가 있을래? 여기 먼지가 많아서 계속 기침이 나올 거야.”
“미안해요, 엄마. 금방 다시 돌아와서 청소 도와드릴게요. 콜록콜록!”
바로 튀었다.
* * *
‘지하실에 금고를 숨겨뒀다고?’
전쟁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자, 나라에서는 지하 시설을 만들도록 법으로 규제했다.
이런 부잣집에서는 아예 몇 달을 지하에서 버틸 수 있도록 비상식량과 물자를 가득 채우고, 포격이 떨어져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게 지하 방공호를 짓곤 했다.
‘정원에 금덩이를 파묻어 놓은 줄 알았는데, 지하실이라면 오히려 더 좋지. 지금 이 몸으로는 삽질하기도 버겁거든.’
나는 지하실 문을 열었다.
환기가 제대로 안 된 탓에 공기 중에 배어 나오는 축축한 습기와 곰팡이 냄새가 훅 끼쳤다.
지하실 벽을 따라 나무 선반이 줄지어 있었는데, 거기에 와인도 저장하고, 소쿠리나 공구는 물론 온갖 잡동사니를 보관했다.
‘오!’
나무 선반 뒤.
지하실 한쪽 벽에서만 희미하게 황금빛이 새어 나오는 게 아닌가.
[거기 세 번째 손잡이를 돌리면 비밀의 문이 열린다고 하는군.]끼이익.
기계 장치가 되어 있었는지, 약간의 소리와 함께 한쪽 선반이 빙글 돌며 열렸다.
지하실 벽처럼 위장한 목문을 열자, 새어 나오는 황금빛에 눈이 멀 것 같았다.
‘와!’
4인 가족이 여기 있는 식량만 먹어 치워도 몇 달은 너끈하게 버틸 만한 물자가 종류별로 가득 쌓여 있었다.
방공호 한쪽 벽면이 엄청나게 커다란 통쇠 금고였다.
[이 지박령은 저 금고 때문에 이승에서의 미련을 못 끊고 여기서 버티고 있더군.] [내 금고야! 내 거야! 내 보물이야!]비명과도 같은 발악이었다.
[절대 못 줘! 아무에게도 안 내줘! 건들지 마!] [죽어도 입을 열지 않으려 해. 그래서 일단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금고의 비밀번호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나는 피식 웃었다.
‘그까짓 것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데? 금고가 별건가? 따면 따이는 거지.’
지하실 선반에서 공구통을 뒤져 쓸만한 철사와 공구를 몇 개 가져왔다.
‘어이, 수호신. 금고에 귀 대기 귀찮으니까 알아서 소리 키우고.’
나는 철사를 열쇠 구멍에 집어넣으며 살짝 다이얼을 돌렸다.
‘아이구, 3중 안전장치밖에 안 걸렸네. 이거 진짜 구시대의 유물 그 자체잖아?’
옛날엔 분명 거금을 주고 장만했을 금고일 테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잠금장치는 얼마나 정교해졌으며, 열쇠 따는 수법도 얼마나 다양해졌던가.
나는 21세기 잠금 해체 기술까지 섭렵한 사람이다.
‘내가 소싯적에 이거 따면서 용돈깨나 벌었거든.’
전당포에서 일하다 보면 잠겨 있는 금고를 따는 건 일도 아니라고.
덕분에 요령이 생겨 못 따는 게 없었다.
금고도 따고, 문도 따고, 병뚜껑도 따고, 여자 번호도······ 거기까지.
끼릭. 끼릭. 끼리릭. 덜컹.
금고가 활짝 열렸다.
[안 돼!]지박령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절규했다.
“미안하지만, 이젠 내 거야.”
그러니 넌 이만 저승으로 꺼지도록 해.
금고 안에는 황금빛이 폭죽처럼 터지는 물건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와! 이게 다 금괴야? 이조백자에, 고려청자에, 금불상에, 동서양의 그림에, 달러까지!’
말 그대로 노다지였다.
부자들이 비자금을 동원할 때 많이 쓰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 이게 바로 보물 창고지! 이게 다 얼마야?’
이 집에 관한 부동산 서류만 백열전구처럼 번쩍인다고 했더니.
역시 다 이유가 있었구만!
[아아아아아아······.]금고의 주인이었던 지박령은 체념한 듯 고개를 떨궜다.
그러더니 파스스 부서져서 흩날렸다.
저승사자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승의 미련을 끊고 성불했구나.]‘······.’
[구천을 떠돌던 불쌍한 영혼이 안식을 찾았다. 그러니 너 역시 공덕을 쌓았다 할 것이다.]‘······그거 잘됐네.’
일석삼조인데?
저 영혼은 성불해서 좋고, 나는 공덕 쌓고 횡재해서 좋고, 저승사자는······ 뭐 아무렴 어때.
띵동. 띵동띵동.
초인종 소리였다.
‘몇 년째 방치된 집에 초인종까지 눌러가며 찾아와? 그렇다면······!’
나는 금고를 닫고 재빨리 지하실에서 빠져나왔다.
“누구세요?”
“태성그룹 비서실장 김영걸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
김 비서가 대문 밖에서 찾아온 용건을 전했다.
“도련님께 뇌물을 바치러 왔습니다.”
그래, 바로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 이게 웬 횡재냐? (1)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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