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00)
재벌집 만렙 아들-200화(200/416)
< 이렇게 학교 괴담이 >
저승사자가 눈알을 또로록 굴려댔다.
식은땀도 함께였다.
X됐다는 표정은 덤이었다.
‘설마 벌써 일 친 거 아니지?’
[······.]덩달아 내 표정도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왜 대답을 못 해?’
[어···, 음···, 그게······.]‘어억!’
나는 뒷목을 잡았다.
‘예린이를 찾아갔어야지!’
예린이는 우리 학교 유치부에 다닌다.
정화의 신이라는 주작을 얻어 액막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 덕이었다.
‘지금쯤이면 유치부 애들 낮잠 시간이기도 하고.’
하, 낮잠 시간······.
왠지 현타가 오는 단어다.
각설하고.
내가 굳이 예린이를 콕 짚은 데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설사 예린이는 꿈을 안 믿는다고 해도 주작은 다르잖아.’
주작이라면 저승사자가 찾아가는 즉시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대가리부터 바닥에 처박을걸?
숨넘어갈 듯 삐약대며 예린이를 다그칠 터였다.
‘어떻게든 주인을 여기까지 데려왔을 거야.’
[맞네······.]저승사자가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바로 예린이한테 간다.]‘뒷수습은 어떻게 하고?’
[아, 그렇지. ···쩝.]저승사자는 어색하게 웃었다.
[뭐 좋은 방법 없을까?]‘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내 머리로는 거기까지가 한계였다.]‘어억!’
나는 다시 한번 뒷목을 잡았다.
‘일은 네가 벌였는데, 왜 뒷수습은 내 몫이냐?’
[크흠, 도우려고 그런 거다, 도우려고.]‘······봐준다.’
제 딴에는 잘해보려고 한 일인데, 뭐 어쩌겠어.
성질껏 족친다고 이미 벌어진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꿈으로 벌인 일, 꿈으로 덮는다.’
[오?]‘원래 자고 일어나면 꿈을 꿨던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
[옳거니!]‘한 번 재운 낮잠, 두 번 못 재울 것도 없잖아?’
‘가라.’
[좋다! 다녀오마!]저승사자가 신이 나서 달려간다.
나는 멀어지는 저승사자의 뒤통수에 대고 외쳤다.
‘예린이까지 재우지는 말고!’
[그럼 그럼!]저승사자는 양손으로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역시 우리 애가 최고다!]뭐지?
김 비서와 똑같은 표정으로 튀던데.
······착각인가?
‘······.’
문득 궁금해졌다.
‘저승사자가 아까 학교에 살포했다는 꿈.’
어떤 내용이었을까?
어째 느낌이 쌔한데.
‘뭐, 상관없나?’
뭐가 됐든.
‘그만하면 알아서 수습 잘해놓겠지.’
* * *
저승사자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교실.
하교한 1학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학년이 발칵 뒤집어졌다.
국민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이놈들, 정신 안 차려?”
탕!
담임 선생님이 출석부로 교탁을 내려쳤다.
“헉!”
꾸벅꾸벅 졸던 애들이 단체로 화들짝 놀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봄이라고 해도 수업 시간에 졸면 되겠어?”
“죄송합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몹시 당황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했다.
단 한 번도 수업 시간에 졸아본 적 없던 반장과 모범생.
그들은 유독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을 해댔다.
“크흡, 깜빡 졸았다······.”
“홀린 듯이 잤네. 뭐지?”
“귀신에 홀린 것도 아니고······.”
애들이 웅성대자 담임 선생님은 출석부로 교탁을 연달아 탕탕 내리쳤다.
“언제까지 떠들래? 교과서 안 볼 거야?”
“봅니다!”
“보고 있어요!”
학생들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맨 뒷줄에 앉았던 누군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와, 용꿈을 이렇게 꾸네······.”
도화선에 불이 붙고 말았다.
“뭐야, 너도?”
“나도 용꿈 꿨는데!”
“나도 나도!”
애들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어느새 수업은 뒷전이었다.
“무슨 용이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와?”
“그 황금 용, 여의주 대신 돈다발을 물고 있지 않았냐?”
“맞아! 2대8 가르마에 발가락마다 돌반지를 끼고 있었어.”
“나는 용이 선글라스를 쓰고 꽃무늬 셔츠를 입고 있는 건 또 처음 봤다.”
“옆구리에 낀 일수 가방이 묘하게 거슬리던데?”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학생들은 같은 꿈을 꿨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와,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암만 생각해봐도 너무 신기하지 않아?”
“그 용, 심지어 나한테 말도 걸었다고.”
“나한테도!”
학생들은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마치 기도문을 외우는 것처럼.
“선착순 1명에게 횡재의 축복을 내리마.”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냐, 주택복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서로 똑같은 말을 내뱉고, 동시에 눈이 커졌다.
담임 선생님도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게 된다고?”
애들도 반쯤 넋이 나가서 중얼거리긴 마찬가지였다.
“소오오오름!”
“단체로 똑같은 꿈을 꾸기, 가능한 일이었냐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는 또 뭐야?”
“그딴 게 학교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올 리 없잖아.”
“그럼 역시 주택복권인가?”
주택복권 1등 당첨금은 1천만 원!
요즘 강남 아파트값이 그렇게 많이 올랐다던데.
아파트까지는 무리여도 판잣집 한 채는 거뜬히 사고도 남을 돈이었다.
누군가 벌떡 일어났다.
“선생님, 저 급똥이요! 화장실 다녀올게요!”
반 애들도 눈치챘다.
너 나 할 것 없이 손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저도요!”
“저는 양호실이요!”
“바람처럼 다녀오겠습니다!”
다들 쓰레기 소각장으로 달려갈 생각에 몸이 달았다.
탕! 탕! 탕!
담임 선생님이 출석부로 교탁을 내리쳤다.
“전원 동작 금지! 수업 시간이다. 단체 기합 받을래?”
반 애들이 도로 잽싸게 자리에 앉았다.
담임 선생님은 목청을 다듬었다.
“흠흠, 다들 다음 장에 나온 연습문제를 풀고 있도록.”
“갑자기 연습문제를?”
“선생님은 잠깐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담임 선생님의 눈에도 물욕이 넘실대고 있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혹시 또 아는가.
황금 용이 정말 횡재의 축복을 내려줄지도.
용한 꿈을 꾸고 주택복권 1등에 당첨된 일화라면 귀 따갑게 들어왔다.
드르륵. 탁.
담임 선생님이 교실 문을 열었을 때.
똑같이 문을 박차고 나온 옆 반 담임과 눈이 마주쳤다.
“혹시?”
“설마?”
그 옆 반에서도,
그 너머 다른 반에서도,
교실 문을 열고 사람들이 자꾸만 튀어나왔다.
“이런!”
타다다닥.
계단을 타고 질주하는 발걸음 소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스으으윽.
투명하고 검은 형체가 연기처럼 지나갔다.
털석. 털석. 털석. 털석.
너 나 할 것 없이 쓰러져 잠들었다.
복도에 나온 선생들은 물론 교실에 남아있던 학생들까지 전부.
“드르렁······.”
“쿠울······.”
교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종삽을 든 채 화단에 누워 기절하듯 잠이 든 교장은 무의식중에 옆구리를 긁으며 돌아누웠다.
“흠냐, 내 복권······.”
소중하게 꼭 껴안고 있는 것은 물뿌리개였다.
* * *
부시럭부시럭.
못마땅하다.
쓰레기나 뒤적거리는 이 상황이나, 아무리 뒤져도 코빼기도 안 보이는 목걸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까부터 날 따라다니는 고재영의 시선.
집요하면서도 묘하게 부드럽게 질척이는 게 목에 걸린 가시처럼 껄끄러웠다.
“누가 눈, 코, 입 그렇게 쓰래?”
“그럼 어떻게 쓸까?”
“철문에 집중해. 내가 아니라.”
“흐음.”
얘가 뭘 잘못 먹었나?
“너 표정이 왜 이래?”
“내 표정이 어떤데?”
“이상하잖아.”
아까까지 뾰족하게 세우던 가시는 다 어디로 갔고?
고양이 같던 눈매가 순하게 풀어져 있었다.
꼭 술에 취한 것처럼 나른해 보인다.
“그러는 너도 이상하긴 마찬가지거든?”
“뭐가?”
“내 또래 남자애 같지 않달까.”
당혹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는 꽤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다.
통찰력도, 관찰력도, 직관력도 수준급이었다.
“성숙하고, 여유롭고, 차분하고, 날카롭고. 음, 뭐랄까··· 분위기가 상당히 독특해.”
설마······.
“혹시 나한테서 아재 티 풀풀 나?”
“아재 티?”
“아저씨 같냐고.”
“오빠도 아니고 바로 아저씨인 거야?”
고재영은 웃었다.
눈물점이 돋보이는 눈웃음이다.
“흐음, 말이 그렇게 되나? 확실히 오빠라기엔······.”
젠장, 망했다.
“왜 할아버지가 널 내 후견인으로 점찍었는지 약간, 아주 조금,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아.”
고재영은 내가 묶어준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눈웃음이 녹아내릴 것처럼 나른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표정에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야, 너 그렇게 웃지 마.”
“왜?”
“너 그렇게 웃을 땐 꼭······.”
많이 아픈 거였더라.
정신력이 다하면 실 끊긴 인형처럼 실신했었고.
“왜 말을 하다 말아? 혹시 설렜어?”
“어딜 들이대? 어림도 없거든?”
“푸흡, 아하하하.”
고재영이 시원하게 웃었다.
이렇게 보면 딱히 아픈 것 같지 않은데.
······잘못 봤나?
“걱정하지 마. 넌 내 스타일 아니니까.”
“그것참 다행이네.”
“나는 나보다 강하고 유능한 남자가 좋아. 그래서 넌 해당사항 없고.”
눈웃음이 더욱 진해졌다.
“게다가 넌 쓸데없이 너무 과하게 잘생겼단 말이지. 할아버지가 얼굴값 하는 남자와는 상종도 하지 말랬어. 그래서 또 탈락이야.”
철문에 뒷머리를 툭 기대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나도 모르게 표정을 굳혔다.
“고재영, 너 얼굴이 빨갛다.”
“나?”
“많이 아프냐?”
“아, 손? 괜찮다니까.”
넌 늘 괜찮다는 소리밖에 안 하더라.
곧 죽어도 강한 척, 부러질지언정 굽히지는 않겠다고 작정한 사람처럼.
고재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 진짜 괜찮은데······.”
“내가 보기엔 전혀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철문에 기대어 앉아 있던 고재영이 나른하게 풀린 눈으로 날 올려다봤다.
고재영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려다 멈칫했다.
쓰레기를 뒤지느라 더러워진 손.
“······.”
이런 손으로 여자애 얼굴을 만지면 실례인가.
‘어쩔 수 없지.’
한 걸음 더 나아가 허리를 굽혔다.
순식간에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졌다.
나른하게 풀렸던 고재영의 눈매가 순식간에 동그래졌다.
놀란 고양이처럼 눈이 커다래졌다.
“자, 잠깐······!”
“그래. 잠깐이면 돼.”
“흡······!”
툭.
이마와 이마가 맞닿았다.
“너, 너 지금······!”
“가만히.”
역시 이럴 줄 알았다.
“너 열 있어.”
“······!”
“이 정도면 미열 아니야. 꽤 심해.”
허리를 도로 폈다.
코끝에서 숨결이 살랑이던 거리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여기서 나가면 바로 병원으로 가야겠다.”
고재영을 내려다봤다.
새빨개진 얼굴에, 바짝 말라서 벌어진 입술.
“너 지금 상태 썩 안 좋아. 해열제는 필수고, 어쩌면 링거까지 고려해야 할 것 같은데.”
손수건으로 대충 싸맨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손도 치료받아야 하고.”
“······.”
“고재영, 듣고 있어?”
“······.”
쓰레기 집게로 고재영의 신발 끝을 툭툭 쳤다.
그제야 고재영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아까부터 자꾸 눈, 코, 입 제대로 안 쓰네?”
“어······!”
귀까진 빨개진 고재영이 고개를 홱 돌렸다.
쓰레기 소각장 철문에 귀를 바짝 댄 채 크게 외쳤다.
“여기에 사람이 갇혔어요! 문 열어주세요!”
갑자기 얘가 왜 이러나 했는데.
확실히 철문 너머로 들려오는 발소리가 있었다.
“쓰레기 소각장 문이 잠겼어요! 여기에 사람이 갇혔어요! 도와주세요!”
고재영이 날 돌아보며 고개를 까딱했다.
또 눈웃음!
이거 아주 습관적이구만?
“어때? 이번엔 눈, 코, 입 제대로 썼어?”
“어.”
“그럼 한 번 더?”
“됐어. 임무 완료로 쳐줄게.”
“아직 문 안 열렸는데도?”
“저기 문 열어줄 사람 오고 있잖아.”
다다다다다.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발걸음은 가벼우면서도 다급했다.
“금방 갑니다아아!”
깜찍한 목소리였다.
투명하고 붉은 주작이 삐약삐약 우는 건 덤이었다.
“예린이다.”
“예린이?”
고재영이 고개를 기울였다.
“아는 애야?”
“너도 봐서 알잖아. 지난번 우리 집에서.”
“그 인형처럼 깜찍하게 생긴 엄청 예쁜 애?”
“어.”
절그럭절그럭. 철컥.
철문이 끼이익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물결치듯 흘러내렸다.
예린이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사르르 웃는다.
“헤헤헤, 예린이 왔어요!”
예린이가 몹시 뿌듯한 얼굴로 문을 활짝 열었다.
“오빠, 얼른 나와. 쓰레기 지지야, 지지!”
“예린아.”
“나 엄청 빨리 왔지? 안 늦었지?”
“응. 착해.”
“칭찬받았다아······.”
나는 예린이를 향해 성큼 다가갔다.
“낮잠 시간 방해해서 미안하고.”
“괜찮아. 안 그래도 오빠 꿈 꿔서 엄청 보고 싶었거든.”
“내 꿈?”
“응. 엄청나게 화려한 용꿈.”
용꿈?
그게 나랑 대체 무슨 상관이라고.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딱 오빠 꿈인 게 너무 신기한 거 있지? 헤헤헤.”
저승사자, 너 대체 무슨 꿈을 살포하고 다닌 거냐?
“어?”
예린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언니, 쓰러진다!”
뭐?
돌아보니 바닥에 풀썩 쓰러지고 있는 고재영이 보였다.
반사적으로 달려가 붙들었다.
< 이렇게 학교 괴담이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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