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04)
재벌집 만렙 아들-204화(204/416)
< 이 구역의 해결사 (2) >
신기했다.
‘우광식품 사장,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
그는 드물다는 연구원 출신 CEO였다.
그가 개발한 베스트셀러 제품이 우광식품의 황금기를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우광식품의 히트 상품은 전부 이 남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지.’
우광식품은 뒤늦게 식품업계에 뛰어든 후발주자였다.
‘70년대까지 업계 꼴등을 면치 못하던 우광식품이 21세기엔 식품업계의 최강자로 우뚝 서게 된다. 전적으로 이 남자 덕분이라 할 수 있지.’
라면, 아이스크림, 사탕, 과자, 빵, 통조림, 육가공품, 냉동식품, 즉석식품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만들어 내어놓는 족족 히트쳤거든.
‘우광식품의 해결사, 식품업계 미다스의 손 주호영!’
그는 우광의 김대식 회장이 곁에 두고 끔찍이 아꼈다던 우광의 대들보 중 하나였다.
연구원 출신이 경영에 대해 뭘 알겠느냐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로 믿음에 보답했던 남자였다.
‘당연히 우광식품에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인재 횡재였다.
자꾸만 귀에 걸리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우광식품에서 주호영을 어떻게 빼오나 고민하고 있었다.’
일단은 군용 식품으로 내보일 컵라면과 통조림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서.
차후로는 사업군을 넓히기 위해서.
인재를 수집하러 다닐 작정이었다.
‘좋았어!’
운 좋게 얻어걸렸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심 사장은 팔꿈치로 최 소장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저 친구는 누굽니까?”
“우리 연구소의 수석연구원, 컵라면 개발을 담당한 연구원 중 한 명이라고 방금 소개했는데요?”
“보다 구체적으로.”
“아니, 여기서 어떻게 더 구체적으로 설명······!”
“예산안을 다시 검토해야 할까요?”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어디 보자, 이 친구 커리어가······ 어떻게 되더라?”
수석연구원은 즉시 대답했다.
“닛신식품연구소, 에자키글리코 영양식품부, 칼비식품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녹산공업 식품개발팀을 거쳐 우광연구소로 오게 되었습니다.”
하나같이 화려한 경력이었다.
닛신이라면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과 컵라면을 개발한 일본의 유명한 라면회사였다.
글리코사는 일본의 대형 식품회사로, 초콜릿, 과자, 껌, 아이스크림 등의 스낵을 주력 상품으로 취급한다.
칼비사는 총매출 80%가 스낵 판매에서 나온다는, 짭짤한 스낵의 강자였다.
“아무나 이런 커리어는 못 쌓지요. 이 친구는 일본 유학파 출신인데, 실력이 아주 대단합니다.”
최 소장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제가 괜히 스카웃해 온 게 아니라니까요?”
주호영을 바라보는 최 소장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듯했다.
“저 친구가 녹산공업···, 아, 이제는 농산이라 부르던가요?”
녹산공업은 녹산의 자회사였다가 분리, 독립했다.
녹산 신기홍 회장과 동생이 라면 사업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형제는 의절했고, 동생은 녹산공업을 농산이란 이름으로 바꾸면서 그룹은 둘로 쪼개졌다.
“저 친구가 농산 식품개발부에 있을 때 시장에 선보인 제품 중에 유명한 스낵이 몇 개나 되는 줄 아십니까?”
“모릅니다.”
“크흠, 그럴 수도 있죠. 그러니까 히트 제품이······ 뭐더라?”
“71년 새우깡, 72년 감자깡과 꿀꽈배기, 73년 양파깡과 고구마깡, 76년 인디안밥 개발 및 출시에 참여했습니다.”
듣는 순간 헉 소리가 날 만큼 휘황찬란한 라인업이었다.
“바나나킥을 만들다가 스카웃 제의를 받고 우광연구소로 이적하게 됐지요.”
“하하핫, 이건 비밀입니다만, 제가 개발 1팀 수석연구원 자리에 연봉 따따블을 불렀습니다.”
최 소장이 손부채를 만들어 작게 귀띔했다.
“우광식품에서는 당장 내년까지 시장에 출시할 컵라면을 개발하라고 닦달인데, 우리가 개발한 컵라면은 개도 안 먹더라고요.”
그러니까 개도 안 먹는 컵라면을 내게 권했다는 거 아냐.
“총체적 난국이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이 친구를 데려오게 됐습니다.”
심 사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호영을 돌아보았다.
“이렇게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자가 왜 하필이면 우광연구소에······?”
“아니, 심 사장님, 무슨 그런 심한 말씀을······!”
“우광연구소는 돈 잡아먹는 하마로 유명하잖습니까? 대체 몇 년째 적자만 보고 있는 겁니까?”
“크흡!”
심 사장의 팩트 폭격에 최 소장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우광연구소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80년대부터였다.
그러니 심 사장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개도 안 먹는 컵라면을 개발하는 데 예산을 얼마나 썼지요?”
“커헉!”
“어떻게 그 실적에 연구소 소장 자리를 지켜낼 수 있으셨던 겁니까?”
“어윽! 그, 그만······!”
심 사장은 혀를 찼다.
“솔직히 의아합니다. 우광연구소가 아니더라도 태성, 삼황, 일성, 금조 등등 자리는 많았을 텐데요.”
“예, 사실 이 친구는 원래 이렇게 자리 옮길 만한 인재가 아니었지요.”
“아니죠. 진즉 옮겼어야죠.”
“······?”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심 사장을 바라보았다.
“최근 농산에서 연이어 히트 스낵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은 거기까지입니다. 그래 봤자 농산은 현재 다른 재벌기업 식품부에 비할 바 못 되는 일개 중소기업 수준 아닙니까?”
녹산식품과 비교해 봐도 농산은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앞날 창창한 대기업 식품회사를 놔두고 굳이 작은 농산에 남을 필요가 어디 있다고?”
심 사장은 주호영을 힐끔 바라봤다.
“의리나 배움 따위를 논하느라 돈과 명예와 건강과 미래를 포기하기로 했다면 또 모를까.”
“어흡!”
“회사를 통째로 삼키겠다는 야망 때문이라면 또 모를까.”
“네에?”
“아무렴 일본 유학파 출신에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인재가 그런 뚜렷한 비전도 없이 되는 대로 막 굴렀을 리 있겠습니까.”
“어흑! 죄, 죄송합니다······.”
주호영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나가떨어졌다.
나는 피식 웃었다.
“잘하셨어요. 용케도 능력 있는 분을 물어오셨네요. 농산이 그 꼴을 가만히 두고 보진 않았을 텐데요?”
“도련님, 요즘 농산이라면 형제간의 갈등으로 풍비박산 나기 일보직전입니다.”
이 바닥에선 회사를 두고 형제 싸움 벌이는 게 일상이라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최 소장이 헛기침을 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형제 싸움에 애꿎은 농산 식품개발팀만 공중분해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더군요.”
최 소장이 주호영을 힐끔 바라보았다.
“전쟁통에 붕 뜨게 생긴 난민이 될 찰나, 제가 주 수석연구원을 낚아채어 온 것이죠.”
“최 소장과 같은 방식으로 녹산 포함 다른 재벌그룹 인재팀도 달려들어 인재 사냥에 나섰습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녹산의 의도라면 뻔하다.
“자금줄이 되어줄 상품 개발을 틀어막고, 개발팀 인재를 가로채어 식품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서군요.”
“예, 농산의 간판을 달고 나온 상품이 크게 히트하자, 녹산식품에서 자본력 싸움을 건 모양입니다.”
이 시절 녹산은 10대 재벌 순위에는 들지 못했으나, 10년 내로 재계 서열 10위에 진입할 만큼 저력 있는 대기업이었다.
“참고로 자본력 포함 모든 부분에서 녹산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습니다.”
힘으로 눌러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농산을 굴복시키면 녹산은 히트 상품을 통째로 가져와 팔 수 있는 데다, 헐값에 회사를 인수할 수 있겠단 계산이 섰을 터.
장기적으로 따져 봐도 남는 장사다.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빠르면 올해, 늦어도 5년 내로 형제 싸움은 결판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녹산의 승리로 끝날 겁니다.”
틀렸다.
‘제2차 석유파동이 곧 시작된다. 녹산 또한 석유파동에 휘청이느라 형제 싸움에서 한발 물러서지.’
그렇게 농산은 위기를 한 번 넘기게 된다.
이때 어렵사리 숨 고르기를 한 농산은 머지않아 라면으로 재도약한다.
‘80년대는 농산 라면의 황금기라 할 수 있지. 내놓는 제품마다 연이어 히트 행진을 이어가며 기사회생하거든.’
82년 너구리와 육개장 사발면, 83년 안성탕면, 84년 짜파게티, 86년 신라면까지.
대중에게 사랑받는 라면이 대거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잇따른 성공으로 농산은 1985년 3월 라면시장 점유율 약 40%까지 올라가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선다. 이후 30년 동안이나 그 아성을 지켜내지.’
장차 형님 그룹인 녹산식품 또한 라면에 관해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처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농산의 해결사 김기태.’
식품업계의 쌍두마차 우광식품의 주호영과 농산의 김기태.
이들은 농산 식품개발부 출신 동기로 80년대 초히트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식품업계의 천재들이었다.
나는 턱을 쓸었다.
‘형제 싸움에 농산 식품개발부가 공중분해되고 있다면······ 어쩌면 김기태까지 빼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나는 여전히 인재에 목이 마르다.
JH사무실이나 JH연구소가 바쁘게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더욱.
이따 유종태에게 따로 당부해야겠다.
-진행시켜!
언젠간 꼭 해보고 싶던 대사였다.
* * *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컵라면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학구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질의응답 시간으로 변하고 만 걸까.
날 빙 둘러싼 연구원들은 경쟁적으로 손을 들었다.
“참치 통조림은 물 베이스로 갑니까, 기름 베이스로 갑니까?”
“최 소장님은 기름 베이스로 가자고 하는데, 유럽에서는 물 베이스 참치가 더 많이 팔립니다.”
“이에 대해 도련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지금 연구원들에게 개발 보고를 들으러 왔는지, 취재진에 인터뷰당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카메라 플래시만 없을 뿐,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수첩과 볼펜을 꺼내 받아적느라 바빴다.
“참치 통조림이라면 역시 기름 베이스로 가야죠.”
“왜죠?”
왜긴 왜야?
대한민국 마트에 깔린 참치 통조림이 죄다 기름 베이스니까 그렇지.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에잇!
“기름 베이스 참치는 비린내도 덜하고, 찌개에 넣거나 전으로 부쳐먹기 좋으니까요.”
“물 베이스 참치 통조림도 요리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만?”
“그건 담백해서 샐러드에 넣어 먹기 좋죠. 그래서 물 베이스 참치는 안 된다는 거예요.”
“왜죠?”
“한국 가정에서 누가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데요?”
“아······!”
이 시절 밥상머리에 샐러드가 웬 말인가?
야채라면 무조건 쌈으로 싸먹거나, 무침 혹은 김치로 만들어 먹어본다.
“찌갯거리 귀한 시절이에요. 참치 넣어 만드는 김치찌개는 또 얼마나 맛있게요?”
“오······!”
왜 다들 입맛을 다시면서 감탄하냐고.
“기름 베이스로 다양한 소스를 넣어 만든 가공참치 통조림도 개발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소스를 넣은 참치라면?”
“밥반찬으로 삼거나 밥에 비벼 먹기 좋은 고추참치나 야채참치, 짜장참치 같은 거?”
“오오······!”
연구원들이 바쁘게 손을 놀렸다.
“크으, 역시 우리 도련님은 천재 맞나 봐.”
“최소 먹천재 확정이다.”
“참치랑 달리 고등어 통조림은 시식조차 거부하시는 것만 봐도 답 나왔네.”
“시장에 뭐가 잘 팔리고 안 팔릴지를 감각적으로 아시는 게 분명해!”
“그래, 이런 게 바로 타고난 상업성이지!”
상업성은 무슨.
21세기까지 마트에서 잘 팔리는 통조림에 관해 언급했을 뿐인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에잇, 귀찮다!
“그 문제는 여기까지 하죠. 나오는 결과 보면서 다시 검토하기로 해요.”
“여윽시 우리 도련님! 척하면 척! 해결사가 따로 없으시다니까?”
최 소장은 나지막하게 감탄하며 연신 박수를 짝, 짝, 짝 쳤다.
“봤냐? 봤어? 이 자식들아, 그러게 컵라면 개선 방향은 도련님께서 짚어주셨노라고 내 누누이 말했잖아! 왜 사람 말을 못 믿어서는······!”
“워, 워! 최 소장님, 진정하시죠.”
심 사장이 최 소장을 붙들었다.
“우리 도련님 퇴근 시간까지 얼마 안 남으셨습니다. 이대로 애로사항 질의응답을 끝내면 아쉽지 않겠습니까?”
“아쉽죠! 그럼 안 되죠! 아직 전차 연구에 관해서는 말도 못 꺼내봤는데요!”
최 소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도련님, 현재 전차 개발이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해결이 시급한 결정적인 문제는 세 가지입니다.”
“뭔데요?”
“첫째, 전차에 사용되는 부품 중에 자동차 부품과는 규격이 맞지 않는 게 있습니다.”
두 차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화물운송용 혹은 탑승용으로 사용되나, 전차는 군사용으로 쓰이니까.
“둘째, 전차를 구동할 프로그램을 짜넣을 전문가가 절실합니다.”
최 소장은 덧붙였다.
“셋째, 최고 사양의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 이 구역의 해결사 (2)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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