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05)
재벌집 만렙 아들-205화(205/416)
< 우리는 JH! >
국산 전차 성능 시험 참관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해결이 시급한 애로사항이 세 가지나 될 줄이야.
나는 문제를 차근차근 하나씩 짚어보기로 했다.
“먼저 전차에 사용되는 부품 중에 자동차 부품과는 규격이 맞지 않는 게 있다는 점. 이해했어요.”
최 소장이 제기한 첫 번째 애로사항이었다.
“전차와 자동차는 애초에 용도가 다르니까요. 그러니 자동차 제조 시설만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긴 건 당연하죠.”
땅 위를 굴러다닌다고 다 같은 차가 아니란 말씀!
지상전의 왕자라는 별명처럼 전차는 현대 육군의 핵심 지상전력 중 하나다.
“먼저 자동차와는 다른 전차의 특성이라면······.”
나는 손가락을 꼽아보았다.
“막강한 화력 장비를 부착해 공격력을 높였다는 점을 들 수 있겠군요.”
포트리스를 해봤다면 다들 알겠지?
탱크 하면 역시 포탄 공격!
2차대전까지는 용도에 따라 전차에 박격포와 곡사포를 탑재한 경우도 있었으나, 현시대 주력전차는 직사포로 통일화되는 추세라 할지라도.
어느 시대든 전차에 탑재한 무기가 화력 장비였다는 건 변함없다.
“포를 고정시키고, 반탄력을 감당하기 위해는 상당한 지지력과 고정력이 요구되겠고요.”
최 소장이 입을 떡 벌렸다.
손가락을 날 가리키며 연구원들에게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댔다.
‘봤냐? 봤지? 우리 도련님이 직접 짚으시잖냐. 왜 사람 말을 못 믿어?’ 따위를 외쳐댈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건 자동차를 만들 땐 고려할 필요가 없는 요소잖아요. 그러니 포와 관련된 것들은 자체 제작 생산해야겠네요.”
연구원들은 수첩에 메모하던 것도 멈춘 채 입을 헤 벌렸다.
그럴수록 최 소장의 손가락질은 더욱 격렬해졌다.
‘봤냐? 봤어?’ 하고 나와 전차를 번갈아가며 가리켰다.
“또한 전차는 대전차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보병의 엄폐물이 될 수도 있어야 해요.”
이것이 현대전의 전차 운용전술의 기본이다.
“즉, 총탄은 물론이고 포탄에도 견딜 만한 방호력이 필요하단 뜻이에요. 두꺼운 장갑판은 왜 달아놨는데요?”
탱크라면 응당 튼튼해야지.
탱커란 말이 왜 나왔겠어.
몸빵 역할을 하는 놈을 탱커라 부르기로 우리는 이미 사회적 합의를 보았다.
“그러니 이 또한 자체 제작 생산이 필요한 부분일 테고요.”
하나 더.
“자동차와 전차는 바퀴가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겼잖아요.”
고무 타이어 끼워 쓰는 전차 봤나?
없다.
“바퀴 관련된 것들도 따로 자체 제작해야겠네요.”
그래서 결론.
“자체 제작할 기술력을 가진 금속 공예 장인을 구하지 못해서 이 난리란 거잖아요. 안 그래요?”
연구원들은 입을 헤 벌린 채 요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작게 속삭였다.
“도련님이 몇 살이라고 하셨죠?”
“여덟 살이십니다.”
대답은 심 사장이 대신했다.
“믿기지 않으시지요? 물론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흠흠흠!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크으, 역시! 심 사장님께서도 아시는군요!”
최 소장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며 박수를 짝, 짝, 짝 쳤다.
“도련님께서는 저를 데리고 화염병과 칼이 난무하는 격전지를 귀신처럼 유유히 빠져나가셨지요.”
“······뭔가 문맥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듯한 발언입니다만?”
“요컨대 우리 도련님은 천재시라는 뜻입니다.”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이의 없습니다.”
나는 손을 들었다.
“누가 회의 중에 잡소리 하래요?”
“흠흠, 죄송합니다.”
“계속할게요. 이러한 까닭에 전차가 평지는 물론 험지까지 주파하려면 독자적인 주행 프로그램이 필요하겠네요. 여기서 두 번째 애로사항이 제기됐을 테고요.”
“크으, 맞습니다!”
최 소장이 북한 박수부대가 된 것처럼 격하게 박수를 치며 대답했다.
“어떻게 이렇게 척하면 척하고 알아들으시나 몰라. 애로사항을 말하자마자 바로 문제의 핵심을 꿰뚫으시다니!”
아니, 이게 뭐 별거라고 호들갑이실까.
“또한 같은 의미에서 최신형 반도체가 필요해졌나 봐요?”
“크으, 정확합니다! 반도체란 말이죠.”
최 소장이 신이 나서 나불대기 시작했다.
“교류 전기 신호를 일정한 볼트의 직류 신호로 바꿔주는 다이오드와 이동하면서 약해지는 전기 신호를 증폭시키는 트랜지스터,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거나 그 반대의 연산을 수행하는 등 전차 주행 프로그램에······읍!”
심 사장이 그 입을 틀어막았다.
“언제 반도체 회사 영업사원으로 전직하셨습니까?”
“읍읍!”
“우리 도련님께서 궁금해하실 만한 건 해당 반도체를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지 여부뿐입니다.”
역시 우리 심 사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콕 짚었구만!
나는 엄지를 들어주었다.
심 사장이 몹시 뿌듯해하며 최 소장의 입을 틀어막았던 손을 내렸다.
“핵심만 간단하게. 왜 전차에 반드시 최신형 반도체가 필요한가에 관해 짤막하게.”
“성능이 다릅니다!”
연구원들이 한목소리로 맞장구쳤다.
“전자제품은 역시 최신형을 사야죠!”
“신형 교체 주기가 얼마나 빠른데!”
“눈 돌리는 순간 바로 구형이 되고 만다니까요?”
“시중에 나와있는 반도체 말고! 따끈따끈하게 연구소에서 막 개발 완료한 신형 반도체로!”
나는 의아해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전차에 구형 반도체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연구원들이 우렁차게 외쳤다.
“대통령 앞에 선보일 국산 전차인데 어쭙잖은 기술력을 뽐낼 수는 없잖습니까!”
“JH란 이름을 달고 애국하는 마음으로 이 나라에 내딛는 첫걸음인데요!”
“그렇다면 무조건 최신형, 최신 모델,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최상급 성능을 자랑해야죠!”
“그것이 바로 우리 JH 프라이드!”
나는 심 사장을 돌아보며 작게 속삭였다.
“심 사장님, 언제부터 우리에게 JH 프라이드란 게 생긴 거죠?”
“그것참 이상하군요. 제가 누누이 강조한 JH 프라이드는 저것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만.”
······어라?
그럼 JH 프라이드란 게 존재하긴 한다고?
난 왜 몰랐지?
심 사장은 씩 웃었다.
“도련님이 바로 JH의 미래, JH의 대들보, JH가 나아갈 길, JH 그 자체!”
“······.”
“도련님과 함께 일하며 대한민국 재계의 역사를 우리 손으로 바꾸고 있다는 믿음!”
“······.”
“그것이 바로 제가 강조하는 JH의 프라이드입니다.”
“······.”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화끈거리는 낯짝을 두 손으로 가렸다.
최 소장과 연구원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하며 나지막하게 감탄사를 토했다.
“역시······ 그것이 바로 우리 JH의 프라이드였군요!”
“한 수 배웠습니다, 심 사장님. 역시 배우신 분.”
“이 정도는 되어야 도련님의 최측근이 될 수 있구나.”
심 사장은 허리에 손을 얹으며 크게 웃었다.
“최측근? 여러분도 될 수 있습니다! 희망을 잃지 말고 일하고 또 일하십시오!”
“예!”
“우리 도련님께선 유능한 인재를 몹시 아끼시거든요.”
“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보약이나 한 팩씩 마시면서 마저 회의해 볼까요?”
“예, 좋습니다!”
연구원들이 최적의 동선으로 달려나갔다.
연구소 한쪽 구석에 놓여있던 대형 냉장시설 문을 열었다.
보약마다 이름, 날짜, 유통기한, 효능, 재료별 라벨을 달아 줄줄이 정리해 놓았다.
‘저런 용도로 쓰라고 우광이 수백만 원 들여서 연구실에 들여놓은 기계가 아닐 텐데.’
어느새 저건 보약냉장고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최 소장이 직접 냉장시설을 뒤지며 활짝 웃었다.
“도련님께는 쌍화차에 계란 노른자 두 개 동동. 맞지요?”
최 소장이 꺼낸 것은 계란 두 알이었다.
“계란을 보관하기 좋은 적정 온도는 5도씨 이하입니다. 이 온도로 보관을 해야 산란일로부터 최대 45일까지 먹을 수 있거든요.”
하여간에 이 양반, TMI가 너무 과하다니까.
어쨌거나 쌍화차 위에 올린 계란은 좀처럼 보기 드문 싱싱함을 자랑했다.
최적의 보관 온도를 세심하게 고수한 덕분이었다.
······좋은데?
* * *
“이게 다 도련님 덕분입니다.”
최 소장은 용봉탕을 빨면서 말했다.
“국산 신형 전차의 틀은 거의 완성했습니다.”
최 소장은 슬쩍 전차 디자인 도면을 내밀었다.
나는 홀린 듯이 디자인 도면을 받아 들었다.
‘뭐지?’
믿기지 않아서 다시 한번 더 보았다.
‘88전차가 왜 여기서 나와?’
88전차는 88서울 올림픽 연간에 나왔다고 해서 붙여진 K-1 전차의 애칭이었다.
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국산전차 개발 계획에 따라 제작되었으며 84년에 개발 완료.
이후 양산되기 시작한 대한민국 국군의 3세대 전차다.
‘이거 실화냐?’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똑같다.
최 소장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포신 포함 전장 9.67m, 전폭 3.6m, 전고 2.25m, 탑승인원 4명에 중량 51.1톤으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콕콕 짚어가면서 말이다.
“52구경장 105미리 강선포에 7.62미리 M2HB 기관총을 달아놓을 생각입니다.”
미군의 제식 중기관총을 달아놓겠다는 뜻이었다.
보병들의 지원화기로 사용되며, 전차, 헬리콥터, 전투기의 기총으로도 많이 탑재되는 걸작 총기였다.
“엔진은 1,200마력의 미국 텔러다인 콘티넨탈사 AVCR-1790 디젤엔진으로.”
이 엔진은 슈퍼 M60 전차의 엔진으로 제안되었던 바 있다.
솔직히 크게 놀랐다.
“샘플용 탱크를 가져다준 지 아직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벌써 여기까지 연구 개발을 끝내셨단 말이에요?”
“하하핫, 우리 연구원들이 많이 유능하긴 합니다. 전원 해외 유학파 출신 박사 학위자들이라니까요?”
아무리 유능해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탱크를 금방 뚝딱 뽑아내셨죠? 이 정도면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요?”
“불가능이라니요?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저희도 이제는 JH식구인걸요. 하하핫!”
JH연구소도 JH 소속이긴 하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국방부 소속의 내로라하는 연구원들이 10년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K-1 전차다.
그걸 한 달 만에 이렇게까지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내가 놀라지 않고 배기겠냐고.
“대체 어떻게 만든 거예요?”
“지시하신 대로 파쿠리 했을 뿐입니다만?”
“······.”
파쿠리, 일명 따라 베끼기.
물론 내가 꺼낸 말은 맞는데.
······이렇게까지 잘 만들 줄은 나도 몰랐지!
“JH 사훈은 곱씹을수록 가슴에 와닿는, 아주 좋은 말투성이더군요.”
최 소장과 함께 연구원들이 기도문을 외우듯이 동시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구르고 구르다 보면 못 구를 리 없다.”
“리더가 업무 방향성만 설정해주면 우리는 어떻게든 기한 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월급 받고, 연구실 왔고, 숨 붙어 있으면 연구해야죠.”
“그것이 바로 우리 JH의 근성!”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연구원들은 JH 정신으로 단단히 무장되어 있었다.
최 소장이 몹시 흡족한 표정으로 구호를 선창했다.
“전차 기술?”
“까짓것 한번 개발해봅시다!”
연구원들이 우렁차게 후창을 따라 외쳤다.
“우리가 달라붙어서 매달리면?”
“못 할 것도 없다!”
“우리는 아직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어째 구호를 외칠 때마다 연구원들의 사기가 눈에 띄게 오른다.
전투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수직 상승하는 듯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아자 아자, JH 화이팅!”
“가즈아!”
연구소 사람들은 하나가 된 듯.
서로 손을 겹쳐 얹고 행동구호를 크게 외치며 파이팅했다.
다들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바로 그겁니다! JH연구소, 마음에 들었습니다.”
심 사장은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 흐뭇한 눈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로 오늘 저녁 회식은 한우정 풀코스, 어떻습니까?”
“오오오!”
연구원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하지만 최 소장은 딱 잘라 말했다.
“회식은 무슨. 어림도 없습니다.”
“아니, 왜요?”
물음은 연구원들이 아닌 심 사장이 제기했다.
“벌써 전차 도면을 이만큼이나 잘 뽑았잖습니까? 이대로 만들기만 하면 끝나는 거 아닙니까?”
“어허, 아직 신형 전차의 애로사항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쯤은······.”
“이 마당에 소고기가 목구멍으로 넘어가겠습니까?”
“······.”
연구원들은 눈으로 욕했다.
-한우정 소고기는 잘만 넘어가던데요?
-우리 소장님, 그때 부산으로 끌려가셔서······.
-아아, 그래서 한우정 소고기 맛을 모르시는구나.
연구원들은 불쌍하단 눈으로 최 소장을 바라보았다.
“저는 JH 근성으로 버텨 볼랍니다!”
“······.”
“구르고 또 구르면 못 구를 리 없다!”
“······.”
“아자아자, 화이팅!”
“······.”
이번 구호는 누구도 따라 외치지 않았다.
다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 우리는 JH!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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