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14)
재벌집 만렙 아들-214화(214/416)
< 도착했습니다 >
경비가 삼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국산 전차 성능 시험 참관일이 아닌가.
대통령을 비롯해 전국의 군 장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진입로 바깥에는 취재진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신분증과 초대장 제시해주십시오.”
“여기.”
초대장을 가진 참관인은 취재진과 다르게 취급되었다.
차량에서 내려 검문을 받고, 검사를 받고, 몸수색과 차량 수색을 한 후에 입장.
덕분에 이쪽 진입로의 차량 줄은 길고도 길었다.
군 장성의 차량도 예외는 아니었다.
“태성건설 차성준 씨. 확인되셨습니다.”
“예.”
“그런데 아이가 동석하고 있군요.”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선 내가 문제라는 투였다.
“죄송하지만, 이곳은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군사기밀 구역입니다.”
날 바라보는 군인의 눈초리가 제법 싸늘했다.
“돌아가십시오. 아이도, 여자도, 노인도, 예외는 없습니다.”
“초대받은 사람입니다.”
아버지는 내 이름으로 된 초대장을 하나 더 내밀었다.
“태성그룹의 차정혁 군?”
군인은 몹시 당황한 듯했다.
잠시 검문을 멈추고 상관에게 달려가 빠르게 보고했다.
소령 명찰을 달고 있는 자가 출입 인명록을 뒤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검문하던 군인은 돌아와 경례를 올렸다.
“태성그룹 차정혁 군, 명단에 올라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저도 몸수색을 받아야 하나요?”
“물론입니다. 여기엔 아이도, 여자도, 노인도, 예외는 없습니다.”
깐깐하기는.
우리 부자는 나란히 서서 두 팔 벌려 몸수색을 받았다.
군인이 몸을 탁탁 치고 지나갈 때마다 어째서인지 동전 지갑이 짤랑거렸다.
아버지가 빙그레 웃었다.
“정혁이는 동전 지갑을 상당히 특이하게 달고 다니는구나.”
아, 이거요?
멜빵 줄을 동전 지갑에 달아두고 호주머니 입구를 멜빵 집게로 꽉 집어놓았다.
그러면 행여 주머니에서 동전 지갑이 흘러내려도 멜빵 줄에 매달려 달랑거린다.
“혹시나 잃어버리면 큰일 나거든요.”
이 안에 든 게 얼마나 많은데요?
일단 현금만 해도 빵빵하거든요.
여차하면 꺼내서 협박할 중요 서류도 잘 접어서 넣고 다녔다.
“흠, 그럼 오늘은 안전하게 아빠가 잠시 맡아둘까?”
“어··· 음······.”
“이거 수상한데? 여기에 꿀단지라도 숨겨뒀나?”
꿀단지가 아니라 할아버지한테 받아놓은 각서며, 대통령에게 받아둔 종이마패며, 심 사장이나 밀매왕에게 받아놓은 계약서 등등.
아버지가 들여다보지 않았으면 하는 내 민낯이 숨겨져 있다.
‘아버지에게도 내 낯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단 말이지.’
놀라게 해드리고 싶지 않다.
착하고 예쁜 아들로 남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더 방긋 웃었다.
“딸기 사탕 있는데, 드실래요?”
“좋지.”
나는 모른 척 동전 지갑을 열었다.
사탕을 까서 아버지 입에 쏙 넣어주었다.
이 틈에 내 동전 지갑을 슬쩍 들여다본 아버지가 빙그레 웃었다.
“우리 정혁이 부자구나.”
“이래 봬도 제가 재벌3세거든요.”
“국민학교 1학년생이 만 원짜리 지폐를······.”
그 만 원짜리 지폐 속에는 1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가 여러 장 곱게 접혀 들어있습니다만?
여차할 때 꺼내 직원들 회식시켜주려면 이젠 100만 원도 부족하다고요?
“그거 가지고 되겠어?”
아버지는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지폐 뭉치를 꺼냈다.
그러더니 반으로 뚝 접어 내밀었다.
“이걸로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사먹어라.”
“우리 아빠 최고.”
나는 엄지를 들어 올렸고, 아버지는 날 들어 올렸다.
아버지가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는 걸 보자,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아빠, 단거 싫어하세요?”
“음,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
역시.
미묘하게 표정이 다르더라.
나는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럼 여기에 퉤 뱉어요.”
“됐다.”
아버지는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셨다.
“정혁이 마음인데 뱉으면 섭섭하지.”
“안 섭섭하니까 억지로 먹을 필요 없어요. 난 그저······.”
“알아. 머리를 많이 쓰면 단걸 먹어줘야 한다며.”
태성그룹 전(全) 계열사 임원회의를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돌아가던 날.
내가 아버지에게 딸기 사탕을 입에 넣어주며 했던 말이었다.
-이 사탕이 다 녹을 때까지만이라도 쉬는 거예요?
아버지는 그때도 얌전히 딸기 사탕을 받아 드셨다.
바로 지금처럼.
“이 사탕이 다 녹을 때까지 쉬기로 약속했었지. 그럼 그동안 우리 아들을 꽉 끌어안고 있으면 안 되려나?”
안 되기는.
“대신 사탕 팍팍 깨물어 드시기에요.”
“하하,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데.”
아버지가 낮게 웃으며 날 꼭 끌어안았다.
나도 아버지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커다란 손이 내 머리를 새끼 강아지 만지듯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버지의 품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묵직하고 세련된 향수 냄새가 풍겨나왔다.
‘아버지 냄새······.’
포근하고 단단하고 따뜻하다.
어머니와는 다른 아버지의 품.
나도 모르게 눈을 스르륵 감았다.
‘좋다······.’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온다.
평생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막연히 상상으로 얼굴을 그려보던 아버지였는데.
같은 집에서 자고 깨고,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이렇게 꼭 끌어안고.
이건 상상보다 훨씬 더 좋았다.
“우리 귀염둥이.”
쪽, 하고 내 뺨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는 아버지의 입술.
애정이 담뿍 담긴 아버지의 눈을 들여다보는 순간 행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행사 때문에 결석하게 돼서 넌 유감이겠다만, 아빠는 왠지 횡재한 기분이란 말이지.”
“횡재요?”
“회사 땡땡이치고 우리 정혁이랑 나들이 온 기분이거든.”
아버지는 씩 웃었다.
“다음엔 엄마랑 함께 나들이 갈까?”
“좋아요.”
아버지 이마를 내 이마에 콩 대며 웃으셨다.
“정혁아, 이따 대통령 각하의 목에 네가 꽃목걸이를 걸어 드려야 할 텐데.”
아버지의 목소리엔 걱정이 묻어나왔다.
“그땐 곁에 아빠도 함께 있어줄 수 없거든. 괜찮겠니?”
“안 괜찮을 게 뭐 있어요.”
나는 씩 웃었다.
“그깟 꽃목걸이, 후딱 걸어주고 올게요.”
그게 뭐 별거라고요.
대통령 목에 개 목줄을 달아서 질질 끌고 다닐 것도 아닌데 어려울 게 있나.
왕년에 내가 하던 일이 그거였는데.
정관계 유명인사들 목에 목줄 달고 질질 끌고 다니는 것.
내 별명이 괜히 신림동 개미지옥이었겠어.
함정을 파고 끌어들여서 홀랑 벗겨먹는 건 일도 아니었다.
거기엔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심 사장이었다.
아버지가 눈을 크게 떴다.
“심 사장님께서도 초대장 받으셨습니까?”
“아, 저는 초대받은 참관인이 아닌 행사 관계자로 들어왔습니다.”
“행사 관계자?”
“최 소장에게 마이크를 맡겨보려고 했더니만, 이 친구는 눈치가 없어서 말이 너무 많지 뭡니까.”
심 사장은 씩 웃었다.
“덕분에 제가 지원 사격 확실하게 마이크 잡게 되었습니다. 태성이 방산으로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행사인 만큼 확실하게 눈도장 찍겠습니다.”
“심 사장님께서 직접 나서서 마이크를 잡아야 할 일이라면······.”
“모르셨습니까? 우리 JH에서도 이번에 국산 전차를 단독 출품하잖습니까.”
“JH에서 국산 전차를? 단독으로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아버지는 입을 떡 벌렸다.
“전차 성능 시험 참관 초대장을 받은 게 두 달밖에 안 됩니다만?”
“대통령 각하께서 우광연구소를 거저 가져갔으니 성과로 보답하라고 하셨다면서요? 별수 있습니까. 위에서 까라면 까야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전차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고 그게 뚝딱 나온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안 될 줄 알았는데, 되더라고요?”
“······예?”
“그게 다 유능하신 누구 덕분······.”
나와 심 사장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심 사장은 달싹이는 입을 애써 다물었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대통령 각하께서 태성이 방산에 뛰어든 일을 두고 기대가 퍽 크신 듯합니다.”
심 사장은 내 이름이 적힌 초대장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니 콕 짚어 우리 막내 도련님께 꽃목걸이를 걸어달라고 초대장을 보내신 거겠죠.”
“태성의 간판스타로 제대로 띄워주겠노라 하시더군요.”
“역시 알아보셨던 거군요. 우리 정혁 도련님은 태성의 미래, 태성의 대들보, 태성의······.”
“심 사장님.”
나는 일부러 심 사장의 말을 끊었다.
“최 소장님은 만나셨어요? JH가 선보이는 신형 국산 전차는 어때요?”
최 소장이 현장에서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면서 절대로 입을 안 열더라고?
하도 싱글벙글 즐겁게 웃고 있기에 더 따져 묻지 않았다.
그 양반, 얼굴에 생각이 다 드러나는 타입이거든.
전차 팜플랫을 보면서도 컵라면 생각을 하던 게 훤히 보일 정도면 말 다 했지.
“생각했던 것만큼은 나왔나 봐요?”
“그 이상입니다. 기가 막히게 잘 뽑혔습니다.”
심 사장은 뿌듯한 표정으로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그러니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오!
심 사장도 싱글벙글한 게 느낌이 좋다!
“도련님이 애쓰신··· 흠흠, 중정부장 앞에서도 꿀릴 일 없을 거란 뜻입니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심 사장은 아버지에게 슬쩍 귀띔했다.
“중정부장께 드리는 태성의 선물이거든요.”
“태성의 선물이요?”
“중정부장님 덕분에 인천 항구를 열고, 세관과 검문을 통과하고, 연구소까지 안전 배달 받을 수 있었잖습니까.”
“······예?”
“그때 약속했습니다. 오늘 출품하는 국산 전차 개발의 공은 나누어 가지겠다고.”
심 사장은 한쪽 눈을 찡긋했다.
“반쪽짜리 공은 도련님 몫입니다.”
“제가 왜 그 공을······.”
“그야 잘난 아드님을 두신 덕······ 크흠!”
내가 눈을 부라리자, 심 사장은 다급히 정정했다.
“태성의 대표로 성준 도련님이 참석하셨으니까요, 자리에 안 계신 회장님께 공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렇군요.”
“대통령 각하께서 왜 회장님이 아니라 성준 도련님께 따로 초대장을 보냈는지 그 뜻을 헤아린다면 눈 딱 감고 받으셔야 합니다.”
“귀신에 홀린 기분입니다.”
아버지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세우지도 않은 공을 홀랑 받아먹는······.”
“그야 잘난······, 크흠! 태성의 대표로 오셨으면 이 정도 각오는 해주셨어야죠. 태성은 한 가족! 모르십니까?”
“이런 일이 대체 몇 번째인지······ 혹시?”
아버지는 고개를 들었다.
“태성의 브레인, 이번에도 그가 나선 겁니까?”
“어이쿠,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심 사장은 재빨리 튈 준비를 끝냈다.
김 비서에게서 전수받은 기술이었다.
“안쪽의 준비가 다급한 관계로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심 사장님!”
“우리가 선보이는 신형 전차를 느긋하게 감상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왕이면 박수도 좀 크게 쳐주시고요.”
심 사장은 저만치 가며 손을 흔들었다.
“오늘의 간판스타는 무조건 확정입니다! 진짜 간지나게 잘 뽑혔거든요.”
“심 사장님, 잠깐만!”
“조준경 확실하게 잡았습니다. 소련 출신 독일 엔지니어들이 이쪽으로는 아주 기가 막힙니다!”
오!
심 사장의 마지막 말은 나에게 건네는 보고였다.
‘조준경, 잊지 않으셨군.’
나는 처음부터 원하는 바를 분명히 했다.
우광연구소의 전차 장비 생산 기술, 그중에서도 전차 조준경을 주목하고 있다고.
국산 전차 성능 참관 시험에서 대통령이 크게 얼굴을 붉힌다는 걸 알고 있었다.
‘포 사격이 워낙 형편없었어야지.’
대통령은 들고 있던 초대장을 집어던지며 불같이 노했다.
-저런 전차로 아군 참호나 박살 내지 않으면 다행이겠군! 집어치워!
7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가동된 국산 전차 프로젝트.
지금까지 몇 번이나 거듭된 성능 참관 시험이었으나, 언론에 크게 부각되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나마 이번 참관 시험에서는 꽤나 그럴싸한 전차가 나와서 다행이었지만.’
그게 바로 언론에 대서특필 된 국산 고성능 전차 M48A3K와 M48A5K다.
‘그래 봤자 88전차, 즉 K-1 전차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모델이다.’
거기에 조준경까지 개발 완료했다니.
나는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관람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심 사장님, 깜찍하게도 컵라면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시는군.’
국산 전차 성능 시험에선 컵라면 정도는 깜짝 서비스다 이거지?
컵라면에 관해서라면 누가 제일 관심을 기울일지 알고 있지.
‘육군보안사령관.’
내가 조준하고 있는 타겟은 그 남자다.
진입로 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충성!”
“육군보안사령관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찰칵! 찰칵! 찰칵!
진입로 쪽이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대통령 각하와 청와대 경호실장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중정부장께서도 뒤따라오고 계십니다!”
< 도착했습니다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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