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18)
재벌집 만렙 아들-218화(218/416)
< 체면치레는 해드려야지 >
정문을 막아섰던 군인의 표정이 굳었다.
-국산 전차 성능 시험에서 지상군 병력 운용 및 군사 교전 전술에 큰 영향을 끼칠 만한 획기적인 군수용품을 확인했다.
-미군 장교와 독일군 장교들이 조국 국방부에 보고하길 원할 정도로 뛰어난 군수용품이다.
-그 물건 때문에 차후에 예정된 양국 간의 양해 조약 협상 결과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검문검색대 초소 책임자인 소령의 표정도 딱딱해지긴 마찬가지였다.
“정신 똑바로 차려! 대통령 각하와 군 장성들이 계신 자리다! 경계 보안 뚫리면 다 모가지야!”
대기 중이던 다른 군인도 재빨리 달려와 진형을 이뤘다.
군인은 더욱 완강하게 외쳤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이곳은 출입과 정보 유출이 통제되는 군사기밀 구역입니다.”
“지금 즉시 행사장으로 복귀하십시오. 불응하겠다면 무력을 행사하겠습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철컥.
정말로 쏠 것인가?
미군 장교와 독일군 장교들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뒷걸음질 쳤다.
통역사도 사색이 되어서 두 손을 황급히 내저었다.
“쏘지 마십시오! 쏘지 마세요! 저는 그저 통역을 했을 뿐입니다! 살려주십시오!”
“꺼져.”
“Go back! Please, just go back!”
통역사가 먼저 행사장 방향으로 줄행랑을 쳤다.
미군 장교와 독일군 장교들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Go back.”
머릿속이 복잡한 탓에 돌아가는 발걸음도 어지러웠다.
미군 장교들과 독일군 장교들은 저희들끼리 수군댔다.
애가 타고, 몸이 달았다.
“해외 전보는 물론이거니와 자국 내 전화마저 통제할 줄이야. 이제 어떡합니까?”
“어떡하긴 뭘 어떡해? 행사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빠져나가서 바로 보고 올려야지.”
“상부가 발칵 뒤집어지겠죠?”
“그걸 말이라고 해? 기관총을 사용하는 전차 및 보병 운용 전술이 바뀌게 생겼는데.”
“대체 어떻게 그렇게 큰 조준경을 만들어냈을까요?”
“본국의 국방 기술개발 연구원들도 못 만들어서 끙끙대고 사이즈를······. 생각할수록 기가 차는군.”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차는 또 어떻고? 한국의 국방기술력이 이렇게까지 향상되었을 줄이야.”
“그렇다고 하기엔 다른 전차들은 죄다 조잡했잖습니까.”
“음. M48 패튼의 성능 개량 시험이라기엔 너무 형편없었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의 전반적인 국방기술력 수준이 높은 게 아니라 그 회사만 희한할 정도로 뛰어난 거군요.”
그러고 보니 전차 소개할 때 들었던 단어가 떠올랐다.
“자체 개발해서 독점 출품했다지?”
“그렇다면 그 대구경 도트사이트도?”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반응을 보면 안다.
대통령은 물론 보좌관들까지 전부 처음 들었다는 표정이었다.
“대단하군.”
장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모두 같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걸 내놓은 회사가 어디라고 했더라?”
“JH! JH라고 했었습니다.”
“JH······. 상부에 보고할 때 이 또한 분명히 적시해야 한다.”
“예, 국가가 아니라 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기술이라면 얘기가 더 쉬워질 테니까요.”
미국 장교는 웃었다.
“페이퍼클립 작전이라고 들어 봤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시된 미국 전략사무국의 나치 독일 주요 인사 포섭 작전이다.
관련된 과학자들이 가족과 함께 모두 미국으로 이주해 미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호의호식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항공역학, 로켓기술, 화학무기, 화학반응기술, 의약품에 대한 과학기술을 중점적으로 획득할 수 있었다.
“여차하면 아예 JH란 회사를 통째로 미국에 옮겨올 수도 있어.”
자본과 기술과 인재는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자리 잡으면 떼돈을 벌 수 있다.
그렇게 미국 시장을 제패한 자들은 세계적인 대부호로 부상했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썩히기엔 너무 아까운 기술력이 아닌가.”
미군 장교와 독일군 장교들이 앞다투어 정문으로 뛰어간 또 하나의 이유였다.
나는 저승사자와의 시청각 공유를 껐다.
‘페이퍼클립 작전이라······.’
나치 독일의 과학자와 나는 입장이 다르지.
그쪽은 전범으로 처형당할 사람들이라 선택의 여지 없이 망명했겠지만, 나는 아니거든.
‘뭘 얼마나 바리바리 싸들고 오려나?’
나는 푼돈엔 관심 없다.
* * *
행사장으로 복귀한 장교들은 깜짝 놀랐다.
“It smells delicious from somewhere.(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난다.)”
“Everyone’s eating something like noodles?(다들 뭔가 국수 같은 걸 먹고 있는데?)”
정문까지 뛰어갔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다들 전차 근처에서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아 뭔가를 후루룩거리며 먹고 있었다.
VIP 귀빈석에 자리한 대통령과 그 측근들도 마찬가지였다.
“자, 하나씩 받으십시오.”
“What’s this?”
“컵라면입니다. 이거 드시면서 천천히 차례를 기다리면 됩니다.”
“What?”
외국군 장교들은 얼떨결에 컵라면과 나무젓가락을 하나씩 받아 들었다.
장교들은 컵라면을 흔들어보았다.
“I heard something inside.(안에 뭔가 들었다.)”
“If there were noodles inside, it would have to stir. It’s hard.(국수가 들었다면 출렁거려야 할 텐데. 딱딱해.)”
“It seems to be cup noodles. But unlike the existing ones, the container is unique.(아마도 컵라면인 것 같다. 하지만 기존의 것과 달리 용기가 독특해.)”
“Styrofoam.(스티로폼이로군.)”
심 사장은 컵라면을 들고 시범을 보였다.
“자, 따라 해 보십시오. 뚜껑을 열고, 스프를 까서, 표시된 선까지 뜨거운 물을 받는다.”
외국군 장교들은 따라 했고, 흰 실험 가운을 입은 남자가 주전자를 기울여 뜨거운 물을 부어주었다.
심 사장은 손가락을 세 개 펴며 씩 웃었다.
“Just wait 3 minutes and eat. 저렇게 후루룩 짭짭. 오케이?”
심 사장은 유유히 사라졌다.
외국군 장교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저 사람, JH의 신형 전차를 소개하던 사람 아니야?”
“저 사람이 왜 여기서 이걸 나눠주고 있지?”
“쯧, 왜긴 왜겠어. 이것도 JH가 내놓은 또 다른 군용식품인가 보지.”
외국군 장교들은 홀린 듯이 컵라면을 내려다보았다.
당부한 대로 초침까지 세어가며 착실하게 3분을 채운 후 한 젓가락을 들었다.
“허······? 좋은데?”
“진짜 괜찮아. 이만하면 병사들에게 보급할 비상식량으로는 딱이네.”
“용기를 바꾼 것만으로 이 정도까지 군용식품 퀄리티가 올라간다고?”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JH, 이 회사 대체 뭐야?”
“용기를 바꾸겠다는 발상은 또 어떻게 떠올린 걸까?”
“기존의 것에 비해 생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겠군. 반면 보온성과 휴대성, 보존성은 더 좋아졌고.”
“하여간에 여러 가지로 기발하다니까.”
“상부에 보고할 때 이것도 제대로 적시해 놔! 우리도 컵라면 용기를 스티로폼으로 바꾸자!”
외국군 장교들은 번뜩이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군 장성들도 하나같이 비슷한 표정, 비슷한 목소리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먼저 줄행랑을 쳤던 통역사마저도 한쪽 구석에 쭈그려 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비슷한 감탄사를 토해냈다.
“와, 씨, 이건 진짜 죽이네. 무슨 군대식량이 이렇게 맛있냐?”
외국군 장교들은 심 사장이 사라진 방향을 확인했다.
심 사장은 저쪽 참관석 계단에서 허리를 굽혀 조그마한 어린애와 속닥거리고 있었다.
* * *
“예? 뭐라구요?”
심 사장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나는 검지를 입술에 올려 엄중히 경고했다.
“쉿, 목소리 죽이고 표정 관리하세요.”
“아니, 도련님. 전차는 중정부장에게 공을 넘기고, 컵라면은 육군보안사령관의 공으로 내어주라니요?”
“우리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들이 기여한 게 뭐가 있다고요?”
“더 큰 사업으로 받아먹으면 남는 장사예요. 기여도는 거기에서 찾으면 돼요.”
나는 자신이 있었다.
다른 쪽에서 왕창 뜯어낼 자신!
“그럼 대구경 도트사이트만이라도 우리가 공을 독점하죠?”
그게 바로 핵심인데?
안 될 말이다.
“그건 육군보안사령관과 청와대 경호실장의 공으로 찔러줄 생각이에요.”
“예? 이번엔 청와대 경호실장까지 끼워줍니까?”
“체면치레는 해드려야죠.”
나는 딱 잘라 말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세요.”
“JH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공을 독식하겠다고 욕심내도 모자란 상황에······.”
심 사장은 혀를 찼다.
물론 나도 혀를 차긴 마찬가지였다.
‘태성은 기술력 좋고 사업도 잘하는 데 반해, 정치질은 더럽게 못한다더니. 심 사장님도 예외는 아니었구만.’
이거 잡아다놓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줄 수도 없고.
“잘 들으세요, 심 사장님. JH가 아직 자리 잡기 못했기 때문에 반드시 공을 나눠야 해요.”
“예? 그 반대 아닙니까? 보유한 기술력을 자랑하고 공을 세워야 자리를 잡죠.”
“밀매왕이 부산 국제시장과 고등어 판매를 30년 가까이 독점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모두 남들이 탐날 만큼 돈 되는 자리였다.
박 터지는 이권다툼에, 우후죽순 난립하는 신흥강자의 도전이 없었을까?
하지만 밀매왕은 30년 가까이 그의 아성을 거뜬히 지켜냈다.
“그야 수완 좋고, 능력 좋고, 투자도 성공하고······.”
“밀매왕의 뒤를 든든하게 봐주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보유한 기술력이나 공은 눈도장을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요.”
핵심은 뒷배다.
심 사장도 아니라고 반박하지 못했다.
“대마불사. 몰라요?”
지금부턴 우리가 밀매왕을 보고 배울 때였다.
“그깟 공 좀 나눠주면 어때요? 우리가 육군보안사령관이나 중정부장, 청와대 경호실장이랑 박 터지게 다투면서 사업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긴 합니다만······.”
“경쟁 회사라면 나도 절대로 공을 나눠주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저쪽은 장르와 노선이 다르잖아요.”
대통령이 그간 자주국방을 부르짖으며 국산 전차 개발에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가.
측근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터다.
그런 상황에 잘 차린 밥상에 밥숟가락 하나씩 얹게 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이만한 공을 맨입으로 받아먹고서도 모른 척 입 닫을 양반들이 아니지.’
그 정도로 그릇이 작았다면 지금의 저 자리까진 오르지도 못했다.
청와대 경호실장, 육군보안사령관, 중정부장.
그들은 모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권력자였다.
“그리고 내가 언제 공을 전부 바친다고 했어요?”
“그럼······?”
“지나가듯이 했던 말에서 힌트를 얻어서 개발에 착수했다고 둘러대라는 뜻이었는데요?”
그것만으로도 대통령은 측근들을 흡족하게 여길 터였다.
“어때요?”
“그림 좋은데요?”
“명분도 좋죠.”
“깔끔하네요.”
나는 장담했다.
“두고 보세요. 오늘의 이 투자는 큰 보답으로 돌아올 거예요.”
“예. 도련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준비하세요. 곧 대통령이 부르실 테니까요.”
“각오하고 왔습니다. 제가 왜 최 소장 대신 마이크를 잡았겠습니까.”
그 친구는 다 좋은데 잡소리가 너무 많아서 말입니다.
심 사장은 한쪽 눈을 찡긋했다.
“제가 가서 확실하게 눈도장 찍고 오겠습니다.”
“우리 아빠도 잊지 말고 확실하게 챙겨주시고요.”
여기까지 초대받고 오셨는데.
우리 아버지도 체면치레는 해드려야지.
“아, 김 비서님이 그거 잘하시던데요?”
“일찌감치 튀는 거 말입니까?”
“신문에 대서특필하는 거요.”
“아······.”
내가 태성병원에서 태성가족 환우들에게 병원비 지원을 했을 때, 신문사마다 1면에 대문짝만하게 걸어 놨더라니까?
“우리 아버지 얼굴에도 금칠 좀 해달라고 전해주세요.”
안 그래도 중동에 오래 나가 있느라 다른 형제들에 비해 지지기반이 약하시다는데.
능력 없는 작은 할아버지가 태성건설을 말아먹어서 회사 키우느라 고생이 많으시잖아.
“여부가 있겠습니까?”
심 사장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때 소령 명찰을 단 군인이 다가와 말을 전했다.
“JH의 심원철 사장님 되십니까?”
“예, 제가 심원철입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부르십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소령 명찰을 단 또 다른 군인이 참관석에 앉아 있는 아버지에게도 말을 전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게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정혁아.”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행여라도 멀어서 안 들릴까, 입 모양을 크게 해서 뜻을 전했다.
“잘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물론 심 사장에게도 똑같은 말을 건넸다.
“잘 다녀오세요.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런데 이게 웬걸?
소령은 나한테도 물었다.
“혹시 차정혁 군 되십니까?”
“그런데요?”
“대통령 각하께서 부르십니다.”
어라, 나까지?
< 체면치레는 해드려야지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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