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19)
재벌집 만렙 아들-219화(219/416)
< 흡족한 대통령 >
VIP 귀빈석이 아닌, 전차 성능 시험장의 행정 관리동 건물 안.
대통령은 상석의 소파에 앉아 담배를 뻑뻑 피웠다.
창문이 반쯤 닫힌 이곳은 너구리굴이 따로 없었다.
“외국군 장교들이 상부에 보고한다면서 정문에서 소란을 피웠다지?”
“예, 그렇습니다. 물론 우리측에선 상대측 요구를 전부 불허하고 되돌려 보냈습니다.”
정문을 지키고 있던 소령이 기합이 바짝 들어서 보고했다.
이후 외국군 장교들의 동태를 자세히 보고한다.
대통령은 피식 웃었다.
“전보? 전화? 얼마든지 내어줘라.”
뜻밖의 허락이었다.
“각하, 그럼 정보 통제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제한해야 합니까?”
“정보 통제는 없다.”
“······취재진에게도 말입니까?”
“물론.”
대통령 주변에 서열대로 둘러앉은 군 장성들이 놀란 눈으로 돌아보았다.
“각하, 괜찮으시겠습니까?”
“극비로 취급해야 할 수준의 보안 정보 아닙니까?”
“대한민국의 국방력과 안보와 직결된 사안입니다.”
툭.
대통령은 느긋하게 손가락을 튕겨 담뱃재를 떨어냈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두 손으로 유리 재떨이를 받쳐 들었다.
“내가 왜 오늘 이 자리에 미군과 독일군 장교들을 초청했다고 생각하나?”
느릿하게 담배를 도로 물고 볼이 홀쭉해지도록 흠뻑 빨아들였다.
담배 끝에서 빨간 불똥이 타들어갔다.
“세계만방에 대놓고 자랑해도 부족한 판국에.”
한국의 국방기술력은 개도국 이하란 평가를 받고 있을 때였다.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휴전 국가이면서도 자국의 기술로 제대로 된 무기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는 무능한 나라.
-주한미군이 아니라면 당장 북한에 잡아먹혀도 이상하지 않을 나라.
-그리하여 주한미군 철수란 카드에 쩔쩔매며 자비를 구걸하는 나라.
대통령이 이 악물고 자주국방을 외친 이유였다.
“자국의 장교들 눈으로, 귀로, 입으로 직접 확인하고 올라가는 보고와 우리가 언론을 앞세워 떠들어대는 선전은 모양새부터가 다르지.”
정보의 신뢰성 측면에도, 체면과 위신이라는 측면에서도.
대통령이 외국군 장교들이 전보와 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란 지시를 내린 까닭이었다.
소령은 경례를 올려붙인 후 부리나케 달려갔다.
“아무래도 우리가 굽신굽신 꿇려가며 전차 조약을 체결해야 할 필요는 없어진 것 같지?”
“각하, 그렇다면 이번에 마련한 양국 간의 전차에 관한 양해 조약은······.”
“그쪽에서 대구경 도트사이트의 가치를 얼마나 쳐줄 것인가에 따라 협상 결과가 달라지겠지.”
국산 전차 문제는 JH가 해결했으니, 온갖 손해와 굴욕을 감수하면서 미국에게 매달릴 필요 없다는 소리였다.
“우리와 군사 기술 동맹을 맺고 싶다면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준비해와야 할 거다.”
대통령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전차 강국이라며 더럽게 위세 떨던 놈들이 어떻게 나오나 기대해보지.”
대통령은 손짓했다.
“알았으면 다들 나가서 보란 듯이 유세나 떨어.”
“총알 다 떨어질 때까지 화끈하게 쏴재끼겠습니다!”
“연료 다 떨어질 때까지 전차 타고 돌아다니겠습니다!”
군 장성들이 씩씩하게 대답하며 나갔다.
이곳에 남겨진 건 청와대 경호실장, 중정부장, 육군보안사령관과 청와대 비서실장뿐이었다
대통령이 소파에 등을 파묻었다.
“JH가 큰일을 해주었어.”
“그러게 말입니다.”
“덕분에 간신히 망신살을 면했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설움을 만회할 기회까지 얻게 되었군.”
미소 띤 입가와 다르게, 육군보안사령관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눈매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이런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어야지. JH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죄송합니다, 각하. 제 불찰이었습니다.”
육군보안사령관은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그는 현무와 청월을 꼽으며 국산 전차의 성능 시험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며 큰소리친 바 있었다.
“JH가 아니었다면 벽에 붙어 서야 했을 거다.”
모른 척 봐줬다는 소리였다.
JH에서 내놓은 잘빠진 국산 전차와 도트사이트가 있는데, 육군보안사령관이 벽에 붙어 서 있었다면?
군 장성들이 눈치를 봤을 테고, 군의 사기는 뚝 떨어졌을 것이다.
“맞는 말씀입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육군보안사령관은 벌떡 일어나서 성큼성큼 걸어가 벽에 붙어 섰다.
사석의 술자리에서 각 부의 장관들이 그러했듯이.
최측근이라는 육군보안사령관에겐 퍽 치욕스러운 취급일 터였으나, 대통령은 만류하지 않았다.
“내 체면을 살려주고, 대한민국 국방력을 만방에 과시한 JH에게는 무엇으로 포상해야 할까?”
대통령이 최측근들을 곁에 남긴 이유였다.
“내가 태성의 입에 물려주었던 우광 계열사를 모조리 JH란 이름으로 밀어넣었던데.”
딱. 딱. 딱. 딱.
대통령의 손가락이 리드미컬하게 소파 손잡이를 두드렸다.
생각에 깊이 잠길 때면 나오는 버릇이었다.
“JH를 맡았다는 심원철. 우광조선이 위치한 부산에 JH의 이름으로 해운회사를 세웠다지?”
“예, 제가 직접 부산에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이번에 부산의 혼란을 수습하고, 유력인사들을 대거 포섭하여 대선의 포석을 다졌다고 크게 치하받은 중정부장이 입을 열었다.
“태성 브레인이 적극 협조하여 무장공비들의 창고를 털지 않았겠습니까?”
전차 9대, 총기 8만 정, 화약 및 폭탄류 약 10만 톤!
거기에 중정부장의 몫으로 따로 상납한 것이 더 있었다.
“덕분에 무장공비들이 타고 왔다고 추정하는 잠수정까지 건져올릴 수 있었습니다.”
“잠수정을? 몇 정이나?”
“소련제와 독일제, 일본제, 미제로 각각 한 정씩입니다.”
모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잠수정 생산국이었다.
중장부장이 슬쩍 태성 브레인의 공을 끼워준 것이다.
대통령의 얼굴에 흡족한 웃음이 감돌았다.
“태성의 브레인이 JH란 이름을 앞세워서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바가 참으로 크군.”
“애국하는 마음으로 대통령 각하께 바치겠다더군요.”
“하하하, 방산에 뛰어든 지 얼마나 되었다고.”
대통령은 턱을 쓰다듬었다.
“JH는 태성의 브레인이 방산을 위해 만든 태성의 계열사이려나?”
“태성엔 이미 자동차와 중장비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광자동차와 중장비를 합치지 않고 따로 굴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크게 뜻하는 바가 있다는 소리군. 그놈 광양제철소 사업권을 내어줘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받아먹은 녀석이야.”
딱. 딱. 딱. 딱.
소파 팔걸이를 두드리는 소리는 조금 더 느려졌다.
“대구경 도트사이트. 그게 이번 군사회담의 결과를 좌우하게 될 텐데······.”
똑똑똑.
“각하, 태성건설 차성준, JH투자회사 심원철, 태성그룹 차정혁이 도착했습니다.”
* * *
뜻밖에도 우리는 바로 소파에 앉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불려갔던 사석의 술자리와는 전혀 다른 대접이었다.
‘그렇다고 보기엔 육군보안사령관은 벽에 붙어 서 있고.’
육군보안사령관은 말없이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건 대통령이나 청와대 경호실장, 중정부장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은 피식 웃었다.
“긴말할 생각은 없다. 이번에 JH가 선보인 전차 말이야.”
“아, 예.”
심 사장은 부동자세로 반듯하게 앉았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려면 날 샐 것 같고.”
“아, 예.”
“우광연구소가 수거한 전차는 자체 개발에 실패한 국산 전차 폐기품밖에 없었다지?”
“그랬을 겁니다.”
“자세히.”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중정부장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재국이가?”
대통령이 중정부장을 돌아보았다.
청와대 경호실장이나 육군보안사령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중정부장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제가 한 게 뭐 있겠습니까?”
“이번에 부산에서 무장공비의 탱크를 수거하셨을 때 말입니다. 이동하는 동안 우리에게 전차를 살펴볼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습니다.”
“······그랬나?”
대통령이 새삼스럽다는 듯이 중정부장을 돌아보았다.
“사심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는 녀석이 아닌데 말이야.”
“사심이라뇨? 태성과 JH가 언제부터 중정부장님과 깊은 친교를 나누었다고요.”
심 사장은 두 손을 내저었다.
“각하께서 국산 전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신다며 눈감아주시더군요.”
“흐음.”
중정부장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눈빛이 조금 더 깊어졌다.
“태성과 JH가 방산에 뛰어든 만큼, 국산 전차 성능 시험에 초청된 만큼 각하의 뜻을 헤아려 국가 안보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 당부하셨습니다.”
대통령의 눈빛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부산에서 인천까지. 전차를 이동하고 점검하고 수리해야 했습니다. 그걸 우리 태성과 JH에게 맡겨주신 겁니다. 평소였다면 어림도 없었을 거란 점, 익히 알고 있습니다.”
중정부장은 모른 척 차를 홀짝였고, 청와대 경호실장은 중정부장을 내려다보았다.
심 사장은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덕분에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었기에 전차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흐음, 재국이가 그랬단 말이지?”
“각하, 월권이라면 처벌하셔도 달게 받겠습니다.”
중정부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럴수록 대통령의 눈에는 기꺼움이 떠올랐다.
“처벌이라니. 섭섭한 소리를 다 하는군.”
대통령이 중정부장의 어깨를 탁 짚었다.
“재국아, 네가 나의 염려를 여럿 살피고 있었구나.”
대선을 위해 부산의 유명인사들을 포섭하고, 무장공비들이 일으킨 소란을 수습했다.
거기에 국산 전차 개발을 위해 마음을 쓰고 있었다니.
대통령이 흐뭇하게 입가를 끌어올린 이유였다.
탁. 탁. 탁.
무겁지만 기꺼운 격려가 이어졌다.
중정부장은 말없이 어깨를 폈다.
심 사장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고마움이 깃들어 있었다.
“기존의 국산 전차와 달리 주행도 부드럽게 하는 것이 기동성도 퍽 좋아 보이더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JH가 이번에 외국에서 기술자와 과학자들을 여럿 초빙했습니다.”
“외국에서?”
“모스크바 대학 교수진 몇 명과 소련 출신 엔지니어들입니다.”
“뭐?”
대통령이 눈을 크게 떴다.
그건 청와대 경호실장과 중정부장, 육군보안사령관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독일 엔지니어들의 기술을 이어받은?”
“예, 맞습니다.”
미국에 페이퍼클립 작전이 있다면 소련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페이퍼클립 작전이 나치 독일의 과학자를 목표로 했다면, 소련은 나치 독일의 엔지니어들을 노렸다.
덕분에 미국의 이론적인 공학기술이 크게 진보했다면, 소련제 물건은 튼튼하기로 정평이 나게 되었다.
“그들이 합류하면서 JH가 고안한 신형 전차의 내구성과 부품의 정밀도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심 사장은 씩 웃었다.
“다들 소련에서 로켓 만들고, 엔진 만들고, 우주선 만들고, 전차 만들던 양반들이었던지라.”
대통령은 노골적인 흥미와 관심을 지우지 못했다.
“그들을 어떻게 회유해서 데려왔지?”
“그거야······.”
심 사장은 반사적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퍼뜩 정신을 차리고 여유롭게 웃어넘겼다.
“많은 돈과 노력이 들었지요.”
“그 정도면 소련에서 관리하는 국가 기술자들일 텐데?”
“거부할 수 없는 많은 돈과 거절하기 어려운 영입 노력? 크흠.”
밀매왕이 빚을 아주 많이 달아뒀다더라고.
소련 권력자들에게 찔러넣은 뇌물만큼이나.
“뭐, 결과적으로 국산 신형 전차를 개발하는 일에 잘 쓰였으면 된 거 아닐까요?”
“하하하.”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야 어떻든 내 알 바 아닌 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대구경 도트사이트도 그놈들 작품이야?”
대통령의 관심사는 결국 이것이었다.
물론 나도 궁금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바였다.
모두 심 사장의 입이 열리기만 바라보고 있는데, 심 사장은 뜻밖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누구 작품이야?”
중정부장이 툭 끼어들었다.
“혹시 이번에 JH에서 영입했다던 일본 마쓰모토 전자산업부의 개발팀?”
“아니, 일본 마쓰모토 개발팀을 영입한 건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넨 중정에서 하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나?”
중정.
그러니까 중앙정보부.
국내외 첩보 업무를 주로 담당했기에 대외, 대북 정보 수집을 하는 해외 정보부서도 따로 갖고 있었다.
“일본 마쓰모토 전자산업부 개발팀?”
대통령이 인상을 팍 썼다.
마쓰모토 전자산업부라면 일본 최대의 가전회사로 유명했다.
“일본 가전회사에서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개발했다는 말인가?”
“절대 아닙니다.”
심 사장은 두 손을 내저어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건 우리 JH연구소 연구원들이 자체 개발한 작품입니다!”
< 흡족한 대통령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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