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22)
재벌집 만렙 아들-222화(222/416)
< 공장을 크게 지으려고요 >
대통령이 청와대 경호실장을 돌아보았다.
“3천억짜리 국책사업으로도 부족하다?”
어투가 날카로웠다.
이번엔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태성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공사와 강남서울고속도로 터미널 확장 공사를 따갔었다. 그게 총 얼마짜리였지?”
“2천억이 좀 넘었을 겁니다.”
“입찰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던가?”
“최종적으로 태성과 우강의 양강구도로 좁혀지긴 했습니다만, 현무, 청월, 일성, 삼황, 금조 등 30위권 재벌그룹 중에 건설사를 보유한 기업이라면 전부 뛰어든 바 있습니다.”
“2천억짜리 국책사업에도 다들 이처럼 혈안이 되어 달려들었는데.”
대통령은 뒷말을 생략했다.
하지만 모두 생략한 뒷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3천억짜리 국책사업을 공으로 얻어갔으니, 더는 바라지 말라!
청와대 경호실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람들 보는 앞에서 2인자 체면이 무참하게 구겨졌다.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중정부장과 육군보안사령관과 마주하자, 청와대 경호실장은 울컥 목울대를 울렸다.
“각하, 양국 군사회담이 코앞입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서 맥없이 물러나게 되면 꼴이 퍽 우스워 보이기 마련이지.’
권력자들은 체면을 목숨처럼 중하게 여긴다.
사람이 우스워 보이면 그의 힘도 우스워 보이기 마련이니까.
‘청와대 경호실장은 이곳에서 가장 많은 공을 받아먹었다.’
대구경 도트사이트 기획의 공, 청와대 경호실장이 지휘권을 가진 수경사에 전차를 최우선으로 배치해 권력을 강화시켜준 공.
‘그런 상황에 가장 무능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겠지.’
청와대 경호실장이 버티고 선 이유였다.
“각하,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의 가치는 고작 3천억에 비할 수 없습니다.”
“그럼 자네가 보기엔 얼마짜리야?”
“······.”
청와대 경호실장은 말문이 턱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내가 보기엔 3천억도 과해.”
“······.”
“나라에 돈이 썩어나는 것도 아니고. 돈 들어갈 일이 어디 한두 군데야?”
“······.”
“여기까지 하지.”
나는 주변을 힐끔 돌아보았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뭐라 더 말을 꺼내 보려고 입술을 달싹했지만 그뿐이었다.
중정부장과 육군보안사령관은 이미 제 할 일을 끝냈다는 듯이 차만 홀짝이고 있었고.
심 사장과 아버지는 3천억짜리 횡재에 만족한 듯 보였다.
‘안 되겠군.’
이왕 청와대 경호실장이 판을 깔아준 김에 혓바닥 한 번 더 놀려야겠다.
‘내 몫은 내가 챙긴다!’
나는 조용히 쌍화차를 내려놓았다.
“미국이 탐내고 독일이 눈독 들인 상황이라면서요?”
처음부터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던 건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였다.
그건 여기에 앉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였다.
“이를 빌미로 대한민국에 보다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이끌어내야 할 때예요. 그것만 따져도 3천억 이상은 되지 않을까요?”
“3천억은 무슨. 그것도 태성의 공을 생각해서 후하게 쳐준 것이다.”
대통령은 심드렁하게 툭 내뱉었다.
“선진국에서 저런 렌즈 쪼가리 몇 개를 못 만들어서 쩔쩔맬까.”
“못 만들었잖아요.”
나는 일부러 고개를 갸웃댔다.
“2차 대전에서 기관총용 조준경이 나온 이후, 선진국은 대구경 조준경을 만들기 위해 갖은 애를 썼어요. 그 결과는 어땠는데요?”
선진국의 첨단 장비와 석학들의 복잡한 공식으로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문제는 21세기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대구경 조준경 만들기가 쉬웠다면 미군과 독일군이 저렇게 애가 달아서 뛰어다녔겠어요?”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정문을 돌파하려고 했던 바 있다.
그들 또한 양국의 군사회담 결과가 대구경 도트사이트 때문에 달라질지 모른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선진국에서 저런 렌즈 쪼가리를 곧 따라 만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에요.”
“으음.”
“단순히 큰 렌즈를 달아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잖아요?”
선진국이라고 대구경 렌즈를 장착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니었다.
다만 실패했을 뿐이었다.
“지금껏 그런 시도는 무수히 많았지만, 하지만 지금껏 JH를 제외한 누구도 정답을 제시하지 못했던 문제였어요.”
그래서 결론.
“보고 따라 해봤자 제대로 못 만들 거예요. 장담할 수 있어요.”
“과연 그럴까?”
“물론이죠. 사실 JH가 만들어낸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는 겉보기에 대단한 기술력으로 무장된 최첨단 군용무기가 아니잖아요.”
제2차 세계 대전에서도 비슷한 물건이 나왔었다니까.
독일제 기관총용 조준경 MG-34 혹은 MG-42.
“기계적인 원리도 아주 심플하기 짝이 없어요. 거리에 따라 배율을 조절하면 그에 따라 기관총의 조준점이 달라진다는 것뿐이니까요.”
이 배율에 따른 기관총 조준점의 정확도.
이게 핵심이었다.
“이론은 정말 간단한데, 실무적으로 해결하기가 무척 까다롭거든요.”
21세기 한국에서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가 나왔을 때.
선진국에서 그걸 입수해다가 엄청나게 분석했지만, 결국 똑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초, 세계 유일한 군용기술이에요. 그 가치가 고작 3천억밖에 안 될 리 없잖아요.”
그렇게 해당 방산기업은 특허를 내걸고 전 세계 많은 국가를 상대로 수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우리 대한민국이 군사적,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야 대통령님이 유엔(UN)이나 아펙(APEC)에 가서도 어깨 펴고 큰소리칠 수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탐욕이 일렁이는 눈빛은 안 그런데, 의심과 돈 계산이 이성을 차갑게 얼리는 듯했다.
‘지금껏 돈이랑 군사력 때문에 선진국에 쩔쩔맸다며. 이번엔 반대로 선진국에 큰소리칠 절호의 기회일 텐데. 거참 따지는 게 많으시네.’
이해한다.
가진 게 많기에 잃을 것도 많으니 따질 것도 많겠지.
나는 씩 웃었다.
“정말 그래요? 이걸 팔아도 3천억을 못 벌어요?”
“렌즈 쪼가리 몇 개 팔아서는 절대로 그 돈 못 번다.”
“각국의 국방비 지출이 어마어마하다면서요?”
대통령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없는 살림에 쪼개어 매해 과한 국방비를 쏟아붓는 나라, 그게 한국이었다.
“그럼 고객이 아주 많겠네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 거기에 일본과 대만에도 팔면······.”
원래 먼 나라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더 위험한 법이다.
그것도 이념을 두고 싸우는 적국이라면 최악이고.
딱. 딱. 딱. 딱.
대통령이 손끝으로 소파 팔걸이를 두드렸다.
언제 리드미컬했냐는 듯이 박자가 엉망진창이었다.
대통령의 머릿속도 그만큼 복잡하단 뜻이었다.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차가 몇 대였다고 했죠? 한 1,600대쯤 되나요?”
대통령의 손끝이 뚝 멈췄다.
생각도 뚝 멈췄다.
“우리가 전차를 아무리 열심히 찍어내도 1,600대를 단번에 내놓을 수도 없잖아요. 심지어 우리에겐 아직 제대로 된 전차 공장도 없거든요.”
북한과의 전력 차이.
한국은 뒤처졌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 중국, 소련이 주력전차에 이걸 달고 남침한다면 어떡하죠?”
“그건 안 될 말이다!”
“미국과 독일이 돈다발을 싸들고 와서 우리 JH의 망명을 종용하면요?”
“뭐?”
“차라리 누구의 손에도 이 기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JH를 사장시키실 거예요?”
“그 또한 안 될 말이다!”
쾅!
대통령은 노하여 소파 팔걸이를 후려쳤다.
“이 좋은 기술을 왜 사장시킨단 말이냐? 한국군에게도 절실한 물건이다!”
“아, 그렇군요! 이제 알겠어요!”
나는 손가락을 딱 부딪쳤다.
호명하지도 않았는데, 저승사자가 반사적으로 스르륵 솟아올랐다.
눈치를 힐끔 보더니 도로 조용히 스르륵 사라졌다.
“그 좋은 기술을 한국이 독점할 수 있어야 외국에도 큰소리칠 수 있는 거군요!”
“······.”
대통령은 입을 열지 못했다.
“기업은 원래 이념도, 정치도, 군사력도 따지지 않는대요.”
나는 딱 잘라 말했다.
“돈 되는 시장이라면 뛰어들고, 돈 되는 상품이라면 팔아먹을 뿐이래요.”
애국할 마음은 있을지언정 대통령의 사정대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할아버지라면 할 수 없는 배팅일 터였다.
가진 게 많아서 잃을 것도 많기에.
하지만 난 아니었다.
남들이 보기엔 난 그냥 부모 잘 만난 재벌3세에 불과했다.
게다가 JH의 바지사장도 심 사장이란 말씀.
“만일 외국에서 이 기술을 비싸게 사가겠다고 한다면······ 역시 팔아야겠죠?”
“······.”
“그 돈으로 제철소를 지어야 하니까요.”
“······.”
대통령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외국에 파는 것은 안 된다. 그건 매국노나 하는 짓이야.”
“전 그런 거 몰라요.”
이념도, 정치도, 군사력도 따지지 않는 건 어린이의 특권이기도 했다.
내가 아무리 똑똑해 보여도 대통령의 눈에는 고작 여덟 살짜리 어린애로 보일 테니까.
“국고 사정이 그리 여의치 않다.”
어린애가 남의 주머니 사정까지 헤아리는 거 봤습니까?
이 역시 어린이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대목에서 철부지 어린애처럼 굴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주기로 했다.
“그럼 외국에 안 파는 대신 다른 걸 주시면 안 돼요?”
“다른 것?”
“아까 말했다시피 JH엔 제대로 된 전차 공장이 없어서요.”
나는 씩 웃었다.
“제철소 지을 돈도 없는데, 전차 공장을 지을 땅도, 공장도 없다니. 정말 너무 속상한 거 있죠?”
“허······?”
“듣자 하니 여천국가산업단지가 곧 준공 완료될 예정이라면서요?”
“맞습니다, 각하. 조만간 여천국가산업단지에 기업들이 입주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즉시 입을 열었다.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세계 최대규모의 화학단지를 목표로 야심 차게 추진한 국책사업이 아닙니까.”
“우리 JH가 거기에 입주하면 어떨까요?”
나는 모른 척 손가락을 꼽기 시작했다.
“여천국가산업단지라면 광양이랑도 가깝잖아요. 광양에 만들어지는 태성제철소에서 철강을 즉각 공급받기도 편할 거고요.”
전차를 만들려면 질 좋고 단단한 철강 확보는 필수다.
물론 제철소보다 전차 공장 지어지는 게 훨씬 더 빠르겠지만.
그거까지야 내 알 바 아니고.
“세계 최대 규모의 화학단지를 목표로 추진하신 일이라니까 마침 포탄을 만들기에도 딱 좋고요.”
마침 현무화학도 거기에 들어간다네?
물론 태성화학도 입주를 예정하고 있다.
“게다가 호남에 큰 전차 공장이 들어서는 거잖아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대통령님의 업적이 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경상권과 호남권의 불균형 발전에 관해 불만이 팽배하고 비판이 거센 때였다.
“JH가 여천국가산업단지에 들어가서 전차 공장을 크게 지어 신형 국산 전차를 찍어내듯 뽑아낸다고 생각해보세요.”
대통령이 왜 하필이면 국방 최우선 산업으로 국산 전차 개발을 콕 짚어 추진했을까.
그야 북한과의 전력 차이가 너무 크게 두드러지니까.
대통령은 더 많은 화력, 더 강한 화력, 더 압도적인 화력에 목매고 있었다.
그게 바로 전차였다.
“전차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몇 개나 될까요?”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중공업은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산업이었다.
태성화학의 인천공장에서 창출한 일자리가 2천 자리였다.
그 공장으로도 부족해서 확장한다고 여천국가산업단지로 확장 이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가 많아지면 호남지역의 불만도 크게 누그러지겠죠?”
불만은 보통 돈에서 시작된다.
경상과 호남의 갈등이 시작된 것도 결국은 일자리, 즉 생계와 돈 때문이었다.
“맞습니다, 각하. 다른 건 몰라도 전차 공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즉시 거들었다.
아까 심 사장은 JH의 신형 국산 전차를 수경사에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
이는 곧 청와대 경호실장의 권력과도 직결된 문제가 되었다.
“마침 체비지도 많이 나왔지 않습니까.”
체비지는 도시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사업시행자가 취득하여 집행 또는 매각하는 토지를 말한다.
“체비지를 JH에게 내어주자? 얼마나?”
나는 즉답했다.
“한 20만 평 정도?”
두 팔을 크게 벌리면서.
“공장을 크게 지으려고요. 전차 공장이잖아요.”
“······.”
“다 만들어서 밖에 줄지어 세워놓으려고만 해도 땅이 많이 필요하겠죠?”
“······.”
대통령이 청와대 경호실장을 주시하던 눈을 돌려 중정부장과 육군보안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호로록 말없이 차만 마시던 중정부장과 육군보안사령관이 반대하기는커녕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보탰다.
“잘됐군요. 돈 들어갈 일은 많고, 국고 사정은 여의치 않았는데, 돈 대신 땅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잖습니까.”
“한시라도 빨리 국산 전차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로써 육군의 전력이 크게 강화될 겁니다.”
대통령은 헛웃음을 지었다.
“허······!”
하지만 헛웃음은 이내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5만 평. 대신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 협상권은 국방부가 가지마.”
“그럼 10만 평으로 해요. 물론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 생산 및 판매 수익은 우리 JH의 몫으로 보장해주실 거죠?”
“허······?”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고, 만드는 데 돈 들어가니 적자는 면해야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함부로 유출할 수 없는 귀한 기술이잖아요. 우리 JH만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있으면 어디 나와보라고 해요.”
“좋다.”
대통령은 흔쾌히 허락했다.
“대신 이번 양국의 군사회담 자리에는 심 사장이 나가줘야겠다.”
“예?”
가만히 앉아서 흐뭇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있던 심 사장이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 공장을 크게 지으려고요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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