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23)
재벌집 만렙 아들-223화(223/416)
< 유공은 어떤가? >
심 사장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아니, 각하. 제가 왜 양국의 군사 회담에 나간답니까? 저는 외무부 소속도, 국방부 소속도, 자문위원회 소속도 아닙니다만?”
“이번 미국과의 군사 회담에서 체결할 주제가 뭐야?”
“미국의 M60 전차 공여와 라이선스 체결에 관해서입니다.”
“JH의 신형 국산 전차가 나온 마당에.”
대통령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거기에 JH에서 세계 최초, 세계 유일한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개발한 마당에.”
심 사장은 움찔했고, 대통령은 느긋했다.
“이만하면 JH 대표가 회담에 직접 나가줘야 할 명분과 이유는 차고 넘치는 것 같다만.”
“······예, 알겠습니다.”
심 사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짐작한다.
‘그까짓 것. 별것도 아니지.’
내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기에 딱히 상관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 얘기는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고.”
대통령은 은색 담배 케이스에서 새 담배를 꺼냈다.
즉시 청와대 경호실장이 은색 지포라이터를 꺼내 들고 불을 붙여주었다.
대통령은 담배를 흠뻑 빨아들이면서 좌중을 돌아보았다.
“다들 이만 나가 봐.”
“예, 각하.”
“자네는 제외. 앉아 있어.”
대통령이 지목한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니, 아버지는 또 왜?’
나와 심 사장은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그건 청와대 경호실장, 중정부장, 육군보안사령관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각하. 알겠습니다.”
“자네는 왜 그러고 서 있어? 나가 보란 소리 안 들려?”
대통령의 차가운 눈초리에 청와대 경호실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각하, 저도 나갑니까?”
“나가.”
“······예, 각하.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언제든 필요할 때 불러주십시오.”
청와대 경호실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딱.
‘어이, 수호신.’
[알았다.]연기처럼 스르륵 솟아오른 저승사자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마.]참으로 든든한 소리였다.
* * *
대통령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솜씨가 아주 제법이야.”
대통령의 한쪽 입꼬리만 씰룩 움직였다.
“이번에도 자넨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3천억짜리 국책공사와 여천국가산업단지 땅 10만 평을 얻어냈군그래.”
묵묵부답.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질 않는군. 정말 제법이란 말이지.”
“······절 이곳에 따로 남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자네라면 짐작하고 있을 것 같은데. 내가 굳이 심원철을 군사 회담에 내보내려는 이유.”
“회담을 결렬시키기 위해서. 아닙니까?”
“역시.”
대통령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얼굴에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안 그래도 경색된 양국 관계다. 감안해야지.”
“국방부가 밉보일 수 없으니, JH가 대신 밉보이길 바란다는 뜻이로군요.”
“JH가 때맞춰서 신형 국산 전차를 내놓은 덕분이다. 큰일을 해주었어.”
대통령의 뜻은 분명했다.
-한국은 이번 군사 회담이 아쉽지 않게 되었다.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빌미로 유리한 입장에서 체면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겠다.
대통령이 넉넉하게 뜯겨주는 대신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의 협상권을 가져간 이유였다.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독점하실 생각이십니까?”
“적어도 한국군이 중무장할 때까지는.”
“좋습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을 끄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맨입으로는 곤란합니다.”
“맨입이라니? 이미 제대로 값을 치렀지 않나.”
“그건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 협상권 값이잖습니까. 회담을 결렬시키는 수고비와 위험수당은 따로 쳐주십시오.”
“수고비와 위험수당이라. 그래, 바라는 바가 뭐야?”
“정혁이가 처음 바랐던 땅. 20만 평 그대로 내어주셨으면 합니다.”
“땅? 여천?”
대통령은 피식 웃었다.
“전차 공장을 대체 얼마나 크게 지으려고? 10만 평이면 차고 넘칠 텐데.”
“20만 평은 필요합니다.”
“평양에 들어선 전차 공장도 3만 평이 채 안 돼.”
“태성화학을 여천으로 옮기려 합니다.”
“허?”
“물론 아버지께선 울산으로 옮기길 바라고 계십니다.”
딱. 딱. 딱. 딱.
대통령이 다시 손끝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양쪽에서 태성화학 이전 부지를 검토 중이다?”
“여천국가산업단지에 태성화학이 들어선다면 여러모로 좋지 않겠습니까? 호남의 불균형 발전을 완화시킨다는 측면에서나,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나, 화학단지 입주 홍보 효과 측면에서나, 국책사업의 성공적 유인이란 업적 측면에서나.”
대선이 코앞이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업적과 실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였다.
“아버지보다 아직 제 쪽은 목소리가 작잖습니까. 힘 좀 실어주시죠.”
“아들도 땅을 뜯어내더니, 아버지도 땅을 뜯어내겠다? 부전자전이야.”
“대신 정부는 이득과 체면을 전부 다 챙길 수 있으니 이 또한 이득입니다. 여천국가산업단지 개발 구역이 1,334만 평입니다. 20만 평이라고 해봐야 2% 남짓, 각하께는 푼돈이잖습니까.”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반면 군사 회담은 푼돈 취급할 수 없는 양국 간의 큰일이지요. 협상 테이블을 엎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단지 그 후폭풍을 누가,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문제이지요.”
“자넨 그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은 있고?”
“물론입니다.”
아버지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대통령도 흥미롭게 귀를 기울였다.
“어떻게 감당하려고? 막무가내로 어깃장을 놓을 작정이라면······.”
“그럼 각하께 누가 되잖습니까. 그런 조잡한 수는 안 씁니다.”
“그러면?”
“현실적인 명분을 들이밀겠습니다. 마침 JH에는 땅도, 공장도 없잖습니까. 그럼 조준경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서 납품한단 말입니까?”
아버지는 씩 웃었다.
“이참에 강짜 한번 부려보면서 넉넉히 뜯어보겠습니다. 각하의 말마따나 차관이 절실할 때 아닙니까.”
“하하하. 미국의 등골을 빼먹겠단 말이지?”
대통령은 기껍다는 듯이 웃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국방부에 납품할 조준경 또한 하염없이 마냥 미뤄질 게 아닌가.”
“그건 태성 공장에서 해결하겠습니다.”
아버지는 어깨를 으쓱했다.
“겉보기에 태성과 JH는 전혀 다른 회사라서 말입니다. 문제가 있겠습니까?”
“없지! 좋아. 그래, 아주 좋다!”
대통령이 피우던 담배를 유리 재떨이게 비벼 껐다.
“군사 회담을 요령껏 엎는 일은 심 사장이 알아서 할 일이고. 자네에게는 따로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용건이 또 있으셨습니까?”
“우광자동차와 중장비 공장이 가동을 멈춘 상태라지?”
“그건 제 소관이 아닌지라 뭐라 답변을 못 해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흐음, 자네가 주장했던 제2차 석유파동 때문이 아니고?”
대통령은 은근히 물었고, 아버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안 그래도 적자인 우광자동차와 중장비야. 석유파동에 휩쓸리면 그대로 폭삭 주저앉게 생겼으니 적당히 멈춰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거 아닌가?”
대통령은 담뱃재를 탁탁 털어냈다.
“솔직히 말해 보게. 자네는 정말로 석유파동이 다시 한번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나?”
“예.”
“그렇다고 보기엔 태성자동차와 중장비는 너무 공격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데 말이지.”
“형님의 결정까지는 제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그렇겠지. 자넨 아직 태성의 총수가 아니니까.”
딱. 딱. 딱. 딱.
대통령의 손끝이 왠지 흥겨워 보였다.
“태성은 정말로 정유회사를 설립할 생각 없나?”
대통령이 사석 술자리에서 이미 한 차례 은근슬쩍 언급했던 이야기였다.
“사우디 왕실에 달아놓은 빚, 민간 차원에서 회수해와야 하지 않겠어?”
“······정유회사를 세우는데, 어디 한두 푼 들겠습니까?”
대통령은 아버지를 떠보고 있었고, 아버지는 슬쩍 발을 빼었다.
“태성제철소를 지을 돈도 없다고 어린 아들마저 저리 근심 걱정하는 상황이 아닙니까.”
“그래도 관심 없단 소리는 안 하는군.”
“결국 돈이 문제라서 말입니다.”
“그래, 언제나 돈이 문제지.”
대통령도 부정하지 않았다.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할 일이 많아서 돈 들 데도 많으니, 그것이 문제였다.
“정유회사를 세우려면 적어도 4억 달러는 들여야 할 겁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은 예산입니다. 정유회사는 초기 투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들잖습니까.”
외국에서 원유를 사 올 때 사용하는 유조선, 유조선의 기름을 저장할 석유 저장고, 원유를 가공할 정유 시설, 분리 정제된 정제유를 공급하는 주유소 등.
그걸 다 장만하자면 거금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걸프사의 지분만 해결해. 그럼 유공의 지분은 내가 해결해주지.”
“······!”
“민간에 이양한다는 명분으로 거저 내어주겠다는 소리야.”
“······!”
“어때? 이만하면 제법 군침이 도나?”
유공, 즉 대한석유공사.
1962년 정부가 미국 걸프사와 합작해 세운 정유회사였다.
석유 배급 업체인 대한석유저장회사의 자산과 시설 등을 인수한 뒤, 석유판매업체인 흥국상사를 인수했으며, 최근 산업은행 주식도 인수해 대한석유지주를 설립했다.
과거에는 제2차 오일쇼크 때 시중에 나온 공룡 매물이었다.
‘대통령이 먼저 유공의 인수를 언급해?’
그것도 떠보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그러니 나도 놀랄 수밖에.
‘아직 석유파동은 터지지도 않았는데?’
현재 대한석유공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공은 아직 민영화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인 석유파동에 휩쓸린 미국의 걸프사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철수 의사를 타진한 후에야, 정부는 대한석유공사를 민영화하기로 결정했다.
걸프사의 지분 50%를 해결할 수 있는 돈만 있다면 대한석유공사를 넘겨주겠단 제안을 한 것이다.
석유파동으로 정유회사 지분이 똥값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그 인수자금이란 게 무려 1억 달러에 달했던 터라, 다들 입맛만 다실 뿐 선뜻 뛰어들지 못해서 문제였지만 말이다.
‘대통령이 어디 가서 머리에 총 맞고 온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꿍꿍이기에 이렇게 산뜻 내어주겠단 소리가 나와?’
지금 표정까지 몹시 수상했다.
“어디 보자. 지금 시세로 따지면 미국 걸프사 지분 50%면 한 2억 달러 정도 하나? 아마 3억 달러는 넘지 않을 것 같은데.”
그 말인즉, 현 시세대로 치면 2억에서 3억 달러나 되는 유공 지분 50%를 미끼로 흔들겠다는 뜻이다.
정말이지 탐스러운 미끼였다.
“정유회사를 얻게 되면 태성은 단번에 중공업 기반의 핵심 재벌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될 거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과거 개미가 공룡을 삼켰다는 평을 들었던, 유공을 인수했던 기업은 결국 손꼽히는 재벌그룹으로 성장했다.
“자동차와 산업을 굴리려면 석유는 필수인데, 달리 대체제도 없지. 정유회사라면 불황에도 끄떡없는 태성의 캐시카우가 되어줄 것이다.”
맞는 말이었다.
석유는 언제나 돈이 되었다.
태성이 중공업에 뛰어든 이상 시너지 효과는 말도 못 하게 클 터였다.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태성의 차기 총수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소리일 테고.”
대통령이 피식 웃었다.
“내가 자네의 뒷배가 되어주는 건 덤이라고 치지.”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대통령이 아버지의 뒷배를 자청한다고? 아니, 왜?’
이 나라의 절대권력이라는 대통령이 밀어주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태성의 사업은 거칠 게 없을 터였다.
우광이 그토록 뇌물을 먹여가며 얻고자 했던 자리였고, 밀매왕이 오랜 시간 공들여 짠 대마불사 그물의 완성체였다.
사업은 잘 굴리나, 정치질엔 영 젬병이라는 태성에게는 두 손 들고 달려들 만큼 달콤한 제안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딱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원하시는 게 뭡니까?”
세상에 공짜란 없다.
뇌물에는 청탁이 세트인 법.
군침이 도는 제안을 받았을 때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각오를 다져야 한다.
“전차만으로는 부족해.”
대통령의 꿍꿍이속이었다.
“자국의 기술력으로 자주국방을 이룩해야지.”
아버지와의 독대 자리를 만든 이유였다.
“JH가 적극 협력해줘야겠어.”
“어떻게 말입니까?”
“한국군을 중무장할 수 있는 무기라면 뭐든 좋다.”
청와대는 올해 헬기, 대포, 탄약, 장갑차, 함정, 레이더, 미사일 등 각종 병기를 생산할 것이며, 항공기 산업과 특수전차 개발에 착수하겠단 발표를 한 바 있었다.
“잠수정과 핵무기 개발도.”
“잠수정과 핵무기까지······말입니까?”
“핵보유국이 되면 한국의 위상과 취급이 달라질 거다.”
대통령의 눈은 차갑게 번뜩였다.
일렁이는 열망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 유공은 어떤가?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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