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24)
재벌집 만렙 아들-224화(224/416)
< 그까짓 것 문제없지! >
아버지는 기함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잠수정과 핵무기 개발이라니.
엿보고 있던 나마저도 기함할 일이었다.
‘이 양반은 아직도 핵 개발의 꿈을 못 버렸군.’
한국의 핵 개발은 1977년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훗날 일화로 떠드는 말이 많았다.
이후 몰래 밀반입하려다가 들켰다거나, 그로 인해 미 정보국의 도청을 받고 암살당했다거나.
수많은 썰이 돌았고, 이에 대한 소설까지 크게 히트쳤다.
‘아무리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해도 그렇지. 핵 개발까지 전부 JH에게 떠넘기는 건 좀 곤란한데.’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단은 잠수정부터 시작하지. 국산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 착수하도록.”
원자력 잠수함, 일명 핵잠수함.
핵분열 원리를 응용한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합중국 해군에서 최초로 개발하였다.
아버지의 표정은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일반적인 잠수함도 아니고, 원자력 잠수함을 원하시는 겁니까?”
“그것으로도 부족하지. 최종 목표는 전략원잠이다.”
“······!”
전략원잠, 즉 탄도미사일 원자력 잠수함(SSBN, Submersible Ship-Ballistic missile-Nuclear powered).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탑재함으로써 전략 무기로 분류된다.
“각하!”
“순항미사일원잠(SSGN, Submersible Ship-Guided missile-N)도 나쁘지 않고.”
그건 적 함선을 목표로 대함 유도탄을 사용하는 원잠이었다.
“핵잠수함을 만들어내라는 것만으로도 경악스러운데, 전략원잠에 순항미사일원잠까지 개발하라니요?”
아버지는 곤란한 듯 얼굴을 쓸어내렸다.
“한국의 잠수정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계십니까?”
“매달 보고받는 사항이야.”
대통령은 피식 웃었다.
“내가 대통령 노릇을 하기 전에 뭐 하고 다니던 위인이었는지 모르고 있던 건 아니겠지?”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군인 출신 대통령.
군사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거머쥔 성공한 쿠데타의 주역.
“각하, 원자로를 돌리고, 탄도 미사일과 대함 유도탄까지 장착한 잠수함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지. 감안하고 있어.”
“시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자금 지원도 해주지. 국방 예산의 일부를 돌려주마. 개발비로는 넉넉할 거야.”
“각하!”
“왜? 인력 지원까지 필요한가? 국방기술연구소의 연구원들 몇 명 파견해줘?”
대통령이 강경하게 나올수록 아버지는 수세에 몰렸다.
아버지는 거칠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애국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주게. 바로 오늘처럼.”
대통령은 그런 아버지의 반응을 즐겁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신형 국산 전차를 만들던 것처럼만 해.”
“국산 전차는······ 그래도 자동차와 중장비를 만들며 얻은 기술이라도 있었지만······.”
“우광조선을 날름 받아먹었으면 그 값을 해야지.”
“······!”
“인생에 공짜가 어디 있어?”
얼굴을 쓸어내리던 아버지의 손이 뚝 멎었다.
“개발에 필요한 잠수정 견본 샘플도 지원해주지.”
대통령은 꿍꿍이속이 가득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중정부장과 함께 찾아낸 잠수정이 있잖나.”
“각하.”
“미제, 독일제, 소련제, 일본제. 전부 세계 최정상 잠수정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가들의 것이야.”
“단시간 내에 따라잡을 수 있을 만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걸 누가 몰라?”
대통령은 다리를 바꿔 꼬았다.
“미래를 보고 하는 투자야.”
음험한 웃음은 더욱 진해진 후였다.
“난 JH에게서 한국 국방력의 미래를 엿봤다.”
“각하.”
“JH의 기술력이면 대한민국 국방력이 세계적으로 발돋움하는 날도 머지않았다.”
“각하, 재고해주십시오. 핵무기와 전략원잠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스케일이 아닙······.”
“그만!”
대통령은 손을 들어 아버지의 입을 틀어막았다.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안 된다는 소리라면 그만두게. 어떻게든 되게 만들어야 하는 일이야.”
“후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정부가 적극 지원해준다고 하지 않아.”
대통령은 딱 잘라 말했다.
“우리가 언제까지 미국과 일본, 유럽에게 기술 구걸하러 다녀야 하나?”
“······.”
“걸핏하면 주한미군 철수로 압박하고!”
“······.”
“여차하면 휴전국가랍시고, 전쟁의 위험성이 크다며 국가경쟁력을 하향 평가하고!”
“······.”
“경쟁력 평가가 낮으면 외국의 투자 자금도 안 들어와! 돈이 들어와야 기업을 키우고, 경제를 살릴 것 아닌가!”
대통령은 주먹을 꽉 쥐었다.
“국방력이 미래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어. 그건 안 될 말이지!”
“각하.”
“3,7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과 터전을 지키는 일이다. 자주국방은 이 나라의 최우선 과업 중 하나야!”
“부담이······.”
아버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JH와 태성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너무 큽니다.”
“감안해.”
대통령은 코웃음을 쳤다.
“나 역시 자네 회사의 사정을 감안해주고 있듯이.”
“각하, 이번 양국 군사 회담을 결렬시키는 부담 또한 JH가 떠맡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내가 밀어줬지.”
대통령의 목소리는 더욱 은근해졌다.
“전략원잠과 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밀어주마.”
“각하······.”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JH가 내 바람을 이뤄주는 만큼 나 또한 자네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다는 소리거든.”
“제 바람을······말입니까?”
“자네도 사내라면 가슴에 불같이 뜨거운 야망을 품고 살겠지.”
탁.
대통령이 아버지의 어깨를 짚었다.
“태성의 차 회장이 말하길, 첫째는 사람만 좋고, 둘째는 그릇이 작고, 막내는 약삭빠르질 못하다던가?”
탁탁.
대통령이 연거푸 아버지의 어깨를 두드렸다.
“약게 사시게. 미련하게 굴지 말고.”
은근한 어투였다.
“처자식을 생각해야지.”
“······!”
“태성을 생각하고, 형제와 조카들도 생각해야지. 딸린 식구가 몇인데.”
“······!”
“우광의 꼴을 보고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단 말은 꺼낼 생각도 하지 말고.”
“······!”
아버지는 목이 졸린 듯한 목소리를 겨우 내었다.
“시간을······.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이 자리에서 결정해.”
대통령은 은색 담배케이스에서 새 담배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주머니를 더듬어봐도 은색 지포라이터가 없다.
청와대 경호실장을 내보낸 탓이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내 짜증도 늘어나지 않겠나?”
대통령은 보란 듯이 물고 있는 담배를 가리켰다.
“보다시피. 담뱃불이 급해서.”
청와대 경호실장을 불러들이면 오늘의 독대는 이로써 종료.
거절에 따른 후폭풍을 모두 감당해 보라는 으름장이었다.
대통령에게서나, 미국에게서나.
“각하, JH는 제가 직접 운영하는 계열사가 아닙니다.”
“퍽이나. 바지사장 자리에 자네의 심복을 앉혀두었으면 말 다 한 거지.”
대통령은 코웃음 쳤다.
“태성이 방산에 뛰어들기로 작정한 이상 정해진 미래야.”
대통령은 물고 있던 담배를 까딱거렸다.
“차 회장이 이 자리에 있어도 내놔야 할 대답은 하나뿐이다.”
“그래서입니다. 전 아직 태성의 총수가 아니잖습니까.”
무릎 위에 올려둔 아버지의 두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주먹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태성의 미래가 걸린 일입니다. 처자식은 물론 집안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 아닙니까.”
아버지는 마른침을 애써 삼켰다.
“사흘만 주십시오.”
“3분 주지.”
“30분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아버지는 도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안색이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심 사장과 상의하고 싶은 모양이지?”
“예.”
아버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대통령은 담배를 문 채 턱 끝을 까딱였다.
“나가 봐.”
“감사합니다.”
* * *
저승사자와의 시야 공유가 끊겼다.
나는 아버지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이게 목숨줄을 움켜쥔 자의 아량이군.’
마음만 먹으면 태성도 우광처럼 풍비박산 내는 건 일도 아니란 협박!
처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란 으름장!
‘하지만 이게 작금의 현실이지.’
지금 이 시절은 막강한 독재정권의 시대.
5년짜리 대통령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21세기 재벌공화국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였다.
“심 사장님, 잠시 얘기 좀 하실까요?”
“예.”
심 사장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심 사장을 데리고 뒤뜰로 향했다.
고작 30분밖에 되지 않는 타임 리미트 속에서 아버지는 서둘러 독대했던 상황을 전했다.
“아이고!”
아버지의 말을 들은 심 사장의 소감이었다.
심 사장은 뒷목을 잡았다.
“전략원잠에 핵무기 개발은 물론 그 후폭풍까지 우리에게 떠넘기겠다고요?”
숨소리는 거칠어진 지 오래였다.
“미국과의 군사회담에 나가라는 것도 역시 꿍꿍이였군요! 신형 국산 전차나 대구경 도트사이트에 관한 기술 발표가 아니라 양국의 회담을 결렬시키는 역할로!”
심 사장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공장이 없단 핑계로 한국군을 중무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라는 것도 모자라서······!”
심 사장은 제 머리채를 움켜쥔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걸 어떻게 일개 회사가 다 뒤집어쓴답니까? 감당 불가입니다, 감당 불가!”
“후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양국의 군사회담 협상 테이블을 엎는 것도 난감한 일인데, 몰래 뒤에서 한국군에 납품하다 걸리면 그 뒷감당은 다 어찌하라고요?”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이었다.
“미 정보국이 얼마나 대단한 놈들인데요. 청와대와 주요 관공서에 도청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심 사장이 파르르 떨었다.
“이미 JH가 신형 국산 전차를 내놓고,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개발한 시점에서 미 정보국 감시 대상에 포함될 게 분명하잖습니까!”
안 그래도 우리 심 사장님, 오만 잡일에도 걱정이 많은 양반이신데.
“미 정보국의 눈을 피할 길도 없으니, JH가 뒤에서 딴짓거리를 하는 걸 안 들킬 리 없습니다!”
안 되겠군.
땅을 파고 들어가다가 지구 반대편을 뚫고 나오기 전에, 얼른 그놈의 걱정을 덜어드려야지.
“행여 우리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이 나라는 나 몰라라 할 게 뻔합니다!”
“그까짓 건 별문제가 안 돼요.”
“······예?”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쪽에서 뒷수작을 부렸듯이 우리도 뒷수작을 부리면 그만이니까요.”
“예?”
“그러니까 미국의 보복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소리예요.”
“예에? 어떻게요?”
“뭐? 자세히 좀 말해 봐라.”
아버지와 심 사장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통령님은 양국 군사회담을 결렬시키란 지령을 내렸지, 따로 사석에서 만나 협상을 벌이지 말란 소리는 안 꺼내셨잖아요?”
“예에?”
“뭐?”
왜 똑같은 반응이야.
이게 뭐라고.
뒷골목 세계에서 이 정도 통수는 패시브라고.
“대통령님도 눈 가리고 아웅 하겠다며 JH의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태성 공장에서 납품받겠다는데, 미국에서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서, 설마······!”
“······!”
나는 씩 웃었다.
“미 정부의 신변보호 프로그램이나 정보 통제력도 상당한 수준이고, 통도 커서 국방비 지출도 아끼지 않는다면서요?”
“······?”
“땅덩이 넓은 나라에서 공장 하나 몰래 돌리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요.”
“······!”
“여차하면 한국에서 만든 걸 가져다가 몰래 밀수해 가면 돼요. 우리에겐 밀매왕이 있는데 뭐가 문제예요?”
“······!”
로비와 밀항, 대마불사 그물 엮기가 주특기!
뒷말은 덧붙이지도 않았는데, 심 사장과 아버지는 이미 내 뜻을 알아들은 표정이었다.
구구절절 뒷말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구만!
‘이참에 미국에 구금되어 있다는 로비스트도 빼돌릴 수 있겠고. 일거양득이겠네.’
코라이 게이트에 휘말린 로비스트들은 조국과 정부에게 버림받았다.
‘어차피 대통령의 치부와 연루된 이상 한국에 들어와봤자 제거될 사람들이고.’
밀매왕에게 신신당부한 일이었다.
‘나라의 국운을 맡겼던 유능한 엘리트 로비스트들이라는데. 이렇게 썩히기엔 너무 아깝지.’
난 인재에 목말라 있거든.
그만한 로비스트들을 얻기가 어디 쉬운가?
하지만 만일 미국과의 협상에 성공한다면 우리가 거저 주워먹을 수 있을 것도 같고?
“이참에 미국 등골을 쏙 뽑아먹어 보죠.”
이미 계산 끝났다.
나는 손을 휘저었다.
“그러니 그 문제는 됐어요. 진짜 문제는 따로 있잖아요.”
“아, 대통령 각하께서 으름장을 놓으신 문제 말이군요.”
“그까짓 것도 별문제 안 되는데요?”
“예에?”
< 그까짓 것 문제없지!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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