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27)
재벌집 만렙 아들-227화(227/416)
< 우리 아들, 천재가 아닐까요? >
아버지가 들고 있는 종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번쩍번쩍 눈부신 황금빛에 중간중간 터지는 은빛 폭발까지.
다채롭고 화려해서 나도 모르게 시선을 강탈당하는 걸 뭐 어쩌라고.
의아했다.
‘대통령과 협상할 여지가 남아 있던가?’
이상하다.
충분히 뜯어낼 만큼 뜯어냈다고 생각했거든.
거기서 더 뜯으면 대통령의 심사가 뒤틀리지 않을까 싶을 만큼 아슬아슬한 정도까지 뜯었다고 자부했는데.
아버지가 거기에서 더 뜯어낸 것이다.
‘대단한데?’
나는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언뜻 봐도 대통령의 서명 날인이 제대로 찍혀 있었다.
‘대체 뭘 어떻게 무슨 말로 꼬드겼기에.’
두 장이나 더, 그것도 전부 황금색으로 된 종이를 가져오다니.
나는 홀린 듯이 손을 내밀었다.
“그거 잠깐 살펴봐도 돼요?”
아버지는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선뜻 종이를 내어주지 않는다.
위화감이 스쳤다.
“······.”
아버지의 눈빛이 평소보다 많이 복잡하게 무거워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웃지 않으셨지.’
심 사장도 웃고, 나도 웃고 있었는데.
정작 황금빛 종이를 쟁취해온 아버지만 딱딱하게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정혁아.”
“······네.”
나 때문이구나.
올 것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한참이나 이어지는 침묵.
‘내가 태성의 브레인이라는 걸······ 눈치채겠지.’
각오하던 바였다.
‘그까짓 것 밝혀져 봤자, 딱히 달라질 것도 없······.’
생각이 멈췄다.
아버지의 가라앉은 눈을 마주하니, 마음이 크게 출렁였다.
약간의 씁쓸함과 상당한 심란함.
아버지의 눈동자가 작게 떨리고 있었다.
‘아······.’
문득 후회가 되었다.
일부러 속인 건 아니었는데.
나쁜 뜻으로 기만하려 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이런 표정을 지을 줄은······.’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아버지에게 솔직하게 이실직고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빠, 저기···, 있잖아요. 실은······.”
“정혁아.”
아버지는 한쪽 무릎을 굽혀 나와 눈높이를 마주했다.
아버지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됐다. 지금은 어른들끼리 의논해야 할 게 많아.”
“······네.”
“이해해줘서 고맙다.”
아버지는 부드럽게 웃어주셨지만, 미소에 깃든 혼란스러움까진 숨기지 못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우리 부자를 바라보며 심 사장은 안절부절못했다.
“저기, 성준 도련님······. 그게···, 여기엔 조금 사정이······.”
“받으십시오.”
아버지는 가져왔던 세 장의 종이 중 두 장을 심 사장에게 내밀었다.
그런 후에 남은 한 장은 대충 접어 아버지 양복 안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이건······.”
심 사장은 여기서 이걸 나에게 내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스러운 기색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심 사장을 가만히 살펴보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잠시 후 대통령 각하와 함께 취재진 앞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예, 정혁 도련님을 어디로 모셔가면 되겠습니까?”
“정혁이가 아니라 제가 갑니다.”
“예?”
심 사장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취재진이라면 치를 떨며 질색팔색하시는 분이?”
“간단한 기자회견도 겸할 예정입니다.”
“기자회견은커녕 인터뷰 요청도 마다하느라 도망가기 바쁘셨던 분이?”
“대통령 각하의 뜻입니다.”
아버지의 눈빛이 점점 단단해진다.
“또한 제 뜻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표정도 점점 굳건해진다.
“태성의 대표로 이 자리에 불려나왔으니, 그 역할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내 머리를 쓸어내리는 아버지의 손길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각하께서 기꺼이 태성의 뒷배가 되어주신다는데, 저 또한 기꺼이 각하의 광고판이 되어드려야겠죠.”
“도련님, 그런 거라면 차라리 제가······!”
“물론 심 사장님께서도 함께 가주셔야 합니다.”
“······예? 저도요?”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제대로 대처해야 하니까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럼 정혁 도련님은······.”
“군인들에게 아이를 맡겨둘 수야 없죠.”
그렇다고 취재진 앞에 노출시킬 생각도 없다는 듯 곤란한 표정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곤란이 되고 싶지 않았다.
“전 걱정하지 마세요. 얌전히 기다릴게요. 저 그럴 수 있어요.”
“······안다.”
나를 내려다보는 눈빛이 퍽 복잡해 보였다.
이해한다.
의문스럽겠지.
혼란스럽겠지.
‘실망······하셨으려나?’
그건 싫은데······.
자꾸만 고개가 땅바닥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보시기에 아이답지 않은 내 모습이, 여태 뒤에서 몰래 수작을 부리고 다녔던 내 진면목이 얼마나 가증스러울······ 하아.
“걱정돼서 그래.”
애틋한 목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푹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무리 똑똑해도, 다들 눈독 들일 만큼 대단해도, 이것저것 척척 해낼 줄 알아도.”
생략된 말이 아주 많았다.
아버지의 한숨만큼이나.
“아빠한테 정혁이 넌 아직 솜털도 안 난 아기새처럼 보여서.”
아버지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누가 몰래 잡아갈까, 훔쳐갈까, 꾀어갈까 겁난다.”
날 품에 안고 꽁꽁 숨겨서 절대로 안 내보일 사람처럼.
그렇게 꽉 끌어안으셨다.
아버지가 내 정수리에 뺨을 비볐다.
“얼른 커라, 정혁아.”
“······네.”
저도 그러고 싶어요.
떡국을 열 그릇씩 먹어서, 나 혼자만 시계태엽을 마구마구 감아서, 얼른 크고 싶어요.
하루라도 빨리 자라 아버지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드리고 싶어요.
“아니다, 취소. 너무 빨리 커버리지 마라, 정혁아.”
“······네.”
“그냥 계속 우리 아기새 하자.”
나는 아버지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네.”
과거에는 한 번도 기대 보지 못했던, 기대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품이었다.
내 한 몸을 다 감쌀 만큼 크고 넓고 포근했다.
“착하다.”
내내 딱딱하게 굳었던 아버지가 웃고 있었다.
그제야 나도 마주 웃을 수 있었다.
“읏차.”
아버지는 벤치에 앉아 날 무릎 위에 앉혔다.
“우리 정혁이 깃털이네. 밥 많이 먹어야겠는걸?”
“매끼 두 그릇씩 골고루 먹고 있어요. 우유는 한 통씩!”
과거엔 어릴 때부터 길바닥을 떠돌며 배곯는 게 일상이라 제대로 못 컸던 게 한이었다.
이번 생에선 어떻게든 180대 키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우리 엄마 167, 우리 아빠 183!
심 사장이 아버지에게 받은 종이를 보고 허, 소리를 냈다.
“이건···, 아니, 이거 정말 진짭니까?”
“최근에 JH연구소 근방에 위치한 금속 공장과 기계 공장을 인수하셨다면서요?”
“그걸 어떻게······.”
“중정의 보고를 받으셨다더군요.”
심 사장은 입을 다물었다.
“일단은 그곳에서 중요 부품들을 생산하시죠. 각하께선 기갑과 무한궤도 바퀴 등은 ‘현재 가동 중단된 우광자동차와 중장비에서 생산하는 게 제격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여천에 공장을 크게 짓는 동안 손을 놀리고 있으면 못마땅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수경사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던 것이고.
“각하께서 반도체 기술연구소와 JH연구소를 합치려면 지금 건물로는 너무 좁지 않겠느냐 물으시더군요.”
“허······!”
“이참에 좀 더 크고 넓은 부지로 이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수원이나 화성 중에 골라 보라고 하셨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5항을 참고하십시오.”
“······!”
안 그래도 심 사장은 똑같은 줄을 두세 번 왔다 갔다 읽는다.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국산 전차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던 국방기술연구소 연구원 58명, 울산의 화약 기술개발연구소 연구원 32명, 창원의 중기관 기계설비 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 16명.”
“허······!”
“잠수정 4대도 다음 주까지 JH연구소에 들어갈 겁니다. 부산에 위치한 조선해양기자재 연구소 및 수원의 선박해양 플랜트 심해공학연구소 연구원 총 31명.”
“허어······!”
“대전의 조선원자력연구소 연구원 및 정읍의 글로벌원자력전략 첨단방사선연구소 총 43명.”
“허어어······!”
“이달 말까지 합류시키겠노라 약속하셨습니다.”
심 사장은 피식 웃었다.
“연구원들을 쓸어담아 밀어넣어주시는군요. 괜히 어깨가 무거워지는데요?”
“포항철강에도 전화 넣어놓겠답니다.”
“포항철강에도요?”
“원하는 철판의 강도와 두께로, 필요한 물량을 요청한다면 최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해놓겠다더군요.”
“허······! 단단히 작정하셨군요.”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당찬 군홧발 소리였다.
아버지를 데리러 온 소령임이 분명하다.
“취재진들 전부 모였답니다. 5분 후 출발하겠습니다.”
경례를 붙인 소령은 멀찍이 떨어져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다녀오세요.”
“여기에 너 혼자 두고 갈 순 없지.”
아버지는 날 물가에 내놓은 아기 보듯이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우리 정혁이 탐난다고 행여나 누가······.”
“여기 대통령님 납셨다고 경계 보안 1등급이에요. 이런 상황에 어린애 납치가 가당키나 해요?”
“그렇다고 너 혼자 쓸쓸하게······.”
“청승 떨고 앉아 있을 시간이 어디 있다고요?”
나는 청승은커녕 내숭 떠는 것도 관두기로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할 일 많아요.”
“학교 숙제?”
담임은 그런 걸로 날 귀찮게 하지 않는다.
그건 청계산에 끌고 가서 개인 면담할 때 이미 합의 끝낸 사항이거든.
“전 알아서 서울 올라갈 테니까 이쪽 일은 신경 쓰지 마시고 아빠는 심 사장님과 마저 일 보세요.”
“뭐?”
“JH연구원들 전차 만드느라 고생이 많았잖아요. 회식 시켜줘야죠.”
“······.”
“약속대로 성과금도 넉넉하게 챙겨줘야죠. 앞으로 바빠질 거 생각하면 미리 연구원 전원 유급 휴가도 보내줘야 할 테고, 공문서 작업은 사무실 식구들에게 맡기면 되겠고.”
아버지가 고개를 홱 돌려 심 사장을 보았다.
심 사장은 하늘을 쳐다보며 뜬금없는 날씨 타령이나 했다.
“이달 말까지 파견 온다는 연구원들 배정하려면 연구동도 비워야죠, 필요한 기자재들도 들여놔야죠, 관련 설비와 시설도 설치 완료해야죠, 기숙사나 직원용 숙소도 마련하려면 바빠요.”
아버지는 나와 심 사장을 번갈아 보았다.
그에 따라 아버지의 손가락이 나와 심 사장 사이를 왔다갔다거렸다.
심 사장도 손가락을 들어 대낮 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를 찾는답시고 딴청을 부렸다.
“연구 분야에 따라, 직위에 따라, 실적에 따라, 연관 계열에 따라 팀 짜야죠, 연봉 협상 해야죠.”
아버지는 연신 심 사장에게 눈짓으로 설명을 요구했다.
“개인 연구실 배정이냐 단체 작업실 배정이냐에 따라 파티션으로 공간 분할 할지 가벽 공사를 해야 할지 확장 공사를 해야 할지도 달라지고요.”
심 사장은 모른 척 허리를 굽힌 채 잔디밭을 헤치며 네 잎 클로버를 찾는다고 의뭉을 떨었다.
“그것만 하면 다행이게요? 포항철강에 주문할 철강 종류를 지정해야죠, 두께와 너비는 물론 강도까지 결정해야죠, 부품용인지 기갑용인지에 따라 주문배송할 공장도 달라지니.”
아버지는 심 사장의 옷자락을 툭툭 건드렸다.
심 사장은 대놓고 해당 문구를 짚어 보이며 끙끙 골머리를 앓는 시늉을 해댔다.
“수원인지 화성인지 연구소 부지 적합성 검토부터 하고, 건물 공사 관련 예산 짜고, 규모 확정하고, 설계 맡기고, 공사 일정은······.”
“그만하면 잘 알아들었다. 차고 넘치도록.”
“네.”
아버지가 내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래, 우리 아들 화이팅이다.”
“아빠도요. 얼른 가보세요. 소령님 기다리세요.”
“······아빠랑 같이 갈래?”
“JH연구원들한테 가봐야 한다니까요. 저기 모퉁이만 돌면 연구원들 대기실이고, 주차장엔 JH전세버스가 대기하고 있거든요?”
나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버지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발걸음은 퍽 후련해 보였다.
나도 최 소장과 연구원들을 찾아 발을 옮겼다.
“이 근처에도 한우정이 있으려나?”
전라도 음식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한우 전문점이나 고급 한정식점은 또 얼마나 맛있을 거야?
* * *
취재진이 모였다는 곳은 정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야외 훈련장이었다.
길 안내를 맡은 소령은 빠른 걸음으로 벌써 저만치 앞서 나갔고.
심 사장은 웃음기 어린 얼굴로 차성준을 돌아보았다.
“많이 놀라셨습니까?”
“우리 애가 제법 똑똑하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습니다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솔직히 얼떨떨합니다.”
차성준은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서 손으로 입매를 쓸어내려야 했다.
“우리 아들, 천재가 아닐까요?”
“하하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 외에는 말이 안 되잖습니까.”
차성준은 팔불출처럼 웃고 있었다.
“우리 애가 고작 여덟 살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사용하는 단어 좀 보십시오.”
“예, 업계 용어까지 어찌나 그리 척척 적재적소에 활용하시는지 기가 막힐 정도죠.”
심 사장도 팔불출처럼 웃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아까 저한테 받아 적으라면서 줄줄이 읊으시는 거 보셨습니까? 태성화학 인수 계약서도 정혁 도련님 솜씨라니까요?”
“어쩐지. 듣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업무 계획 짜는 게 보통이 아니더라니. 아주 야무지기가······.”
“말도 못 하죠. 일 처리까지 지인짜 깔끔하시거든요. 따로 손댈 게 없을 정도입니다.”
“대통령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건 또 어떻고요?”
“배짱에 깡다구까지 엄청나십니다. 차 회장님도 정혁 도련님께는 한 수 접으실 정도라니까요?”
“그게 정말입니까?”
“우광의 계열사를 누가 뜯어냈다고 생각하십니까?”
“······!”
눈이 동그래진 것도 잠시.
차성준의 입이 귀까지 걸렸다.
“눈치도 빠르고, 협상도 잘하고, 눈도 깜짝하지 않고 바닥까지 박박 긁어 뜯어가는 걸 보면······.”
“장난 아니시죠. 오죽하면 대통령과 차 회장님도 속수무책으로 등골이 뽑히셨겠습니까.”
“역시 타고난 걸까요?”
“천재라는 말도 부족하다니까요?”
차성준과 심 사장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히죽히죽,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에 광대가 아플 지경이었다.
“우리 아들, 지금도 이렇게 대단한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대단해질까요?
“전 태성의 미래가 정혁 도련님의 손에 달렸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아무렴요. 하하하.”
“태성의 미래라······.”
차성준은 반사적으로 가슴팍을 더듬었다.
양복 안주머니엔 대통령의 친서가 들어있었다.
< 우리 아들, 천재가 아닐까요?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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