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30)
재벌집 만렙 아들-230화(230/416)
< 회장님이 벌떡 >
태성그룹 차 회장의 집.
아침 일찍부터 쉴 새 없이 전화가 울려댔다.
따르릉!
“여보세요?”
차 회장이 직접 전화를 받았다.
이건 아내에게나 가정부에게도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일이었다.
“장 회장도 봤어? 하하핫, 그래! 대통령 각하께서 우리 성준이와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 진짜 잘 나왔지?”
차 회장은 뿌듯하게 웃었다.
“뭐? 우리 막냇손자가 더 잘생겼다고? 내 어릴 적 모습을 쏙 빼닮았어? 거 이 사람도 참 당연한 소리를!”
으하하하, 이어지는 너털웃음은 덤이었다.
“기자회견? 물론 봤지! 우리 성준이가 언변도 꽤 돼. 그럼!”
차 회장은 맞장구치듯이 소파 팔걸이를 탁 쳤다.
“아무렴! 어디 감히 우리 태성의 기술력을 현무와 청월에 가져다 대?”
전화기 너머의 상대가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차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로 딱 증명했잖아. 미국도 놀라 자빠지고, 독일도 경악한 바로 태성의 신형 국산 전차!”
차 회장의 입꼬리는 이미 귀에 걸린 지 오래였다.
“그동안 우리 태성이 방산에 뛰어들지 않았다 뿐이지, 못 뛰어든 건 아니었어!”
어깨는 이미 천장까지 솟은 후였다.
따르릉!
“아, 백 회장! 일이 어떻게 그렇게 됐어. 방송국마다 헤드라인 뉴스로 우리 성준이를 내보낼 줄은 몰랐지.”
하도 떠들어댔더니 목이 칼칼했다.
“하하하, 장성들과 함께 국산 전차 성능 시험 참관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광대가 아플 지경이었다.
“전차 공장이 전라도에 들어가는 게 뭐? 다 그럴 만하니까 가는 거지. 대통령 각하의 큰 뜻 몰라?”
차 회장은 딱 잘라 말했다.
“여천국가산업단지에 20만 평 규모의 전차 공장을 짓겠다 하시면 우리는 그저 따를 수밖에.”
그러더니 돌연 전화기를 귀에서 멀리 떼었다.
“거 무슨 목청이 그리 커? 그렇게 부러우면 백 회장도 대통령 각하께 졸라보든가.”
피식피식 웃음이 섞여 있었다.
“삼황도 방산에 뛰어들 테니, 전차공장 짓게 땅 20만 평만 내어 달라고 해 봐.”
그렇게 기꺼운 통화가 한참이었다.
연달아 오는 전화를 받아 일일이 상대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차 회장의 출근이 평소보다 많이 늦어지게 된 이유였다.
“하하하, 아들 덕? 그래, 내가 이번엔 아들 덕을 톡톡히 봤지! 신문 기사에 나온 그대로야.”
아들 덕이라.
내 인생에도 아들 덕을 보는 날이 오기는 하는구나!
“고 회장, 자세한 얘기는 다음 한경련 모임에서 마저 하자고. 내 이참에 한턱 거하게 쏜다! 으하하하!”
달칵.
전화를 끊고도 차 회장은 좀처럼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한껏 솟은 어깨를 소파 등받이에 걸어놓으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다 오는군.”
테이블 위에는 신문사별로 정리한 신문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신문 1면마다 대통령과 막내아들 사진이 커다랗게 걸렸다.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대통령 각하께 납작 엎드려 차관 얻어오란 쓴소리나 듣기 바빴는데 말이야. 하하하.”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는 종일 성공적인 국산 전차 성능 시험에 관해 자랑스레 떠들어대고 있고.
“성준이 저놈이 대체 뭘 어떻게 하고 돌아다니기에 대통령 각하께서 이렇게 팍팍 밀어주시나 몰라? 거참 용하다.”
사업을 잘 굴리는 것에 반해 정치력은 몹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태성이었다.
언제나 실적에 비해 박한 취급을 받는 게 서러웠었는데.
대통령이 저리 대놓고 성준이와 태성을 챙기는 것을 보자, 차 회장은 기분이 참으로 묘해졌다.
“성준이 수완이 이 정도였나?”
중동에서도 제법 날고 기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대통령 각하까지 쥐락펴락하며 잔뜩 뜯어낼 정도일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 몹시 아쉬워졌다.
“성준이 그놈은 다 좋은데, 야망이 없어서 문제야.”
야망이 없다는 건 재벌 총수로서 아주 큰 하자라 할 수 있었다.
차 회장은 혀를 찼다.
“이 자리가 어디 보통 자리야? 능력 없다는 말보다 욕심 없다는 소리가 더 치욕스러운 자리야! 쯧쯧쯧.”
“회장님, 목마르시죠? 꿀물 좀 드세요.”
탁.
차 회장의 두 번째 부인이자, 차성준의 모친인 정 여사가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차 회장은 꿀물을 받아 들면서 다시 한번 혀를 찼다.
“자네는 언제까지 회장님 소리를 할 거야?”
“아차, 제가 또 입 밖으로 회장님 소리를 내었나요?”
오호호호, 회장 사모는 손으로 입술을 탁탁 때려가며 웃었다.
“회장님 소리도 30년쯤 하다 보면 이렇게 무의식중에 튀어나온다니까요? 당신이 이해해요.”
“나야 이해하고말고. 하지만 애들에게까지 이해를 바라려고?”
“쳇!”
“호칭 간수 잘해. 애들 앞에서 언제까지 회장님 소리를 해야 하냐며 서럽게 우는 소리를 낼 때는 언제고.”
“내가 언제 우는 소리를 냈다고 그래요?”
회장 사모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팩 돌렸다.
“협박이나 통보라면 또 모를까.”
“식탁 뒤집어엎겠다며 큰소리까지 잔뜩 치더니만 결국 그것도 못 했지?”
아니, 이 양반이?
“내가 이번엔 진짜 화끈하게 뒤집어엎는다니까요? 앞으로 나한테 개기면 진짜 국물도 없을 줄 알아!”
회장 사모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그러려고 식탁을 바꿨어! 16인용 마호가니 식탁으로!”
“아하, 그래서 식기까지 죄다 바꿨구만? 어째 요즘엔 사기그릇 대신 유기그릇이 올라온다 했다.”
“사기그릇이 잘못 깨지면? 애들이 다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요?”
회장 사모는 툴툴댔다.
“내가 군기 잡으려고 식탁 엎는 거지, 애들 잡으려고 식탁 엎나? 흥흥흥!”
회장 사모는 빈 쟁반을 낚아채며 부엌으로 향했다.
따르릉.
이번에도 차 회장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버지, 저 첫째예요. 지금 평창동으로 갈 테니까, 출근 시간을 조금만 미뤄주시죠.
“음?”
아침 댓바람부터 네가 여기엔 왜 와?
대준이 이 녀석, 새벽까지 술 처먹느라 지금쯤 퍼질러 자고 있을 시간인데?
-물어볼 말도 있고, 상의드릴 일도 있고.
“왜? 또 돈 달라고? 아니면 또 이혼 소리 나오냐? 사돈댁에서 뭐라시든?”
-그런 거 아니에요. 이따 뵐게요.
딸깍.
차 회장은 끊긴 전화기를 다시 봤다.
“이 자식이 어쩐 일로 목소리를 쫙 깔았지? 이번엔 자동차 엔진이 터져서 난리 난 거 아냐?”
태성자동차에서 출고한 신형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돌연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12중 충돌이 난 게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장남이 새벽 댓바람부터 찾아와 무릎 꿇고 울면서 하소연했었다.
덕분에 피해 수습하고 사상자 보상 문제를 처리하느라 차 회장과 김 비서가 바쁘게 뛰어다녀야 했다.
따르릉!
“여보세요?”
-아버지. 저 둘째예요. 아직 출근 전이시죠? 잠깐 들를게요.
둘째 아들도 첫째와 똑같은 말을 떠들어댔다.
차 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번에 해외 유통이 틀어막혀서 죽겠다고 징징대더니. 그건 해결해 줬잖아?”
우광과 혼사가 틀어지면서 우광과 함께 쓰던 해외 유통망도 막힌 바 있었다.
그 문제는 정혁이가 시원하게 뚫어주면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던 둘째의 고충을 해결해 줄 수 있었다.
한때 물류가 막히면서 수출 실적을 채우지 못해 애태웠던 태성유통과 태성물산도 슬슬 정상 궤도로 올라섰다고 보고 받은 게 어제였다.
“또 이상한 애로영화에 투자한답시고 화끈하게 꼴아박았냐?”
-그것도 포함해서요.
“또 있다고? 설마 여자 잘못 건드려서 사달이라도 크게 난 건 아니지?”
지난번에 너 인마, 금조그룹 둘째 아들과 여자 탤런트를 두고 멱살잡이한 것만 생각하면 내가······ 어휴!
“너 이제 40줄이야! 젊은 혈기로 여자에 눈 뒤집힐 나이는 지난 것 같지 않냐?”
-사십대면 한창때죠. 그리고 아버지 닮은 걸 어쩝니까. 이놈의 인기는 뭐 어떻게 할 도리가 없네요?
“······.”
-얼마 안 걸려요. 금방 갑니다. 10분이면 됩니다.
달칵.
둘째 아들은 전화를 끊었다.
차 회장은 지끈대는 머리를 짚었다.
“성준이 덕분에 기분이 하늘 끝까지 치솟았는데, 나머지 놈들 때문에 도로 땅끝으로 꺼졌군.”
씁쓸한 웃음은 덤이었다.
“어렵다, 자식 농사.”
내가 키우는 것도 제법 잘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회사도 잘 키우고, 인재도 잘 키우고, 사업도 잘 키웠거든.
그런데 자식 키우는 것만큼은 영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애들을 너무 안 굴려서 그런가.”
내가 회사도 잘 굴리고, 부하직원들도 잘 굴리고, 사업도 잘 굴리고, 돈도 잘 굴리고, 눈사람까지 잘 굴리는데.
아, 자식새끼들은 굴리기는커녕 상전처럼 모시고 살았나. 쯧.
따르릉!
-아빠!
딸이었다.
“어이구, 머리야!”
-아니,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하아······. 돈 달라는 말, 사고쳤다는 말, 도와달라는 말, 찾아오겠다는 말을 꺼낼 거라면 오늘은 이만 끊자.”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달칵.
차 회장은 몹시 피곤해졌다.
그래서 딸의 대답조차 제대로 듣지 않고 바로 끊었다.
털썩.
차 회장은 소파에 몸을 묻었다.
현관문을 열어주면서 회장 사모가 반가움을 터뜨렸다.
“어머, 아들 왔어?”
벌써 왔냐.
누가 왔냐.
대준이냐, 기준이냐, 그도 아니면 만영이냐.
차 회장이 피곤한 눈으로 현관 쪽을 힐끔 바라봤다.
훤칠한 기럭지에 빛나는 잘생김이 멀리서도 유독 도드라졌다.
“성준이구나.”
“예, 아버지. 저 왔습니다.”
“그래, 넌 아침 댓바람부터 연락도 없이 무슨 일로 왔냐?”
차 회장은 지친 눈으로 가지런히 줄지어 세운 신문을 힐끔 봤다.
“신문과 방송으로는 요란하게 떠들어대던 것과 달리, 속사정은 제법 골치 아프게 엮인 모양이지?”
내 팔자가 그렇지 뭐.
“하기야 각하께서 그리 호락호락하신 분이 아니지.”
아들 덕?
나한테 그딴 게 어디 있어?
그러려니 하고 체념했더니, 그렇다면? 하고 궁금해졌다.
“이거 다 진짜냐?”
“뭐가 말입니까?”
“신형 국산 전차 개발, 수경사에 최우선 공급, 여천의 전차 공장 20만 평, 세계 최초의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
“예.”
막내아들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이놈은 의기양양한 웃음기 하나 없어?
‘다른 애들이라면 지금쯤 온갖 생색을 다 냈을 텐데. 그러면서 공을 세웠으니 포상해 달라고 징징대며 엉겨 붙었겠지.’
어째 이놈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이 묵묵히 앉아 있어?
이런 반응, 무척 낯설다.
그래서 몹시 불안해졌다.
“이걸 네가 왜 가져와? 정혁이가 아니고.”
“······그렇게 됐습니다.”
막내아들의 대답에 차 회장은 움찔했다.
아들의 얼굴을 샅샅이 뜯어보며 가늠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가 더 숨겨진 거 맞지?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대지 않는 무언가 말이다.”
“예.”
그러면 그렇지!
“그래서 네가 왔냐?”
“예. 그렇게 됐습니다.”
차 회장은 눈을 감았다.
일이 어떻게 됐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정혁이라도 대통령 앞에서 저런 것들을 두고 담판 짓긴 어려웠을 테지. 성준이라면 또 몰라도.’
걸린 게 아주 많았다.
신문과 방송이 종일 떠들어댈 만한 일이었으니.
그래서 차 회장은 앞뒤 상황을 따져묻는 대신 궁금증을 캐묻기로 했다.
“그래, 대통령 각하께서 따로 무슨 얘기를 꺼내시든?”
내가 대통령 각하를 몰라?
이 많은 걸 거저 내어줄 양반이 아니지.
“이거.”
과연 막내아들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었다.
“광양제철소 부지에 들어갈 간척 공사와 항만 공사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주시겠답니다.”
“······뭐?”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돈 없다고 차관을 당겨오란 소리를 꺼내셨을 텐데?”
“3천억짜리 국책사업입니다.”
“그, 그럴 리가?”
차 회장은 늘어져 있던 몸을 홱 일으켰다.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막내아들이 테이블 위에 올린 종이를 낚아챘다.
“어어······?”
진짜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맞다.
대통령의 친필이 맞고, 대통령의 서명이 맞고, 대통령의 인장이 맞다!
“3천억짜리 국책공사를, 진짜로 각하께서?”
“예.”
막내아들은 이것에 그치지 않고 양복 안주머니를 또 주섬주섬 뒤졌다.
그걸 본 차 회장이 눈을 크게 부릅떴다.
“또 있다고?”
“예.”
대통령이 이걸 뜯긴 것으로도 모자라 더 뜯겼어?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차 회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뜨며 물었다.
“대가 없는 포상이 있을 리가 없지. 분명 이것 이상으로 태성에게 몹시 불리한······.”
“각하께서 연구소가 좁을 것이라며 연구소 부지를 내어주신다더군요. 수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뭐?”
또 좋은 걸 뜯어 왔네?
뭐지? 내가 지금 제대로 듣고 있는 게 맞긴 한가?
차 회장은 반쯤 넋이 나가서 휘적휘적 귀를 팠다.
“인력도 지원해주신다고 합니다.”
심 사장의 손을 거쳐 정혁이의 동전 지갑에 들어갔다가 도로 차성준의 양복 안주머니 안에 들어간 대통령 친서였다.
차 회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정혁이한테 잠깐 빌렸다.
“국산 전차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던 국방기술연구소 연구원 58명, 울산의 화약 기술개발연구소 연구원 32명, 창원의 중기관 기계설비 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 16명.”
“허······?”
“조선해양기자재 연구소 및 수원의 선박해양 플랜트 심해공학연구소 연구원 31명, 조선원자력연구소 연구원 및 정읍의 글로벌원자력전략 첨단방사선연구소 43명.”
“허어어······?”
차 회장이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팔을 쭉 뻗어 막내아들이 꺼낸 종이를 낚아챘다.
“이게 다 몇 명이야?”
“총 180명입니다.”
“그걸 다 지원해준다고? 그 대통령 각하께서 말이지?”
“예. 아예 비밀연구소기지 및 근방의 땅 5만 평까지 양도받았습니다.”
“뭣이?”
차 회장은 입을 떡 벌렸다.
그런데도 막내아들은 아직도 더 남았다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
“각하께서 유공도 양도해줄 용의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유고오오옹?”
차 회장은 버럭 외쳤다.
“미쳤다고 각하께서 태성에 유공을 넘겨줘?”
이건 말도 안 된다!
앞에 꺼낸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유공이라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맨입으로?”
“그건 아닙니다.”
차성준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세 번째 종이를 꺼냈다.
대충 접어 구겨넣는 바람에 성의 없이 접힌 종이였다.
< 회장님이 벌떡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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