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36)
재벌집 만렙 아들-236화(236/416)
< 지분이 향한 곳 >
“뭐라고요?”
장남 차대준은 미간을 와락 구겼다.
“아버지가 태성전자 지분을 움직이셨다고요? 그것도 3%나?”
“그 이상입니다. 계열사에 묻어뒀던 지분까지 은밀하게 옮기는 낌새였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옮겼답니까?”
“그것까진 저도 잘······.”
“그걸 똑바로 알아와야 할 것 아닙니까!”
차대준은 씩씩댔다.
그에겐 준 태성전자 지분은 3%.
“언제 옮겼답니까? 어디로 옮겼답니까?”
“그것 역시 잘······.”
“선후관계와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일을 보고했단 말입니까?”
태성자동차 부사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회장님께서 은밀하게 행하시는 일인데, 제가 무슨 수로 그걸 속속들이 알아낸답니까?’
하고 싶은 말은 차고 넘쳤다.
하지만 씩씩대는 상관 앞에서 차마 내지를 용기는 없었다.
“한번 은밀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은밀하게가 아니라, 자세하게!”
“예,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후우.”
차대준은 신경질적으로 넥타이를 끌어 내렸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임원들의 동요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태성자동차 부사장은 이걸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가,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가, 망설였다.
‘동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눈이 뒤집힌 놈들이 여럿입니다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올렸다간 낭패를 면치 못할 터.
태성자동차 부사장은 목을 가다듬었다.
고르고 고른 단어를 사용하면서.
“솔직히 대통령 각하께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신형 국산 전차와 관련하여······.”
“잡설은 됐습니다. 제대로 된 대답을 들으려면 다시 물어야 합니까?”
“크흠, 눈치를 보는 듯싶습니다.”
이번에도 태성자동차 부사장은 진실을 꿀꺽 삼켰다.
‘눈치를 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배를 갈아탈 준비를 시작한 놈들이 여럿입니다만.’
차대준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깟 일에 눈치씩이나 보고 다녀요? 그런 줏대 없는 작자들을 믿고 큰일을 행해야 한다니······ 하!”
“솔직히 회장님께서 너무 편파적으로 나오긴 하셨지요. 임원들의 동요도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 말은 부사장님도 흔들렸단 뜻으로 해석됩니다만?”
“아닙니다! 오해하시지 마십시오. 그런 뜻이 아니라······.”
태성자동차 부사장은 쩔쩔매었다.
“태성전자 지분이 요동친다는 소식에 태성그룹 임원들의 걱정이 매우 크다, 뭐 이런 뜻이었습니다. 솔직히 3%만 돼도 어마어마하잖습니까.”
“빌어먹을!”
장남인 차대준이 받은 태성전자의 지분도 3%였다.
경쟁 상대인 차남인 차기준이 받은 지분도 똑같이 3%.
“만일 아버지가 그 지분을 전부 기준이에게 몰아준다고 하면······.”
상상만으로도 눈이 뒤집힐 노릇이었다.
평소 사람 좋은 웃음을 달고 살던 차대준이 예민한 반응을 드러내는 이유였다.
“내가 그래도 이 집안의 장자인데! 어떻게 아버지는 내게 말 한마디도 없이······!”
“아직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일 뿐입니다.”
차 회장은 태성전자 지분 이동에 관해 임원들 앞에서 일언반구도 꺼낸 적 없었다.
“안 되겠습니다. 내 직접 아버지께 물어봐야겠습니다!”
차대준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옷걸이에 걸려 있는 양복 재킷을 휘리릭 걸쳐 입었다.
요 며칠 바쁘게 움직이느라 평소와 달리 술 냄새는 흔적조차 없었다.
“태성전자 지분이 향하는 곳에 아버지의 뜻이 향합니다!”
그런데도 날 쏙 뺐다는 건, 결국 아버지의 뜻이 향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란 말 아닙니까!
쿵쿵쿵!
내리찍는 듯한 발걸음엔 가라앉히지 못한 흥분이 묻어났다.
“아버지, 정말 너무하십니다!”
제가 장남이란 말입니다!
세상천지 어떤 집안이 장남 대우를 이따위로 한답니까?
* * *
“뭐라고요?”
차남인 차기준도 형과 똑같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버지가 태성전자 지분을 움직이셨어요?”
차기준은 입을 다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형님과 제게 나눠줬던 지분이 3%입니다. 계열사에 묻어뒀던 지분까지 옮긴다면 최소 4%, 아마도 차명 주식과 가명 주식까지 포함하면······.”
“10%쯤 되지 않겠습니까?”
“10%라······.”
장남 차대준이 3%, 만영이와 성준이가 각각 2%씩.
본인 포함 사남매의 지분을 다 합하면 딱 10%였다.
차기준의 눈이 번뜩 빛났다.
“형님의 동태는 어떠하다 합니까?”
“불같이 화를 내시곤 회장님을 만나뵈어야겠다며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셨다고 합니다.”
“대준 형님에게 지분을 준 것도 아니다?”
차기준은 골몰히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가 최근 은행장들과 접촉했다는 소식, 들어보셨습니까?”
“못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지하금융계의 큰손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흐음. 대통령 각하나 청와대 고위관료들, 혹은 정계 유명인사들과 회동했다는 소식은?”
“공식적으로는 확인된 바 없습니다.”
“비공식적인 만남까지는 알 수 없으니······. 흐음.”
차기준은 눈을 가늘게 내리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오늘 일정은 전부 취소해주십시오.”
“회장님께 가보실 생각이십니까?”
“이미 떠난 버스에 손 흔들어봐야 탑승 못 합니다.”
장남과는 다른 행보였다.
태성유통 부사장이 물었다.
“그럼 어디로 가실 예정이십니까?”
“은행으로 가야죠.”
“은행이요?”
“은행 돈 안 빌리고 사업하는 재벌도 있답니까?”
차기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걸이에 걸린 양복 재킷을 걸쳐 입었다.
평소와 달리 여자 향수나 분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은행 돈을 빌리기 위해 지분을 담보를 잡혔는지, 얼마나 빌렸는지, 얼마나 잡혔는지, 어디에 투자할지부터 확인하는 게 최우선 사항입니다.”
“맞습니다.”
이유라면 또 있다.
“아군을 확보하려면 태성전자 지분을 가진 놈들을 공략해야죠.”
은행에 돈을 빌린 대가로 건네는 게 회사 지분이니까.
“바로 전화 넣어 은행장과 약속을 잡아보겠습니다. 어디로 연락 넣을까요?”
“태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이 몇이나 되죠?”
“여섯 곳입니다.”
“지분 비율은 각각 어떻게 됩니까?”
“주거래 은행이 7%, 그 외 다섯 개의 은행의 지분을 더해 11%입니다.”
“18%.”
아버지인 차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태성전자 지분이 19%였다.
태성그룹은 고작 1/5도 안 되는 지분으로 경영권을 보장받고 회사의 주인을 자처할 수 있었다.
재벌가에게 유리한 순환출자구조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장이 보유한 지분보다 더 많은 지분이 휘하 계열사에 묻혀 있거든.
“이번에 태성전자 지분이 움직인 건, 어쩌면 오히려 더 잘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예?”
“아버지의 지분이 그만큼 줄어들었단 소리 아닙니까?”
19%에서 3%가 빠지면 16%.
어쩌면 은행은 총 18%에서 21%까지 올랐을지도 모른다.
“돈이 향하는 곳으로 지분이 향합니다.”
그건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차기 총수에게 내어줄 지분이 아닌가.
“이참에 지분을 돈으로 바꿔 사업을 크게 확장시키겠단 뜻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렇게 벌인 사업은 결코 형님의 입에 들어갈 리 없을 겁니다.
그러니 형님이 저리 길길이 날뛰고 있는 거겠죠.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찍어내는 발걸음엔 가라앉히지 못한 흥분이 배어 있었다.
“아버지,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기쁨과 희망이었다.
“후계자는 역시 쓸모없는 장남보단 능력 있는 차남이 낫지요?”
가족놀이는 평창동에서 그쳐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으셨나 봅니다.
회사 일에는 능력이 최고지, 어디 태어난 순번이 중요하답니까?
* * *
“뭐라고요?”
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셨다.
김 비서는 담담한 표정으로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아버지가 아니라 내게.
“회장님께서 약속하셨던 태성전자의 지분입니다.”
나는 서류봉투를 열었다.
주식 양도에 관한 문건이었다.
아버지는 입을 떡 벌렸다.
“아버지께서 태성전자의 지분을 정혁이에게 주셨습니까?”
“예, 차명 및 가명 주식이 6%, 회장님 소유의 지분이 3%입니다.”
약속대로였다.
며칠 안 걸릴 거라더니, 정말로 이렇게 후딱 지분 양도를 해주실 줄이야.
‘사업은 신용이라는 분답게 약속 하나는 참 잘 지키신다니까.’
나는 기껍게 웃었지만, 아버지는 기함하며 외쳤다.
“총 9%나?”
“그 이상입니다.”
“설마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지분 전부를 넘기겠다는 건······?”
“그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맞는 말이다.
그에 관해선 이미 합의 끝났다.
-다는 못 준다.
당시 할아버지는 딱 잘라 말했다.
-내 손에 지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태성이 발칵 뒤집어질 게다.
당연한 말이었다.
-전문경영인 소리를 들어가면서 바지회장으로 전락할 생각도 없고!
태성은 할아버지가 만들어 일궈온 기업이었다.
-네가 나이가 찰 때까지 최대한 이 자리에서 버티려면 종이호랑이가 되어선 곤란해.
동의하는 바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걸 전부 끌어안고 도끼눈만 뜨다가 죽을 생각도 없다.
할아버지는 씩 웃었다.
-일단 차명과 가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부터 주마. 내가 가지고 있는 지분 일부도. 그것만 해도 꽤 된다.
아직은 금융실명제가 시행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태성 또한 다른 재벌기업들처럼 차명과 가명으로 주식을 들고 있었다.
-태성의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도 조금씩 나눠서 네 계열사 쪽에 몰아주면 될 테고.
-제 계열사요?
-JH투자회사에 딸린 계열사들 말이다.
-그러니까 JH투자는 계속 제 밑으로 둘 생각이란 소리네요?
-물론이지. 태성의 계열사로 둔갑할 때 하더라도 네 밥그릇 빼앗을 생각은 없다!
김 비서는 서류 가방을 열었다.
“도련님, 태성의 계열사들이 나누어 보유했던 태성전자의 지분들은 조금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이해해요.”
왜 모르겠는가.
내가 지하금융계에서 기업 투자로 일가를 이룬 사람인데.
“계열사 사장들을 설득하는 문제도 있고, 회계며 장부며 감사 등등 일이 꽤 복잡할 테니까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회장님의 뜻이 강경하십니다.”
만년필로 대충 휘갈기듯 써내린 각서 한 장을 꺼냈다.
‘역시 황금빛!’
같은 내용의 각서가 내 동전 지갑에도 하나 들어있지.
“시간이 조금 걸릴지언정 각서는 확실하게 이행하실 것이라 거듭 당부하셨습니다.”
“각서라니요?”
아버지는 나와 김 비서, 그리고 각서를 번갈아 보셨다.
김 비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시다시피 정혁 도련님께선 말보단 문서를 믿으시잖습니까.”
“김 비서님, 아버지께서 정말로 태성 계열사들의 지분까지 정혁이에게 넘기실 작정이라 하셨습니까?”
“예.”
“그렇게 반대하시더니······.”
아버지는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렸다.
“이렇게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십시오.”
죄책감이 어린 표정이었다.
“이 일로 인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한다면 제가 받겠습니다. 아버지와 정혁이는······.”
“일단 이것부터 받으시고 마저 말씀하시죠.”
김 비서는 아버지에게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
“이건 부회장님께 드리라 하신 겁니다.”
“······부회장이라니요?”
“오늘 정식으로 발령 나셨습니다. 그룹 부회장으로.”
“······.”
발령 공문이었다.
아버지는 제 이름 석 자가 적힌 승진 발령문을 보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갑자기요?”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대통령 각하께 독촉장을 받았잖습니까.”
그 독촉장, 아버지가 직접 받아낸 것이었다.
“그만한 각오로 태성의 브레인을 자처하며 담판 벌이셨던 거 아니었습니까. 도망치지는 않으리라 믿겠습니다.”
김 비서는 서류 가방에서 황금빛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아버지가 대통령에게 받아왔던 친서였다.
태성의 차기 총수로 태성 브레인을 밀어붙였던 협박 편지.
“이만하면 대통령 각하께 잔인한 요청은 드리지 않아도 되겠지요?”
대통령은 아마 만족할 것이다.
그룹 부회장이라면 누가 봐도 명백한 후계자 포지션이니까.
“큰형님들에게 칼을 휘두르지 않고, 대통령에게 확실하게 차기 총수 지명이란 의지를 보여줄 수 있으며, 태성 안팎의 혼란은 최소화하면서, 남들에게 손가락질받지 않고도, 차기 총수를 낙점할 수 있는 방법.”
“······!”
김 비서는 아버지가 들고 있는 승진 발령 공문을 가리켰다.
“경영과 지분의 분리.”
“······!”
“정혁 도련님께서 회장님의 애로사항을 이렇게 해결해주셨습니다.”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 없었다.
아버지는 활짝 웃으며 나를 와락 끌어안으셨다.
“우리 아들, 진짜 천재구나!”
아버지가 내 배에 얼굴을 마구 부비자, 나는 어린애처럼 에헤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린애 몸뚱이란!
“난 아버지한테 내 뜻을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것밖에 못 했는데. 우리 정혁이가 나보다 낫다!”
아버지의 얼굴에는 흐뭇함과 대견함이 가득했다.
아기 동물을 보듯 날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부드럽고 따스했다.
“과연. 그렇게 제가 태성그룹 부회장으로 정식 발령받게 된 거로군요.”
“모쪼록 세상과 싸울 각오로 아드님을 위해 파이팅하시길.”
김 비서는 은테 안경을 추켜올리며 씩 웃었다.
“옳으신 행보, 멋진 충언이었습니다. 태성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결단은 없으리라 확신합니다.”
아버지와 나를 바라보는 김 비서의 눈도 몹시 부드러웠다.
“저도 정혁 도련님이 보여주실 태성의 미래를 한껏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말입니다.”
아버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굳건한 각오를 다진 사람처럼.
아버지는 그룹 부회장 승진 발령문을 접어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필요하다면 기꺼이 방패막이가 되겠습니다.”
나를 보면서 부드럽게 웃어주셨다.
“저절로 나이가 채워질 때까지. 열심히 파이팅해보렵니다.”
* * *
태성은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본사 로비에 붙은 승진 발령 공고문 때문이었다.
“그룹 부회장으로 성준 도련님을?”
아침부터 내걸린 그룹 부회장 승진 발령 공고문 앞.
태성그룹 직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웅성거렸다.
< 지분이 향한 곳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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