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43)
재벌집 만렙 아들-243화(243/416)
< 미국으로 진출해보려고요 >
“허어?”
내 책상 위에는 밀매왕이 가져온 ‘JH투자 부사장 고용계약서’가 올려져 있었다.
에라이, 똥빛!
“향후 JH투자의 스톡옵션을 달라고요?”
“옙!”
“그것도 10%나?”
“옙!”
밀매왕은 열중쉬어 자세로 대답했다.
고재영이 입을 떡 벌렸다.
“할아버지······?”
부산의 패자라는 밀매왕.
그가 내 앞에서 열중쉬어 자세로 우렁차게 대답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 했던 듯하다.
“꼭 하고 싶습니다! 시켜만 주십시오, JH투자의 부사장!”
밀매왕은 가슴을 쭉 내밀며 패기만만하게 외쳤다.
“도련님의 충직한 오른팔이 되겠습니다!”
“오른팔?”
뒷짐 진 채 흐뭇하게 구경하던 심 사장이 돌연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이 바닥에도 엄연히 위계질서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내 손으로 호랑이를 들이려고 했던 것인가! 허······!”
못마땅한 목소리는 덤이었다.
“도련님, 아직 결재가 나지 않은바, 아무래도 부사장 자리에······.”
“바지부사장! 제2의 심복! 도련님의 믿음직한 왼팔이 되고 싶습니다!”
“······걸맞은 인재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허락해주시죠, 도련님.”
심 사장도 즉시 합세했다.
그 모습을 보고 JH사무실 식구들이 일손을 멈추고 모두 이쪽을 주시했다.
“갑자기 부사장 발령이라니요?”
업무 시간에 흔치 않은, 작게 수군대는 소리가 따라붙었다.
“조 상무님과 오 전무님이 그토록 탐을 내던 자리였잖아요.”
“대체 누구기에 심 사장님이 나서서 부사장 임명을 종용하시는 걸까요?”
“아까 사장실에서 서류 상자가 무더기로 실려 나오던 걸 보면 왠지 납득이 가긴 하지만······.”
누구보다 긴장하여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이들.
전(前) 태성건설 임원 출신들이 특히 그러했다.
“설마 단번에 우리 상사로 취임하는 건가?”
“심 사장님이 저리 나오시는 걸 보면 제법 한가락 하는 양반임은 분명한데.”
“태성에서는 물론 거래처에서도 본 적 없는 위인이란 말이지.”
“누구지?”
모두의 관심이 이쪽으로 쏠린 가운데.
나는 밀매왕의 부사장 고용계약서를 내려다봤다.
“그래도 10%는 너무 과하죠.”
수지 타산이 영 안 맞잖아요.
이거 지금 똥빛이거든요?
“크흠! 그럼 5%!”
“심 사장님도 스톡옵션을 요구하지 못했는데요.”
“그럼 3%!”
나는 고용계약서를 스윽 내밀었다.
정중한 거절이었다.
“자기 사업 하시던 분이 남 밑에 들어가서 일하기가 어디 쉽나요?”
부산의 패자로서 오랫동안 남들을 호령하며 산 위인이 아닌가.
“그런 이유로, 이 고용계약서는······.”
“에잇, 3년 후 투자금 반환 인수로 약속했던 영실금속과 운도기계, 도련님이 그냥 가져가십시오!”
······음?
그래 봤자 크게 기울어지는 저울이다.
어디서 후려치려고?
“최고반도체와 반도체기술연구소를 태성반도체로 개명하면서 태성그룹 계열사에 인수, 합병되는 것도 찬성하겠습니다!”
으음?
“지분 비율 조정? 받아들이겠습니다. 우리 재영이 몫으로 25%만 확실하게 보장해주신다면.”
으으으음?
최고반도체는 보세공장 설영특허와 국내 수입 유통에 관한 판매 독점권, 세계 최대의 가전업체 중 하나인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과의 기술 합작을 얻어냈다.
그 덕분에 밀매왕은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통 크게 주머니를 털어내야 했었다.
“아버님께서 태성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하신다면서요? 보란 듯이 자랑할 만한 인수합병 실적으로 딱이잖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JH투자는 향후 태성그룹 금융지주회사의 발판으로 키우고 있는 곳이란 말이지.
“필요하다면 저도 투자에 참여하겠습니다!”
“······얼마나?”
“얼마면 됩니까?”
“한 1천억 정도?”
“커헉!”
반도체는 투자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었다.
하지만 나는 최고반도체를 인수했던 전자기업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똑똑히 지켜본 바 있다.
‘코스피 시장의 최대 거물이 되었지. 신제품 판매가 부진하다는 소식만으로도 일본 기업 닛케이의 시총마저 1% 이상 쪼그라들게 만드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
한국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쳤다.
그도 그럴 게 매출액의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대한민국 시가총액 2위부터 5위까지의 기업을 전부 합해도 2023년 기준 약 320조. 이쪽은 단일 기업으로 시총 약 420조 규모였으니.’
여긴 과거 나와 인연이 깊은 회사였다.
내가 스승님의 전당포에서 일하던 시절, 난 국천그룹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여기에 투자하자고 조언해 수익률 초대박을 낸 적 있었다.
‘그 일로 나는 스승님의 눈에 단단히 들어, 스무 살이 되던 해 지하금융계의 4대 거물 중 하나인 명동 송골매의 후계자로 낙점될 수 있었다.’
덕분에 사형제들에게 미움을 단단히 사고 말았다.
결국 몇 달 후 지독한 누명을 쓴 채 반송장이 되도록 두들겨 맞고 빈손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스승님, 그간 저를 키워주신 은혜는······.
-쯧쯧, 갚은 셈 치마. 그러니 썩 내 눈앞에서 꺼져.
그렇게 스승님과 일별해야 했다.
내가 누명을 벗기 위해 몇 년이나 배신자들을 찾아다니며 족치게 된 이유였다.
끝내 스승님이 살해될 때까지, 나는 스승님을 만나볼 수도, 내 결백을 증명할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1천억은 너무 과합니다. 최고반도체가 400억짜리 회사였습니다만?”
“좋아요. 그럼 투자는 말고, 대신 스톡옵션은 1%밖에 못 드려요.”
“콜!”
나는 밀매왕이 내밀었던 부사장 고용계약서를 도로 받아 들었다.
특약사항에 적힌 스톡옵션 10%에 줄을 박박 긋고 1%로 고쳤다.
또한 아까 밀매왕이 제안했던 온갖 요구사항을 덕지덕지 달아놓기 시작했다.
‘오, 황금빛!’
좋았어!
나는 서명 날인을 끝낸 고용계약서를 곱게 접어 동전 지갑에 쏙 집어넣었다.
“오오오!”
밀매왕도 나눠 받은 계약서를 들고 몹시 기뻐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밀매왕의 계약서도 황금빛이라고?’
보통 한쪽이 이득을 보면 반대쪽이 손해를 보기 마련인데.
이쪽도, 저쪽도 황금빛이 번쩍거리다니.
‘윈윈이라 이건가?’
좋은데?
어느 한쪽도 손해 보지 않고, 함께 이득을 볼 수 있는 거래!
난 이런 윈윈의 거래를 선호하는 편이거든.
“재영아, 봤냐? 할애비가 드디어 이 보물을 손에 넣었다!”
“할아버지, 이렇게 질질 끌려다니시고도 지금껏 용케 재산을 보존하셨네요.”
“크흠, 그래도 JH투자는 다르지!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잡아야 하는 기회라니까?”
하지만 이미 고재영의 눈은 불신으로 더러워진 후였다.
“그래서 미국에서 돌아오시자마자 제가 아니라 정혁이한테 가신 거였군요······.”
“그, 그, 그건 오해다!”
“사내는 말보다 행동으로 진심을 증명하는 법이라면서요. 이제 알겠어요, 할아버지의 진-심.”
“재영아아아아아아아! 진짜로 오해다아아아아!”
고재영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퇴근시간이에요.”
JH식구들은 칼퇴에 진심인 사람들이었다.
* * *
JH식구들이 모두 퇴근한 사무실 안.
밀매왕이 귀국한 기념으로 오늘 저녁은 내가 산다!
청원각으로 향하는 차 안, 고재영은 할아버지의 품에서 곤히 잠들었다.
“곧 미국으로 돌아가봐야 하죠?”
“예.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중정부장의 밀명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밀매왕에겐 향후 5년간의 타향살이가 예정되어 있었다.
“미국에 억류된 한국의 로비스트들을 거둬들이기로 약속했던 거, 기억하세요?”
“물론입니다. 심 사장님과 그에 관해 논한 바 있지요.”
“예, 도련님. 제가 일주일 후에 제1 한미군사위원회 회담에 불려가지 않습니까.”
심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산 전차 성능시험장에서 대통령이 결정한 사안이었다.
원래라면 미군과 M60 전차 공여와 라이센스 체결에 관해 논해야 할 군사회담이었으나.
이번에 우리 JH에서 선보인 국산 신형 전차와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 덕분에 당초의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에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 공장을 신설하여 공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구금된 한국의 로비스트들을 돌려받을까 합니다.”
심 사장과 밀매왕은 사이좋게 씩 웃었다.
“관련된 미국에서의 일은 제가 전담하기로 했습니다.”
“로비스트들은 우리 JH 소속으로 받아들일까 합니다.”
“어차피 한 5년 정도 미국에서 활동해야 하는 김에, 태성의 미국유통망을 넓히는 일에 투입해볼 작정입니다.”
“또한 무기 밀매 쪽도 한번 건드려볼까 합니다. 제법 짭짤해 보이더라고요.”
“마침 우리에겐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도 있습니다.”
“군수공장에서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만 만들어 팔란 법은 없잖습니까?”
물론 나도 씩 웃었다.
“잘됐네요. 안 그래도 미국에서 로비스트들을 붙일 일이 제법 생기겠구나 싶었거든요.”
“미국에 로비를?”
“이참에 미국으로 진출해보려고요.”
“오!”
안 그래도 그러려고 마음먹었던 차였다.
‘가지고 있던 JH의 12개 계열사를 태성그룹 계열사로 밀어넣고, 내 사람들을 그곳에 남겨 세력을 확장해야지.’
물론 지분은 내 몫이지만!
내가 온전히 경영권까지 행사할 회사는 당분간 JH투자 하나만 남겨두기로 결정 끝낸 후였다.
‘이젠 소수정예로 보다 자유롭게, 공격적인 기업 투자를 시작할 때지.’
마침 기회가 딱 좋다.
안 그래도 JH의 부사장이 5년간 미국에 박혀 있을 예정이거든.
“잊었어요? JH투자의 본사는 미국에 있다니까요.”
실컷 굴려봐야지, 50억 달러!
굴리는 김에 투자해 봐야지, 미국 기업!
내가 제일 먼저 투자하기로 작정한 미국 기업이라면······.
“마이크로 테크놀로지, 마이크론소프트, 버크셔 헤서웨어사, JP모건 코퍼레이션, 존슨앤존스, 비자······.”
“김형원의 주식 리스트에 있는 기업이로군요.”
그러니까.
오죽하면 내가 김형원 이 양반, 정보기관에서 일할 게 아니라, 투자기관에서 일해야 했던 인재가 아닌가 싶더라니까?
“이참에 조금 더 투자해 볼까 하고요.”
“그런데 마이크로 테크놀로지? 이건 처음 들어봅니다. 미국에 그런 기업도 있었습니까?”
그 기업, 올해 창립되거든요.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업으로, 주로 D램과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곳이다.
‘한때 D램 세계 시장 점유율 세계 2위에 올랐던 기업이지.’
내가 여기에 투자하려는 이유?
‘4인의 공동창업자가 보유한 반도체 기술력이 탐난다!’
최고반도체에 신기술을 제공하였던 유일한 반도체 회사, 그게 바로 이곳이었다.
‘치킨게임을 하는 바람에 진입 장벽이 두꺼운 반도체 시장에서 최신 기술을 전수받을 곳은 역시 이곳뿐이라고 봐야겠지.’
이 회사에서 최신 기술을 제휴받은 것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에 나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거든.
‘지금쯤 창업 자금을 투자받으려고 발에 땀 나게 뛰어다니고 있을 터.’
내가 이 회사를 콕 집어 투자하겠다는 이유였다.
‘헐값에 최신 기술을 뜯어내 보자!’
아니지.
‘아예 창업 자금을 대주고 지분을 왕창 뜯어내 보자!’
이참에 미국에 반도체 회사 하나 두는 것도 좋겠군.
조만간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저가공세식 출혈경쟁에 나선다.
70년대는 미국 반도체가 꽉 잡았다면 80년대는 일본 반도체의 세상이 된다.
‘덤핑에 견디지 못한 수많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포기하고 줄도산할 때.’
그렇게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포기한 대표적인 미국의 반도체 기업이 인텔이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에 마이크로 테크놀로지는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왜?
미국 정부도 반덤핑 상계 관세와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이다.
‘인텔도 못 움직인 미국 정부를 마이크로 테크놀로지가 움직였다. 그럼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소리거든.’
내가 굳이 저 신생 기업에 투자하려는 또 다른 이유였다.
“미국 영화판에도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투자해볼까 해요.”
“영화 말입니까?”
“단기 투자처로 이만한 게 없거든요.”
왜 다들 할리우드, 할리우드 하겠는가.
전 세계를 시장으로 영화를 팔아먹는 게 바로 할리우드 영화였다.
이 시절 영화 제작 기간은 기껏해야 반년에서 일 년쯤.
그에 반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우리 JH도 엄연히 투자회사라구요?”
영화에 투자하든, 기업에 투자하든, 사람에 투자하든!
“돈 되는 사업이라면 가리지 않고 투자해볼 생각이에요.”
이래 제가 영화 고르는 안목이 제법 된답니다?
솔직히 세계적으로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가 뭔지 줄줄이 꿰고 있기 때문이지만!
아무렴 어때?
‘황금빛 대본, 난 거기에 건다!’
투자한 것 이상으로 회수하면 그만이지.
난 원금 회수에 목숨 건 사람이라구?
* * *
태성그룹 장남 차대준.
그는 청원각 별채에 들어서기 전에 양복 재킷 옷매무새를 고쳐매었다.
‘7시 10분.’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그래서 일부러 10분쯤 늦게 도착했다.
휘하 임원들에게 저녁 7시에 이곳에 모이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드르륵. 탁.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제가 오늘 여러분들을 이곳에서 뵙자고 한 까닭은······.”
자신만만하던 차대준의 말이 뚝 끊겼다.
“······.”
눈앞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왜 고작 열다섯 명뿐입니까?”
불러모은 휘하 임원들이며 정재계 인사들까지.
넉넉하게 180명으로 예약해놨거늘!
< 미국으로 진출해보려고요 > 끝
ⓒ 오소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