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51)
재벌집 만렙 아들-251화(251/416)
< 정혁아, 인사해라 >
청원각 후원 별채로 향하는 길.
부회장의 최측근을 자처하게 된 사람들은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겼다.
태성에너지 윤 사장이 물었다.
“심 사장님, 궁금한 게 있는데, 솔직하게 탁 터놓고 물어봐도 됩니까?”
“예, 그러십시오. 뭐가 그리 궁금하십니까?”
“심 사장님 현재 소속이 정확하게 어떻게 되십니까?”
“JH투자 사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톡 까놓고 말하자면 그냥 사장도 아니고 월급쟁이 바지사장입니다만.
태성에너지 윤 사장은 멈칫했다.
“이상하군요. 분명 이번에 태성이 새로 인수 합병하는 신규 계열사 중에 JH투자는······.”
“예, 없습니다.”
“그럼 심 사장님께서는 오늘 태성의 전(全) 계열사 임원회의에는 어떻게 참석하셨습니까?”
“청원각 회동이 태성의 전 계열사 임원회의로 소집되었던가요?”
그건 아니다.
“부회장님께서 당신을 지지하여 연판장을 작성할 사람들을 불러 모은 자리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면 심 사장님께서도 미리 연판장을 작성하셨다, 이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아마 제가 제일 먼저 작성하지 않았을까 싶군요.”
엄밀히 말하자면 그 연판장, 성준 도련님이 아니라 정혁 도련님께 작성했습니다만.
태성에너지 윤 사장은 묘한 눈으로 심 사장을 돌아보았다.
“태성의 브레인이 짰다던 전략 계획서를 읽는 순간, 전 직감했습니다. 이 계획서대로 움직인다면 태성은 향후 10년 동안 완전히 달라진 재벌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태성에너지 윤 사장이 눈을 번뜩였다.
“부회장님께서는 어째서 태성의 계열사가 아닌 외부 기업인 JH투자의 심 사장님을 이 자리에 데려오셨을까, 의아했단 말이죠?”
작정하고 찔러보는 정곡이었다.
“그런 중요한 전략 계획서를, 왜 하필 심 사장님께 맡기셨을까, 이런 의문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게 왜요? 문제 있습니까?”
“그 말인즉, 심 사장님이야말로 부회장님께 가장 신임받는 최측근이라는 뜻이라는 말인데······.”
태성에너지 윤 사장은 날카로운 통찰력과 독설을 자랑하는 자였다.
그가 이렇게까지 부드럽게 말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라는 소리였다.
“부회장님께서는 왜 심 사장님을 태성이 아닌 JH투자라는 외부 계열사로 빼돌려 두었을까, 그게 퍽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태성에너지 윤 사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자칫 곡해하여 듣는다면 싸움이 날 수도 있는 도발적인 언사였다.
“설명을 못 한다는 것은, 역시 태성에 해가 되는······.”
“그럴 리가요.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심 사장은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단지 이건 제가 함부로 누설할 수 없는 태성의 일급 기밀이라서······. 톡 까놓고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태성의 일급 비밀!
최측근들의 눈이 동시에 번뜩 빛났다.
그들의 묵인하에 태성에너지 윤 사장이 작정하고 찔러내어 얻어낸 수확이었다.
태성전자 민 사장이 아, 하고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새해 첫날에 밝혔던, 태성의 미래, 대계의 포석이라던?”
태성호텔 황 사장도 무릎을 탁 쳤다.
“태성화학을 되찾아 오는 일보다 훨씬 더 크고 장대한 계획!”
“이 나라의 금융과 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미치게 될 사안이라 하셨었죠?”
태성화학 강 사장까지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었다.
“심 사장님께서 태성화학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 여전히 JH투자에 남아있게 된 이유와도 같은 맥락입니까?”
이 양반들도 참······, 날카롭기는!
심 사장은 고개를 홱 돌렸다.
“태성의 일급 비밀이라니까요. 보안상의 흠흠, 아시죠?”
전가의 보도가 따로 없었다.
곤란하다 싶으면 무조건 태성의 일급 비밀이라 들먹이며 발설할 수 없단다.
“이건 차 회장님마저 묵인한 사안입니다.”
이미 대놓고 선언했던 일인지라, 그들도 더 따져 물을 수 없었다.
“그래도 딱 하나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전 지금껏 단 한 번도 태성에 등 돌린 적이 없다는 겁니다.”
심 사장은 딱 잘라 말했다.
“JH투자가 현재는 태성의 계열사가 아닐지 몰라도, 언제까지나 외부 계열사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는 건 설마······?”
태성전자 민 사장과 태성에너지 윤 사장이 동시에 서로를 마주 보았다.
오가는 눈짓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심 사장은 모른 척 눈을 돌렸다.
“회장님께서 저까지 따로 부르시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 의문들은 오늘 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모두의 눈이 심 사장에게 향했다.
“심 사장님, 혹시 회장님께 사전에 언질받은 것이라도 있습니까?”
“어떤 일로 우리만 따로 부르시는지, 혼자만 눈치채신 모양인데.”
“저희에게도 미리 살짝 귀띔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마음의 준비라든가, 각오를 다진다든가, 하다못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후우······.”
심 사장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청원각 후원 별채로 향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부회장인 차성준도 함께였다.
차성준은 생각에 잠긴 채 말없이 청원각 후원의 연못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그런 건 회장님께 직접 물으십쇼! 에잇!”
곤란할 땐 냅다 튀기!
김 비서에게 배워 익힌 비기(秘技)였다.
* * *
드르륵. 탁!
할아버지가 도착하자 청원각 후원 별채의 장지문이 열렸다.
할아버지는 나를 대동한 채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미리 자리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벌떡 일어났다.
아버지도 함께였다.
“아버지,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경치가 좋아서 잠깐 둘러보고 왔다. 정혁아, 앉자.”
“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가장 좋은 상석에 자리 잡았다.
그러더니 나를 할아버지 오른편 방석 위에 앉혔다.
졸지에 나는 아버지와 사장들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할아버지, 저 아빠 옆에 가서 앉으면 안 될까요?”
“그냥 앉아 있어라. 내가 왜 이러는지 알 것 아니냐?”
그건 그렇지만.
나는 할아버지의 옷자락을 슬쩍 잡아당겼다.
“지분과 경영의 분리, 옳다구나 하실 때는 언제고요?”
“그래서 옳다구나 하고 분리했잖느냐? 덕분에 네 아빠가 그룹 부회장 자리에 앉았으면 되었지.”
“후회하지 않으시겠어요?”
“후회할 게 뭐 있느냐? 여기 이 자리에 앉은 놈들치고 입 무겁지 않은 놈들 없다! 그건 내가 장담해.”
할아버지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나는 잠자코 있기로 했다.
“성준이가 대놓고 차별과 편애로 대우하기로 했다면서?”
“예.”
“그래서 나도 보란 듯이 따라 해봤는데, 내 최측근이 된 소감은 어떠하냐? 썩 나쁘지는 않지?”
주고받는 웃음 속에 신뢰가 듬뿍 담겨 있었다.
“하하하, 남들 보기 좋게 따로 불러주셔서 영광입니다.”
“최측근 대우, 마음에 듭니다!”
“부회장님 덕분에 제가 여러모로 체면 좀 차렸습니다.”
할아버지는 다섯 명의 최측근들을 돌아보았다.
이들 모두가 태성의 핵심 계열사 사장이자, 태성의 기둥들이었다.
“여기에 앉은 놈들은 다들 금테 두른 연판장을 작성했다면서?”
“예, 그랬습니다.”
“그 말은,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대신 믿고 따르기로 진즉 맘 굳혔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맞아?”
“맞습니다!”
할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으며 넌지시 물었다.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나 좀 물어보자.”
“회장님의 뜻이라면 저는 그저 따를 뿐입니다.”
“태성에 해가 되는 일은 아닐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간 태성의 브레인이 해온 일들을 보면 태성의 미래를 기대해 볼 만하다 여겼습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성의 브레인에 대해 다들 들어봤겠지?”
“예.”
최측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중정부장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라지요?”
“청와대 경호실장도 호감을 표하는 자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신형 국산 전차로 인해 군 장성들도 매우 높게 평하고 있다더군요.”
할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었다.
“대통령 각하의 인정을 받았으니 말 다 한 게지.”
할아버지는 최측근들을 돌아보았다.
“대통령의 친서, 다들 똑바로 읽어 봤나?”
태성에너지 윤 사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아마도 저만 제대로 읽었을 겁니다.”
“윤성일이 말고, 다른 놈들은?”
“이참에 제대로 읽어보겠습니다!”
“성준아.”
“여기 있습니다.”
아버지가 품에서 대통령 친서를 꺼내 상 위에 내려놓았다.
태성전자 민 사장이 제일 먼저 읽었다.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 사장 다음으로 친서를 받은 태성호텔 황 사장은 헉 소리를 내었고, 그 뒤를 이어 태성화학 강 사장마저 억 소리를 흘렸다.
“스케일이 엄청나군요.”
“유공과 제철소 사업권이 언급된 시점에서 경악스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여천국가산업단지에 전차기지를 만들 땅 10만 평, 간척과 항만 국책 사업, 수원의 연구소 부지 8만 평, 국방비 1%와 연구원 지원 등등.
그것만으로도 물밑에서 오간 협상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공권력을 동원하겠다는 수준이······ 이건 거의 협박 아닙니까?”
“태성에 이런 공권력을 들이밀면······ 여러모로 아찔하군요.”
할아버지가 심 사장을 돌아봤다.
“심 사장, 그간 태성의 브레인 밑에서 굴렀으니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을 텐데.”
“물론입니다.”
심 사장은 씩 웃었다.
“세 장짜리 태성화학 인수 계약서, 다들 읽어보셨죠? 그것도 태성의 브레인께서 앉은 자리에서 후다닥 작성하신 겁니다.”
다들 입을 떡 벌렸다.
“그 세 장짜리 인수 계약서 덕분에 우광의 계열사 일곱 곳을 거저 얻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우광의 계열사들을 따로 독립시켜 관리하다가 이번에 태성의 계열사로 합병하게 된 이유가······.”
“아니, 그럼 태성의 브레인이 최고반도체를 인수하고, 부산에 해운회사를 설립했단 말이군요?”
심 사장은 헤벌쭉 웃으며 어깨를 쭉 폈다.
“태성의 방산 사업까지 전부 태성의 브레인께서 추진하신 일입니다.”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아들어간다.
태성의 미래를 위해 대계의 포석을 다진다던 심 사장이 태성을 떠나 JH투자로 갔던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태성을 위해 일한다던 심 사장의 발언,
JH투자 소속인 심 사장이 태성의 전략 계획서를 들고 나타난 것까지.
“그렇다는 건··· 설마 요즘 한창 떠들었던 신형 국산 전차와 세계 최초의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 개발도?”
“덕분에 제가 이번 제1차 한미군사회의에 협상단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심 사장은 으쓱했다.
여기에 할아버지가 재빨리 덧붙였다.
“지하철 2호선 노선도를 그려 제출한 것도, 강남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공사에 관해 의견을 제출한 것도 포함이야.”
“······!”
“송년의 밤에 후원자들을 끌어모은 것도, 성준이만 따로 대통령께 신년 오찬 초대장을 받게 된 것도, 국산 전차 참관 초대장을 받게 된 것도 전부 한 사람 솜씨지.”
“대단하시군요!”
다들 감탄 어린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할아버지는 무릎을 탁 쳤다.
“아무렴!”
할아버지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최측근들을 돌아보았다.
“봤지? 태성의 브레인이라는,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걸물이 태성에서 나왔다.”
“예!”
“그래서 나는 이에 태성의 미래를 걸어보기로 했다.”
“예!”
우렁찬 목소리였다.
다부진 각오였다.
“대통령 각하의 친서를 언제까지 들고 있을 참이야? 다 읽었으면 도로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부회장님, 받으시죠.”
태성화학 강 사장이 곱게 접은 대통령 친서를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할아버지는 상을 탁 쳤다.
“주인이 틀렸다. 그건 대통령 각하가 태성의 브레인에게 약속한 물건이야.”
“······예?”
태성화학 강 사장이 손에 든 대통령 친서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았다.
혼란스러운 눈과 어쩔 줄 모르는 몸짓.
결국 태성화학 강 사장은 할아버지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부회장님께 돌려드리······.”
“제대로 된 주인은 이쪽이야.”
할아버지가 가리킨 건 나였다.
“대통령 각하께서 못 박은 차기 태성의 총수, 이 녀석이다.”
“예?”
태성전자 민 사장과 태성에너지 윤 사장은 찢어질 듯 부릅뜬 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태성호텔 황 사장은 입을 떡 벌린 채였고, 태성화학 강 사장은 신음을 흘렸다.
“회장님, 지금 그 말씀은······!”
“태성의 브레인은 성준 도련님이 아니라 정혁 도련님이다, 이 말씀이십니까?”
“제가 방금 뭘 잘못 들은 듯싶습니다만?”
“잘못 듣기는? 제대로 들었어!”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지고 있던 태성전자 지분 3%, 가명과 차명으로 보유했던 지분들 전부 정혁이한테 줬다.”
“······!”
“대통령 각하께서 뭐라 적어놨는지 다들 봤잖나. 나 또한 후계 문제 때문에 태성의 전력을 쓸데없이 갉아먹을 생각 따윈 없다!”
“······!”
다들 놀란 눈으로 아버지를 돌아봤다.
이게 사실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무언의 요청이었다.
아버지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진작 확실하게 말씀드리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태성의 브레인은 제 아들 정혁이가 맞습니다. 정혁아.”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 모아 공손하게 배꼽 인사 했다.
“차정혁이에요. 어쩌다 보니 태성의 브레인이라 불리게 됐어요.”
< 정혁아, 인사해라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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