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53)
재벌집 만렙 아들-253화(253/416)
< 도련님의 뜻은 어떠하십니까? >
계열사 사장들은 콧김을 뿜어냈다.
“정혁 도련님은 다이아몬드 원석입니다. 시간과 공을 들여 얼마나 섬세하게 잘 깎아내느냐에 따라 향후 그 가치가 달라질 겁니다.”
“젊은 나이에 태성의 총수가 되신다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거물급 인사로 거듭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일찌감치 태성그룹 가족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자는 겁니다. 태성의 차기 총수는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두각을 드러내는 걸물이라고.”
“계열사 업무 전반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런 계획서는 절대로 못 만듭니다.”
네 명의 사장들은 희열에 차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업무 전반을 꿰고 계시니, 어려울 것 없이 남들 앞에서 맡은 바를 척척 해치우지 않겠습니까?”
“그걸 보고 누가 감히 정혁 도련님의 자질과 능력을 폄하할 수 있겠습니까?”
“그 정도가 되면 나이 따윈 문제도 안 됩니다. 열여덟 살의 총수?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겁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듣고, 겪어서 감탄한 천재가 보여주는 태성의 미래! 다들 기대하며 손꼽아 기다리게 될 테니까요.”
“태성엔 분란과 잡음은커녕 직원들의 사기가 고취될 겁니다. 아울러 천재적인 어린 경영인의 등장이란 스포트라이트까지 덤으로 얻게 될 테고요.”
네 명의 사장들은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 정혁 도련님의 태성그룹 입성을 주장하는 바입니다!”
“회장님! 이 모두가 태성을 위해서, 정혁 도련님을 위해섭니다!”
“제가, 그리고 저희가 책임지고 정혁 도련님을 보좌하겠습니다!”
“회장님,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안 된다!”
할아버지는 딱 잘라 말했다.
“정혁이를 경영 일선에 내세우는 것은 내가 허락할 수 없다!”
“회장님!”
“그럴 생각이었으면 지금까지 꽁꽁 숨기지도 않았어!”
할아버지는 도자기 술잔을 단번에 털어 마셨다.
“정혁이를 전면에 내세우게 되면 정 씨 일가에서 눈독 들일 게다.”
정 씨 일가라면 할머니의 친정을 말하는 것일 텐데.
할아버지가 왜 저리 그쪽 눈치를 보는지 의아했다.
‘뭔가 내게 숨기고 있는 속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할아버지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혁이는 태성의 차기 총수가 될 사람이야! 그쪽 집안 사정이 정리될 때까지 자중해!”
“저도 아버지와 같은 생각입니다. 그러니 그 얘기는 10년 후에 다시 하는 것으로 하시죠.”
그러자 다들 서로 눈짓을 보내기 시작했다.
최측근들이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심 사장마저도.
‘진짜로 뭐가 있는 모양인데?’
나도 아버지를 힐끔 돌아보았다.
“태성의 미래도 좋지만, 정혁이의 인생도 중요합니다.”
아버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저는 정혁이에게 책임과 의무를 강요할 생각 없습니다.”
책임과 의무라.
왠지 평소보다 더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단어였다.
“전 돈과 권력을 탐해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 아들을 지키기 위해 부회장 자리를 맡은 겁니다.”
아버지는 나를 돌아보았다.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태성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해도, 어린 정혁이에게 고통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 그건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아버지의 눈동자가 불안한 듯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입술이 여러 번 달싹이다가 마침내 꾹 다물려졌다.
그때 태성호텔 황 사장이 입을 열었다.
“왜 회장님께서 지금껏 태성의 브레인이란 이름 뒤로 정혁 도련님의 존재를 감추셨는지, 알 것 같군요.”
“황 사장님, 이유를 물어봐도······.”
“함구하겠습니다. 제가 끼어들 주제가 안 되는 것 같군요.”
다른 사장들이 묘한 눈으로 태성호텔 황 사장과 할아버지를 돌아보았다.
도자기 술잔을 만지작거리는 할아버지의 손길에서 고민과 갈등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단번에 술을 들이켜고는 탁 소리가 나도록 술잔을 내려놓았다.
“낭중지추(囊中之錐)야! 정혁이의 능력이라면 그리 안달을 내가며 증명하려 들지 않아도 결과가 보여줄 게다. JH투자가 계열사 늘린 것을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욕심내는 겁니다.”
최측근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상식과 고정관념에서 시작된 의문과 걱정은 장차 그룹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겁니다.”
“자칫 두 도련님께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도 있습니다.”
“자질 논란, 나이 논쟁, 능력 검증, 경험과 시행착오, 판단력 의심 등으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미리······!”
“그만하시죠.”
아버지는 답답하다는 듯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고쳐 매었다.
“우리 정혁이 어디 안 갑니다. 10년 후에, 열여덟 살이 되어서도 충분히 어린 경영 천재 소리가 나올 만하잖습니까.”
“부회장님.”
“그러니 어른들의 욕심은 여기까지만 부립시다.”
아버지는 딱 잘라 말했다.
“지분 승계와 더불어 저는 차근차근 정혁이의 전략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겠습니다. 고작 10년! 태성의 미래를 위해 그 정도도 못 참으십니까?”
“······.”
“정혁이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에게도 시간은 필요합니다. 지분 승계와 계열사 지분 이동, 태성의 구조 개편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입니다.”
그때 태성에너지 윤 사장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럼 정혁 도련님께 묻고 싶습니다. 도련님의 뜻은 어떠하십니까?”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태성의 미래를 그려내셨을 때, 이러한 상황도 염두에 두셨을 듯싶어서 말입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나를 뚫어져라 보았다.
도자기 술잔을 쥐고 있는 할아버지가 마른 입술을 핥았다.
아버지는 입술이 작게 달싹거리더니, 끝내 꾹 다물었다.
내 뜻은 어떠한지, 묻고 싶은 마음은 다들 같다는 뜻이었다.
“사양할게요.”
태성그룹에 들어가면 내 행보에 제약이 생긴다.
보는 눈이 많아지고, 쓸데없는 업무는 많아지기 때문에, 내 행동반경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어린 몸뚱이 때문에 답답해 죽겠는데, 여기서 족쇄와 짐을 더 늘리라고?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이다!
‘하지만 거절에도 명분은 필요한 법이지.’
그래서 나는 씩 웃었다.
“여러분들이 제안하신 방법엔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어요. 세 가지만 꼽아볼까요?”
나는 검지로 가슴팍을 콕 찔렀다.
“첫 번째, 첫인상에 두 번은 없어요. 차기 총수가 처음부터 귀엽고 우습게 보일 순 없는 노릇이죠.”
“크흠!”
“여덟 살짜리 어린애가 그룹 계열사를 돌아다니면서 일을 배운다고 생각해보세요. 절 보는 다른 분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날 우습게 혹은 귀엽게 볼 거다.
그게 세간의 상식이자 현실이다.
“그건 능력을 드러내신다면······.”
“아역 배우들이 커서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남들보다 배는 어려움을 겪어야 해요. 왜겠어요? 이미 생긴 선입견을 바꾸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거든요.”
나는 검지를 흔들었다.
“열여덟도 충분히 어려요. 그것까지 전부 감안해서 아빠와 할아버지가 결심하신 일이고요. 전 두 분의 뜻을 꺾으면서까지 강행할 생각 없어요.”
“아······.”
나는 검지를 편 김에 중지까지 마저 폈다.
“두 번째, 전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태성의 계열사 50곳을 돌면서 밑바닥부터 위까지 기어올라오라고?
태성의 직원들과 임원들에게 내 능력을 과시하고, 인정받기 위해서?
아이고, 참 먼 길 돌아간다!
“10년 동안 JH투자회사를 키워낼 작정이라서요.”
“예?”
네 명의 사장들은 물론 심 사장까지 화들짝 놀랐다.
“이미 우광계열사 등을 태성에게 넘긴 후예요.”
지금 내가 맡은 건 달랑 JH투자 하나밖에 없다.
“이후 JH를 굴려서 덩치를 키운다면 향후 태성그룹 차기 총수로서의 경영능력이나, 자질 논란, 나이 논쟁, 능력 검증, 경험과 시행착오, 판단력 의심 등으로 문제가 불거질 일 없을 거예요.”
나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아울러 천재적인 어린 경영인의 등장이란 스포트라이트는 덤이에요. 태성의 간판스타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아······!”
나는 내친김에 세 번째 손가락까지 마저 폈다.
“마지막으로, 태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예요.”
“예? 그 반대 아닙니까?”
“도련님이 자수성가한 천재 경영인처럼 이미지를 포장할 생각이라면, 태성이 물밑에서 도련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텐데요?”
나는 혀를 찼다.
“다들 제가 전한 계열사별 전략 계획서를 허투루 읽으셨군요?”
“아닙니다! 제대로 읽었습니다!”
“그걸 똑바로 읽었다면 지금 이런 멍청한 질문이 나오면 안 되죠.”
“예?”
“최고반도체 키우기, 강남의 태성호텔 건설, 유공 인수. 무슨 돈으로 할 건데요?”
“······.”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을 터였다.
내가 던진 태성의 청사진엔 구체적인 예산과 운용 방안은 제대로 적혀 있어도, 자금을 동원할 방법은 몇 가지만 기술해 놨다.
“으음, 그러니까 태성그룹의 유보금, 정부의 정책지원금, 은행의 투자 약속, 그리고 투자회사의······.”
“그중에 은행과 투자회사의 지원, 그건 제가 떠맡을 생각이에요.”
“예엑?”
다들 경악해 소리쳤다.
“은산분리(銀産分離) 때문에 제가 직접 은행을 세울 순 없어서요. 그래서 거물은행과 손잡았어요.”
“네에?”
“제가 거기 대주주 중 하나거든요.”
“네에엑?”
뭘 또 이 정도 가지고 놀라시나.
스승님께서 은행 세우기로 했을 때, 나도 한 숟가락 얹어 놓았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동전 지갑을 열어, 스승님께 받아놓은 투자계약서를 꺼내 팔랑팔랑 흔들었다.
그걸 본 사람들은 다들 입을 떡 벌렸다.
“아니, 대체 언제?”
“무슨 돈으로!”
“무슨 수로?”
나는 투자계약서를 고이 접어 동전 지갑에 쏙 집어넣었다.
대신 태성전자 민 사장을 똑바로 쳐다봤다.
“태성전자에서 최고반도체를 흡수 합병하기로 했었죠. 그렇다면 질문.”
“예.”
“현재 수준으로 최고반도체와 태성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겠어요?”
“······어렵습니다.”
전자제품에는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내장된다.
70년대 반도체 시장은 미국이, 80년대엔 일본이 세계 시장을 제패한다.
후진국에서 개도국까지 겨우 올라온 한국은 지금 현재 반도체에 관해선 명함도 못 내밀 처지다.
태성전자의 제품도 국내에서나 먹히지, 아직 선진국의 전자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못 되었다.
“제가 향후 10년 동안 태성반도체와 태성전자에 얼마나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었죠?”
“3,000억입니다.”
21세기 시세로 따지면 약 15조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태성전자 혹은 태성그룹 내 유보금으로 충당 가능하겠어요?”
“불가능합니다.”
“정부의 정책 지원금은 어느 정도까지나 받아낼 수 있고요?”
“그 또한 불투명합니다.”
대통령? 국고가 비었다는 핑계로 능력껏 외국 차관이나 끌어오라며 모른 척할 확률이 다분했다.
“그럼 은행을 통해서는요?”
“석유파동이 터진다면 500억, 아니, 200억도 유치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야 반도체에 제대로 투자를 할 수 있겠어요? 반도체의 진입장벽이 왜 높다고 생각하세요?”
“으음······.”
이번엔 태성에너지 윤 사장을 돌아보았다.
“대통령님의 친서를 봤다면 알겠네요. 정부가 보유한 유공 지분 50%를 제외하고, 미국 걸프사가 가지고 있는 지분 50%를 인수하려면 얼마나 들고 있어야 할까요?”
“현 시세대로라면 최소 2억 달러. 하지만 한정가격이 적용될 테니, 4, 5억 달러는 각오해야 할 겁니다.”
“이번에도 사내유보금, 정부 지원금, 은행 자금 유치를 따져물어야 할까요?”
“······.”
태성에너지 윤 사장은 쩔쩔매었다.
“음, 그럼 이번에 태성그룹 구조를 개편하면서 처분할 계열사의 매각 대금으로······.”
“태성그룹에 돈 들어갈 데가 태성에너지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아요?”
나는 이번엔 태성호텔 황 사장을 돌아보았다.
“강남에 전철역을 중심으로 태성호텔을 몇 개나 지을 예정이라고 했었죠?”
“7개입니다.”
봐라.
여기까지만 따져도 돈 들어갈 데가 천지다.
그런데 이게 웬걸?
태성호텔 황 사장은 허허허 웃었다.
“호텔 건립에 관한 자금 걱정은 솔직히 안 했습니다. 그 이유는······.”
태성호텔 황 사장이 덧붙였다.
“JH투자에서 강남땅을 긁어모았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입니다.”
음?
< 도련님의 뜻은 어떠하십니까?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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