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54)
재벌집 만렙 아들-254화(254/416)
< 딱 좋네! >
태성호텔 황 사장은 허허허, 여유롭게 웃었다.
“태성호텔 건설이야 당연히 태성건설이 맡을 테고, 태성건설의 기술력이야 우리나라 이거 아닙니까.”
태성호텔 황 사장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또한 태성호텔은 그간 국빈과 군 장성들을 대접하며 사내 유보금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태성호텔 황 사장이 내 앞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이유였다.
“그러니 태성호텔을 강남에 건립하는 것 자체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태성호텔 황 사장은 손바닥을 삭삭 비볐다.
“게다가 태성호텔의 최대주주가 바로 정 여사님 아닙니까.”
아, 그러고 보니까 할머니가 태성호텔과 리조트를 갖고 있댔지?
‘경영에 영 소질이 없는 할머니가 결혼할 때 데려온 심복을 태성호텔 사장 자리에 앉혀두었다던데.’
그가 바로 태성호텔 사장 황정태였다.
핵심 계열사를 맡지 않은 이가 할아버지의 최측근인 결정적인 이유였다.
“심지어 JH투자엔 심 사장님도 있으시잖습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데, 같은 태성의 식구끼리 어련히 알아서 사정을 봐주지 않겠습니까?”
“이거 정보도, 판단도, 계산도 상당히 빠르신 분이군요?”
JH투자에서 강남땅을 긁어모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런 계산까지 끝내셨겠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 강남땅, 실은 JH투자란 껍데기를 뒤집어쓴 제 땅이거든요.”
“예?”
“제 땅을 날로 드실 생각이셨나 봐요?”
“······.”
태성호텔 황 사장의 여유롭던 웃음이 뚝 멈췄다.
반면 나는 여유롭게 방긋 웃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요?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요?”
“그럼 역시 넉넉한 기름칠을······.”
“에이, 같은 태성의 식구들끼리, 껄끄럽게 기름칠까지 바를 거 있나요?”
“······?”
“제값 주고 사가시면 되겠네요.”
나는 씩 웃었다.
“웃돈까진 안 받을게요.”
태성은 한 가족!
그래서 봐줬다!
“지금 당장 팔 생각은 없고요. 한 이삼 년 후에?”
뻥이다.
조만간 태성호텔이 들어가기 딱 좋은 강남 노른자 땅이 헐값에 나올 예정이다.
‘건설주 파동이 곧 시작될 테니까.’
8.8 부동산 규제조치.
건설사들이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지어 팔지 못하도록 정부는 조만간 대대적으로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그 여파는 건설시장이 감당해야 한다.
오죽하면 대치동 천마아파트를 지었던 천마그룹이 파산 직전까지 몰리게 될까.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은 건설사가 줄도산하기 시작할 테고, 파산을 면하려면 눈물을 머금고 금싸라기땅이라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내가 그리던 계획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했다.
나도 그때 강남땅을 조금 더 거둬들였다가 석유파동 이후에 되팔 생각이거든.
“어차피 지금 지어봤자, 유동인구와 이용객이 적어서 수지 안 맞잖아요.”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면······.”
“그것도 훗날의 일이죠. 당장은 장사가 잘되는 곳에 호텔을 세워야 적자를 면하지 않겠어요?”
나는 손톱을 후후 불었다.
“석유파동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 지하철 2호선 역이 들어선 후에, 강남을 잇는 한강교가 완공된 후에.”
그때 내 강남땅을 팔면 딱 좋겠군.
“그때 태성호텔이 들어서면 딱 좋겠죠?”
“어헉!”
태성호텔 황 사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지하철역만 들어서도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폭등할 텐데요. 거기에 한강교까지 완공되면······.”
“그것보다 석유파동으로 인한 부동산 폭등 폭이 훨씬 더 클걸요?”
“예?”
“아시잖아요. 지난 석유파동 때 물가가 얼마나 치솟고, 금값이 폭등했었는지.”
태성호텔 황 사장이 이마를 탁 쳤다.
“안전자산 가격 폭등!”
배럴당 국제유가가 크게 뛰면 국내 시장의 물가는 더욱 큰 폭으로 출렁이게 된다.
석유가 안 들어가는 데가 없기 때문이다.
공장을 돌리는 데에도, 제품을 만드는 데에도, 운송수단을 굴리는 데에도, 중장비를 쓰는 데에도 전부 석유가 필요하다.
그렇게 물가가 큰 폭으로 치솟고, 회사가 줄도산이 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주식이나 현금 대신 안전자산에 투자하게 된다.
바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바로 금과 부동산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호텔부지 가격이······.”
태성호텔 황 사장의 안색이 희게 질려가는 이유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만 봐도 하루 자고 일어나면 폭등하고 있습니다. 숙박업의 꽃이라는 호텔부지라면 아파트부지보다 훨씬 더 목 좋은 곳에 위치해야 하고요.”
태성호텔이 들어서야 하는 부지는 강남 중에서도 가장 땅값 비싼 동네여야 한다.
주요 관공서 근처에 위치한, 한강뷰가 장관이어야 하는 금싸라기땅!
심지어 아주 크고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태성호텔의 사내 유보금으로 호텔부지 땅값, 감당할 수 있겠어요?”
“어헉!”
“왜요? 여차하면 우리 할머니 쌈짓돈까지 호출하시죠? 그럴 작정 아니셨어요?”
“아이고!”
태성호텔 황 사장은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그러더니 내 눈치를 힐끔 보면서 다시금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어색하게 웃었다.
“할머님 얼굴을 봐서 태성호텔에 강남땅을 싸게 팔아주실 생각은······?”
“그럼 할아버지 얼굴을 봐서 황 사장님이 보유하고 계신 태성전자 지분을 싸게 팔아주실 생각은요?”
“······.”
태성호텔 황 사장은 입을 떡 벌렸다.
할아버지가 태성호텔 황 사장을 보며 껄껄 웃었다.
“오늘 황태정이가 크게 당하는구나!”
“회장님.”
“그러게 누가 정혁이의 것을 함부로 넘보랬나?”
“끄응.”
나는 마지막으로 태성화학 강 사장을······.
“여천공장 이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방산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보겠습니다! 대주주님께서 실망하실 일 없을 겁니다!”
좋아. 여긴 넘어간다.
여천공장 이전 비용은 이미 내 주머니에서 전부 나갔는데, 그걸 다시 말해 뭐 해?
나는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이 정도면 제가 왜 지금 당장 태성그룹에 들어갈 수 없는지는 이해하셨겠죠?”
날 밑바닥에서부터 굴릴 생각이라면 그 생각, 고이 접는 게 좋을 것이야!
내가 스승님 밑에서 10년이나 구른 것만으로도 이가 갈리는 사람인데!
“그렇지! 우리 정혁이 말이 옳다!”
할아버지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무릎을 탁 쳤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돈 문제야! 다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심들 해봐!”
“회장님.”
“그리 비 맞은 똥강아지처럼 볼 것 없다! 내 주머니를 뒤져봤자 나올 건 먼지뿐이야!”
태성전자 민 사장이 입을 열었다.
“정혁 도련님, 그럼 이번엔 제가 묻겠습니다. 도련님께선 대체 무슨 수로 그 많은 돈을 충당하실 겁니까?”
“제가 JH투자를 왜 세웠는데요?”
심 사장은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헤벌쭉 웃는 표정으로 옆에 앉은, 전(前) 부하직원이자 최측근이었던 태성화학 강 사장에게 슬쩍 귀엣말했다.
“돈세탁.”
반은 맞았지만, 반은 틀렸어요!
“투자로 벌어들일 생각인데요?”
“······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 심 사장님이 그렇게 놀라시면 안 되죠!
“투자회사가 투자로 돈 벌지, 그럼 뭘로 돈 버는데요?”
“······.”
다른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데, 심 사장님만 그렇게 배신당한 얼굴을 하고 계시면 안 되죠!
“태성에 투자하실 겁니까?”
“태성도 제 투자 포트폴리오 중의 하나죠.”
단기적으로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장기적으로는 미국 회사의 지분에 투자할 생각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아직까진 경영보다는 역시 기업 투자 쪽이 손에 익어서.
“가능하시겠습니까?”
“가능하도록 만들어 봐야겠죠?”
운이 좋았다!
이미 내 투자 성공의 반은 김형원이 채워놓은 후다.
‘특기 적성을 잘못 찾으신 양반 덕분에 5억 달러가 이미 50억 달러로 뻥튀기된 상태거든!’
이미 종잣돈은 두둑하다고.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없네?
똑똑똑.
“회장님, 급한 용건이라 합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김 비서였다.
“들어와!”
드르륵. 탁!
‘음?’
김 비서 옆에 함께 들어오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태성의 사장님들과 함께 계셨군요.”
밀매왕이 중절모자를 슬쩍 벗으며 인사했다.
밀매왕이 씩 웃을 때마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깊은 칼자국이 험상궂게 씰룩거렸다.
“다들 인사해. 이름은 들어봐서 알지? 이쪽은 이제 JH투자의 부사장이라는 밀매왕.”
“······!”
다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태성전자 민홍균입니다.”
“태성에너지 윤성일입니다.”
“태성호텔 황태정입니다.”
“태성화학 강준구입니다.”
“반갑습니다. JH투자의 신임 부사장 고동언이올시다.”
밀매왕이 날카로운 눈으로 태성의 사장들을 스윽 훑었다.
그러더니 아버지를 보고 반색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태성그룹 차성준입니다. 오랜만입니다.”
밀매왕이 아버지의 손을 두 손으로 덥썩 감싸쥐었다.
“최고반도체,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밀매왕은 최고반도체를 태성에 넘겨주는 대신 태성반도체의 지분 25%를 갖기로 합의 보았다.
“우리 재영이도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 물론입니다.”
밀매왕이 미국에 나가 있는 동안 내가 고재영의 후견인 겸 이웃사촌이 되어주기로 약속했다.
“혹시라도 돈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천억까지는 제가 어떻게든 마련해보겠습니다!”
천억이라는 소리에 네 명의 사장들이 눈을 번쩍 떴다.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말이다.
“약소한 결혼, 아니, 약혼 예물이라고 생각하시고······. 허허허!”
이 양반이 진짜!
틈만 나면 자꾸 이상한 어필을 하시네?
“호오.”
“오.”
네 명의 사장들은 물론이고, 할아버지까지 나를 묘한 눈으로 돌아보았다.
“아니거든요?”
난 예린이뿐이라구요?
“보스!”
밀매왕이 날 보고 바짝 다가왔다.
“잠시만 귀 좀!”
밀매왕이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한명호가 전한 소식입니다. 김형원이 오늘 중정 물고문실에서 뒈졌답니다!”
호오?
“덕분에 대통령 각하의 비자금이 완전히 증발해버렸다고 중정이 발칵 뒤집혔다는군요.”
오!
그럼 눈치 볼 필요 없이 50억 달러, 막 굴려도 된다는 소리네?
나는 즉시 손가락을 튕겼다.
딱.
‘어이, 수호신.’
[왜? 잿밥 먹고 있는데.]스르륵 연기처럼 솟은 저승사자는 양 볼이 터질 듯이 빵빵했다.
즐겁게 오물거리던 저승사자가 이내 부른 배를 두드리며 웃었다.
[이 집 음식 잘하네.]맛있었으면 됐다.
잿밥 차려준 보람은 있어서 좋네.
[왜? 둘째 큰아버지가 지금 별채에서 누굴 기다리고 있던데. 거기를 들여다보랴?]오? 둘째 큰아버지가 아직도 청원각에서 죽치고 있었어?
하지만 내가 지금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김형원이 죽어서 중정이 발칵 뒤집혔다더군.’
[아하. 다녀오마.]저승사자가 도포 자락을 크게 떨쳤다.
성큼성큼 걸어가다가 도로 홱 돌아서서 비단 주머니에 뭘 자꾸 쑤셔넣는다.
‘······너 약과 좋아했냐?’
[이 집은 어째 주전부리까지 완벽한가 몰라. 간다!]스르륵.
저승사자는 엄지를 척 든 채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런데 선뜻 손을 뻗어 약과를 주워먹는 이가 또 있었다.
밀매왕이었다.
“보스도 하나 드셔보실래요? 이 집 약과, 상당히 맛있더라고요.”
“전 됐······ 읍!”
······이 집 약과 맛있네.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
밀매왕이 속삭였다.
“하나 더 있습니다. 미국에 보냈던 빡대가리 빡중령이라는 자.”
철구 아저씨가 왜?
“그자가 상당히 희한한 물건을 하나 주웠다더라고요?”
“희한한 물건이요?”
“김형원의 뒤를 캐다가 웬 사우디의 권리증을 하나 발견했다던데, 암호문으로 적어놔서 도통 해석할 방법이 없다 합니다.”
밀매왕이 더욱 목소리를 죽여서 속삭였다.
“한명호가 일단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신신당부했다는군요. 아무래도 저희는 내일 당장 미국으로 출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별 인사였다.
덕분에 목구멍까지 차오른 타박이 쑥 내려가고 말았다.
“잘 다녀오세요.”
“우리 재영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밀매왕이 싱긋 웃었다.
“덕분에 재영이랑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여기 음식, 하나같이 전부 맛있더군요. 미국에서도 종종 기억날 것 같습니다.”
마주 잡은 밀매왕의 손은 아주 따뜻했다.
* * *
스르륵.
저승사자가 빼꼼하게 얼굴을 비췄다.
중앙정보부 부장실에 담배 연기가 어찌나 짙게 깔렸던지.
흡사 너구리굴 같았다.
‘어라? 저 양반이 중정에는 어쩐 일로 오셨대?’
선글라스를 쓴 대통령이 가장 상석에 앉아 있었다.
탁자 좌우로 도열해 앉은 사람들은 숨도 못 쉬고 바짝 얼어붙었다.
“후우.”
청와대 경호실장이 재빨리 유리 재떨이를 두 손으로 바쳤다.
대통령은 유리 재떨이에 담뱃재를 탁탁 털었다.
“김형원이 어떻게 죽었다고?”
< 딱 좋네!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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