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55)
재벌집 만렙 아들-255화(255/416)
< 운이 좋군! >
중정부장이 입을 열었다.
“물고문에 이어서 전기고문을 받다가 심정지가 왔습니다.”
대통령은 혀를 찼다.
“아직도 모가지가 뻣뻣하더라니. 제 목숨줄은 철근으로 꼬아 만든 줄 아나.”
한때 김형원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다.
“끝까지 입을 안 열다가 그 지경이 됐나?”
“반대입니다. 정보 교란을 목적으로 되는대로 지껄이며 수사에 혼선을 유도했습니다.”
“그렇다면 끝까지 흥정을 붙이다 갔겠군.”
“예.”
“그것도 내 돈을 가지고 말이야. 빌어먹을 새끼.”
대통령은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비벼껐다.
“죽을 때 죽더라도 내 돈은 토해놓고 죽었어야지.”
청와대 경호실장이 즉시 은제 담배케이스를 열어 새 담배를 올렸다.
대통령이 담배를 입에 올리기 무섭게 청와대 경호실장은 은제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후우.”
대통령은 미간을 구기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 새끼가 그렇게 많이 떠들었으니, 그중에 단서도 제법 건졌겠어?”
“김형원이 도주 중에 암호문을 잃어버렸다는 건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하!”
김형원은 국내외 첩보 업무를 담당했던 중정의 수장이었다.
첩보의 기본은 철저한 보안.
중정의 암호문은 은밀하기로, 다양하기로, 까다롭기로, 또한 자주 바뀌기로도 유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암호문 좀 잃어버렸다고 10억 달러가 증발해버리나?”
“흔적을 숨기기 위해 돈세탁을 여러 번 거치느라 수중에 채 1억 달러도 안 남은 상태였던 듯합니다.”
“뭐? 반토막도 아니고 10분의 1토막?”
대통령이 다시 한번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뻑뻑 피웠다.
“환장하겠군.”
중정부장은 아무 첨언도 덧붙이지 못했다.
그저 입을 꾹 다물고 고개 숙여야 했다.
“지금껏 중정에서 알아낸 게 고작 그거뿐이야?”
“죄송합니다, 각하.”
대통령의 삿대질은 다른 이들에게도 향했다.
“이번 일에 중정의 국장급 인사들이 총동원되었다면서. 중정의 실력이 이것밖에 안 돼?”
“죄송합니다, 각하!”
긴급 소집된 중정의 국장들이 고개를 깊이 조아렸다.
테이블 양쪽으로 도열해 앉은 채 대통령의 눈치 보기 바빴다.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았다.
“김형원 고문하다 죽인 새끼가 누구야?”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보안국장이 벌떡 일어나 즉시 바닥에 엎드렸다.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불의의 사고였습니다!”
“고문 하나 제대로 못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끌고 가.”
“각하, 제발 목숨만은!”
“재갈 물려. 시끄럽다.”
“각··· 읍읍!”
대통령은 담배를 문 채 고개를 까딱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기하고 있던 중정요원들이 보안국장을 좌우에서 포박해 질질 끌고 갔다.
쾅!
중정부장실의 철문이 닫히자, 장내엔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았다.
선글라스로 숨긴 대통령 시선이 중정 국장들의 얼굴을 훑으며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국장들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정보국장.”
“옛!”
호명된 자가 즉시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정보국장의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감히 닦아낼 생각을 못 했다.
죽느냐 사느냐, 살얼음판 위를 걷는 상황.
벌써 다섯 명이나 이 자리에서 질질 끌려나간 후였다.
“미국에 파견되었던 로비스트들은?”
“그들 또한 아는 바가 없을 겁니다.”
“미국에 구금되어서 접촉조차 못 하고 있는 건 아니고?”
“그것이······.”
정보국장은 말끝을 흐렸다.
대통령의 미간이 다시 한번 더 꿈틀댔다.
“이 새끼도 끌고 가.”
“각하,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직접 미국으로 가서······!”
“직접 가서 처리할 일이었다면 왜 여기 이 자리에 앉아 있어? 끌어내.”
“각하! 각하!”
중정요원들이 정보국장을 포박해 끌고 가기 시작했다.
새파랗게 질린 정보국장이 크게 외쳤다.
“로비스트들이 예전에 장난처럼 보고했던, 아주 중요한 정보가 떠올랐습니다!”
“멈춰.”
대통령이 손을 들자, 중정요원들은 질질 끌고 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정보국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김형원이 사우디에 유전을 하나 사놨다고 합니다!”
“유전?”
대통령은 피식 웃었다.
비웃음이었다.
“사우디 유전이 어디 한두 푼 하는 물건이야? 1억 달러를 몽땅 쏟아부어도 유전 끝자락 땅 한 뙈기를 못 산다.”
“아직까진 탐사 중이란 듯합니다. 첫 번째 시추에서 석유를 얻어내어 개발 적합성을 따진다는 소문이 돌아······!”
“떠도는 소문?”
대통령이 미간을 구겼다.
“그게 정보국장이 할 소리야?”
“김형원의 입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나온 바 있습니다!”
대통령이 중정부장을 돌아보았다.
“자네가 말해봐. 이거 헛소리야, 확인된 사실이야?”
“사실 여부를 확인 중에 있습니다.”
중정부장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김형원이 워낙 되는대로 개소리를 떠들어댔던 터라.”
딱. 딱. 딱. 딱.
대통령은 손끝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생각에 깊이 잠길 때 취하는 버릇이었다.
오랜 침묵 끝에 대통령은 피식 웃었다.
“고작 1억 달러 가지고서는 유전 개발 따윈 어림도 없지.”
“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미 석유 시추를 끝내 유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명 난 땅을 사는 건 더더구나 말이 안 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수사에 따르면 과장된 소문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아쉽군. 만일 그게 정말 사실이었다면 대한민국도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유전에 한 숟가락 얹어보는 건데 말이야.”
대통령은 고개를 홱 돌렸다.
선글라스로 가려진 눈빛이건만.
정보국장을 노려보는 눈길이 사뭇 매서워 보였다.
“이대로 끌려갈래, 이 일을 책임질래?”
“당장 미국으로 날아가 구금된 로비스트들을 찾아가 관련 정보를 추궁하겠습니다!”
“좋다. 풀어줘.”
중정요원들의 결박을 풀자, 정보국장은 후다닥 달려가 제자리에 앉았다.
그 짧은 사이에 식은땀이 얼마나 났던지.
와이셔츠 목깃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쾅!
대통령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대선에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나?”
선거는 돈 잡아먹는 하마였다.
“고무신 쥐여주고, 와이셔츠 들려주고, 잔칫상 차려주고, 설탕과 밀가루에 막걸리까지 얹어주고 얻어내는 표야!”
금품 돌리기는 중요한 선거 전략 중 하나였다.
“7월이 대선이고, 12월이 총선이다!”
대통령은 완벽한 승리, 확고한 지지를 원했다.
본인의 대선 승리뿐만이 아니라, 여당의 압도적인 국회 장악이 목표다.
“안 그래도 코라이 게이트 이후 미국이 개지랄을 해댄 덕분에 민심이 요동치는 게 심상치 않아. 재벌기업 총수들을 다시 부르란 소리야?”
“수금을 더 하시렵니까?”
“해야지. 보다 많은 선거자금을 걷어서, 보다 확실하게 선거판을 휘어잡아야지.”
대통령이 국장들을 돌아보았다.
“아니면 달리 방법 있어?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봐!”
묵묵부답이었다.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내가 왜 자네들을 그 자리에 앉혀뒀다고 생각하지?”
대통령의 삿대질에서 노기가 흘러나왔다.
“국내외 첩보를 담당한다는 놈들이! 대가리 하나 제대로 못 굴려?”
중정부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각하, 이번 대선에서 표를 끌어올릴 방법이라면 있습니다.”
“뭐야?”
“태성의 간판스타라는 그 맹랑한 꼬맹이가 했던 말을 혹시 기억하십니까?”
멈칫.
대통령은 삿대질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중정의 국장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에게 눈짓을 보냈다.
뜻하는 바는 분명했다.
-태성의 간판스타라는 꼬맹이가 누구야?
대통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나지막하게 탄성을 흘렸다.
“지역 균형 발전. 호남 개발.”
“예. 호남 쪽 표를 끌어모아야지요. 일자리와 국가 안보라면 초미의 관심사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마침 이번 신형 국산 전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습니다.”
한동안 요란하게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댄 화제였다.
“이참에 여천에 태성의 전차기지가 들어설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국가 안보와 반공을 강조하는 거지요.”
“대대적으로 언론에 선전을 하자?”
“예, 태성의 그 꼬맹이가 각하께 건넸던 화두처럼 국민들에게도 똑같이 알려주는 겁니다.”
중정부장은 전화기를 슬쩍 보았다.
“국방부 장관을 호출하여 기자들 앞에서 발표하게 하십시오. 북한이 보유한 전차가 1,600대를 넘겼고, 평양에 3만 평이나 되는 전차공장을 새로 지었다고.”
“좋다.”
“부산에서 잡은 무장공비 사건을 조금 더 부각시키겠습니다.”
“아주 좋아. 국민들의 머릿속에 경고등이 울리겠군.”
대통령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신경질적으로 다물린 대통령의 입가는 펴질 줄 몰랐다.
중정부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각하, 건설주 파동이 시작될 거라던 말도 기억하십니까?”
“건설주 파동이라······.”
“중동에서 시작된 대규모 건설 수주로 막대한 외화가 한국으로 흘러들어오고, 그로 인해 고도성장으로 복귀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잖습니까.”
대통령이 턱짓했다.
더 해보라는 뜻이었다.
“호황에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두 자릿수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부동산값이 폭등에 폭등을 거듭하고 있지요.”
강남 아파트 가격 폭등이 바로 대표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니 우리도 부동산 억제 정책을 준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왜 이렇게 서론이 길어?”
“부동산 규제 시행 예정일을 앞당기는 건 어떠십니까?”
“부동산 규제를 앞당기자?”
대통령은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손끝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강남 아파트 투기 과열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정부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닙니까.”
“건설주가 폭락할 거다.”
“이미 우광건설 때문에 관련 건설주가 줄줄이 폭락하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중정부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참에 부실 건설사들을 털어버리고, 상류층의 전유물이 된 부동산 투기도 근절하고, 서민들에게 아파트 분양 기회를 만들어주십시오.”
“그 여파는 건설시장이 감당해야 한다.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은 건설사가 줄도산하기 시작할 거다.”
“그 맹랑한 녀석이 해결책까지 던져주지 않았습니까. 태성건설로 건설주를 끌어올리면 됩니다.”
“흐음.”
대통령의 미간이 더욱 깊이 패였다.
“건설주가 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태성이 제철소 사업권을 따냈다는 소식을 흘리는 겁니다. 국책사업으로 간척과 항만 사업까지 3천억을 들인다고 덧붙여야죠.”
“건설 호재를 띄우잔 소리로군.”
“거기에 태성의 수원에 지을 연구소와 여천의 전차기지 건설까지 한 번 더 떠들면 어떻게 될까요?”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건설주를 끌어올릴 수 있겠지.”
중정부장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부동산으로 민심을 잡으시는 겁니다.”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부동산인데, 오히려 그걸로 민심을 공략한다? 흐음.”
대통령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손가락을 벌렸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재빨리 벌어진 손가락에 새 담배를 물려주었다.
뻑뻑뻑 줄담배를 태우던 것과 달리, 대통령은 느긋한 속도로 담배를 물었다.
탁탁탁.
담뱃재를 터는 동작도 한껏 느긋해졌다.
어두웠던 대통령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쁘지 않군.”
대통령은 담배를 문 채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태성의 브레인,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야.”
처음으로 기꺼운 웃음을 흘러나왔다.
“아들을 시켜 가볍게 흘린 말이라고 허투루 들었더니. 인제 보니 버릴 말이 하나도 없었군.”
청와대 경호실장도 웃으면서 가세했다.
“각하, 건설주 폭락으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 건설사 사장들을 불러모아서 큰소리 좀 내시죠?”
“건설사 사장들을?”
“너희들이 부동산 투기를 조성한 이 나라의 해악이다, 부동산 투기 때문에 서민들은 집이 없어서 손가락만 빨고 있다, 그런데 이젠 너희들 때문에 주가까지 출렁이고 있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노골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왕이면 기자들까지 잔뜩 불러놓고요.”
“이참에 여론을 움직여서 건설사 기강을 확실하게 잡자?”
“예, 건설사 놈들에게 단단히 겁주는 거지요. 우광건설 꼴 나고 싶지 않으면 선거자금에 성의를 보태! 그럼 살려주마!”
청와대 경호실장이 목 안쪽으로 낮게 깔리는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태성 쪽 건설 호재로 건설사들 숨통을 틔워 줄 거 아닙니까?”
마침내 대통령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좋다. 내일 당장 때려.”
“예!”
“8.3 사채동결조치를 시행했던 것처럼. 불시에 선포해야지.”
“예!”
“이미지 포장은 그럴듯하게 하자. 우광더러 요란하게 나팔 불라고 해.”
“예!”
대통령이 씩 웃었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의기양양해서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전차 행진도 제게 맡겨주십시오! 요란하고 화려하게 끌고 다니며 선전하겠습니다!”
중정의 국장들도 한목소리로 외쳤다.
“대선과 총선 승리를 위해 저희들도 한 힘 보태겠습니다!”
* * *
저승사자가 시야 공유를 끊었다.
나는 씩 웃었다.
‘어쩌다 보니 8.8부동산 규제가 과거보다 조금 더 빠르게 시행되게 생겼군.’
내가 이걸 노리고 미리 건설주 파동을 경고한 건 아니었는데.
‘이거 덕분에 뜻하지 않게 횡재하게 생겼네?’
과거 건설주 파동으로 인해 대치동 천마아파트를 지었던 천마그룹은 휘청이게 된다.
강남 아파트 투기붐을 타고 막대한 은행 대출을 받아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한꺼번에 짓기로 한 결과.
선분양을 위해 1년 내내 광고를 퍼부었는데, 마침 8.8 부동산 규제 때문에 어마어마한 미분양 아파트 폭탄을 떠안게 된다.
하지만 과거 천마그룹은 운이 좋았다
파산 직전에 석유파동이 덮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폭증했다.
덕분에 석유파동 직전보다 2배 가격으로 프리미엄 아파트를 팔아치울 수 있었다.
결국 파산을 면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재벌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8.8 부동산 규제가 앞당겨지게 됐어. 당장 미분양 폭탄을 해결할 방법이 없네?’
대치동 천마아파트가 지금 몇 채나 지어지고 있었더라?
14층 규모의 아파트가 28동, 약 4,500세대 정도였던 것 같은데.
‘미분양 아파트가 떨이 가격으로 쏟아져 나오겠군.’
압구정 현무아파트도 예외는 아닐 테고.
‘하, 이렇게 50억 달러 투자처가 바로 생기네?’
운이 좋군!
< 운이 좋군!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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