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66)
재벌집 만렙 아들-266화(266/416)
< 그리 오래 안 걸릴 거야 >
“There’s no need to decline.(사양할 것 없어.)”
만수르는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아틀리에 스페셜 오더를 내 앞으로 슥 밀었다.
“I’m a man who returns favors with favors. (난 호의를 호의로 갚는 남자거든.)”
호의. 그거 좋지.
나는 피식 웃었다.
“Good. then I won’t decline. (좋아. 그렇다면 나도 사양하지 않을게.)”
나는 만수르가 건넨 호의를 순순히 받아 들었다.
“I will take your favor and go see your Majesty the King, right? (네 호의를 들고 국왕 폐하를 만나러 가면 되겠네, 그렇지?)”
다른 것도 아니고 만수르의 스페셜 오더 시계다.
아무에게나 함부로 건넬 만한 선물이 아니다.
‘만수르가 누구인데. 어려도 바보는 아니지.’
만수르는 왜 한국에서까지 유명해졌을까.
비단 그가 아랍에미리트 왕족이라서만은 아니었다.
아랍에미리트 왕족은 만수르 외에도 많다.
‘그야 만수르가 그 나라의 2인자로 두각을 드러냈기 때문이지.’
만수르는 국제석유투자회사의 소유주이자, 개인 재산만 약 250조 원으로 추정되는 세계적인 억만장자가 되는 사내였다.
‘알 나흐얀 왕족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투자가이자 사업가였거든.’
날 때부터 석유수저를 물고 있던 아랍의 대부분 부자들?
큰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만수르는 달랐다.
제대로 된 투자 마인드를 탑재하여 신중하고 대범하게 투자했다.
손대는 사업 중에 투자로 대박이 나는 사업이 많아지고, 그렇게 부가 점점 쌓이고, 이름이 나기 시작했으며, 영향력이 커져갔다.
중동의 아랍 왕자들 중에 만수르가 유독 특출나다고 평가받은 이유였다.
‘부자의 상징과도 같은 아랍 왕자님이랄까.’
만수르 하면 ‘아랍 왕자’, ‘석유 재벌’이란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또한 2008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FC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을 통해 인수하여 세계적인 인지도와 영향력을 쌓았다.
‘확실히 만수르가 운용하는 국자 자금은 어마어마한 규모였긴 하지.’
국가 오일머니를 만수르 소유의 사모펀드에 투자하여, 만수르는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형태로 국가 자금을 굴렸다.
‘그 말인즉, 만수르는 한 나라의 국부를 운용하는 핵심 인물로 손꼽힌다는 소리고.’
나는 만수르가 건넨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수제 맞춤 제작인 시계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금이 들어갔는지까진 가늠할 수 없다.
전당포에는 아예 매물로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귀한 물건이거든.
이런 물건이라면 한국의 전당포가 아니라 국제적인 옥션장에서나 운 좋게 구경할 수 있을까 말까 하니까.
“thank you for your favor, Mansour.”
나도 만수르를 보며 씩 웃었다.
“It won’t be long before I get this back. (이걸 되돌려줄 날도 머지않을 거야.)”
얘가 미쳤다고 이걸 약과 세 개랑 바꿨겠나.
그 정도 계산이 안 되면 투자가 때려치워야지.
“Taesung will win the bid for the construction of the Abu Dhabi International Airport.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 공사 입찰은 우리 태성이 따낼 거거든.)”
내가 과한 호의를 사양하지 않고 덥석 받을 수 있는 까닭이었다.
‘이 시계는 곧 만수르의 명함이지.’
만수르가 거만한 얼굴로 씩 웃었다.
“What a smart boy.”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그러니 더 이상의 긴말은 필요 없었다.
“Call an interpreter. You need him to attend the executive meeting. (통역사를 불러. 임원회의에 참석하려면 필요할 거야.)”
“thank you for your favor, freind.”
만수르는 팔짱을 낀 채 등을 어린이용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녀석은 느긋한 자세로 다리를 꼬며, 거만한 표정으로 턱을 까딱였다.
“I’ll be waiting for that day. (기다리고 있겠다.)”
그리 오래 안 걸릴 거야.
안 그래도 유공 때문에 조만간 중동에 나가볼 생각이었거든.
* * *
‘첨예하군.’
태성의 전 계열사 임원회의.
워낙 중요한 안건이 많이 올라왔던 터라, 오가는 설전도 치열했다.
“우광건설을 인수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어렵지 않겠습니까? 청와대의 주인께서 이미 한 차례 막아서신 일이 아닙니까?”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지요.”
이미 평창동에서 오간 안건이 올라오는 것은 물론,
“대치동 천마아파트가 미분양 폭탄을 떠안아 도산 일초 직전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은행에 압박을 넣었답니다.”
“건설사에 대출 연장을 거부하고, 원금 회수를 독촉하도록 했으니, 버텨낼 재간이 있어야 말이죠.”
“천마그룹이 휘청거리겠군요. 안 그래도 거긴 아파트 분양에 목숨 걸었잖습니까.”
“규모가 너무 큽니다. 14층 규모의 아파트가 28동, 약 4,500세대나 됩니다.”
부지면적 약 237,900평방미터, 건폐율 20%, 용적률 204%, 주차대수 5천 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된 70년대에 지어진 강남 1세대 아파트의 상징이자, 주변으로 5개 고교가 이전해 오면서 강남 8학군이라는 강남 최고 교육 환경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1996년 동안 무려 30년 가까이 강남 재건축 유망주의 상징으로도 꼽히는 곳이 바로 대치동 천마아파트였다.
“허어, 그게 다 미분양으로 무너져 내렸답니까?”
“그렇지 않겠습니까? 완공까지 적어도 족히 두어 달은 걸릴 상황에서 원금까지 토해내야 하는 지경이 되었으니.”
“아······!”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 이것이었다.
‘정부가 8.8 부동산 규제를 두어 달 일찍 터뜨린 덕분이군.’
과거 천마아파트는 건설 도중 규제 조치에 걸려 기껏 지은 아파트가 미분양 상태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도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운 좋게 바로 제2차 오일쇼크가 터진 덕분에 화폐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부동산이 안전 자산으로 각광받게 된다.
덕택에 4,500세대나 되는 물량을 단 20일 만에 완판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천마그룹은 당시 현찰로 2천억 원, 21세기로 치면 7조 원을 단번에 벌어들여 일약 부동산 재벌 반열에 들게 되었다.
‘석유파동 이후 아파트 가격이 4,400만 원까지 치솟은 덕분에.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두어 달 이상이나 공기가 남은 상태에 정부가 은행을 통해서 원금 회수를 독촉하고 있으니까.
‘이게 다 중정의 입김 덕분이지.’
할아버지가 중정부장을 은밀하게 만나 성사시킨 일이었다.
-좋습니다. 제가 각하를 설득해보지요. 안 그래도 각하께서는 천마그룹을 곱지 않게 보고 계셨습니다.
이 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권력자의 호언장담이었다.
중정부장이 흔쾌히 승낙하면서 부동산 규제 파동은 급물살을 탔다.
심 사장이 자신만만하게 손을 들었다.
“천마아파트라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즉시 반대 의견이 튀어나왔다.
“자금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태성이 어디를 인수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 아닙니까.”
“우광건설이냐, 천마건설이냐. 어디를 먹느냐에 따라서 태성이 이득을 보느냐, 골칫덩이를 떠안고 가느냐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심 사장은 손을 내저었다.
“태성건설은 우광건설의 인수 여부만 논해도 충분합니다. 천마아파트는 JH투자에 맡겨달란 뜻입니다.”
“그 말은······. 천마건설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천마아파트 분양 사업에 투자하시겠단 뜻이로군요?”
태성그룹 전 계열사 임원들의 눈빛이 하이에나처럼 빛났다.
심 사장의 속내를 단번에 파악한 것이었다.
귀찮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구만!
“괜찮겠습니까? 태성이 아닌 JH투자로 천마아파트 분양 사업에 나서려면 만만치 않을 텐데요.”
“그걸 다 무슨 돈으로요?”
김형원이 물어다 준 대통령의 비자금 50억 달러로.
이거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
심 사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 부분은 저희가 알아서 할 겁니다. 다만 이미 회장님과 부회장님 선에서 이야기 끝난 안건이란 사실이란 것을 명심해두십시오.”
“태성과 JH는 한 몸이잖습니까.”
“그러니까 하는 말입니다. 어허, 태성의 대계이자, 미래의 포석, 보안상의 극비! 벌써 다들 잊으셨습니까?”
“······.”
기어이 심 사장의 입에서 전가의 보도가 나왔다!
심 사장은 올해 새해 인사 자리에서 선언한 바 있었다.
중요한 임무를 맡았으니, 자세한 사항은 불문에 부칠 것이라 양해를 구한다고 했었다.
그러니 태성의 전 계열사 임원들도 더는 캐묻지 못했다.
대신 저희들끼리 작게 수군거렸다.
“천마그룹에서 대치동 천마 아파트 한 채를 얼마에 분양한다고 했었죠?”
“프리미엄 아파트로 기본이 2천만 원, 옵션까지 추가하면 그 이상이 될 거라더군요.”
“요즘 부동산 시장이 잔뜩 얼어붙었는데, 아직도 뜻을 안 굽힌다고요?”
“그래서 지금 천마는 부도 직전이잖습니까. 아무리 심 사장님이 유능하셔도 그걸 다 떠안게 된다면······.”
실로 우려가 대단했다.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었다.
실제로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건설주 파동 당시 천마아파트가 미분양 폭탄을 떠맡고 도산 직전까지 몰렸으니까.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또 있지. 그땐 대선 후였고, 지금은 대선 전이라는 거.’
대통령은 압도적인 대선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기로 작정했다.
과거보다 압박의 강도가 훨씬 거셀 것이라는 뜻이다.
“듣자 하니 천마아파트는 설계 당시부터 고품격 프리미엄 아파트로 야심 차게 기획했었다죠?”
“세대마다 상하수도 양변기가 들어간다더군요.”
1980년대 후반까지 양변기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천마아파트는 프리미엄으로 밀어붙여 수도 시설의 혁신을 광고했었다.
“난방은 또 어떻고요?”
“전 세대 중앙식 도시가스 온돌난방이랍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연탄 난방과 구들장이 흔하던 때였다.
그런데 천마아파트는 혁신적인 도시가스 난방시설을 구축했다.
“심지어 전 세대를 220볼트로 전기 배선을 구비했다더군요.”
“맙소사. 과합니다, 과해요.”
1973년부터 220V 규격화 설계를 도입했으나, 대부분의 가정은 여전히 110V를 사용했었다.
1990년대에 지어진 1기 신도시부터는 거의 없었지만, 1980년대 지어진 강북 아파트만 해도 110V가 기본 전기 배선을 들어가곤 했었다.
“미국, 일본과 교류했던 한국에서 들여오는 외국 선진 가전제품들도 110V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중산층 이상일 텐데, 다들 도란스(변압기)를 구비해야 한다면 불편이 상당하겠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천마아파트는 기본이 3베이 34평형이라지요?”
“3베이? 게다가 평수도 서민용이라기엔 너무 큰데요?”
21세기에는 3베이 34평형이 국민평형으로 불리게 되지만, 지금 이 시절엔 아니었다.
아파트는 닭장이며, 서민을 빙자한 하층민의 수용시설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때.
현시점에서 아파트 국민평수는 2베이 설계에, 24평형 이하가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34평형은 매우 큰 고급형에 속했다.
“거기에 아파트 주제에 엘리베이터까지 운영한다는 겁니다.”
“백화점이나 최고급 호텔에서만 운영한다는 엘리베이터를 아파트에 넣는다고요?”
“입주민이 관리비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 시절엔 엘리베이터가 무척 드물었다.
버스에 안내양이 타듯이 엘리베이터에도 안내양이 동승하여 엘리베이터를 운행했었다.
“게다가 도로 뽑아놓은 거 봤습니까?”
“영동 5로, 영동 6로, 남부순환로, 이렇게 왕복 10차선에서 14차선, 폭 70여 미터의 대로를 세 개나 뽑아놨더군요.”
“그 정도면 광화문 앞 세종대로 다음으로 넓은 도로 아닙니까?”
“주변에 논밭 외에 아무것도 없는 대치동에서요? 미쳤군요. 전시행정의 표본이자, 예산 낭비예요!”
대한민국에서 마이카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였다.
따라서 소수의 부유층이나 가질 수 있는 게 자동차였는데,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도로라기엔 실로 과할 만큼 쭉쭉 뽑혔다.
“불경기일수록 사치품과 고급품의 소비가 크게 외면받지 않습니까?”
“심지어 천마아파트는 최고급 라인도 아닙니다. 중산층을 겨냥하잖습니까?”
“방금 짚은 점만 하더라도 천마아파트는 골칫덩이로 전락할 겁니다. 망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만수르는 시종일관 팔짱과 꼰 다리는 풀지 않고 거만한 표정으로 회의를 지켜보았다.
옆에 착 달라붙은 통역사가 쉴 새 없이 입을 놀려 회의 내용을 전했다.
만수르는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다.
“Investing in an apartment during a recession is interesting. (불경기에 아파트 투자라니, 이거 정말 흥미롭군.)”
심 사장은 손을 내저어 좌중의 관심을 모았다.
“그 또한 충분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심 사장님.”
“이미 천마그룹에 제안까지 끝낸 일이라니까요.”
물론 천마그룹은 제안을 받고 펄쩍 뛰었다.
-뭐요? 대치동 천마아파트 4,500세대를 450억에 땡처리하자고요? 아파트 1채당 1천만 원?
< 그리 오래 안 걸릴 거야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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