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68)
재벌집 만렙 아들-268화(268/416)
< 아니, 어떻게 알았지? >
태성그룹 임원회의는 다양한 주제와 계열사별 중요 안건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테이블 위에 반듯하게 울려둔 손목시계를 힐끔 보았다.
만수르가 손목에서 풀어서 건넸던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아틀리에 스페셜 오더였다.
‘벌써 세 시간째군.’
만수르는 여전히 통역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오만하게 뜬 눈으로 가끔 사람들의 표정을 힐끔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법인데?’
팔짱을 낀 채 다리를 꼰 상태로 벌써 세 시간이다.
자기 이득이 걸린 것도 아닌 남의 회사 회의시간에 저리 눈을 반짝이고 있는 꼬맹이라니.
녀석을 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묘해졌다.
“Mansour, are you okay?”
“Of course it’s okay. (당연히 괜찮지.)”
만수르는 더욱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Are you having a hard time because of business terminology, little boy? (비즈니스 용어 때문에 많이 힘드냐, 꼬맹아?)”
“Are you having a hard time because of time difference, little boy? (그러는 넌 비행기 시차는 괜찮냐, 꼬맹아?)”
“Who is the little boy? (누구더러 꼬맹이래?).”
“Of course you, little boy.”
나는 고개를 까딱였다.
“Shall we go out of the conference room for a moment? (잠깐 회의실 밖으로 나갈까?)”
“Ok. I understood Taeseong’s mood appropriately. (그래. 태성의 분위기도 적당히 파악했으니.)”
만수르와 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아버지와 심 사장이 내 쪽으로 눈을 돌린 것도 잠시, 나는 작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회의에 집중하셨다.
* * *
달칵.
태성그룹 본사의 임원용 휴게실에는 냉장고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만수르에게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코카콜라를 건넸다.
“태성그룹 임원회의에 참관해본 소감은 어때?”
“재밌더라.”
고작 열 살 남짓.
일반적인 어린애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은 아니었다.
그래서 몹시 흥미로웠다.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데?”
“너.”
나?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보람이 있었어. 네 덕분에.”
“······네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이유는 내가 아니었을 텐데.”
이경석 신임 태성건설 사장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서.
또한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 입찰에 관해서.
“뜻밖에 목적 이상의 큰 수확을 거둘 수 있었거든. 물론 이것 역시 네 덕분에.”
“내가 뭘 어쨌기에?”
나는 손목시계 끈을 잡고 슬쩍 좌우로 흔들었다.
억 소리가 절로 나게 비싼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아틀리에 스페셜 오더가 시계추처럼 달랑달랑거렸다.
“어째 네가 나한테 이걸 준 이유랑 일맥상통한단 말로 들리는데?”
“제대로 짚었어. 역시 똑똑한데?”
만수르가 피식 웃었다.
“너 장차 태성의 후계자가 될 거라며?”
만수르는 거만하게 팔짱을 낀 채 턱 끝을 까딱였다.
“네 아버지가 형제들과의 서열 싸움에서 승리해서 차기 후계자로 결정됐단 소식 들었어. 축하해.”
이상하군.
“네 입장에선 태성그룹 차기 총수란 자리도 썩 대단치 않아 보일 텐데?”
“맞아. 내 호의를 사기에 태성그룹의 후계자란 직함은 너무 보잘것없지.”
그럴 만했다.
만수르의 아버지는 현재 아랍에미리트의 국왕.
그리고 그의 큰형은 차기 아랍에미리트 국왕이 될 것이다.
나는 보란 듯이 흔들어대던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아틀리에 스페셜 오더를 들이밀었다.
“그럼 나한테 이런 귀한 건 왜 준 건데?”
“넌 특별하니까.”
만수르는 턱을 까딱였다.
“넌 이게 어떤 물건인지 바로 알아보는 것 같던데. 맞지?”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아틀리에 스페셜 오더.”
“이것 보라고.”
만수르는 눈을 반짝이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런 작고 가난한 나라의 꼬맹이가 이걸 어떻게 단번에 알아봐? 아무리 따져 봐도 비상식적인 일이지.”
“그렇게 따지자면 비상식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 이만한 물건을 선뜻 벗어 건넬 일이냐?”
“말했잖아, 넌 특별하다고. 그걸 가질 만한 자격이 있지.”
만수르는 거만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솔직하게 말해 봐. 네가 태성의 브레인이지?”
뜬금없는 돌직구였다.
발칙한 도발이었다.
그러니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가 태성의 브레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최측근을 자처한 계열사 다섯 명의 계열사 사장들뿐이다.
‘설마하니 아버지가 이경석 사장에게 미리 슬쩍 말을 흘렸나?’
아버지와 이경석 사장은 절친이라고 하니까.
그게 아니라면······.
‘아랍에미리트의 정보력, 혹은 만수르의 통찰력이 실로 대단하다는 말인데.’
지금도 만수르는 상당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관찰하고 있었다.
“너 같은 꼬맹이가 그룹 임원회의에 참관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돼?”
고작 그것 때문에?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나를 너와 같은 일개 꼬맹이라고 보는 건 곤란하지. 태성은 정유산업 진출을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입장이라고 들었어.”
접대를 해야 하는 건 아쉬운 태성이지, 산유국의 왕족인 만수르는 아니라는 뜻.
녀석은 자신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너같이 어린애가 이런 중요한 안건이 오가는 임원회의에 참석했는데, 이 회사 임원들은 누구도 그걸 문제 삼지 않았지.”
고작 그것 때문에?
“그건 네가 이 회의에 참가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뜻이지. 실제로 넌 임원회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더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난 내내 널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난 만수르 쪽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만수르는 내내 날 신경 쓰고 있노라고 말하고 있었다.
“회의 참관하러 왔다더니, 날 구경해서 뭐 하게?”
“널 중심으로 비상식적인 상황이 연달아 벌어지는데, 그럼 구경 안 하고 배겨?”
만수르는 코카콜라 병을 작게 흔들어대며 웃었다.
“미스터 리의 반응까지 심상치 않았다면 더 말할 것도 없지.”
결국 이경석 사장이 날 보고 놀랐기 때문이란 소리네?
고작 그것 때문에?
“이 또한 비상식적인 일이었어.”
그야 난 모르지.
이경석 사장이 평소 어떤 반응을 보이는 사람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를 직접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애송이 시절의 이경석을 만난 것이 처음인 거지.’
내가 상대했던 것은 태성그릅 총수의 최측근이자, 태성의 브레인이라 불리던, 태성전자 사장 이경석이었다.
그때의 그는 이 바닥에서 오래 굴러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백 년 묵은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다.
“미스터 리는 얼핏 가볍고 유쾌해 보여도 행동과 처신은 무척 신중하고 조심스럽지. 상당히 심계가 깊은 사내랄까.”
과거 이경석 사장은 중동의 실세들과 격 없이 어울리며 친교를 나누고 사업을 성사시키는 수완가로 유명했다.
중동의 왕자들 중에서도 사업적 감각으로 두각을 드러낸 만수르가 종종 이경석 사장에게 자문을 구한다는 말이 돌 만큼.
“처음 봤어. 미스터 리가 그렇게까지 놀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상대를 신중하게 관찰하는 모습도.”
날 보는 만수르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전문통역관을 끼고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용어와 심도 깊은 사업적 논의가 쉴 새 없이 오가는데, 너는 골치 아픈 기색, 따분하단 표정 한번 짓지를 않더라.”
만수르는 거만하게 턱 끝을 올렸다.
“회의자료를 슬쩍 넘기면서 빨간 색연필로 간단히 체크하고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끝. 근데 그건 너같이 어린애가 임원회의에서 보일 수 있는 반응이 아니거든.”
“왜? 이해가 안 돼서 대충 끼적거리며 시간을 때웠던 것일 수도 있지.”
“네가 거울을 봤으면 그런 말은 못 할걸?”
만수르는 손가락을 들어 내 눈을 가리켰다.
“눈은 거짓말을 못 해. 내가 제왕학을 배울 때 제일 먼저 배운 게 바로 그거였어.”
만수르는 씩 웃었다.
“주요 임원들이 모두가 태성의 브레인을 찬양할 때, 회장님과 부회장님, 그리고 미리 언질받은 핵심 계열사 주요 사장들이 널 돌아보던데?”
나는 손을 들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극구부인하는 것도 사내답지 못한 짓이었다.
“좋아. 인정.”
“정말 네가 진짜 태성의 브레인이야?”
“어.”
“호오.”
만수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을 반짝였다.
온갖 종류의 반짝반짝한 감정들이 눈동자에 떠올랐다.
“그럼 이번엔 태성의 브레인에게 물을게. 아부다비 국제 공항 건설 입찰, 관심 있어?”
“물론이지.”
“하지만 너는 아부다비 국제 공항에 대해 하나도 모르잖아. 그도 그럴 게 그건 내가 아까 처음 꺼낸······.”
“내가 그걸 왜 몰라?”
의뢰를 들고 온 고객님 앞에서 어설프고 서투르게 구는 것은 애송이나 할 법한 짓이었다.
전문가는 달라야 한다.
“아부다비 도심까지 버스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 제1활주로와 제2활주로 둘 다 길이 약 4,100미터, 폭 60미터로 계획하고 있는 국제 공항이잖아.”
“······어?”
만수르는 눈을 느리게 깜빡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바틴 국제 공항을 대체하기 위해서, 국적사인 에티하드 항공사의 허브 공항으로 계획하고 있는 국가중요시설이지.”
“그, 그렇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면세점을 경유해 환승하도록 환승 통로를 구상했겠고.”
“맞아······.”
“바그다드 등 근처 국가의 캥거루 루트까지 염두에 두고 위치를 선정했으려나?”
“너, 너, 너, 그걸 어떻게······!”
만수르는 입을 떡 벌렸다.
그렇게 놀랄 것 없다.
후에 금산건설이 아부다비 국제공항 관제탑을 건설할 때 거액을 투자했던 게 바로 나였거든.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관해서라면 관계자와 전문가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바 있다.
“알바틴 공항으로는 현재 아랍에미리트의 항공 여객을 처리하는 것으로도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애초에 알바틴 공항은 1969년에 그냥 비행장으로 개항했던 곳을 민간에 풀었을 뿐이잖아.”
“미쳤네······. 와, 뭐 이런······ 와.”
“당시엔 아랍에미리트를 대표할 수 있는 곳이라곤 아부다비가 유일했으니, 알바틴 공항이 아랍에미리트 전체를 대표하는 공항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을 거야.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활주로는 고작 2,200미터밖에 안 되니 이착륙용 활주로로 쓰기엔 너무 짧아. 더구나 탑승교도 붙어 있어서 불편하기 짝이 없지.”
“와······.”
“지속적인 포화로 인해 이용객들의 불만은 이미 극에 달했고, 대형기까지 등장하게 되었으니, 사정은 더욱 악화되었을 거야. 하지만 부지나 근처 시설로 보건대 장기적인 확장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지.”
그래서 결론.
“차라리 알바틴 국제공항은 군용으로 전환하고, 야스 인근의 넓은 부지에 아부다비 국제공항을 신설하기로 결정한 거야. 맞지?”
“우와······. 정확해.”
만수르는 턱이 툭 떨어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참이나 ‘우와.’ 또는 ‘와아.’ 같은 소리밖에 내뱉지 못하다가, 이내 헛웃음을 흘렸다.
“네가 왜 태성의 브레인이라고 불리는지 방금 실감했다.”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렇지만 하나 틀린 게 있어. 알바틴 공항은······.”
“공군용이 아니라 왕실 전용, 혹은 국빈 전용 공항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너, 너, 어, 어떻게 그것까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어려울걸?”
“왜?”
“근처에 공군이 이용할 만한 활주로와 공항 시설은 충분하고?”
“······아니.”
“게다가 중동에선 전쟁이 벌어지기 일쑤인데?”
석유를 두고, 종교란 이유 때문에.
“그건 그렇지. 하지만 왕실의······.”
“국빈이나 왕실용 공항이 필요하다면 아부다비 국제 공항에 따로 왕실용 터미널을 만들면 되잖아?”
“······!”
만수르는 눈을 부릅뜨며 입을 헤 벌렸다.
나는 혀를 찼다.
“우선순위만 따져 보자고. 군사력 증대냐, 왕실의 위상이냐. 지금 상황에 알바틴 공항을 왕실 전용 공항으로 사용할 이유 있어?”
“······없지.”
만수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결심했어!”
갑자기?
< 아니, 어떻게 알았지?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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