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69)
재벌집 만렙 아들-269화(269/416)
< 나랑 친구 해! >
만수르의 표정은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날 향해 먼저 내민 작은 손.
“태성이 아부다비 국제 공항을 맡아줬으면 해!”
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대통령이 태성의 면책 조건으로 국위선양의 큰 건을 내걸었으니까.’
대통령이 작심하고 밀어붙인 부동산 규제, 재벌 때리기였다.
태성이 그 철퇴에서 빠져나가려면 그만한 공과 명분을 들고 와야 했다.
‘아부다비 국제 공항 건설이라면 대통령도 매우 흡족해할 만큼 큰 건이라 할 수 있지.’
아부다비 국제 공항 건설 수주액은 약 2억 6천만 달러.
지금껏 한국이 중동에서 벌어들인 외화 92억 5천만 달러와 비교해 봐도 단건이라고 치부하기 힘들 만큼 큰 금액이었다.
‘지금 한국은 건설 때문에 여러 가지 이슈로 뜨거우니까.’
한국 주식시장을 견인하던 건설주가 왜 근래 폭락을 거듭하게 되었는가.
부동산 규제 정책과 건설주 거품 현상 때문이었다.
반면 한국의 건설주가 왜 거품을 잔뜩 낀 채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장을 거두었는가.
그건 중동 건설붐 덕분이었다.
‘안 그래도 부동산 규제로 폭락에 폭락을 거듭한 건설주를 끌어올리는 데엔 중동 건설붐만 한 이슈가 또 없지.’
세계 제1차 석유 파동 이후 중동은 자원민족화를 부르짖으며 서방 세력을 내쫓고 석유시설을 국유화해 막대한 오일 머니를 벌어들였다.
한때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외화수입의 85%가량이 중동 머니일 정도였다.
‘심지어 아랍에미리트는 아직 대한민국과 정식으로 국교를 맺지 않았다.’
1971년 영국 보호령에서 독립하여 7개 번왕국들이 연합한 나라가 아랍에미리트였다.
아랍에미리트는 연방 수립 직후에 남, 북한 모두와의 수교를 기피했었다.
이후 실질적인 경제 협력 관계 증진을 목적으로 남한과 단독 수교하였는데, 그게 바로 1980년 6월이었다.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 정부 사이에 국교가 맺어진다면, 아니, 긍정적인 시그널이 오간다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의 외교력은 주목받는다.’
대통령이 그토록 원하는 ‘유능한 정부’란 이미지!
아랍에미리트는 산유국이고, 중동의 오일머니가 넘쳐나며, 도시 건설할 일거리는 차고 넘친다.
‘지금이라면 중동 특수가 큰 각광을 받을 수 있겠어.’
현재 국내 건설 인력과 해외 건설 인력의 임금 격차는 무려 3.65배나 차이 났다.
1년 열심히 중동 건설 현장에서 구르면 점포를 마련할 수 있고, 채무를 청산할 수 있었으며, 결혼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저임금인 국내 현장보다 돈 많이 버는 해외 현장을 찾았다.
오죽하면 시간외 근무라는 일명 ‘오버타임’이 많은 곳을 찾아다녔겠는가.
‘안 그래도 정부는 제2차 석유파동에 관한 위기 대책을 검토하면서 석유 수입처의 다각화를 고려한다고 했었지.’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1962년에 국교를 맺고, 석유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또한 산유국. 또 다른 석유 수입국으로서 교류할 가치가 있지.’
만수르가 내밀었던 손을 작게 흔들었다.
코카콜라 병을 든 손은 거만하게 허리에 척 얹은 채였다.
“싫어?”
“그럴 리가.”
나는 만수르의 손을 덥석 잡았다.
“지금 이 결정, 후회할 일 없을 거야.”
“나도 그러길 바라, 차.”
만수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꼭 잡은 손을 크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만수르가 쥐고 있는 코카콜라 병도 연신 흔들렸다.
“그러니까 내 시계, 잘 가지고 와야 한다?”
음?
“이걸 보여주면 누구도 널 어리다고 무시하지 못할 거야.”
만수르는 사뭇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널 조만간 우리나라에 초청할까 하거든.”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안 그래도 유공 때문에 조만간 중동에 나가볼까 했거든.
만수르는 피식 웃었다.
“난 귀국하는 즉시 국왕 폐하에게 확실하게 보고하겠어. 물론 태성에 몹시 유리한 쪽으로.”
다부진 각오였다.
“태성그룹의 임원회의 분위기가 좋다는 소리도 덧붙일 거야. 단합력도 좋고, 투지도 좋고, 문제 해결 프로세스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거든.”
요컨대 싹수가 있어 보였다는 뜻이었다.
“미스터 리가 지금까지 이룩한 실적과 업적도 있으니까, 아마 왕실 어르신들도 납득하시겠지.”
내심 태성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기에 한국, 아니, 태성그룹 임원회의에까지 따라왔을 터.
그 정도는 이미 짐작하고 있는 바였다.
“그러니까 넌 내 체면 상하지 않도록 신경 써줬으면 좋겠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아부다비 국제 공항 건설 계획과 입찰 제안서, 포트폴리오를 철저하게 제대로 만들어서 준비해오라고?”
“What a smart boy!”
만수르는 몹시 기뻐하며 연신 손을 흔들었다.
“너처럼 말 잘 통하는 애는 처음 봐!”
쪼그만 꼬맹이가 힘도 좋다.
“안 되겠다. 너 나랑 친구 해!”
“왕자님!”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행원들이 동시에 입을 떡 벌렸다.
만수르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들처럼.
수행원들은 즉시 통역사를 힐끔 돌아보았다.
‘수상한데? 시종장까지 일개 통역사의 눈치를 봐?’
통역사의 반응은 몹시 적나라했다.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고 나를 돌아보았다.
통역사와 허공에서 눈이 마주쳤다.
나는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듯, 탐색하는 눈빛 또한 피하지 않는다.
바늘처럼 따갑게 찌르는 집요한 시선이 퍽 노골적이었다.
그러니 물어볼 수밖에.
“만수르, 저 통역사는 누구냐?”
“응?”
“꽤 직급 있는 사람인가 보지?”
“······어떻게 알았어?”
“아마도 건설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고.”
“그것까지 알아봤다고?”
만수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신기하네. 너 진짜 어떻게 알았어? 이건 나름 극비 정보인데 말이야.”
일일이 설명하려면 너무 귀찮은데.
“지금 그게 중요해?”
“엄청. 무척. 완전. 매우.”
만수르의 대답이 너무도 단호했다.
“아부다비 공항 건설이 걸린 일이야.”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귀찮음을 감수하는 수밖에.
“저기 금실 두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네 시종장이지?”
“아니,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옷차림부터 서 있는 위치까지 딱 봐도 시종장이잖아. 수행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그건··· 그랬지.”
“그런 시종장이 제일 먼저 눈치를 보는 사람이 통역사야. 의문이 뒤따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아하. 그렇게 된 거였군.”
“어린 왕족께서 국교 수립조차 하지 않은 나라를 방문한다는데, 제대로 된 책임자가 따라붙지 않는 것도 비상식적인 일이잖아.”
“과연.”
만수르가 몹시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설명은 대충 이 정도로 마무리하······.
“그럼 무함마드가 건설 일을 담당한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아봤지?”
아직 어림없었구만!
“태성건설과 관련된 이슈에서는 열심히 통역하던데, 그 이후 다른 계열사 안건에 관해선 통역의 빈도와 타이밍이 영 안 맞는 것 같더라고.”
“오호.”
“건설 관련 이슈만 제대로 통역한다는 게 뭘 의미하겠어?”
그건 그쪽 일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네가 이것까지 단번에 간파할 줄은 몰랐는데.”
만수르는 감탄한 시선으로 나와 통역사를 돌아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 제대로 된 통역관을 대동할 것을 그랬다.”
“제대로 된 통역사가 없어서 저 사람을 데려온 건 아니잖아?”
아랍에미리트에 그만한 인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아까 회의 내내 아부다비 국제 공항 건설 입찰에 관한 말을 논하던 것 같던데.”
“뭐야, 그것까지 꿰뚫어 봤다고?”
“그래서 너도 미련 없이 날 따라나선 거잖아. 나한테 태성에게 아부다비 국제 공항 건설을 맡길 뜻을 호언장담할 수 있었던 것도 논의가 이미 마무리 단계였기 때문이었겠지.”
“허어······!”
그렇게 놀란 눈 할 것 없다.
“기업의 기밀과도 같은 임원회의를 오픈시킨다는 게 무슨 뜻이겠어?”
우리 할아버지도 바보는 아니라서.
“입찰안을 들고 온 사람들 전부를 태성그룹 임원회의에 참관시키는 건 아니거든.”
그래서 결론.
“결정은 국왕 폐하가 내린다고 못 박았지만, 실상 그만한 권한을 가진 책임자니까 여기까지 대동하고 온 거야. 내 말 틀려?”
“정말 넌 못 당하겠다.”
만수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손을 들었다.
“그래, 네 말이 다 맞아, 태성의 브레인. 토씨 하나 지적할 것 없이 완벽하게.”
그러더니 고개를 까딱이며 씩 웃었다.
“그렇다고 기만하려던 건 아니었어. 우린 분명히 처음부터 참관 목적을 밝혔거든.”
이경석 사장의 취임 축하와 아부다비 국제 공항 건설 입찰안 때문에.
“그러니 태성그룹의 다른 계열사 안건들은 관심 외였을 뿐이야.”
“됐어. 변명 안 해도 돼.”
나는 만수르가 쥐고 있는 코카콜라 병을 가리켰다.
“어쨌거나 우린 손을 잡기로 했고, 태성은 아부다비 국제 공항 건설 수주를 따낼 거라는 것. 이게 중요한 거지.”
“그래, 그런 거지.”
만수르는 뿌듯하게 웃었다.
“역시 난 네가 마음에 들어, 태성의 브레인.”
“됐고. 그거나 마시고 가. 용건은 이만하면 끝난 것 같으니까.”
그래서 건네는 내 호의였다.
만수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중요한 건 콜라 따위가 아니지. 너 아직 대답 안 했다?”
만수르가 돌직구를 던졌다.
“나랑 친구 하자니까?”
“그러지 뭐.”
나는 먼저 내민 호의를 거절하는 사내가 아니라서.
“근데 차, 너 몇 살이야?”
일단 여덟 살이긴 한데.
나이로 따지면 내가 쟤한테 형이라고 불러야 하려나?
“넌 친구 사이에 그런 게 중요해?”
“아니.”
만수르는 씩 웃었다.
“친구 사이에 돈과 명예, 나이와 집안 따위의 조건들을 논해 봐야 의미 없지.”
“그래, 그런 건 서열 관계를 논할 때나 따지도록 해.”
“역시. 너랑은 말이 통할 줄 알았어.”
만수르가 크게 만족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잡은 손은 더욱 위아래로 크게 흔들면서.
“난 동양 친구를 사귀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 사나이의 로망이랄까?”
그렇게까지 거창하다면 들어줘야겠는데?
“소설책에 보면 그런 게 나오잖아. 복숭아나무 아래서 친구가 되기로 맹세를 했네.”
설마 도원결의냐······.
왜 짝퉁 삘이 나지?
만수르가 임원 휴게실에 걸려 있는 그림을 가리켰다.
“마침 여기 이렇게 복숭아나무가 딱!”
“그거 복숭아꽃 아니야. 벚꽃이라고.”
“어쨌거나 예쁘면 됐고, 나무면 됐지!”
만수르는 뻔뻔하게 웃었다.
“다들 그렇게 꽃나무 아래에서 우정의 맹세를 나누며 꼭 술을 한 잔씩 나눠 마시더라고?”
잠깐.
웨이러 미닛!
“너희 나라 금주 국가 아니었냐?”
중동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듯이.
“게다가 넌 미성년자거든?”
“그러니까 로망이지!”
만수르가 거만하게 허리에 손을 척 얹었다.
“난 낭만 없는 사내 따윈 친구로 두지 않아!”
“낭만 같은 소리 하네.”
나는 만수르의 손에서 코카콜라 병을 낚아챘다.
마침 휴게실에 비치된 커피 스푼이 눈에 들어왔다.
“됐고. 이거나 마셔.”
전당포에서 오랫동안 일을 배웠던 덕분에.
나는 따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병도 따고, 문도 따고, 자물쇠도 따고, 번호도······ 흠흠!
어쨌거나 내가 병따개를 든 이유라면 역시.
뻥!
촤아아아악!
“우와아아!”
“왕자님!”
멀리 떨어져 대기했던 수행인들은 기겁해서 손수건을 들고 달려왔지만.
만수르는 축포처럼 높게 솟아오른 코카콜라를 황홀한 듯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다.
“나 이것도 영화로 봤어! 그래, 이게 바로 샴페인 터트리기지!”
“마음에 드냐?”
“완전! 엄청! 몹시! 매우! 넌 어떻게 된 애가 응용력까지 탁월하냐?”
수행인들은 아이고, 소리를 내며 발만 동동 굴렀다.
만수르는 결국 배를 잡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암만 봐도 이건 어린이용이니까 수행원들도 쩔쩔매기만 할 뿐 잔소리 하나 못 하잖아?”
만수르는 동경과 감탄으로 범벅되어 반짝반짝한 눈으로 날 돌아봤다.
“차, 너 진짜 끝내준다! 넌 손짓 한 번으로 내가 원하는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켰어!”
“끝내줄 것도 많다.”
뻥!
“닥치고 건배나 해.”
“그래, 하자, 건배! 해야지!”
우리는 줄줄 흘러내리는 콜라 병을 부딪쳐 건배했다.
만수르는 콜라가 턱을 따라 뚝뚝 떨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단번에 꿀꺽꿀꺽 마셨다.
“크으~! 그래, 이게 바로 사나이의 멋!”
먄수르는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며 크게 웃었다.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아틀리에 스페셜 오더를 가리켰다.
“I’ll be waiting for that day.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만수르가 내게 시계를 줬을 때 했던 말이었다.
그러니 나 또한 같은 말을 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
“It won’t be long before I get this back. (이걸 되돌려줄 날도 머지않을 거야.)”
아부다비 국제 공항 건설 공사 입찰은 우리 태성이 따낼 테니까.
타다다닥!
만수르 쪽 경호원이 급히 다가와 통역사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그러더니 품에서 쪽지를 건네는 게 아닌가.
쪽지를 읽은 통역사의 표정이 잔뜩 굳어졌다.
만수르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저기···, 그게······.”
“괜찮아요. 이제 우린 친구잖아요. 아니면 친구 사이에 극비로 부쳐야 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에요?”
통역사가 날 힐끔 돌아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이란 테헤란에서 대학교 학생들이 대대적으로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군경이 발포하여 사상자가 수백에 달한다고 합니다.”
마침내 중동에서 제2차 오일쇼크의 도화선이 터졌다.
< 나랑 친구 해!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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