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70)
재벌집 만렙 아들-270화(270/416)
< 오일머니 비즈니스 >
만수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 왕자님. 군경의 대응 사격으로 사상자가 수백에 달한다고 합니다.”
통역사의 표정은 자못 심각했다.
만수르의 표정도 비슷하게 무거워졌다.
“그래서 국왕 폐하께서는 어떤 명령을 보내셨어요? 지금 즉시 귀국하라고 하셨어요?”
“그 반대입니다.”
“반대?”
“외국에 머물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제대로 된 협력 체계를 구축했으면 하신다는군요.”
“협력 체계 구축이요?”
만수르는 황당함을 금치 못한 표정으로 통역사를 돌아보았다.
“이란이 발칵 뒤집혀서 근방에 들어왔던 미국과 유럽의 건축업자들이 전부 튀었다더군요.”
“······.”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서 국적기 및 전투기까지 동원하여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통역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선진국 업자들이 다 그렇죠 뭐. 아쉬울 것 없다 이거 아니겠습니까?”
“아, 그렇다면 태성에서 나온 건설업자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갔겠네요.”
만수르가 나를 힐끔 돌아보았다.
어째서 제대로 된 협력 체계 구축 소리가 나왔는지 알 만하다는 뜻이었다.
“그 반대랍니다.”
“······반대?”
“태성에서 나온 건설업자들은 아예 중장비와 석재 등으로 견고하게 바리케이드를 쳐서 임시 참호를 구축해 전원 무장하여 대응 사격을 하고 있다더군요.”
“······네?”
그 소식엔 나도 깜짝 놀랐다.
“태성건설이 이란 반정부 시위에 휘말렸다고요?”
“태성이 이란에서도 도로 건설을 맡아 일하고 있었던가 봅니다.”
재수 없게도.
시위대가 부딪힌 지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 공사현장이었나 본데.
“어떻게 됐대요?”
나는 그만 순식간에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사상자가 많대요? 심각한 상황이래요? 혹시 테러리스트들한테 습격을 받았다거나······.”
“해당 건설 지역까지 밀고 들어온 반정부 시위자들과 군경의 총기 보급품을 탈취하여 포로까지 감금해놨답니다.”
······어라?
“태성건설 인부 전원 총기로 무장한 채, 조를 짜서 해당 지역을 순찰하고,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전투에 임하고 있다는군요.”
“······.”
“이란 군경은 물론 반정부 시위자 및 이슬람 과격파 테러리스트들도 해당 지역에 접근 자체가 어려운가 봅니다.”
어, 음, 뭐.
이건 이것대로 놀랍네.
만수르도 입을 떡 벌렸다.
“일개 건설사의 건설업자들의 군사력이 그 정도라고요?”
“저도 그 점이 의아했습니다만, 실제로 결과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군사적 전술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그게 가능해요?”
“태성건설 인부들 중엔 한국전쟁 혹은 베트남 전쟁 참전 경험자들이 다수라고 합니다. 오정섭이란 자의 지휘하에 전원 총기로 무장하여 실전적인 군용 전술을······.”
“······.”
만수르는 황당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태성건설에서 군사훈련도 해?”
“군사훈련까지는 아니고.”
징집과 복무 및 예비군과 민방위 훈련은 국가에서 전담하고 있어서.
“직업훈련이라면 제대로 시키고 있지.”
태성건설은 사내복지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중장비 조작 훈련을 지원하고 있었다.
통역사가 담담하게 한마디 더 보탰다.
“태성건설 인부들은 들고 있던 장비를 이용해 즉시 임시 참호를 파고, 엄폐물을 미로처럼 만들었으며, 자체 화염병과 최루탄을 제조하여 대응하고 있다는군요.”
“······그러니까 일개 건설사 인부들이요?”
나는 어깨를 으쓱해줬다.
“태성건설 인부들 대부분이 군필이고, 노동 투쟁에서 잔뼈가 굵은 편이거든.”
임시 참호 건설, 엄폐물 구축 및 사격은 군에서,
화염병과 최루탄 제조는 아마도 민주투쟁 혹은 노동 운동 시위에서.
그렇게 몸으로 익히고 배운 생존 전략이랄까.
이 시절 한국? 약자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었다.
“아마 대다수가 블랙벨트 보유자일 테고, 군경과의 투쟁이란 경험도 꽤 많은 축에 들긴 할 거야.”
“브, 블랙벨트? 유단자가 그리 흔할 리가 없잖아?”
“태권도라고 들어봤나 모르겠네?”
그뿐만이 아니다.
“통신병이나 공병, 포병, 보병 할 것 없이 병과도 다양하지. 만약 탱크라도 주웠다면 당장 몰고 다닐걸?”
“그게 말이 돼?”
왜 말이 안 되는데?
당장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주포를 끌고 와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이거 몰 수 있는 사람?’ 하면 손 번쩍 들 사람이 수두룩 빽빽일걸?
태성건설 인부들도 한국 사람이야.
통역사가 고개를 끄덕여 무겁게 동의했다.
“왕자님, 실제로 정말 그렇다고 하더군요.”
“뭐라고요?”
“솔직히 믿기 어렵지만, 이로써 일개 건설사 인부들이 군인 이상의 전투력을 선보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진짜로?”
“일단 그 오정섭이라는 태성건설 총괄 책임자가 이란의 군 수뇌부에 거액의 뇌물을······ 흠흠.”
“······.”
만수르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
나는 그저 다시 한번 어깨를 으쓱해줬을 뿐이었다.
‘역시 세상사에 이만한 윤활유도 없다니까?’
돈으로 태성건설 인부들의 목숨을 살 수 있다면 사야지!
돈은 이럴 때 쓰라고 버는 거다.
‘오정섭 전무, 마음에 들었다!’
통역사는 말했다.
“이란은 현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위는 점차 폭동으로 변하여, 곳곳에서 방화 및 약탈,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합니다.”
통역사의 보고가 길어질수록,
“수백의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고, 이게 격분한 이란 국민들은 지나가는 차량까지 탈취하여 연일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 합니다.”
만수르 미간의 골도 깊어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란의 경찰이 총동원된 것은 물론, 육군 병력 4천여 명과 다수의 험비, 트럭, 기갑정찰대대와 장갑차 투입 명령이 떨어졌다는군요.”
반정부 시위대의 진압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하다.
통상적인 대응이 아니었다.
“폭동을 일으킨 반정부 시위자들의 편에 이슬람 골수 테러리스트가 합세하여 군수 물자를 밀반입하기 시작했고.”
중동은 이미 여러 차례 전쟁이란 포화에 휘말려 왔다.
석유 때문에, 또는 종교 때문에.
“중동전쟁에서 사용되었던 무기들이 속속 이란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제4차 중동전쟁을 치른 지 고작 몇 년밖에 안 된 상황이다.
지금도 여전히 중동에선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현재 중동은 세계의 화약고였다.
“돌아가는 상황이 영 심상치 않습니다. 두 달 전 아프가니스탄 공화국에서도······.”
통역사는 나를 힐끔 돌아봤다.
외부인인 나를 두고 만수르에게 중동의 정세에 관한 가르침을 내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눈치였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나도 다 아는 얘기거든.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다우드 칸 대통령과 일가족이 살해당하고, 군부 정권이 들어선 거요?”
“······!”
“게다가 이집트와 이스라엘도 여전히 시나이 반도와 수에즈 운하를 두고 싸우고 있고요.”
“······!”
뭘 그렇게 놀란 눈을 하고 그러시나.
누굴 세상 물정도 모르는 꼬맹이로 아시나.
“오죽했으면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상호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협정을 준비했겠어요?”
“······!”
그게 바로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터진 거죠.”
그게 왜 문제가 되는가 하면,
“이란은 중동국가 중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으며,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에 접한 산유국이며, 중동 전역에 종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출한 이슬람 지도자가 있잖아요.”
중동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와 사회에 영향을 끼칠 요인이 무척 다분하단 뜻.
“중동 전역을 휩쓰는 이슬람 혁명으로 번질 수 있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이란에서는 이슬람 지도자 호메이니의 주도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다.
그 혁명은 중동 전역을 휩쓸고, 세계 제2차 오일쇼크를 일으킨다.
전 세계 산업을 얼어붙게 만드는 대재앙급 이벤트였다.
“전 세계가 전부 중동에 주목할 수밖에 없겠군요. 이란에서 시작된 또 한 번의 이슬람 쿠데타가 중동 반도를 휩쓸면 유가가 급등할 테니까요.”
“······!”
“어째 아랍에미리트도 그 덕을 톡톡히 볼 것 같지 않아요?”
그쪽 나라도 산유국 아닙니까?
비록 사우디아라비아만큼은 아니겠지만.
“허······!”
통역사는 연신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대더니.
이내 희한한 생물을 보듯이 날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걸 어떻게······!”
“웬 내숭이에요? 지난 오일쇼크 때 짭짤하게 버셨을 거면서.”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이후 페르시아 만의 6개 산유국들은 일제히 석유 수출 중단에 나섰다.
가격 인상과 감산에 돌입, 배럴당 2.9달러였던 원유 생산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3개월 만에 4배나 되는 11.6달러까지 유가가 폭등하였고.
주요 선진국들은 두 자릿수의 물가 상승과 마이너스 성장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덕분에 대한민국도 1개월 만에 환율이 21.9% 올랐으며, 경제성장률은 3% 선으로 곤두박질쳤다.
‘제2차 석유파동의 여파도 만만치 않지.’
이란은 이슬람 혁명을 필두로 전면적인 석유수출 중단에 나선다.
배럴당 13달러였던 유가는 곧바로 20달러를 돌파한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번지며 국제유가 30달러의 벽이 깨진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석유무기화를 천명하여 유가 39달러에서 정점을 찍는다.
그렇게 한국은 6개월 만에 환율이 36.5%나 치솟고, 경상수지 적자폭도 크게 상승한다.
“설마 아랍에미리트 국왕께서 이란의 폭동이 무서워서 만수르의 귀국을 보류하셨겠어요? 이왕 한국에 간 김에 이를 이용해서 확실하게 한국 정부를 찔러보란 뜻이었겠죠.”
“그, 그것까지······?”
“이 정도는 기본 상식 아닌가요?”
“아니, 무슨 기본 상식이······.”
통역사의 눈동자는 지진이 난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깟 것 가지고. 난 또 무슨 대단히 고급 정보인 줄 알았잖아요.”
별것도 아니었구만!
만수르는 크게 웃었다.
“무함마드의 높으신 콧대가 오늘 크게 깨지는군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잘못 짚었어. 나는 콧대를 꺾으려고 한 소리가 아니거든?”
“그럼?”
“비즈니스에 관해서 말하고 있었을 뿐이었어.”
“비즈니스? 이란 반정부 시위 어디에 비즈니스가 끼어들 틈이 있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태성건설만 한 곳도 없다 싶지 않아요?”
나는 손가락을 꼽았다.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시작되든,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을 하든, 아프가니스탄처럼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든,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협정이 불발되든, 선진국 건설업자들이 죄다 도망가든 말든.”
나는 씩 웃었다.
“우리 태성건설 인부들이라면 어떤 전쟁통에서도 확실하게 진지를 구축하면서 공사를 할 것 같다는 믿음! 이만하면 마음에 들 만했을 텐데요?”
“······!”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 태성 말고 다른 선진국 건설회사를 더 돌아볼 필요가 있겠냐는 소리예요.”
“······!”
통역사는 입을 떡 벌렸다.
“고작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 좀 벌어졌기로서니 일하던 공사현장도 내팽개치고 귀국부터 하는 선진국 건설업자에 비해 우리 태성건설의 인부들은 기본 깡다구부터 다르잖아요.”
전원 군필!
여차하면 자체 대응 가능!
대다수 블랙벨트 보유자!
“거기에 하나 더. 중동에선 저렇게 걸핏하면 전쟁이 터지는데, 아랍에미리트 군사력은 안녕하세요?”
“군사력이요?”
“알바틴 국제공항도 공군용 시설로 내어줘야 할 판인데, 지상전은 자신 있냐는 소리예요.”
나는 작게 혀를 찼다.
“그 많은 오일머니를 도시 건설에 암만 쏟아부어 봤자, 미사일 쏘고, 전쟁 터지면 돈 처바른 도시가 멀쩡하게 잘 굴러갈까요?”
꿀꺽!
통역사 무함마드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우리 JH와 태성이 군수산업에 뛰어들면서 아주 특별한 군사용품을 개발했거든요.”
“군사용품? 그게 뭡니까?”
“신형 주력전차는 안 필요하세요?”
“탱크!”
현대전에서 지상전의 기둥은 역시 주력전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랍에미리트는 국산 주력 전차를 만들 기술력 따윈 없다.
그러니 통역사의 눈빛이 위험할 정도로 번뜩일 수밖에.
“세계 최초, 세계 유일의 기관차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라고. 들어는 보셨을까요?”
나는 손바닥을 비비며 비즈니스용 미소를 방긋 지었다.
< 오일머니 비즈니스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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