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71)
재벌집 만렙 아들-271화(271/416)
< Take my money! >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라는 말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만수르의 경호팀장이었다.
“어허헉!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라고요?”
단전까지 울리는, 커다란 외침이었다.
통역사는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주춤 물러섰다.
“아드난, 갑자기 왜 이렇게 흥분했습니까?”
“지금 제가 흥분 안 하게 됐습니까?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라잖습니까!”
“그, 그게 왜? 그깟 게 다 뭐라고요?”
“이건 그깟이란 단어를 갖다 붙일 수 없는 물건입니다!”
경호팀장은 버럭 외쳤다.
“지상군! 그러니까 보병 및 전차병의 병력 운용 전술을 완전히 바꿔쓸 만큼 엄청난 전략 병기란 말입니다!”
“자세히.”
무함마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덩치가 산만 한 경호팀장이 급히 자세를 고쳤다.
“무함마드 님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군과 독일군 장교들 사이에서 열풍처럼 불어닥쳤던 신병기에 관한 소문 말입니다.”
몇 달 전 전남에서 열렸던 국산 전차 성능 참관 시험.
대통령은 전차 공여 및 라이선스 양해 협약을 앞두고 미군과 독일군 포병 장교들을 초청했다.
그 자리에서 선보인 JH의 신형 국산 전차와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에 관해 정보 통제를 불허했다.
-정보 통제는 없다. 세계만방에 대놓고 자랑해.
-자국의 장교들 눈으로, 귀로, 입으로 직접 확인하고 올라가는 보고와 우리가 언론을 앞세워 떠들어대는 선전은 모양새부터가 다르지.
-외국군 장교들이 전보와 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
그렇게 한동안 우리나라 취재진도 요란하게 신형 국산 전차와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에 대해 떠들어댔었다.
아랍에미리트의 경호팀장 아드난이 걸을 때마다 쿵쿵쿵쿵 바닥이 울렸다.
“도련님, 그 물건이 정녕 JH의 작품이었습니까?”
“그런데요?”
“정말 실존하는 물건이 맞습니까? 소문 그대로의 스펙인 것도?”
“실존하는 물건은 맞는데요. 소문의 스펙이 어떤지는 모르겠네요.”
“현존하는 독일제 기관총용 조준경은 MG-34와 MG-42. 최대 직경이 42미리라고 들었습니다만, 한국에서 새로 개발한 기관총용 조준경은 그의 3배 정도나 되는 물건이라더군요.”
“맞아요. 직경 12센티.”
“허어억! 그게 실물 제작이 가능한 크기였습니까?”
아랍에미리트의 경호팀장 아드난은 입을 떡 벌렸다.
“미국이나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와 같은 선진 군사 강국들도 온갖 최첨단 기술을 동원했지만, 최대 직경 44미리까지가 한계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경호원들도 눈을 번뜩였다.
“그럼 직경이 120미리나 된단 말이 진짜였습니까?”
“직경 44미리를 넘어가면 정확도가 형편없이 떨어져서 쓰레기와 다름없다던데요?”
경호팀장은 버럭 외쳤다.
“그저 그런 쓰레기였으면 미국과 독일군 장교들이 저리 난리를 부렸겠어?”
“아······!”
통역사 무함마드는 그제야 눈을 부릅떴다.
“서, 설마······!”
통역사 무함마드 뒤에 선 경호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항간에 떠돌던 소문이 진짜였다고요?”
“정말 그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가······.”
“광학 렌즈로 전차용 조준경 배율 조정이 가능한 물건이라던데요.”
잔뜩 기대에 찬 눈이었다.
그런 기대라면 물론 부응해줘야지.
“그런데요?”
“그게 진짜였다니!”
즉시 과격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정말 사거리가 기존의 독일제보다 2배 이상 깁니까?”
“대인용 800미터, 대물용 1,200미터쯤 돼요.”
“우와아악! 미쳤다! 돌았네!”
어휴, 이놈의 우아악!
귀청 떨어지겠다.
“저격수용 스코프만큼의 정밀도를 자랑한다던데, 그것도 참말입니까?”
“아마도요?”
“끝내준다! 어마어마하다!”
아랍에미리트 경호원들이 연신 비명과도 같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럴 때마다 다른 수행원들은 크게 놀라 움찔했다.
경호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구경해봐도 됩니까?”
“직접 쏴봐도 됩니까?”
“종류는 몇 가지나 됩니까?”
“돌아가며 써봐도 됩니까?”
경호원들은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연신 손바닥을 비벼댔다.
나는 곤란한 웃음을 숨기기 힘들었다.’
“음, 아무래도 지금 여기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역시······. 램프의 요정 같은 헛소문이었던 거군요?”
경호원들이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그게 아니라. 대한민국은 총기 규제국이거든요.”
“아······!”
“이따 임원회의 끝나고 우리 연구소에 잠깐 들르면 실물을 구경하실 수 있을 거예요.”
“우아아아아악!”
이놈의 경호원들은 목청으로 뽑나!
경호원들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크게 웃었다.
“독일군 장교들이 자기네 주력전차에도 달아놔야 한다면서 그렇게 난리를 부렸다면서요?”
“독일군이 발칵 뒤집어지자,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과의 전차 공여 협상도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 때문에 엎어졌다죠?”
“한미군사 동맹이랍시고 맨입으로 날름 먹으려다가 협상이 파투 나면서 본국에서 크게 경을 쳤다던데요?”
“덕분에 정식으로 제1차 한미군사회담이 열리는 거라면서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지?
대통령은 우리 JH가 신형 국산 전차를 내놓자, 미국에 빌다시피 간청하던 전차 공여 및 라이선스 협약을 발로 뻥 걷어찼다.
-아무래도 우리가 굽신굽신 꿇려가며 전차 조약을 체결해야 할 필요는 없어진 것 같지?
-각하, 그렇다면 이번에 마련한 양국 간의 전차에 관한 양해 조약은······.
-그쪽에서 대구경 도트사이트의 가치를 얼마나 쳐줄 것인가에 따라 협상 결과가 달라지겠지.
국산 전차 문제는 JH가 해결했으니, 온갖 손해와 굴욕을 감수하면서 미국에게 매달릴 필요 없다는 소리였다.
-우리와 군사 기술 동맹을 맺고 싶다면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준비해와야 할 거다.
처음으로 대통령이 미국을 앞두고 큰소리 뻥뻥 치게 된 날이었다.
그렇게 양국의 비공식 회담인 전차 공여 및 라이선스 양도에 관한 협약은 엎어졌다.
그러자 처음으로 미국 국방부에서 먼저 제안을 보냈다.
-정식으로 제1차 한미군사회담을 청하는 바입니다!
-정식으로?
지금껏 미국 정부는 한국의 노동 인권 문제를 빌미로 압박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의 정식 회담 요청은 번번이 무산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엔 미국에서 먼저 정식 군사회담을 요청해온 것이었다.
-이번 제1차 한미군사회담에서는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봅시다! 최대한 한국이 원하는 쪽으로 조건 맞춰드리죠.
어떻게든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얻겠다는 집요함이었다.
-거부한다면 우리도 미군 철수란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비장의 카드까지 꺼내 들며 보내는 협박이기도 했다.
미국만이 아니었다.
독일 연방 방위부에서도 기다렸다는 듯이 제안을 보낸 건 마찬가지였다.
-우리 독일과도 정식으로 군사 기술 동맹을 맺읍시다!
-독일은 나토(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북대서양 조약기구)에 가입되어서 한국과 따로 군사 동맹을 맺는 것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누가 군사 동맹을 맺자고 했습니까? 우리는 ‘군사 기술 동맹’을 맺자고 제안했습니다만?
독일 연방 방위부는 슬쩍 운을 띄웠다.
-한국은 주력전차 기술을 원하고, 우리 독일은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 기술을 원하니, 서로 윈윈이 되는 기술 동맹이 아닐까 합니다!
-일없습니다.
우리나라 국방부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아쉬운 건 국산 전차를 보유하게 된 우리가 아니었다.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만들어낼 수 없는 독일 쪽이었다.
그러니 이후에도 거듭 다른 제안을 보내올 수밖에.
-그럼 민간기업 간의 기술 동맹 및 교류를 제안합니다!
-민간기업 간의 기술 동맹이라고 하면······?
대한민국 상공부가 그 제안에 솔깃하여 바짝 귀를 기울였다.
독일기업은 한국기업에 비해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
대한민국 제조업은 어떻게든 선진 기술을 받아들여 기술 증진과 도약을 꾀할 때였다.
따라서 이 안건은 즉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국의 JH와 우리 독일 BMW 간의 기술 동맹을 원합니다!
-다른 한국의 대기업들은······.
-오직 JH! 그 외에 다른 기업과의 교류엔 관심 없습니다!
-아니, 한국에 JH만 있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JH! 죽어도 JH!
그런데 독일에선 콕 짚어 ‘JH’와의 기술 협약만 물고 늘어졌다.
결국 대통령은 콧방귀를 뀌었다.
-맨입으로?
-······더 좋은 조건을 들고 다시 찾아뵙지요.
대통령은 손에 쥔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란 카드를 무척 흡족하게 여기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 경호원들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무함마드 님, 한국의 신형 주력전차에 관해서라면 국왕 폐하께서도 이미 언급한 바 있지 않으십니까?”
“한국은 이번에 전차 강국이라는 미국과 독일의 전차 기술 협약 제안도 마다할 정도로 국방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면서요?”
“상당히 잘 만들어진 전차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통역사 무함마드는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이 조그만 나라의 군사기술에 관해 왜 이렇게 잘 알고 있지요?”
“경호를 맡은 만큼 해당 국가의 군사력과 군사적 이슈에 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게 기본입니다, 무함마드 님.”
“혹시 ‘한밤의 전차 행진’이라고 들어보신 적 없으십니까? 외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었는데요.”
대통령은 거하게 국산 전차를 자랑하곤 했다.
생업 종사자들을 위해 한낮에 도로를 통제할 수도 없고.
그렇게 청와대 근방,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전차 행진을 벌였다.
대통령의 업적과 청와대 경호실장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처음 한밤의 전차 행진이 벌어졌을 때,
-전쟁인가!
놀란 건 서울 시민들만이 아니었다.
휴전국가의 동태를 주시하던 외신들까지 화들짝 놀라서 이 일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었다.
당시 주가가 크게 출렁거릴 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되었던 해프닝이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막대한 오일머니를 쏟아부어 군사력 증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으음.”
사우디아라비아 소리에 통역사 무함마드의 표정은 더욱 진중해졌다.
감 잡았어!
‘사우디아바리아는 중동지역 최대의 산유국으로, 아랍에미리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 국경을 맞댄 이웃의 군사력 강화는 곧 인접국의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오는 법이고.’
이왕 깔린 판, 나는 비즈니스용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세요. 아랍에미리트가 이번에 신형 전차와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사들여서 지상군을 중무장한다고 치면······.”
“으으음.”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가 보군.
그렇다면 더 쉬운 길이 있지!
“그럼 한번 반대로 생각해보실래요? 아랍에미리트가 손 놓는 사이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대적으로 주력전차와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수입하여 중무장한다면······.”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이지!”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이야!”
통역사 무함마드와 만수르가 동시에 버럭 외쳤다.
나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러니까. 사우디아라비아 쪽 사람들과 협상하기 전에 특별히 먼저 말해주는 거라구?”
“호오?”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 좋은 물건 나눠 쓰고, 필요한 거 사고팔면서 같이 커가는 거지.”
“이를테면 나는 아부다비 국제 공항 건설을 내어주고, 너는 신형 주력 전차와 기관총용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내어주는 것처럼 말이지?”
역시. 만수르와는 말이 잘 통할 줄 알았다니까?
그래서 준비했다!
나는 동전 지갑에서 흰 종이를, 주머니에서 몽블랑 만년필을 꺼냈다.
“그럼 우선 아부다비 국제 공항 건설 입찰에 관한 계약서부터 써볼까?”
대통령의 재벌 때리기에서 비켜나려면 굵직한 외화벌이가 필요하거든.
만수르가 호쾌하게 웃었다.
“좋지. 그럼 공사 입찰금은 3억 달러. 어때?”
“억!”
통역사 무함마드가 억 소리를 내었다.
“아니, 왕자님! 제가 아까 분명 2억 5,912만 달러라고 말씀드렸던 것 같습니다만?”
“그건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번지기 전이고요.”
만수르는 팔짱을 낀 채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전쟁통에선 응당 위험수당이란 게 덧붙기 마련이잖아요?”
“어억!”
아군의 팀 킬에 통역사 무함마드는 입을 떡 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만수르는 매우 오만한 표정으로 통역사와 경호원들을 돌아보았다.
“선진국 건설업자들은 다 튀고 없다면서요?”
“······.”
“반면 저기 태성건설 인부들은요? 깡다구 좋게 자체적으로 진지를 구축하고 건설현장을 철통같이 지킨다면서요?”
“······.”
“반정부 시위자들이나 이슬람 과격파 테러리스트들조차 얼씬하지 못할 만큼 굉장한 전투력을 증명했다면서요. 아부다비 국제 공항 공사도 공기 놓칠 일은 없을 것 같지 않아요?”
만수르는 호기롭게 외쳤다.
“Take my money!”
< Take my money! > 끝
ⓒ 오소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