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72)
재벌집 만렙 아들-272화(272/416)
< 이게 웬 떡이냐? >
태성그룹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전(全) 계열사 임원회의.
생각보다 치열하게, 예상보다 빡빡하게 진행되었다.
“아니, 부회장님. JH연구소의 지휘권을 독립시키겠다니요?”
“대통령께서 이에 관해 친필로 적어주신 문서가 있습니다만.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최측근 계열사 사장들이 돌려봤던, 대통령의 친서 말이다.
“보안상의 극비로서 철저한 정보 통제가 요구되는바, 태성의 브레인 외에 다른 이의 개입을 불허한다.”
대통령은 전국 각지에 흩어진 군사기술개발 인력 180명은 물론 수원의 연구소 부지 8만 평은 물론이고, 군사 비밀연구소 기지 및 근방의 땅 5만 평까지 내주었다.
원하는 건 핵잠수함을 비롯한 국방기술 연구 개발.
“차성준의 진두지휘 아래 거사를 준비해야 함을 명심하여, 태성의 전폭적 협조를 바란다.”
차성준은 각서를 내려놓으며 태성그룹 임원들을 돌아보았다.
“JH연구소를 단순히 그룹 계열사 취급을 해서는 곤란합니다. 극비리에 대통령 각하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테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예, 옳으신 말씀입니다!”
태성그룹 임원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다만 계열사 임원회의에 참석한 최 소장은 안절부절못했다.
“저기, 그렇다면, 저희는 이제부터 부회장님의 직속으로 편성되어서······.”
“아닙니다. 최 소장님께서는 예전과 똑같이 움직이시면 됩니다.”
“예?”
“어려운 점이 생기거든 여기 심 사장님을 찾아가시면 됩니다. 예전과 똑같죠?”
“오!”
최 소장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정혁 도련님이 총책임자로구만!’
다 죽어가던 최 소장의 얼굴이 도로 활짝 폈다.
“태성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최 소장의 허리가 90도로 공손하게 꺾였다.
“반드시 보란 듯이 성과로 보답해드릴 자신 있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안 그래도 태성에 합류하게 된다기에 우리 연구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개발하고 있던 신기술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입니다.”
“신기술이요?”
“예! 유공을 인수하실 때 예상되는 애로사항을 저희가 해결해드리고자 합니다!”
“오!”
태성그룹 임원들은 물론이고 차 회장까지 모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저희 JH연구소에서는 세 가지 기술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나?”
“첫째, 석유 정제 효율을 높일 정유 시스템의 개선!”
“오오!”
태성에너지 윤 사장과 휘하 임원들이 눈빛을 번뜩였다.
석탄 및 석유를 비롯해 천연가스와 천연에너지 등을 총괄하여 탐사, 개발, 판매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우광정유에서 하도 애로사항이 많대서 꽤 오래전부터 정유시설 개선 연구에 착수해왔지요.”
“오오오!”
돈과 시간은 우광이 냈는데, 과실은 태성이 따먹게 되다니!
태성에너지는 물론 태성그룹 임원들 모두 몹시 흡족하게 웃었다.
“둘째, 적은 양의 기름으로도 잘 굴러갈 연비 좋은 엔진의 개발!”
“엔진?”
이번엔 태성자동차 사장 차대준과 휘하 임원진들이 눈을 번뜩이며 집중했다.
그들은 안 그래도 자동차 엔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태성자동차에서 출고한 신형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돌연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12중 충돌이 난 게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이번에 국산 신형 전차를 개발하면서 죽어라 파고든 게 바로 엔진과 구동 시스템 관련 기술이었지요.”
JH사무실에서 대대적인 전차 기술 분류 작업에 착수했었다.
덕분에 아주 잘 정리된 기술 열람 목차를 얻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본 마쓰모토사의 기술개발팀도 통째로 영입해온 데다가, 소련에서 로켓이랑 전차 만들던 독일 출신 엔지니어들과 모스크바 대학 교수가 대거 합류했거든요.”
“오오오!”
“거기에 심 사장님께서 슬쩍 귀띔해주신 좋은 점도 하나 있습니다. 독일 정부가 민간 기업들 간의 기술 교류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는군요.”
기술 협력이라는 소리에 모두가 반색했다.
“독일의 명품 자동차 기업인 BMW에서 먼저 우리에게 기술 협력을 제안한 겁니다.”
“BMW가 먼저?”
태성자동차 임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BMW는 1916년에 비행기용 엔진을 만드는 회사로 출범하여, 세계적인 자동차 및 오토바이 전문 제조 기업으로 성장했다.
BMW의 독일어 공식 명칭은 ‘Bayerische Motoren Werke(바이리셰 모토렌 베어케)’라고 하는데, 이걸 직역하면 ‘바이에른 엔진 공장’이다.
그만큼 엔진에 진심인 기업인 데다, 태성자동차가 줄곧 탐내던 최첨단 엔진 기술을 보유한 곳이었으니, 태성자동차 임원들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셋째, 핵잠수함······!”
“잠깐! 거기까지만 하시죠.”
태성그룹 부회장 차성준이 다급히 손을 들어 만류했다.
하지만 최 소장은 느리게 눈을 꿈뻑거렸다.
“예? 왜요? 이미 폐기된 핵기술 자료와 전국의 원자력 기술연구원들을······.”
“그건 오프 더 레코드잖습니까!”
극비 사항!
특급 보안!
기밀 엄수!
“이대로 중정 물고문실에 끌려가실 겁니까?”
“아하!”
최 소장은 해맑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연구 및 개발에 관해선 나무랄 데 없이 유능함을 자랑하는 최 소장이건만.
치명적인 결함이 하나 있었는데,
“하하하, 사실 제가 이쪽 방면으로는 눈치가 조금······.”
조금이 아니라 많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태성그룹 임원들은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꿀꺽 삼키며 동시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호오. 우리 연구소의 기술력이 그 정도였습니까? 핵잠수함에, 자동차 엔진은 물론 정유시설까지 손댈 수 있다니.”
중동에서 오래 구르다 보니 이쪽 실정엔 밝지 못한 태성건설 이경석 사장이었다.
이경석 사장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현재까지 자동차 엔진 연비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정유시설은 기존의 것에 비해 효율이······.”
“거기까지 하시죠. 이 사장님은 지금 그런 것에 정신이 팔릴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부회장님, 제가 여태 중동 산유국에서 굴렀다 왔잖습니까. 딱 봐도 이거 잘만 하면 떼돈을······.”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에 관해 묻겠습니다. 우리가 따낼 확률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훅 들어온 돌직구에 신임 태성건설 이경석 사장은 자세를 바로 했다.
차 회장도 노골적인 욕심을 드러냈다.
“얄나얀 왕족에 건설부 차관까지 대동하고 온 것을 보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우리 태성이 공사를 따낼 수 있을 것 같지?”
“음, 솔직히 말하면 무함마드 건설부 차관이 현재 제일 큰 걸림돌이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데려오게 된 겁니다.”
“뭐야?”
차 회장이 버럭 외쳤다.
“왜? 반대하는 이유는 뭐래?”
“선진국 건설사에 비해 태성건설이 크게 뒤떨어진답니다.”
“뭐? 우리 태성건설이 선진국 건설사에 밀리는 게 뭔데? 건설 기술로 보나, 인부 수준으로 보나, 공기 단축으로 보나, 우리는 꿀릴 거 없어!”
“있다더군요. 그것도 세 가지나 된다는 겁니다.”
“세 가지나?”
“첫째, 한국과 아랍에미리트가 정식으로 국교를 맺지 않았다는 점.”
정식으로 국교를 맺지 않았으니 대사관도 없다.
여차할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외무부 기관이 없다는 건 많은 문제점과 불편을 야기한다.
“둘째, 이제 막 개도국에 들어선 한국에 비해 선진국의 건설기술과 인프라가 훨씬 좋지 않겠느냐는 점.”
선진국 건설업자들의 임금에 비해 태성건설의 임금이 워낙 싼 데다, 공기 단축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한국인의 빨리빨리가 보편적이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이 정도면 건설 사기 수준이 아니냐더라고요.”
“싸고 빠르게 일하는 게 문제라고? 기가 막히는군.”
“그래서 직접 한국을, 태성건설의 실력을 보여주기로 한 겁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잖습니까.”
태성건설 이경석 사장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한국전쟁 직후에 다녀간 바 있다고 하니, 그동안 한국이 얼마나 빠르게 전쟁 피해를 복구했는지, 똑똑히 보여줄까 합니다.”
“좋아! 잘했다!”
“제일 먼저 우리 태성건설의 지하철 2호선 공사 현장을 보여줄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진행시켜!”
차 회장은 흡족하게 웃었다.
“그럼 반대하는 마지막 이유는?”
“선진 군사기술을 보유한 곳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전차와 미사일 등으로 무장하고 싶다더군요.”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을 미끼로 군사 동맹 혹은 군수물자 수입 물꼬를 트겠다는 속셈이로군.”
중동은 걸핏하면 전쟁이 일어난다.
더구나 옆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부쩍 군사력 증강에 목을 매고 있었다.
차 회장은 혀를 찼다.
“어쩔 수 없군. 포기해.”
“회장님?”
“이게 웬 떡이냐 좋아했더니. 이건 처음부터 안 될 일이었군그래.”
“안 되는 일이 어딨습니까? 제가 어떻게 아랍에미리트 건설부 차관을 여기까지 꾀어왔는데요!”
“솔직히 나도 아까워 죽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차 회장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국제공항 하나 짓자고 아랍에미리트에서 국교를 맺자고 나오지는 않을 거 아니야? 아무리 민간 외교라지만, 이건 우리가 어찌할 정도를 한참 웃도는 일이지.”
현재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보잘것없었다.
50년대 아프리카보다 못사는 최빈국이란 오명은 간신히 벗었으나.
한국은 여전히 이제 막 노동집약형 경공업으로 신발이나 옷가지를 내다 파는 가난한 개도국으로 인식되었을 뿐이다.
“안 그래도 오일쇼크 이후에 산유국이라며 콧대가 하늘만큼 높아진 국가야. 애초에 한국과 국교를 맺을 거였으면 영국령에서 독립할 때 수교하잔 제안을 받아들였겠지.”
아니, 북한과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휴전국으로, 아시아 어딘가에 붙어 있는 코딱지만 한 나라에 불과했다.
“신형 국산 전차는 국방부의 업적으로 공표하도록 했다. 그러니 더는 언급하지 않도록 해.”
“회장님, 너무 아쉽습니다.”
태성건설 이경석 사장은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우리 태성이 개발한 전차를 독자적인 루트로 팔지 못한다는 겁니까?”
“그래, 우리는 주문받은 전차를 위탁 생산, 판매하는 기업일 뿐이야.”
차 회장은 딱 잘라 말했다.
“아랍에미리트가 태성의 신형 전차를 사고 싶다면 대통령 각하와 접견하여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소리지.”
“아······!”
“국교 수립도 없는데, 전차 판매는 무슨!”
모든 문제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
“아랍에미리트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귀찮음을 감수하겠어?”
전차는 국방 기술력의 총아이자, 보국 안보의 핵심 병기다.
하지만 돈 앞에서는 장사 없다.
“산유국의 무지막지한 오일머니라면 소련, 독일, 미국 할 것 없이 탱크를 팔아치우겠다고 나설 텐데.”
“과연. 현 시국엔 우리가 포기할 수밖에 없겠네요.”
마침내 태성건설 이경석 사장도 낮게 한숨을 내쉬면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 입장에서는 미국과 독일, 하다못해 소련과 얘기하는 게 더 이득일 테니까요.”
“이 바닥에선 돈 가진 놈이 갑이야. 솔직히 난 아랍에미리트도, 대통령도 설득할 자신이 없다.”
벌컥!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아랍에미리트의 통역사이자 건설부 차관인 무함마드가 회의실 문을 열고 버럭 외쳤다.
“Please sell me a tank and a large diameter dot site! (제발 전차랑 대구경 도트사이트 좀 팔아주십시오!)”
“······.”
생각지도 못했던 외침에 태성그룹 임원들이 단체로 벙쪘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함마드는 간절하게 호소했다.
“How much do you need? How much will you sell the tank and large-diameter dot sight for? (얼마면 됩니까? 얼마면 전차랑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팔아줄 겁니까?)”
태성건설 이경석 사장이 억 소리를 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무함마드는 넓은 소맷자락을 걷어붙이며 호기롭게 외쳤다.
“Take my money!”
“Stop being pushy. (억지 좀 그만 부려요.)”
뒤따라오던 정혁이가 혀를 찼다.
“There is no way to do that until diplomatic relations are established, right? (국교를 맺기 전까진 어림도 없다니까요?)”
무함마드는 쩔쩔매며 두 손을 비볐다.
“Please. If you just arrange a meeting for establishing diplomatic relations, we will take care of the rest! (제발 부탁드립니다. 국교 수립을 위한 회담만 주선해주신다면 나머지는 저희 쪽에서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태성그룹 임원들은 모두 입을 떡 벌린 채 정혁이와 무함마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어쩌다 우리가 갑이 된 거지?
암만 봐도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이게 웬 떡이냐.
< 이게 웬 떡이냐?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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