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73)
재벌집 만렙 아들-273화(273/416)
< 대단하군 >
무함마드가 쩔쩔매며 간청했다.
“What does it mean to be a good friend? you said we live by helping each other! (친구 좋다는 게 뭡니까? 서로 돕고 사는 거라면서요!)”
“친구?”
태성그룹 임원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Our prince has been loyal to you. You handed over the construction work for Abu Dhabi International Airport! (우리 왕자님은 의리를 지켰습니다.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 공사를 내줬잖아요!)”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 공사?”
태성그룹 임원들이 입을 떡 벌렸다.
할아버지와 태성건설 이경석 사장이 동시에 비명처럼 외쳤다.
“마뜩잖다며 번번이 퇴짜를 놓던 아랍에미리트 건설부 차관이 이렇게 쉽게?”
“아니,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
잠깐. 웨이러 미닛!
이 사람이 아랍에미리트 건설부 차관이라고?
무함마드는 제 두 손을 꼭 잡은 채 사정을 거듭했다.
“I don’t expect much. Please just sell the tank and large diameter dot sight! (우린 많은 거 안 바랍니다. 그냥 탱크와 대구경 도트사이트만 팔아달라는 것뿐이잖아요!)”
“Stop being pushy. (억지 좀 그만 부리라니까요.)”
내가 단상 앞으로 종종 걸어오는 동안,
아랍에미리트 건설부 차관이 끈덕지게 달라붙어 징징댔다.
“How much do you need? I’ll match the price! (얼마면 됩니까? 가격은 우리 쪽에서 맞춰드린다니까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아까부터 똑같은 물음만 계속 도돌이표다.
“아직 임원회의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소란을 피우게 되어서 정말 죄송해요.”
나는 임원들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꾸벅 배꼽 인사했다.
“정혁아, 설명이나 좀 해다오.”
“할아버지, 그럼 일단 이것부터 받으세요.”
“이건 또 뭐야?”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 수주 계약서예요.”
“뭐?”
할아버지는 얼떨결에 내가 건네는 세 장짜리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홀린 듯이 계약서를 내려다보다가 눈을 부릅떴다.
“입찰금이 3억 달러?”
3억 달러란 소리에 태성그룹 임원들도 억 소리를 내었다.
“2억 달러가 아니고요?”
“아까 분명 2억 6천만 달러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아니, 팍팍 후려쳐 깎았다면 또 모를까. 어떻게 공사대금이 훌쩍 오를 수가 있죠?”
태성그룹 임원들이 크게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서 공사대금을 왕창 깎겠답시고 임원회의에 참관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저쪽에서 걸고넘어졌던 세 가지 문제점은 아직 해결되지도 않았잖아요?”
“설마 우리 임원회의가 그렇게나 인상 깊었던 걸까요?”
“이건 정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탕탕탕!
할아버지가 단상을 내리쳤다.
“조용! 지금 자네들끼리 떠들 때야?”
그제야 크게 흥분했던 태성그룹 임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냥 닥치고 정혁이 얘기나 들어봐!”
“예, 회장님!”
“정혁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니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요? 심플하잖아요. 비즈니스. 끝.”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계약서에 적힌 그대로예요.”
“계약서에?”
할아버지는 급히 품에서 돋보기안경을 꺼내 쓰고 계약서를 찬찬히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허? 이건······!”
계약서를 읽어내려갈수록 할아버지의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조건이 좋아도 너무 지나치게 좋잖아?”
얼떨떨한 목소리였다.
“우리 쪽으로 크게 좋아진 계약 조건은 능력껏 끌어왔다 쳐도! 그 아래 딸린 부가서비스가 너무 후한데?”
할아버지가 돋보기를 고쳐 쓰며 계약서를 넘겼다.
“태성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유통과 물류기지 구축을 허락해?”
“아부다비도 사람 사는 데니까요. 태성이 또 물건은 워낙 잘 만들잖아요.”
“석유전진기지 건설은 또 뭐야?”
“아까 임원회의에서 유공 인수에 관한 말이 한참 오갔잖아요. 그건 산유국인 자기들이 도와줄 수 있는 문제라네요?”
“허어, 항공 물류를 처리할 적재창고까지 제공한다고?”
“이참에 우리 태성과 크게 교류해보자던데요. 그 정도 시설은 들여야 넉넉하다며 우기는데 별수 있나요. 이참에 조항으로 박아넣었죠.”
“허······!”
“아시잖아요. 전 말보단 문서를 더 믿는 거.”
“······.”
할아버지가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댔다.
그건 태성그룹 임원들, 특히 태성건설 신임 사장인 이경석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회의실 밖에서 무슨 말이 오갔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파격적인 조건이 튀어나왔답니까?”
“고작 10분 만에······.”
“어떻게 10분 만에 3억 달러짜리 계약을 따올 수가······.”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이 새끼를 쳐서 물류기지와 적재창고, 석유전진기지까지 늘어날 줄은 몰랐는데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다 보니?”
“······.”
태성건설 이 사장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한 달 동안 갖은 방법을 다 써가면서 겨우 여기까지 끌고 온 게 제 최선이었거든요? 그런데 도련님께선 무함마드 님을 단 10분 만에 함락시키다니. 이건 좀······.”
날 바라보는 태성건설 이 사장의 눈초리는 몹시 뜨거웠다.
“너무 대단한 거 아닌가요?”
뭐래?
“그렇게 좋아할 거 없어요.”
“3억짜리 계약이 뚝딱 떨어졌는데, 당연히 좋아해야 할 일 아닌가요?”
“아직 얘기 다 끝난 거 아니거든요?”
“예? 조건 협상했고, 계약서 작성했고, 상호 서명 날인했으면 끝난 거죠.”
“제가 특약 조건을 하나 더 걸어뒀거든요.”
“특약 조건이요? 그것도 정혁 도련님이 걸었다고요? 저쪽에서가 아니라?”
탕탕탕!
할아버지가 다시 한번 단상을 내려치자, 모두 조용해졌다.
“계약서에 적힌 그대로라잖아! 계약서 좀 읽어보자!”
할아버지는 돋보기안경을 부여잡고 신중하게 조항을 하나씩 읽어나갔다.
“허어?”
할아버지는 헛웃음을 터뜨리셨다.
똑똑똑.
노크와 함께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김 비서가 곤란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응시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또 새로운 뉴스 속보라도 떴어?”
안 그래도 이미 한 차례 김 비서가 임원회의 중간에 들어온 적 있었다.
압구정 현무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 때문이었다.
“청와대에서 긴급 소집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뭐야?”
“건설사를 보유한 재계 순위 100대 기업의 그룹 총수와 해당 건설사 사장 및 국내 주요 은행장 전원. 16시 정각까지 전원 청와대 만찬회장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입니다.”
회의실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태성도 예외는 없다 합니다.”
“으음!”
할아버지는 저도 모르게 읽고 있던 계약서를 움켜쥐었다.
그게 3억 달러짜리 계약서라는 걸 깨닫고 화들짝 놀라 손날로 박박박박 펴냈다.
“청와대에서 한 시간 후 집결이라면 여기서 한가하게 뭉그적거릴 시간 없다.”
탕탕탕!
“오늘 임원회의는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지.”
“Wait a minute!”
아랍에미리트 건설부 차관 무함마드가 깜짝 놀라서 외쳤다.
“Are you going to end up like this just by accepting the construction of Abu Dhabi International Airport?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만 날름 받아먹고 이렇게 튀다니요?)”
억울한 외침이었다.
“What about tanks? Sell large-diameter dot sights! (그럼 탱크는요? 대구경 도트사이트 좀 팔아달라고요!)”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벽에 크게 청와대 마크가 금색으로 찍혀 있고, 집무실 책상 위에는 국기가 걸려 있었다.
집무실 책상에 앉아서 보고서를 검토하던 대통령이 탁 소리가 나도록 서류를 덮었다.
“긴급 소집 말이야. 반응은 어때?”
“당연히 다들 사색이 되어 튀어오지요. 만찬장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건설주 폭락으로 안팎이 시끌시끌하잖습니까. 거기에 특혜 분양 수사까지. 올 게 왔구나 싶을 겁니다.”
“그쪽은 거품이 껴도 너무 많이 꼈어.”
대통령은 못마땅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한 번은 확실하게 기강을 잡고 넘어가야 할 때야.”
“맞습니다, 각하. 그동안 이놈들 배때기에 기름기가 잔뜩 꼈습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이때다 하고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
“불로소득이 근로소득을 웃돌면 누가 피땀 흘려 일하고 싶겠습니까?”
“사채를 한번 거하게 때려잡았더니, 은행들까지 뒤늦게 본 돈맛에 눈이 돌아갔단 말이지. 쯧.”
“덕분에 부동산 거품에 그놈들도 한몫 단단히 챙겼잖습니까. 부실 건설사에 돈을 많이도 빌려줬더군요.”
“중공업에 들어가야 했을 돈을······.”
“건설사나 은행이나, 똑같이 아주 괘씸한 새끼들입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이를 갈았다.
“각하께서 그만큼 말했으면 들어 처먹을 때도 되었는데 말입니다. 이 새끼들이 겁대가리도 없이 부동산 투기에 빠져서는!”
대통령은 오랫동안 중화학공업 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양적인 발전은 물론 질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공업의 부가가치 창출과 중공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체제를 수립한 정부로서는 중공업 발전이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공업구조 변경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아직도 세계시장에서 한국은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제품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발, 의류, 가방, 방직, 염색 등 경공업의 수출 비중이 훨씬 높았다.
“아무리 국민들의 저축을 장려해도, 그 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그런 이유로 중공업 투자는 대체로 외채에 의존하고 있는 실상이었다.
한국은 이제야 겨우 수출 100억 불과 국민소득 1,000달러를 달성했다.
선진국까지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자국 내 기업과 산업을 살려야 할 돈을 부동산 투기에 쏟아부어서야 쓰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건설사 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에서 건설 수주를 따내어 외화를 벌어들이기는커녕 투기와 분열을 조장하고, 상대적 박탈감만 야기하고 있잖습니까?”
대통령이 작정하고 부동산 규제를 시행, 건설사를 비롯한 재벌 때려잡기에 나선 이유였다.
“이번 건설주 파동에 가장 크게 폭락한 곳이 어디라고?”
“우광건설입니다.”
“이번 현무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에 얽힌 건설사는?”
“현무건설을 비롯해 총 7곳입니다. 모두 20대 재벌기업에 속하는 곳들입니다.”
“마침 좋은 본보기가 되겠군.”
똑똑똑.
“들어와.”
“각하,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뭐?”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중정은 국내는 물론 해외 정보 수집까지 도맡아 하는 정보기관이었다.
중정부장은 집무실 책상 위에 이란에서 올라온 전보를 올려놓았다.
폭동으로 번져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가 벌어지고 있고, 군경의 대응 사격으로 사상자가 수백에 달한다는 보고였다.
대통령은 극비 전보가 포함된 결재서류철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정말로 이란에서 폭동이 번졌단 말이지.”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태성그룹의 막내아들 말이야, 태성의 브레인.”
“차성준 태성그룹 부회장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똑똑한 친구는 이미 반년 전에 이런 상황을 예상했더군.”
대통령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란에서 시작된 폭동이 중동 전역을 뒤엎어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었던 거, 다들 기억하지?”
“물론입니다.”
중정부장과 청와대 경호실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말로 이란에서 폭동이 시작되었군요.”
“건설 수주를 따내며 현장을 누비고 다닐 때 이란과 중동의 동태를 예의주시했었다지요?”
대통령은 흥미로움을 숨기지 못했다.
“마침 중동에서 활발하게 건설 수주를 따냈다던 태성건설의 신임 사장이 있군. 그 친구는 귀국했나?”
“예. 그런데 한 가지 특이점이 있습니다.”
“특이점?”
“귀국 당시 아랍에미리트 왕족과 건설부 차관을 대동하고 왔다 합니다.”
“아랍에미리트의 왕족과 건설부 차관?”
중정부장의 보고에 대통령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통 일이 아니군. 아랍에미리트의 귀빈께선 한국까지 어인 일로 오셨을까. 행선지는?”
“태성그룹 본사로 향했다고 합니다.”
“대단하군. 중동의 거물을 오라 가라 할 정도라니.”
대통령은 생각에 잠길 때면 습관적으로 손끝을 두드렸다.
딱. 딱. 딱. 딱.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대통령은 집무실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보았다.
소집 명령이 떨어진 지 족히 40분은 지난 후였다.
그래도 상관없다.
“태성 브레인도 불러들여.”
< 대단하군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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