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78)
재벌집 만렙 아들-278화(278/416)
< 매력적인 물건 >
천마그룹 장 회장의 안색은 희게 질렸다가, 새파래졌다가, 도로 시커멓게 죽기를 반복했다.
“이······! 이 무슨······!”
장 회장이 저리 게거품을 무는 이유는 자명했다.
‘처음 제안받았던 금액도 눈에 안 찬다고 코웃음 쳤던 양반인데, 그것보다 반값에 넘기려니 배알이 꼬이고 기가 막히겠지.’
하지만 나 역시 배알이 꼬이긴 마찬가지라구?
‘은행 빚과 하청업체 공사대금, 내부 공사 마무리까지 전부 우리한테 떠넘기면서, 천마는 나 몰라라 돈만 챙기겠다는 못된 심보!’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기에 대통령의 노여움까지 우리더러 커버해달라고? 뻔뻔한 것도 유분수지.’
당장 중정에 끌려가 험한 꼴을 보게 생겼으니 바로 할아버지를 붙들고 늘어졌다.
천마그룹 장 회장은 버럭 노성을 터뜨렸다.
“우리가 언제 계약서 썼어?”
“기억 안 나십니까?”
아버지는 차분하게 응수했다.
“분명 심 사장님께서 장 회장님을 찾아가 천마아파트를 사고 싶다고 제안했고, 전 세대 분양 계약을 체결했잖습니까.”
“야!”
“아까 장 회장님도 인정하셨잖습니까. 그런데 인제 와서 입 싹 닫고 발뺌하다니요?”
“천만 원이라며!”
“이상하군요. 어떻게 갑자기 두 배 가격으로 뻥튀기가 됐을까요?”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장 회장님, 혹시 치매 있으십니까?”
지켜보던 저승사자는 그만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이야, 인제 보니 네 아버지도 연기력이 제법인걸? 주말연속극에 나오는 주연배우 뺨치는데?]시끄러워!
나도 지금 놀라고 있는 중이거든?
‘쪽지에는 분명 천마아파트 한 채당 천만 원에 사겠다고 적어놨거든.’
그러면서 신신당부했다.
<천마그룹에서는 어떻게든 빚을 우리 쪽에 떠넘기려고 수작을 부릴 거예요. 그럴 때에는······.>
나는 천마그룹이 수작을 부리려 들 때 되받아치는 방법을 적어 보냈는데.
아버지가 대뜸 가차 없이 반값으로 후려치고 보실 줄이야.
‘좋은데?’
난 받은 만큼 돌려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거든.
호의는 호의로, 악의는 악의로!
적당히 두둑하게 챙겨주려 했더니, 호의 받았다고 호구 잡으려 들어?
‘있지도 않은 공수표를 남발하며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진 건 장 회장, 당신이야!’
아버지는 콧방귀를 뀌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더니. 실망입니다, 장 회장님.”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어디서 감히 사기를 치려 들어!”
“인제 와서 새삼 아까우신가 봅니다? 각하 앞이라고 두 배로 올려치실 작정이신가 본데.”
“후려치려는 건 내가 아니라 너지!”
“어쩔 수 없군요. 싫으면 마시죠.”
“뭐?”
“계약 파투 냅시다.”
“······!”
천마그룹 장 회장은 당황하여 입만 뻐끔거렸다.
“그렇게 아까우면 도로 장 회장님이 맡으시면 되겠군요. 태성은 여기서 발 빼겠습니다.”
아버지는 중정부장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중정부장님, 저희는 이제 일 없는 것 같으니 마저 일 보시길 바랍니다. 실례했습니다.”
중정부장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끌고 가.”
“아닙니다! 잠깐만! 아직 얘기 다 안 끝났습니다! 중정부장님, 5분 만!”
중정요원들에게 붙들린 천마그룹 장 회장이 비명처럼 외쳤다.
“멈춰.”
대통령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중정요원들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천마의 장 회장은 식은땀을 훔치지도 못하고 덜덜 떨었다.
중정으로 끌려가면 어떻게 될지 제 미래가 눈에 선했기 때문일 테지.
“장 회장, 자네 입으로 직접 말해 봐. 어떻게 된 일이야?”
“그것이······.”
“왜 속 시원하게 말을 못 해? 여기서 순순히 이실직고하든가, 아니면 중정에 가서 불든가.”
대통령은 심드렁한 얼굴로 담뱃재를 탁탁 털었다.
“잘 생각하고 대답해야 할 거야. 대선과 총선이 걸린 국가 중대사다.”
“······!”
“미분양 폭탄, 누가 떠맡는 거지? 천마야, 태성이야?”
“태, 태성입니다!”
천마의 장 회장은 벌벌 떨면서 외쳤다.
아버지는 담담하게 물었다.
“한 채당 오백만 원, 총 4,500채 225억. 맞습니까?”
“마, 맞네.”
울며 겨자 먹기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러니 호의로 챙겨줄 때 성의껏 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지급하기로 한 인수대금을 저희가 직접 하청업체 잔금 및 인부들의 체불 임금 지급에 최우선적으로 변제하겠다는 사항도 인정하시겠습니까?”
“뭐야?”
천마의 장 회장은 다시 버럭 하려다가 꿀꺽 참았다.
아버지는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이건 막대한 부채 탕감을 위한 특단의 조치이니, 양해하셔야 할 것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을 텐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걸 짓느라 천마가 퍼부은 돈이 얼만데······.”
“다시 말씀드립니까? 태성은 그럼 손 뗄 테니, 천마가 능력껏 비싸게 잘 팔아보시든가요.”
“끄응.”
“결심이 서셨으면 계약서에 서명 날인하십시오. 각하와 그룹 총수님들 앞에서 확실하게.”
꿀꺽.
고작 1분 만에 작성되는 간이계약서를 바라보며 천마그룹 장 회장은 침을 삼켰다.
사약을 마신 사람처럼 입맛이 써 보였다.
“흐, 으, 으으······.”
부들거리는 손은 좀처럼 제 이름을 적어 내리지 못했다.
복잡한 표정이었다.
아버지는 싸늘하게 말했다.
“싫다는 사람에게 강요할 생각 없습니다. 태성에겐 딱히 매력적인 물건도 아니고 말이죠.”
“매력적인 물건이 아니다?”
대통령이 되물었다.
“그럼 왜 태성에서 먼저 천마아파트를 사겠다는 제안을 건넸지?”
올 게 왔다!
내가 아버지에게 쪽지를 적어 보내게 된 이유였다.
“대게 이득을 보는 쪽이 먼저 상대에게 제안을 건네게 마련이지. 그게 아니라면 귀찮은 수고를 자청할 까닭이 있나.”
대통령의 눈은 의심으로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한번 틔운 의심은 싹을 틔워 무럭무럭 자라기 마련.
반드시 그 싹을 미연에 제거해야 뒤탈이 없다.
“태성이라고 해서 중정에 못 갈 이유도 없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합니다. 태성은 애국하는 마음으로 폭탄을 짊어진 겁니다만.”
“애국?”
대통령이 좋아하는 단어였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대통령 면전에서 곧잘 써먹는 명분이기도 했다.
“각하, 생각해보십시오. 태성건설이 뭐가 아쉬워서 골칫거리 미분양 폭탄을 탐내겠습니까?”
아버지는 재벌 총수들을 돌아보았다.
“마침 이 자리에 총수님들이 계시는군요. 묻겠습니다. 혹시 이곳에서 천마아파트 4,500채를 인수하고자 하시는 분?”
재벌 총수들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 모습을 보고 대통령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정치권 인사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이라면 크게 솔깃할 텐데, 재벌 총수들의 반응이 영 미지근하니 의아하겠지.’
셈법이 달라서 그렇다.
정치권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돈 버는 루트와 사업하는 사람들이 돈 버는 방식이 같을 리가 있나.
아버지는 작정하고 밀어붙였다.
“삼황도 보유금은 넉넉한 것으로 압니다. 어떻습니까? 천마아파트 싸게 인수해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때 되팔면 상당히 두둑하게 버실 겁니다.”
“재수 없는 소리는 하지도 말게.”
삼황그룹 총수는 못마땅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 시국에? 삼황을 진흙탕에 처넣을 셈인가?”
“금조그룹 총수님은 어떠십니까? 마침 근처에 금조아파트를 분양하셨으니, 이참에 천마아파트를 금조아파트로 둔갑시켜 파는 거죠.”
“미쳤나? 골칫덩이를 왜 우리더러 떠맡으래?”
“청월그룹이라면······.”
“관심 없네, 관심 없어! 우린 됐네. 난 됐어!”
재벌 회장들이 줄줄이 손을 내저으며 외면했다.
“우광그룹은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멍멍!”
단호한 개소리였다.
“거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알아들었다.”
대통령은 손을 내저었다.
“수지맞지 않는 장사란 말이군.”
“각하, 누구도 원치 않아서 남에게 재빨리 떠넘기는 게 바로 폭탄 돌리기입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이 폭탄을 반기겠습니까.”
“그럼 왜 폭탄처리반을 자청했나?”
“애국하는 마음으로. 각하와 국민과 이 나라를 위하여.”
내가 쪽지에 적었던 내용이 아버지의 입에서 막힘없이 줄줄줄 흘러나왔다.
“대선과 총선이 코앞이고, 건설주 파동으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때입니다. 여기서 4,500세대나 되는 미분양 문제까지 연달아 터지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버지는 대통령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국가 경제 전반이 크게 휘청거리게 될 겁니다. 우리 태성은 그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으음.”
“그나마 태성에겐 여윳돈이 있잖습니까. 중동에서 건설 수주를 여럿 따냈고, 지하철 2호선 등 국책 사업을 여럿 맡게 된 덕분입니다.”
청와대 경호실장이 툭 내뱉었다.
“그 국책사업을 태성에게 맡긴 분이 바로 각하이십니다. 이는 결국 각하의 선견지명이고, 태성의 보은이라 할 수밖에요.”
노골적인 아부였다.
하지만 그제야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
어느새 대통령의 눈에 서렸던 의심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없었다.
“요즘의 태성은 참 제법이란 말이지.”
내내 날카롭게 날 섰던 대통령이 처음으로 누그러진 눈빛을 보내왔다.
“한 잔씩 내어줘.”
“예, 각하.”
청와대 경호실장이 즉시 로얄 살루트 병을 기울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태성건설 이경석 사장이 잔을 두 손을 받아 들었다.
국빈실에서 술잔을 받는 첫 번째 기업은 태성이 되었다.
재벌 총수들은 애써 부러운 눈빛을 감췄다.
“아무리 태성이라도 한꺼번에 저 많은 미분양 물량은 혼자 짊어지기엔 힘들 텐데.”
대통령은 턱을 괴었다.
지그시 아버지를 보는 눈빛엔 아직도 예리한 기가 감돌았다.
“일이 잘만 풀리면 단번에 재계 순위가 바뀔 만한 거금이긴 하나, 현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지.”
천마의 장 회장이 부른 호가는 1,350억!
다른 재벌 총수들이 부른 시가는 900억!
경영의 대가 심 사장이 7년간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태성화학마저 고작 300억에 그쳤던 시절이었다.
“무슨 돈으로 저 많은 부채를 충당하려고?”
대통령은 새 담배를 꼬나물었다.
“225억은 그렇다 치고. 나머지 375억이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지?”
천마의 장 회장에게 쏘아졌던 화살이 이번엔 태성과 아버지에게 향했다.
‘두 번째 쪽지까지 이렇게 쓰이네?’
아버지는 대통령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각하, 마침 큰 건을 하나 물었습니다.”
“큰 건?”
대통령이 고개를 홱 돌렸다.
“얼마짜리야?”
중정부장과 청와대 경호실장은 물론 재벌 총수들까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회장님, 각하께 계약서를.”
“아, 그래. 그래야지!”
할아버지가 양복 안주머니에서 곱게 접은 공사 계약서를 꺼냈다.
재벌 총수들은 고개를 쭉 빼어 힐끔거렸다.
황금빛이 눈부시게 번쩍번쩍 터져 나오는 계약서였다.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 계약서입니다. 입찰금액은 총 3억 달러.”
“3억 달러?”
대통령이 담배를 피우다 말고 눈을 돌렸다.
재벌 총수들은 입을 떡 벌렸다.
“단일 공사 수주액이 무려 3억 달러나 돼?”
“중동의 오일머니, 과연 스케일 한번 엄청나군!”
그런데 대통령은 아부다비 국제공항 건설 계약서를 받아 든 채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랍에미리트는 아직 한국과 정식으로 국교를 맺지 않은 곳이지.”
“그럼 이참에 국교를 맺으면 되겠군요.”
“하.”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에 문 담배를 질겅거렸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었다면 진즉 맺었다.”
1971년 12월 2일.
아랍에미리트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일주일 후 UN에 가입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 측에서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수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별 볼 일 없는 개도국이자 휴전국가와 굳이 거래를 트지 않아도, 석유를 원하는 나라는 넘쳐났으니까.
“각하께선 아까 국민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희망찬 소식,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 같다는 장밋빛 기대, 좀 더 화끈한 이슈몰이가 필요하다고 하셨죠?”
“음?”
“각하의 외교적 능력을 만천하에 과시할 수 있는 이슈, 석유를 싸게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아버지는 씩 웃었다.
“어떻습니까? 산유국과의 국교 수립이라면 국민들은 물론이고 외신까지 전부 주목할 것 같지 않습니까?”
아버지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한 장짜리 문서를 꺼내 내밀었다.
이번에도 역시 황금빛이다.
툭.
대통령은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렸다.
< 매력적인 물건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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