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289)
재벌집 만렙 아들-289화(289/416)
< 황금빛 선물 >
고모는 똑단발을 찰랑이며 뾰족한 소리를 내었다.
언제나처럼 딕션이 딱딱 떨어지는 말투였다.
“우리 태성백화점이 다시 급부상한 이유가 이거 때문이거든요. 최고급 피부미용 및 전신 몸매 관리 서비스.”
그건 그렇다.
태성과 우광의 혼사가 파기된 후, 우광백화점은 악의적인 보복 정책을 펴낸 바 있었다.
따라서 고모가 운영하는 태성백화점은 경쟁업체인 우광백화점의 적극적인 VIP 공략 작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일 년 중 가장 큰 대목이라는 연말과 설 대목에도 태성백화점 명품관엔 파리만 날릴 정도였다.
그러던 태성백화점은 VIP 전용 피부관리실을 내놓으면서 크게 도약했다.
“맞지! 태성백화점의 관리 서비스가 유명한 거야, 우리같이 시골 사는 사람들까지 다 알 정도니까.”
“오죽하면 옆 마을에선 곗돈 모임으로 태성백화점 피부미용 원정을 가자는 말이 돌겠어요?”
“우리 마을에서도 태성백화점 피부미용 원정단을 만들자, 말자 말이 많았잖아요.”
고모는 뿌듯하게 웃었다.
“그럼 이 태성백화점의 피부관리 서비스는 누가 낸 아이디어일까요?”
아하!
고모가 왜 여기서 팩을 하고 있나 했더니만.
“이게 다 우리 올케 덕분이라니까요?”
하여간에 우리 고모도 참.
그냥 솔직하게 ‘얼른 결혼 허락을 해주십사 하고 지원 사격 나왔다!’하고 하시면 될 것을.
“올케라면······ 설마 수진이?”
“어머나, 세상에! 걔가 어려서부터 그렇게 똑똑하더니만, 서울에서 크게 중한 일을 하고 다녔나 보네요.”
고모는 똑단발을 찰랑이며 새초롬하게 눈을 떴다.
“지금 해드린 율무꿀팩도 올케의 추천으로 개발한 제품이거든요.”
“이것도?”
“우리 태성백화점이 자랑하는 에센셜 오일 테러피와 맞춤형 향수 제작, 전신 마사지와 반신욕까지 올케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어라?
그건 나도 몰랐는데.
‘나는 그냥 방문화장품 판매 아줌마들의 피부미용 서비스만 알려줬을 뿐이거든.’
고모는 새침하게 덧붙였다.
“덕분에 태성백화점의 VIP 매출이 지난 반년 동안 상당히 많이 올랐답니다.”
“어머, 얼마나 올랐어요?”
“지난해 대비 620% 정도?”
나도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 수치야?’
VIP 매출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
대상 고객의 풀이 좁기도 하거니와, 사치를 하는 것도 정도가 있기 마련이니까.
‘뜨내기 VIP 손님은 물론 각 백화점의 충성 고객까지 죄다 끌고 왔다는 소리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우리 고모가 해낸 거다.
태성백화점 주식이 요즘 얼마라고 했더라?
용돈벌이 한다 치고 나도 조금 사둘까.
“세상에나! 반년 만에 6배도 넘게 매출이 올랐다고요?”
“그게 다 수진이 덕분이라는 거죠?”
“와, 우리 수진이 정말 대단하네!”
고모가 새침하게 웃었다.
“몰랐어요? 우리 막내 올케, 우리 집 보물이잖아요.”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수진이 엄마, 들었어요? 수진이가 저 집안 보물이래요.”
“수진이 시집가서 정말 사랑 많이 받고 사나봐. 어머어머!”
“수진이 덕에 우리가 이 비싼 피부미용 관리를 받고 있는 거 아니야.”
어떤 아줌마가 고모에게 은근슬쩍 물었다.
“이번에 이렇게 안면 텄으니까, 다음에 언제 태성백화점에 그러면 지인 할인, 뭐 이런 거 해줘요?”
“그건 어렵겠네요.”
고모는 매정하리만치 딱 잘라 말했다.
“우리 태성백화점 피부미용은 원칙적으로 백화점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전용 서비스라서요.”
“아······.”
백화점 회원이 되려면 연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마을 아줌마들이 크게 실망하려는 찰나, 고모는 고개를 홱 돌렸다.
“하지만 올케나 사돈어른 모시고 온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겠죠?”
“어떻게요?”
“태성의 직계 가족에게는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해서. 이해하시죠?”
“오!”
“사실 올케만 아니었다면 애초에 제가 직접 이렇게 팩 해드릴 일도 없었어요.”
고모는 똑단발을 찰랑찰랑하게 홱 넘겼다.
“이래 봬도 제가 태성백화점 사장이랍니다.”
“어머어머! 우리 그럼 백화점 사장님께 팩을 받고 있던 거였어?”
“세상에, 그러고 보니까 수진이의 올케면 태성그룹 자제분이시네!”
고모는 가볍게 흥, 콧방귀를 뀌었다.
“알면 됐어요. 태성백화점표 시그니처 피부미용 팩을 누구 덕분에 받았다고요?”
“수진이 덕분에!”
“좋아요.”
고모는 날 보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나는 엄지를 척 들어 주었다.
확실한 지원사격이었다.
고모는 똑단발을 찰랑이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사돈어른. 저는 성준이 누나, 차만영이라고 해요. 처음 뵙겠습니다.”
고모는 깍듯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러면서 귀 뒤로 똑단발을 넘겼다.
“참고로 저는 올케랑 주에 한두 번씩 백화점에서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피부미용도 받고, 마사지도 받고, 쇼핑도 함께 도는 사이라고 할까요?”
“우리 수진이랑 친하게 지내는 분이었구먼! 잘 왔어요.”
고모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자, 외할아버지는 눈치껏 나를 바닥에 내려놓으시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많이 드시고.”
“태성호텔 레스토랑에서 나왔는데, 차린 게 별로 없다는 말이 나오면 섭섭하죠.”
“······.”
고모답게 상대를 가리지 않고 훅 찌르고 들어오는 말에 외할아버지는 말문이 턱 막혔다.
하지만 고모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까딱였다.
“손님 접대는 태성의 전문가들이 책임지고 섭섭하지 않게 잘해 드릴 테니, 이쪽은 걱정하지 마시란 소리예요.”
고모는 자켓 주머니에서 두둑한 봉투를 꺼냈다.
“우리 성준이, 잘 부탁드려요.”
“설마 이거 돈 봉투요?”
외할아버지가 즉시 부리부리한 눈을 크게 떴다.
“재벌가 사람들이 잘하는 거 있잖소. 이 돈 받고 떨어져라, 아니면 이 돈이면 안 되겠냐, 뭐 이런······.”
“태성백화점 피부미용관리실 1회 이용권이에요. 마을 아줌마들한테 나눠주면 껌뻑 죽을 거예요.”
“······크흠!”
“매번 아줌마들 등쌀에 사돈 어르신이 태성백화점까지 왔다 갔다 하려면 귀찮잖아요. 그래서 준비해 봤어요.”
“······.”
“특별히 올케 이름이 박힌 ‘참 잘했어요’ 도장이니까, 헷갈릴 일 없이 차별화된 서비스로 모실게요. 받으세요.”
고모는 외할아버지의 손에 두둑한 피부미용관리실 이용권을 쥐여 주었다.
“돈 봉투는 아니지만 뇌물은 맞아요. 청탁은 우리 성준이 결혼 허락 좀 부탁드립니다, 아시죠?”
“고모, 우리 아빠는 아까 결혼 허락받으셨는데요?”
“뭐? 넌 그 중요한 걸 왜 이제야 말하니?”
고모가 똑단발을 찰랑이며 못마땅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성준이가 드디어 결혼 허락을 받았는데, 고작 이런 잔치로 끝내다니! 이건 아니지!”
고모는 소매를 걷어붙였다.
“태성호텔에 연락 넣어서 중식팀까지 전부 오라고 해야겠어.”
지금 한식팀, 일식팀, 양식팀까지 동원되었거든요.
“중식팀까지 합류하면 태성호텔 레스토랑 오늘 문 닫아야 할 텐데요?”
“그게 문제니? 그 정도 손해는 내가 책임지고 충당할게. 전화 돌려.”
그때였다.
대문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손해를 왜 만영이 네가 충당해? 내가 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마을 잔치에 오셨다.
할아버지는 날 보자마자 헤벌쭉 웃으며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왔다.
“금쪽같은 내 새끼! 내 똘똘한 귀염둥이!”
할아버지는 날 안고 뱅글뱅글 도셨다.
외할아버지는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크흠, 다 늙은 양반이 어찌 그런 남사스러운 말을······.”
그러거나 말거나.
“에헤헤.”
“우리 정혁이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던 주말인데, 매정하게 외가에 간다니까 이 할애비, 괜히 조금 섭섭하더라!”
“에이, 섭섭할 것도 많네요. 여태 매 주말마다 꼬박꼬박 찾아갔거든요?”
“그래도! 나랑 네 할머닌 너 오기만을 일주일 꼬박 기다렸어!”
이번 주말엔 본가 대신 외가에 오게 됐다.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서.
그건 할아버지도 다 아시는 일일 텐데, 왜 이리 답지 않게 투정을 부리시나 했더니.
외할아버지는 충격받은 얼굴로 우리를 보았다.
“정혁이가 매주 본가에 갔다고? 지금까지 계속?”
인제 보니 자랑질이었구만!
할아버지는 보란 듯이 내 얼굴에 뺨을 마구 부볐다.
“앗, 따가워요! 할아버지, 수염, 수염!”
“할애비 아침에 면도 깨끗이 했는데, 이것 참.”
할아버지가 ‘에잇!’ 하고는 내 뺨에 마구 뽀뽀를 하기 시작했다.
외할아버지는 더욱 충격받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대낮에, 대문 밖에서, 애정표현을 이렇게까지 대놓고 해?”
외할아버지는 몹시 못마땅한 기침 소리를 내었다.
“커흐흐흐흐흠!”
“혹시······.”
그제야 할아버지가 슬쩍 외할아버지를 돌아보았다.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이고, 이거 사돈어른 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전 차성준 애비 되는 차태성이라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사돈어른. 저는 이수진 아비 되는 이정진이올시다.”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악수했다.
마주 잡은 두 할아버지의 손에 힘줄이 솟고, 피부색이 바래고, 파들파들 떨리던 순간.
“크흑!”
할아버지가 몹시 분한 얼굴로 손을 떼었다.
외할아버지는 무척 의기양양한 얼굴로 날 돌아보았다.
‘봤지? 내가 이겼다?’ 하고 자랑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할아버지는 손을 꾸욱꾸욱 마사지하면서 비장하게 날 불렀다.
“정혁아, 마침 네게 줄 것이 있다.”
할아버지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곱게 접힌 종이를 꺼냈다.
‘우와, 황금빛!’
도저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뭐예요?”
“수서동 아파트 부지 땅문서. 중정부장님께 받아온 것이지. 자, 이건 약속대로 우리 정혁이 꺼.”
외할아버지는 입을 떡 벌렸다.
“수서동 아파트 부지를 대뜸 정혁이에게 준다고?”
할아버지는 공을 세운 만큼 포상하는 분이시다.
“우리 정혁이 덕분에 태성건설이 무사히 건설주 파동을 피해갈 수 있었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난 활짝 웃으며 수서동 땅문서를 받아 들었다.
현무건설에 초대장과 바꾸며 시세대로 팔아먹었던 그 땅이, 도로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또 있다.”
“뭔데요?”
“김 비서, 그거 이리 좀 줘 봐.”
“예, 회장님.”
할아버지가 손을 내밀자, 김 비서가 서류 가방에서 두툼한 문서 뭉치를 내밀었다.
‘미쳤다! 어마어마한 황금빛!’
나는 홀린 듯이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대치동 천마아파트, 4,500채. 이것도 전부 네 거다.”
“할아버지, 이건······.”
“당연히 JH투자의 이름으로 해놨다.”
“할아버지, 최고!”
어쩐지!
황금빛이 장난이 아니더라니까?
외할아버지가 입을 떡 벌렸다.
“대치동 아파트를, 그것도 4,500채나?”
“요즘 강남 아파트 한 채당 얼마나 하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돈 천만 원 갖고는 택도 없다던데.”
“잘 알고 계시는군요.”
외할아버지의 눈동자는 지진이 난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그, 그걸 다 우리 정혁이한테 준단 말입니까?”
“안 될 것도 없지요.”
할아버지는 외할아버지 눈앞에 두툼한 문서를 들어 올려 보였다.
“우리 성준이가 제 자식 챙겨준다고 화끈하게 후려쳐 온 거라서 말이죠.”
“······!”
“아, 물론 약속대로 제가 모자란 돈은 조금, 아주 쪼오오오금 보탰습니다.”
“허······!”
외할아버지는 입을 떡 벌린 채 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내 앞에서 황금빛 문서들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마치 낚싯대에 끼운 미끼를 흔들어 보이듯이.
그럴 때마다 내가 아닌 외할아버지의 눈동자만 황금빛 문서를 따라 정처 없이 흔들리곤 하는 것이다.
“하나 더. 또 있습니다.”
“또?”
할아버지에겐 따로 약속받은 게 딱히 더 없을 텐데.
“김 비서.”
“예, 회장님.”
할아버지가 손을 내밀자, 김 비서가 기다렸다는 듯이 밀봉된 서류 봉투를 꺼내 올렸다.
<받는 사람 -차정혁->
깜짝 놀랐다.
‘이건 뭔데 황금빛이지?’
의아했다.
‘국제 우편에 중정 마크까지 찍혀 있다는 것은······.’
외국에서 나한테 이런 황금빛 서류를 보낼 일이라면······ 있다!
<보낸 사람 -고동언->
역시 밀매왕!
기다리던 물건이었다.
어쩐지. 황금빛이 서류 봉투를 뚫고 나오더라니!
< 황금빛 선물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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