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03)
재벌집 만렙 아들-303화(303/416)
303. < 저승도박단 출격 (2) >
‘여긴 철구 아저씨와 한번 거하게 털어먹은 곳인데. 반년 만에 또 오게 되었군.’
자동차에서 내리자, 우리를 반기는 건 짙은 피비린내였다.
투기장에서 벌어지는 투계(鬪鷄), 투견(鬪犬), 투우(鬪牛) 때문이었다.
거기에 투전(投錢)이 빠질 수는 없지.
그래서 불법 사설 하우스 도박장이다.
“이놈의 도박쟁이 소굴은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한결같구나.”
스승님은 혀를 찼다.
“쯧, 귀한 도련님께 이런 꼴을 보일 수는 없······엥?”
“여기까지 와서 꽁무니를 빼면 안 되죠.”
나는 동전지갑을 팡팡 쳤다.
“목숨줄을 잡고 있는 사람이 누군데요.”
“맞습니다, 도련님. 말죽거리 말대가리에게도 똑똑히 알려줘야지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나는 주변을 슥 훑어보았다.
힐끔대는 감시의 눈.
그쪽으로 눈을 돌리면 순식간에 느슨해졌다가 다시 눈을 돌리면 도로 집요하게 달라붙어 온다.
‘하여간에 뒤 구린 놈들은 망 보는 거 하나는 예술로 해요.’
얼핏 봐도 철구 아저씨와 함께 왔을 때보다 경비가 최소 서너 배 이상 삼엄해진 듯하다.
그럴 만도 했다.
아차 하는 사이에 공권력의 급습으로 사업장이 싹 다 털리는 바람에.
도박장 사람들은 아주 오래도록 치를 떨었을 테니까.
“말죽거리 말대가리 이 자식, 이상한 전단지를 붙여놓고 영업하네?”
스승님의 시선이 향하는 곳.
앞문에 떡하니 붙은 커다란 경고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생에선 단 한 번도 도박장에 저런 경고문을 붙여놓은 적 없던 말죽거리 말대가리였다.
‘철구 아저씨 얼굴을 크게도 뽑아놨구만!’
철구 아저씨의 몽타주 위에는 빨간색 페인트로 크게 ‘X’표시를 그어놓았다.
<곰탱이 출입금지>
<중정요원 출입금지>
<박철구 출입금지>
도박장 7곳을 한꺼번에 말아먹게 만든 이를 향한 분노가 여실하게 느껴졌다.
<간첩 및 대북송금책 출입금지>
<10회 이상 연속 올인 금지>
<녹음기 사용금지>
휘갈겨 적은 글자가 죄다 빨갰다.
흘러내리다 굳은 페인트까지 섬뜩했다.
이 정도면 거의 저주지 싶다.
‘이건 뭐 철두철미하다고 해야 할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해야 할지.’
그러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올 수밖에.
“대비를 아주 단단히 해놓으셨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경비를 제법 삼엄하게 세워놓았군요.”
저승사자가 연기처럼 스르륵 솟아오르며 불쑥 입을 열었다.
[맞는 말이다. 아무래도 들어가기 힘들 것 같다.]‘왜? 문지방 위에 부적 붙여놨냐?’
[본 차사에게 그깟 부적 따위, 걸림돌이 될 리가!]저승사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럼 뭐가 문제야?’
[내가 아니라 네가 문제일 듯하다만?]‘내가? 왜?’
[여기 곰탱이 그림 옆에 적혀 있는 글자, 이거 너 아니냐?]자세히 보니 빨간색 X표 옆에, 아주 작게 몇 글자가 적혀 있었다.
<어린애(X) 부잣집애(O) 출입금지>
하, 이거야 원.
[참 희한한 도박장일세. 어린애 출입금지라면 내 이해를 하지. 그런데 왜 콕 짚어서 부잣집애만 출입금지인가?]‘개평 받으려는 애가 있으니까.’
[아하.]도박쟁이들은 아이들을 앞세워 개평을 뜯어내곤 했었다.
그래야 집에 갈 차비라도 챙길 수 있으니까.
그렇게 어린 개평잡이들이 생겼고, 그건 이 하우스 도박장의 관례가 되었다.
[흠, 넌 딱 봐도 위아래로 부티가 좔좔 흐른단 말이지.]우리 부모님의 결혼 허락을 받아내려고 특별히 신경 좀 썼지.
[아무래도 못 들어가지 싶은데.]‘그럴 리가. 우리 스승님이 X으로 보이냐?’
마침 타이밍도 딱 좋게 스승님이 앞으로 나섰다.
“말죽거리 말대가리 안에 있느냐? 명동 송골매가 왔다고 전해라.”
과연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하우스 도박장 뒷문이 벌컥 열리더니만, 작달막한 사내가 튀어나와 허리를 굽혔다.
나는 그가 누군지 바로 알아보았다.
‘무교동 하우스의 총책임자이자,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꾀주머니, 시궁창 들쥐!’
여기에 심부름 올 때마다 날 괴롭히던 놈이었다.
저놈 때문에 배앓이를 얼마나 했는지 말도 못 한다.
단지 내가 쩔쩔매는 꼴이 퍽 재밌다는 이유만으로.
녀석은 툭하면 내가 먹을 것에 장난질을 치곤 했었다.
“어르신, 어째 기별도 없이 불쑥 찾아오셨습니까?”
“사전 연락 없이 왔다고 문전박대하려는 건 아니겠지?”
“청력이나 판단력 모두 정정하시군요. 들으신 그대롭······아악!”
시궁창 들쥐는 스승님께 귀를 잡혀서 끙끙거려야 했다.
“똑똑히 듣도록 하여라.”
“으아악, 어르신! 귀, 내 귀이이이!”
“말죽거리 말대가리한테 전하도록. 성준 도련님의 귀한 아드님을 내 친히 모셔 왔다고.”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제발 이 귀 좀 놓으시고 말씀하셔요!”
스승님은 그제야 귀를 놓아주었다.
시궁창 들쥐는 똥파리가 손바닥을 비비는 것처럼 제 귀를 비벼댔다.
“아오, 저놈의 성질머리 진짜!”
매를 부르는 대거리였다.
따악!
내 저럴 줄 알았지!
함부로 성질머리를 부린 대가였다.
“아악!”
지팡이로 대가리를 대차게 후려 맞은 시궁창 들쥐.
그가 주저앉은 채 머리통을 부여잡고 끙끙댔다.
“어르신, 진짜 너무하십니다! 대가리 쪼개지는 줄!”
“불알 두 쪽도 쪼개지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시간 끌어 보든가.”
“으아악, 지팡이 그렇게 휘두르기 있습니까? 가요, 간다니까요?”
시궁창 들쥐는 과장된 몸짓으로 내달렸다.
덕분에 뒷문은 프리패스였다.
“뒷문으로 들어갈 땐 주머니에 돈 몇 푼 찔러주는 게 이 바닥 예의라는 거 아시면서!”
“내가 그런 데 헛돈 쓰는 거 본 적은 있고?”
없다.
우리 스승님은 공짜를 진짜 좋아하시거든.
스승님은 뻥 뚫린 뒷문을 내게 양보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도련님, 들어가시죠.”
솔직히 조금 얼떨떨했다.
진짜로 스승님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나는 먼저 내민 호의는 사양하지 않는 사내인지라.
스승님의 양보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바로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사무실로 안내하겠습니다. 용건 해결까지 채 5분도 안 걸릴 겁니다.”
“에이, 아니죠.”
나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 심보에 바로 만나주기나 하겠어요?”
보나 마나 뻔하지.
내가 한두 번 당하고 살았나.
하지만 스승님은 고개를 저었다.
“귀한 도련님을 모시고 왔다 연락을 했잖습니까. 그놈이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당장 버선발로 달려올 겁니다.”
“내기할래요?”
난 이길 자신 있다.
“사무실이 엉망이니 귀한 손님을 맞기 어렵다, 첫인상에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예고도 없이 찾아왔으니 내 체면을 챙겨주는 셈 치고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달라. 보나 마나 그런 핑계를 댈걸요?”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변명이라면 내가 줄줄이 꿰고 있지.
허구한 날 저런 핑계로 나를 종일 문밖에 세워뒀거든.
“아쉬운 건 우리 쪽이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아쉬운 사람이 상대를 찾는 법.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대가리 굴러가는 루트야 이미 예전에 꿴 지 오래다.
나는 씩 웃었다.
“15분에 오백 원!”
나는 거북선이 그려진 오백 원짜리 지폐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눈앞에서 꽁돈이 팔랑거리자 스승님은 홀린 듯이 입맛을 다셨다.
“걸린 돈이 너무 큰데요. 저는 아무래도 사양하······.”
“제가 지면 5만 원, 이기면 5백 원!”
“콜!”
스승님도 참, 어쩜 이렇게 내 기억 속과 한결같이 똑같으신지.
그래서 이런 모습이 눈물 나게 반가워서 좋은 거지만.
“자, 그렇다면 손가락을 걸고······.”
“전 새끼손가락 약속보다는 지장을 찍은 문서를 더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나는 스승님의 새끼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걸며 씩 웃었다.
“이번 한 번만 봐드리는 거예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 옛날, 스승님이 내 새끼손가락 약속을 모른 척 받아주셨듯이.
그 시절 내가 웃었듯이 지금의 스승님도 기분 좋게 웃으신다.
난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는 사내라서.
* * *
시궁창 들쥐는 삐딱하게 말했다.
“청소가 아직 다 안 끝나서요.”
“허어?”
“한 30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은데, 어쩌죠?”
“허, 이 미친 새끼가······!”
내기의 승자를 알리는 맑고 고운 소리.
내 호언장담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응대에 스승님은 혀를 내두르며 쌍욕을 갈겼다.
“그것 보라니까요.”
15분이 30분으로 뻥튀기됐듯이, 앞으로 30분이 1시간으로, 1시간이 2시간으로 둔갑할걸요?
“말죽거리 말대가리, 내 이 새끼 멱을 그냥 확······!”
“멱딸 때 따더라도 내기부터 마무리하고 따시죠?”
나는 방긋 웃으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스승님은 달달 떨리는 손으로 오백 원짜리 지폐를 내려놓았다.
“내 피 같은 오백 원!”
전 돈보다 시간이 더 아까운데요!
“오늘 내로 종로와 까치산까지 마저 돌아야 하는데. 누구 때문에 괜히 시간 낭비하게 됐군요.”
“무리하실 것 없습니다. 말죽거리 말대가리야 당장 사무실에 쳐들어가서 멱살 잡고 차용증 들이밀며 협박하면 순식간에 제압당할 처지가 아닙니까.”
“아니죠.”
나는 이번에도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전 그런 식으로 말죽거리 말대가리를 굴복시킬 생각 없어요.”
“이보다 더 쉽고 빠른 지름길은 찾기 어려울 텐데요.”
“그래서는 인정받기 어렵잖아요. 정면돌파하려고요.”
나는 씩 웃었다.
“이왕 손을 잡고 지지를 얻어낼 거라면, 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거든요.”
“그렇군요.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스승님은 무거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한 녀석입니다. 꺾일지언정 수그러들지는 않는 독한 놈이지요.”
알죠.
“적이 되면 골치 아파지지만, 아군이 되면 뒤가 아주 든든할 겁니다. 수단 방법 안 가리는 매우 비열한 놈이거든요.”
그것도 알아요.
남산 찰거머리가 누구 덕분에 저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클 수 있었는데요.
“이참에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십시오. 도련님이 어떤 사람이고, 누가 목숨줄을 쥐고 있는지.”
그러려고요.
스승님의 뒤에 숨지 않고, 내 발로 앞장서서 하우스 도박판을 찾아온 이유였다.
“녀석을 어떻게 파고들 생각이십니까?”
“일단은 얼굴 보고 대화를 나눠봐야겠죠?”
“그렇다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놈부터 밖으로 끌어내야겠군요.”
스승님이 소매를 걷어붙이며 지팡이를 흔드셨다.
“이 늙은이, 성치 않은 뼈다귀나마 힘써보겠습니다.”
“밖에 가드들이 평소보다 서너 배 이상으로 쫙 깔린 거 보셨으면서. 하여간에 깡도 좋으시다니까요.”
나는 워워 하고 만류했다.
“누가 직접 쳐들어간답니까?”
음?
“제가 잔돈이 없어놔서. 우리 애들 불러오게 공중전화 한 통화값 10원만!”
“······.”
“대신 우리 애들 동원하는 수고비는 공짜인 셈 치지요.”
스승님이 노리는 건 내기로 잃은 500원짜리 지폐였다.
누굴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로, 순진한 코찔찔이로 아시나!
“좋아요. 대신 도박장에서 취급하는 이자율대로 받을게요.”
사채이율보다 한 끗발 높은 연리 89.8%!
“어이쿠, 여기 바지 주머니에 어떻게 10원짜리 동전이 있었네?”
내 그럴 줄 알았지!
내가 스승님께 한두 번 당해보나!
이것도 참 오랜만이다 싶으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웠던 옛 시절의 장난이었다.
스승님이 그만큼 긴장했다는 반증이었다.
“전화라면 저기 김 비서님이 돌리고 계시는데요?”
“아니, 대체 언제?”
“그러니 걱정 말고 이번 일은 제게 맡겨보세요.”
이참에 확실하게 보여줄 거다.
내가 왜 저승도박단을 결성했는데?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수모를 당하는 꼴을 직접 보지 못한 게 한이라고 하셨죠? 그 소원, 오늘 이루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는 스승님께 딴 오백 원을 보란 듯이 흔들어 보였다.
“천금 같은 내 시간을 강탈해 갔으니, 천금 같은 칩으로 받아낼 생각이거든요.”
나는 받은 것 이상으로 갚아줘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호의는 호의로, 악의엔 악의로!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동전지갑을 탈탈 털기로 했다.
이것이 바로 재벌3세의 돈지랄!
“한 시간 컷 예상하고 있어요.”
“예?”
“두고 봐요.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버선발로 뛰쳐나오는 꼴을 보게 되실 테니까요.”
안 그래도 저승사자가 아까부터 주먹을 뚜둑 꺾었다.
[맡겨만 둬. 한번 해 봐서 두 번은 더 잘할 수 있다!]이거 아주 든든하구만!
‘가랏, 수호신!’
[좋다, 간닷!]저승사자가 두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하우스 안으로 돌진했다.
[본 차사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도다!]그러시겠지.
지금 벽도 슝슝, 물건도 슝슝, 사람도 슝슝 뚫고 지나가고 있으니까.
* * *
우레와 같은 함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 도신이다! 도신이 나타났다!”
“저 산더미 같은 칩 좀 봐!”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하우스 도박장은 이번에도 발칵 뒤집혔다.
“맙소사······!”
스승님의 턱이 툭 떨어졌다.
< 저승도박단 출격 (2)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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