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04)
재벌집 만렙 아들-304화(304/416)
304. < 탈탈 털렸다 >
스승님은 나를 바라보며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처, 천재!”
지팡이를 어찌나 꽉 움켜쥐셨는지.
손등에 푸른 혈관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승률은 대체 무슨······, 허!”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베팅하는 족족 칩을 쓸어 담고 있었거든.
스승님의 경악한 얼굴 위로, 서서히 다른 감정들이 배어들기 시작했다.
“말죽거리 말대가리, 오늘 기둥뿌리 제대로 뽑히겠는데?”
앙숙이자, 숙적을 떠올리셨는지, 몹시 음습하고 통쾌한 기쁨이 드러났다.
“이야, 이 정도면 공권력의 대재앙보다 훨씬 끔찍한 악몽이겠구만. 으하하핫!”
스승님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바로 도련님이 말한 정면돌파란 말이렷다? 좋다! 아주 좋아!”
스승님답지 않게.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온몸에서 기쁨과 희열, 기대와 뿌듯함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말대가리야, 넌 도련님을 어찌 막아볼 테냐?”
쿵!
스승님이 콧김을 뿜어내며 지팡이를 찍었다.
“내 장담하지. 넌 오늘 절대로 못 막을 게다!”
스승님은 내가 건넨 칩을 매만졌다.
내기에 져서 내놓게 된 오백 원으로 바꿨던 하얀 칩.
이 도박장에서 가장 싼 단위였다.
“도련님께 굴복하든가, 완전히 무너지든가. 넌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
스승님은 혼잣말의 답을 얻어낸 사람처럼 후련한 웃음을 터뜨렸다.
도박장 곳곳에 흩어져 놀던 사람들은 내 주위에 구름처럼 몰려들어 환호성을 터뜨렸다.
“우와아아, 또 이겼다!”
“미쳤다! 이번에도 화끈하네 올인이야!”
“어린애가 갈퀴로 칩을 쓸어 담고 있어!”
“이건 재능이다! 하늘이 내린 도신(賭神)의 재느으으응!”
촤르륵.
나는 두 팔 가득 칩을 긁어왔다.
다분히 의도적인 퍼포먼스였다.
순식간에 8연패를 당한 딜러가 암담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아아, 망했다!”
그걸 보고 구경꾼들은 더욱 흥분하여 비명처럼 꽥꽥댔다.
“그럴 시간에 칩이나 내놔!”
“이건 꼬맹이가 올인했던 칩이잖아! 이 도박장은 정산이 뭐 이따위야?”
“미리미리 칩 준비시켜 놨어야지! 설마 먹고 튈 생각은 아니겠지?”
“당장 칩 내놔! 정산 똑바로 하라고!”
구경꾼들이 거세게 요구했다.
하우스 매니저들은 쩔쩔매며 달려 나갔다.
“준비했던 칩이 바닥났어! 칩 더 조달해 와!”
“이런 빌어먹을! 안쪽 금고의 칩까지 싹 다 털렸다는데?”
“역대급 비상사태다! 레드 경보, 레드 경보!”
구경꾼들은 다들 한목소리로 승리에 열광했다.
“도신! 도신!”
“한 번 더! 한 번 더!”
“승리! 승리!”
사색이 된 하우스 매니저가 미친듯이 달려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VIP테이블로 모시겠습니다.”
전문 도박꾼을 붙이겠다는 소리였다.
나로서도 바라던 바다!
잔챙이를 상대하기엔 너무 따분해서.
하지만 나는 일부러 코웃음을 쳤다.
“누구더러 오라 가라 예요? 난 그쪽에 볼일 없거든요?”
내 볼일은 말죽거리 말대가리거든.
내가 먼저 찾아간 건 한 번으로 족하다.
그래서 일부러 산더미처럼 쌓인 칩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아쉬운 사람이 오든가 말든가!”
나는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는 사내.
호의는 호의로, 악의는 악의로.
그게 내 룰이다.
“저 꼬마, 벌써 몇 번째 연승이지?”
“몰라! 세다 말았어! 거는 족족 이기잖아!”
“이야, 이러다 진짜 오늘부로 이 하우스 문 닫을지도 모르겠는데?”
* * *
촤르르륵!
내 앞에 산더미 같은 칩이 날라져 오는 동안.
나는 노골적으로 기지개를 켜며 보란 듯이 하품을 해 보였다.
“하아암. 도박하던 사람들 다 어디 갔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시해 죽겠네요.”
“손님, 이대로 가시면 안 됩니다!”
하우스 매니저들이 하늘이 무너지는 얼굴로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먹였다.
“게임 좀 더 하시다 가세요!”
“제발이요! 이렇게 빌겠습니다!”
이대로 내가 잔뜩 따서 돌아간다면 일을 수습할 방법이 없을 테니까.
그때였다.
“장 마담이다!”
“제주도 하루방도 왔어!”
“전라도 살쾡이다!”
“강원도 주먹코까지?”
VIP테이블을 담당하는 이 구역의 선수들이었다.
하우스 도박장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꾼들이 떴다!
‘저 사람들도 반년 만이네. 중정에 끌려갔다더니, 용케 몸 성히 풀려나왔는걸?’
장 마담은 새 담배를 입에 물며 생긋 웃었다.
“궁금한 사람더러 직접 찾아오라고 했다면서?”
얼씨구?
‘아쉬운’ 혹은 ‘볼일 있는’이란 단어를 슬쩍 바꿔놓았다.
“이러지 말고 누나랑 같이 저 안쪽에서 놀자, 응? 누나는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이라서.”
은근슬쩍 약 탄 사이다를 내놓는 것까지.
하여간에 하나도 안 변했다니까.
“쫄리면 꺼지시든가.”
“에이씨, 카드 돌려!”
장 마담은 포기하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건 나머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게임을 시작해 볼까?”
장 마담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아마 생각처럼 쉽지 않을걸?”
그건 당신 생각이고.
선수들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우리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 아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딜러들이랑 똑같이 보면 곤란해.”
“꼬마야, 졌다고 울지나 마라. 내 개평은 넉넉히 챙겨줄 테니까.”
과연 그럴까?
저승사자도 장 마담 뒤에서 하품을 했다.
[쟤 투페어, 쟤 원페어, 쟤 똥패!]패는 까봐야 아는 거라지만.
이미 승부는 났다고 봐야지.
[뭐야, 넌 풀하우스였어?]촤르르륵!
나는 산더미 같은 칩을 쭉 밀어넣었다.
“올인.”
어디 가 보자고!
* * *
나는 테이블 위에 카드를 내려놓았다.
“로얄 스트레이트 플래시.”
“끄아아악!”
이제 도박꾼들의 테이블 위에는 칩이 단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날 상대하던 도박꾼들은 죄다 팬티 바람에 양말 차림이었다.
칩이 부족해서 하고 있던 시계는 물론 입고 있던 옷까지 전부 걸고 싸우다가 장렬하게 망한 것이다.
“내 금방 차용증 쓰고 칩을 더 구해 올 테니까 딱 한 판 더 해!”
“내 손모가지를 걸 테니, 제발 한 판만 더!”
여긴 그동안 변한 것이 없구만!
어째 하는 소리가 토씨 하나까지 똑같냐!
“우와아아! 또 이겼어!”
“저렇게 산더미 같은 칩이면··· 이게 다 얼마짜리 판일까? 난 감도 안 와!”
“못해도 몇십억은 따지 않았을까?”
“며, 몇십억? 그럼 강남 아파트가 대체 몇 채야?”
구경꾼들은 흥분해서 미쳐 날뛰었다.
나는 하우스 매니저를 향해 제일 비싼 칩을 손끝으로 튕겨 날렸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한 병씩! 제가 살게요.”
“우와아아아!”
귀가 따갑다 못해 찢어질 것 같은 함성 소리였다.
장 마담을 비롯한 전문 도박꾼들은 거의 실신할 것 같은 얼굴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건 악몽이야······!”
“난 아직도 곰탱이 꿈을 꾸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뭐 이런 꼬맹이가 다 있지?”
“대체 어떻게, 무슨 수로? 우리 한 판만 더 해!”
하우스 매니저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빨리 보스 부르라니까! 왜 안 와!”
“이 양반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 * *
정혁이가 도박장의 칩을 쓸어 담는 그 시각.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사무실 소파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끝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시궁창 들쥐는 조심스럽게 커피 세 잔을 응접실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푸흡! 야, 커피 맛이 왜 이래? 에이씨, 입맛만 버렸네. 퉤퉤퉷!”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닦아냈다.
하지만 맞은편에 앉아 있는 멋쟁이 노신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커피 맛을 음미했다.
반면 십 대 소년은 오만상을 찡그리며 노골적으로 ‘웩웩!’거렸다.
달그락.
노신사는 조용히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공권력이 들이닥치면 어떤 꼴을 당하게 되는지 아주 뼈저리게 겪어봤다지?”
“최 의원님, 말씀이 좀 그러시네. 대뜸 내 염장부터 지르시고?”
“설마 그러려고 왔을까. 좋은 제안을 하려고 왔네.”
평온한 얼굴, 차분한 어조였다.
“내 손자를 자네 후계자로 삼아줬으면 해.”
“하? 이건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최 의원 옆에 앉아서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건방진 십 대 소년을 삐딱하게 보았다.
“이 새끼를 나한테 내어주겠다고?”
“내 막내 손자지.”
한쪽 눈은 사백안, 다른 쪽은 삼백안.
상대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섬뜩한 눈이었다.
하지만 한참을 응시하던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눈빛은 마음에 드는데, 표정은 영 싸가지가 없네.”
“댁도 그래.”
소년은 한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피식 웃었다.
“표정만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라 혓바닥도 싸가지가 없네. 너 그러다 칼 맞고 뒈진다.”
“찔러 보시든가. 우리 할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혓바닥 놀리다간 댁도 비슷한 꼴을 당하게 될걸?”
“기럭지만큼이나 말도 짧고.”
“댁 명줄보다는 길걸?”
“최 의원님, 진짜로 너무하시네. 나더러 이 싹수 없는 새끼를 후계자로 삼으라고?”
최 의원은 웃었다.
“제법 깡다구가 좋지. 게다가 눈치도 좋고, 머리도 상당히 잘 굴리는 편이네. 곁에 두고 쓰기 좋을 게야.”
“이만한 새끼들이야 뒷골목에 널리고 널렸지.”
“하지만 그놈들은 내 손자가 아니란 말이지.”
“하?”
“이 애를 곁에 두는 한, 앞으로 자네 도박장은 털릴 일 없을 거란 소리야.”
“흐음.”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손을 털었다.
“그깟 게 무서웠으면 장사 못 하지. 일없소.”
“정치질도 못하는 태성그룹 따위를 못 막아내서 털렸다니. 쯧쯧, 자네 동아줄은 영 못 써먹겠는걸?”
최 의원이 카메라 앞에서 곧잘 짓던 웃음이었건만.
막상 보니 뱀처럼 섬뜩했다.
“매번 경검이 출동할 때마다 사무실 털리고, 애들 붙들려 가고, 고쳐 쓰고, 어렵게 빼내고, 그러다 또 경찰 사이렌이 울리면 죽어라 튀고. 끝도 없겠어.”
최 의원은 사무실을 슥 둘러봤다.
경찰과 중정이 휩쓸고 지나가며 엉망진창으로 짓밟혔던 사무실이었다.
“참 불쌍하게 사는군.”
벽에는 여전히 박제된 말머리가 걸려 있고, 그 옆에는 뚝섬 서울경마장 사진을 넣은 액자가, 그 밑에는 한지에 궁서체로 휘갈겨 적은 사훈(社訓)이 걸렸다.
<언제고 반드시 경마장까지 진출하고 말리라!>
평소에도 하루 열 번씩 바라보며 원대한 포부를 되새기는 편액(扁額)이었다.
최 의원은 편액을 보며 피식 웃었다.
“경마장 진출······ 내 도와줄까?”
최 의원이 내미는 당근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과 달라진 인테리어가 하나 있었다.
사훈이 걸린 편액 아래, 지역명이 하나씩 적힌 14장의 종이가 붙어 있었다.
다만 7곳의 지역명에는 빨간색 페인트로 크게 ‘X’를 쳐놓았다.
“참 안타까운 일이야. 어쩌다가 일곱 개나 되는 도박장을 털렸나. 쯧쯧쯧.”
신문과 방송에는 공권력의 업적이자, 정의의 승리라고 요란하게 포장됐으나.
사실은 박철구에게 올인 삼세판으로 탈탈 털렸다.
건재한 7곳은 초록색 페인트로 ‘O’를 쳐두었더니, 최 의원은 그것을 보며 웃었다.
“아니면 내 나머지 도박장도 마저 뭉개줄까?”
명백한 협박이다.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코웃음 쳤다.
“할 수 있으면 해 보시든가. 총선이 코앞인데, 괜찮으시려나 몰라?”
“검경이 자네 도박장을 쓸어버릴 때, 카메라 앞에는 내가 서 있을 게야.”
최 의원은 웃었다.
웃음은 정치인들의 무기였다.
“자네 덕분에 이번 총선에선 쉽게 당선되겠어.”
“선거유세하다가 칼 맞고 뒈지고 싶으신가 보지?”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눈에는 살심이 번뜩거렸다.
“깔끔하게 트럭으로 밀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죽자고 물어뜯을 필요는 없지 않겠나?”
“윈윈 같은 소리 하네. 계산이 안 맞잖아.”
“그 계산, 내가 맞춰주지. 정씨 집안 차기 수장 자리, 도와줄까?”
살벌하게 번뜩이던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눈이 순간 탐욕과 야망으로 번뜩거렸다.
최 의원은 음습하게 웃으며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이대로라면 자넨 절대로 정씨 집안의 차기 수장이 될 수 없어. 너무 뒤처졌거든.”
이게 다 박철구 때문이다.
그때 하우스 도박장을 반이나 잃은 탓에.
팽팽하던 세력구도가 크게 기울어져 버렸다.
반면 명동 송골매는 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 노른자위 땅을 독점했고, 거물은행까지 세워 영향력이 커졌다.
“만일 내가 자네 편에 서서 힘껏 밀어준다면······ 어찌 될 것 같나?”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입맛을 다셨다.
달콤한 제안이었다.
“내 손자는 도박장과 경마장을 갖고, 자네는 정씨 집안을 갖고. 어때? 아직도 밑지는 장사야?”
그때였다.
노크도 없이 하우스 매니저가 사색이 되어 뛰어들었다.
“보스, 큰일 났습니다! 명동 송골매와 꼬맹이가 도박장을 탈탈 털어먹고 있습니다!”
“뭐야?”
“금고의 칩이 전부 동나고, 선수들은 신체포기각서까지 썼어요!”
박철구가 떴을 때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하진 않았다!
이게 다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면담을 거부하고, 1시간 동안 불청객들의 소식을 일체 전하지 말라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러다 곧 우리 도박장 파산하게 생겼다고요!”
최 의원과 그의 막내 손자는 눈을 번쩍였다.
“명동 송골매라······.”
“오, 탈탈 털려서 파산!”
벌떡!
최 의원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물론 그의 손자도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 일어났다.
< 탈탈 털렸다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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