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05)
재벌집 만렙 아들-305화(305/416)
305. < 저 꼬맹이, 진짜 뭐지? >
최 의원과 그의 손자가 뒤도 안 돌아보고 사무실을 나갔다.
대화의 마무리도, 조건의 협상조차 제대로 끝내지 않은 채.
그러니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응접실 테이블을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와장창! 쨍그랑!
3인분의 커피잔이 떨어졌다.
그런데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소식을 전한 하우스 매니저를 노려보았다.
“중요한 손님을 모신 자리에서 누가 함부로 주둥이 놀리래? 뭐? 파산?”
“죄송합니다.”
“이 X팔 새끼가 눈치도 없이! 하필이면 경마장과 수장 자리를 놓고 실랑이하는 타이밍에!”
“잘못했습니다!”
시궁창 들쥐가 끼어들었다.
“보스, 지금 도박장이 털리고 있다잖습니까. 심지어 VIP테이블에서 벌어진 일도 아니랍니다. 하우스 도박장 한복판에서 이 사달이 났어요!”
“일처리를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눈이 돌아갔다.
“완전 제대로 엿 먹었는데?”
하우스 매니저들이 눈치를 보며 쭈뼛거렸다.
“보는 눈이 너무 많았어요. 손님이 자리를 옮기지 않겠다는데 억지로 끌어낼 수도 없고.”
“송골매 어르신 앞에서 힘으로 끌고 갈 수도 없고.”
“게다가 어린애였다고요.”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거칠게 머리를 벅벅 털었다.
“에이, X팔!”
마른세수와 함께 깊이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이상해. 명동 송골매는 이쪽엔 영 젬병인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지?”
말대가리가 손짓했다.
“제대로 보고해 봐. 하나하나, 중요한 것들 전부.”
하우스 매니저들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눈썰미가 어찌나 기가 막힌지, 기이할 정도로 쉽게 수작질을 잡아냅니다.”
“포커, 훌라, 바카라, 고스톱, 섯다를 가리지 않고 하는 족족 전부 이깁니다.”
“말 그대로 연전연승! 통이 어찌나 큰지, 걸었다 하면 열에 아홉 올인이에요.”
“한마디로 바뀐 룰까지 철저하게 지키면서 승부를 건다는 거죠.”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기가 차는구만.”
믿을 수 없었다.
“상대는 전문 꾼들인데? 지킬 거 다 지키면서 계속 이기고 있다고?”
“운이 어마어마하게 좋더라고요.”
“운?”
도박판에 아무리 행운이 깃들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운이 좋을 일인가?
말이 안 되는데.
“내 인생에 박철구 같은 놈을 또 겪게 될 줄이야······.”
재수가 없으려니까.
시궁창 들쥐가 재빨리 목소리를 높였다.
“보스, 지금 당장 대책을 마련하셔야 합니다!”
시궁창 들쥐는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꾀주머니였다.
“보스, 저쪽에서 무조건 올인으로 나온다면 몇 판이나 붙으실 수 있겠습니까?”
“흐음.”
“이제 보스께는 7곳의 하우스가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끽해야 두어 판 겨우 할 수 있을까 말까예요.”
그게 현실이었다.
보는 눈이 많다.
VIP룸이라면 또 모를까.
게임 안 끝냈다며 정산을 무한정 미룰 수도 없다.
“허, 외통수로구만.”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쩌자고?”
“뒤집어씌웁시다!”
“뭐?”
“듣자 하니 이쪽에서 건 기술을 족족 잡아냈다지 않습니까. 그 말인즉, 그 꼬맹이도 도박쟁이 기술에 정통하다는 뜻!”
시궁창 들쥐는 음흉하게 웃었다.
“기술은 뭐 우리만 쓰란 법 있습니까?”
“없는 죄라도 만들어서 뒤집어씌우자고?”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승률이잖습니까?”
그래서 미치고 펄쩍 뛸 일이었다.
“어떻게 연전연승으로 이만큼이나 판돈을 불려요?”
시궁창 들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건 저도 못 하고, 꾼들이 짜고 들어가도 못 하고, 보스도 못 하죠.”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기 쳐서 연전연승, 운 좋게 얻어걸려서 연전연승! 사람들은 어떤 것을 더 믿을까요? 상식적으로.”
그럴수록 시궁창 들쥐는 더욱 은근하게 꼬드겼다.
“보스의 결정을 존중하겠습니다. 이대로 붙었다가 파산하면, 그것까진 제가 어찌할 도리가 없······ 끄악!”
빠악!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시궁창 들쥐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갈겼다.
시궁창 들쥐는 머리통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파리가 손바닥을 비비듯 제 머리통을 열심히 비벼댔다.
“에이씨, 아프잖아요!”
“새끼야, 아무리 도박판에 구라가 판친다고 해도, 지켜야 할 룰이란 게 있고, 선이란 게 있어.”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눈은 차가웠다.
“그걸 깨닫지 못한다면, 넌 죽을 때까지 내 뒤 못 잇는다. 알아들었냐?”
“예, 보스.”
시궁창 들쥐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사무실 문을 박찼다.
* * *
최 의원과 그의 손자는 하우스 도박장 안에 발을 들였다.
오늘의 주인공이라면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빙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아니, 저 꼬맹이는?”
한쪽 눈은 삼백안, 다른 눈은 사백안.
싸가지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십 대 소년이 눈을 크게 떴다.
그제야 최 의원이 손자를 돌아보았다.
“누구네 아들이더냐? 정계 쪽? 재계 쪽? 아니면 고위공직자 쪽?”
“모임에서 만난 게 아니에요.”
“그럼?”
“한남동 집을 사볼까 했을 때 한번 마주친 적이 있어요.”
최 의원의 손자는 팔짱을 꼈다.
“아주 재수 없는 새끼였죠.”
반년 전 겨울.
여자애들 꼬시기 딱 좋은 집을 찾았을 때였다.
-안 됐네, 코찔찔이. 이 집, 내가 살 거거든.
-어쩌죠, 날라리 형? 이 집, 우리가 살 건데요.
짧다면 짧은 만남이었건만.
이상하리만치 깊은 인상을 남긴 꼬맹이였다.
“겁대가리 없는 새끼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라니까요? 끝까지 피하지 않고, 놀라는 기색조차 없이.”
“호오.”
“오히려 날 같잖게 깔아봤다고요. 곱게 미친 눈이랄까요?”
손자의 한쪽 눈은 사백안, 다른 쪽 눈은 삼백안.
열다섯이란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살기와 적의가 칼날처럼 내려다 꽂히는 눈이었다.
그 눈 앞에 서 있으면 모골이 송연해서 도저히 오래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 눈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는 자는 흔치 않았다.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요. 보세요. 친구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텐데, 저놈은 도박판에서 저러고 놀잖아요?”
최 의원은 웃었다.
“확실히 재밌는 놈이로군.”
최 의원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꼬마 쪽이 아니었다.
명동 송골매였다.
“정동진이 오늘내일하는 때이니, 분명 심상치 않은 용건을 들고 왔을 터인데. 왜 하필 말죽거리 말대가리를 골랐지?”
최 의원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둘이 앙숙이라고 들었다.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는 숙적이라고도 한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시끄럽게 저런 소란을 피워댔다고 하면······.”
최 의원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보통 심계가 아니로군. 무서운 자다.”
최 의원도 팔짱을 꼈다.
손자와 나란히.
“그럼 말죽거리 말대가리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어디 한번 지켜나 보고 갈까?”
“좋은 생각이세요.”
손자는 무척 즐거워하며 흔쾌히 응했다.
“어쩌면 제가 여기 붙어 있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이 도박장, 내 스타일 아니라니까요.”
“아직이야. 그건 상황이 다 끝나고 정해도 늦지 않는다.”
“에이씨.”
“또 아느냐?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역전 한판승으로 상황을 뒤집을지.”
“되겠어요? 싹 다 털려서 파산 직전이라잖아요.”
“막판 뒤집기는 정치판에서도 흔한 일이야.”
당선이 유력한 다선의원도 이름 없는 정치 신인에게 밀려 낙선할 수 있는 곳.
최 의원은 그런 싸움판에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어쩌면 네 사부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
명동 송골매라.
고작 전당포를 운영하는 주제답지 않게 출중한 안목으로 돈을 쓸어 담고 있다고?
“나쁘지 않군.”
* * *
나는 짜증이 와락 치밀었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환호성을 외치며 ‘도신!’ 소리를 내지르는 도박꾼들 사이에 있는 놈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남산 찰거머리!’
열다섯, 아니, 이제 열여섯밖에 안 된 놈이!
벌써부터 사설 불법 도박장을 드나들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물론 여기서 칩을 쓸어 담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다만!
‘음?’
그 옆에는 뜻밖의 인물이 함께하고 있었다.
‘민주공화당의 최일태 의원!’
그는 제6, 7, 8, 9대 국회의원으로, 군사정변 이후 김준표와 함께 민주공화당을 창당한 인물이었다.
‘저 정도나 되는 거물급 정치인이 왜 남산 찰거머리랑 같이 있어?’
최일태 의원은 일본의 의회정치를 참고하여 중앙당, 사무처 시스템 등 근대적인 조직 형태를 만들었고, 이는 한국의 역대 정당 중 최초라 평가받았다.
또한 그가 도입한 당직자 공개채용 제도 덕분에 21세기까지 민자계 정당이 민주당계 정당에 비해 인적자원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흔히 3김이라 불리는 거물 정치인만은 못했지만, 철새처럼 이리저리 옮기면서 끝까지 주류 정치인생을 이어나갔던 양반이었지.’
최일태 의원은 집안마저 막강했다.
친인척들 대부분이 법조계 출신들로, 유명한 로펌과 대법관, 검찰총장까지 지낸 이가 다수였다.
‘최일태라면 현 정권의 4대 부정부패엔 모조리 가담했을 테니, 정치자금이 필요해서 여기까지 손 벌리러 온 것도 아닐 테고.’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총선이 코앞인데, 한창 선거 준비로 바쁘실 양반이 굳이 귀한 시간을 쪼개가며 이곳을 찾아온 용건이라면······.’
최일태의 눈이 향하는 곳.
그 끝에는 스승님이 있었다.
‘얼씨구?’
그때였다.
벌컥!
“오늘 잭팟 터트린 놈, 누구냐?”
“말죽거리 말대가리다!”
하우스 도박장의 주인이 나타나자, 구경꾼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한국 도박판의 전설!”
“마카오의 신화!”
“전국구 평경장을 누른 유일한 남자!”
“도박왕 말대가리!”
“우와, 나도 말로만 들었지, 보기는 처음이야!”
환호성을 올린 건 죽을상을 하고 있던 선수들과 하우스 매니저들도 마찬가지였다.
“보스, 왜 이제야 오셨어요!”
“살았다! 이제 됐어!”
“얼른 여기 앉으세요!”
“보스, 어서요! 어서!”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저벅저벅 걸어오자.
구름처럼 몰려들어 나를 빙 둘러싸던 사람들 사이가 홍해처럼 갈라졌다.
그 끝에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는 내가, 그리고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있었다.
“똥줄 타는 표정이 참으로 볼만하구나.”
스승님은 슬쩍 내 앞으로 나서며 말대가리의 시야를 가렸다.
스승님은 얄밉게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너한테 볼일 없어. 빠져 있어, 새끼야.”
“그건 곤란한데.”
스승님은 지팡이를 팽그르르 돌렸다.
“내가 모시고 왔다지 않아.”
“송골매!”
“도련님 앞이다. 언성 낮춰.”
스승님과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 서슬 퍼런 기세에 구경꾼들은 저도 모르게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러자 최일태 의원은 눈을 더욱 빛냈다.
흥미진진한 눈으로 사태를 관망하는 것이다.
“말대가리야, 순서가 틀렸다. 내가 아니라 도련님이 먼저야.”
“하!”
“성준 도련님의 아드님이시다.”
“크읍······.”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입을 꾹 다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스승님은 지팡이로 바닥을 탁 짚었다.
“붙을 때 붙더라도 예의는 지켜야지. 안 그러냐, 말대가리야?”
“······.”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러자 들떠서 외치던 환호성도, 기대에 차 웅성대던 소음도 점점 줄어들어 간다.
“후우.”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깊은 한숨과 함께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도련님께 인사 올립니다.”
“······!”
좌중이 얼어붙었다.
수군대던 소리가 일제히 뚝 멎었고.
사람들의 동작도 그린 듯이 멈췄다.
다들 똑같은 얼굴로 턱을 툭 떨어뜨리고 있었다.
최일태 의원은 놀란 눈을 크게 뜨고 날 돌아보았다.
“허?”
남산 찰거머리는 날 보며 못마땅한 듯 볼을 씰룩댔다.
“저 꼬맹이, 진짜 뭐지?”
< 저 꼬맹이, 진짜 뭐지? > 끝
ⓒ 오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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