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 of a wealthy family RAW novel - Chapter (310)
재벌집 만렙 아들-310화(310/416)
310. 제게 맡겨주십시오
뜨거운 시선들이 나를 향해 모아졌다.
“아니, 도련님 덕분에 목숨을 건지다니?”
“이게 다 무슨 말이야?”
“아니, 꼬마 도련님이 대체 무슨 수로……?”
“끄응!”
종로 금이빨이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힘이 부족해서 도로 고꾸라지려는 것을 스승님과 말대가리가 붙들어 잡았다.
“야, 이 자식아! 너 그렇게 막 움직이다가 진짜로 뒈져!”
“차라리 말을 해, 말을! 대뜸 움직이지 말고!”
“아이고, 내가 못 살아! 자동차 키! 이노무 차 키는 대체 어디 숨었냐!”
종로 금이빨은 주변의 만류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도련님의 경고를, 제가 가벼이 여겨 새겨듣지 않은 탓입니다!”
“경고?”
척.
종로 금이빨은 기어이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미리 언질 주신 것도, 수하들을 보내어 절 구해 주신 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하?”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내게 모인 까닭이었다.
“고작 여덟 살 먹은 도련님께 웬 수하가…….”
딸랑!
복덕방 문이 다시 한번 거칠게 열렸다.
태성그룹 경호원들이 무언가를 하나씩 질질질 끌고 들어왔다.
와당탕!
“커으윽!”
사람이었다.
검은 옷에 수상한 복면을 뒤집어쓴 자들이 꺽꺽대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도합 일곱 명이다.
“휴우, 좀 늦었을까요?”
태성그룹 경호원들 제일 앞.
유종태가 손을 탁탁 털었다.
“도련님의 넘버 쓰리, 저 유종태! 제대로 한 건 올렸습니다!”
피범벅이 된 검은 장갑으로 브이를 그리며, 유종태는 상쾌하게 웃었다.
“도련님, 종로 금이빨을 습격한 놈들은 전부 잡아 왔습니다.”
자연히 바닥을 굴러다니는 놈들에게 시선이 모아졌다.
말죽거리 말대가리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어떤 새끼들이야? 누가 보냈어?”
“아, 그것까진 아직 밝혀낼 시간이 조금 부족해서.”
유종태는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쪼그려 앉았다.
그러더니 대뜸 잡아 온 놈들의 복면을 벗겨내며 얼굴을 들어 올렸다.
“혹시 이 얼굴 아시는 분?”
도리도리.
“그럼 이 얼굴은요?”
절레절레.
“흐음, 역시 그런가요? 저도 영 모르는 얼굴이라서.”
유종태가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나머지 일곱 명의 얼굴을 마저 들어 올렸다.
그 맨 마지막 놈의 얼굴을 보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저놈이 왜 저기에 껴 있어?’
황당했다.
“음? 이놈 혹시 아시는 분일까요?”
“글쎄요? 이걸 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야 할지.”
나는 팔짱을 꼈다.
‘남산 찰거머리의 집사 양반.’
이번 생에선 우리 집, 전생에선 남산 찰거머리의 집이었던 한남동 대저택을 관리하던 남자였다.
여자 좋아하는 남산 찰거머리가 그 집에서 허구한 날 광란의 파티를 벌여대느라 매번 손님 접대와 청소에 여념이 없던 자.
그래서 물었다.
“곽두용이라고, 알아요?”
“곽두용?”
“한쪽 눈은 삼백안, 다른 눈은 사백안인 열여섯 살짜리 남자애.”
“……!”
역시. 알고 있었구만!
그런데 왜 남산 찰거머리의 이름을 물었을 때 어리둥절했을까?
빠악!
유종태가 집사 양반의 뒤통수를 거하게 후려쳤다.
“우리 도련님께서 물으시잖아. 알면 안다, 모르면 모른다, 똑바로 대답 안 할래?”
하지만 집사 양반은 입을 꾹 다물었다.
눈까지 질끈 감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어쭈? 대답 안 할 거야?”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입을 열지 않겠다.”
좋아, 아주 훌륭한 각오다!
그래, 이렇게 나와 줘야지.
“도련님, 이놈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경찰? 검찰? 중정?”
“청계산으로.”
“……!”
뭘 그렇게 놀란 눈으로 보시나.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입을 열지 않겠다며?
어디 야산에 파묻혀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보자!
말죽거리 말대가리가 손을 들었다.
“청계산! 역시 탁월하신 선택입니다. 그럼 저놈의 입을 여는 건 제가 맡겠습니다!”
우두둑!
단번에 손가락을 꺾어내는 소리가 아주 찰졌다.
집사 양반이 비명을 지르며 꺾인 손가락을 감싸 쥐고 쩔쩔맸다.
“어허, 막내는 빠져! 내가 큰형님이야!”
빠드득!
스승님도 지지 않고 손가락을 꺾었다.
집사 양반이 아니라, 그 옆에서 눈치를 보며 튈 준비를 하던 놈의 것을.
“저놈이 아니어도 열어낼 주둥이가 제법 많습니다.”
그렇지.
무려 7명이나 되니까.
“이 일에 관한 모든 것을 샅샅이 알아낼 것입니다. 도련님, 제게 맡겨주십시오.”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럴까요?”
“도련님, 이 일은 제가… 제가 직접 마무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종로의 금이빨이 금니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이 개새끼들에게 빚 받아내야죠.”
“흐음, 그 몸으로 가능하겠어요?”
“저 새끼들보다 늦게 뒈질 자신 있습니다! 이빨이 모조리 뽑히는데도 주둥이를 안 여나, 어디 한번 두고 보겠습…… 어억!”
짜악!
야무지게 들어오는 등짝 스매싱!
종로의 금이빨은 희게 질려 파르르 떨었다.
“끄허억, 거기 나 칼 맞은 덴데……!”
“인간아, 니가 지금 청계산에서 이빨 뽑겠다고 할 때니?”
까치산 방 여사였다.
그녀가 씩씩대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여차하면 등짝을 한 대 더 후려치겠다는 각오로.
“도련님, 이 일은 전적으로 제게 맡겨주세요. 제가 누구보다 야무지게…….”
“거절할게요.”
“네?”
“이건 비지니스가 아니잖아요?”
나는 콧방귀를 꼈다.
“물론 정씨 집안의 일도 아니고요.”
“도련님의 사람들이 잡아 왔으니, 넘보지 말란 엄포인가요?”
“그게 이 바닥의 상도덕이잖아요.”
“하지만 이 사람이 습격을 받았다고요!”
“제3자는 빠지시죠?”
나는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까치산 방 여사는 승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승님과 말죽거리 말대가리를 가리키며 항변했다.
“하지만 오라버니들에겐……!”
“이쪽은 연판장 쓰셨고, 그쪽은 연판장 거부하셨고.”
거부하다 뿐이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구겨서 쓰레기통에 처넣었지.
그래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까치산 방 여사는 종로 금이빨을 가리켰다.
“하지만 이 인간도 아직 지장 안 찍긴 마찬가지 아닌가요?”
“이쪽은 당사자지만, 그쪽은 제3자.”
“허어?”
“갈라섰으면 남의 일이죠. 안 그래요?”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정 그렇게 끼고 싶으시면 지장 찍으시든가.”
“허어?”
“혼인신고서에 찍든, 연판장에 찍든, 둘 중 하나엔 찍을 각오 하고 나서야죠.”
까치산 방 여사가 기가 막혀 하든가 말든가.
나는 종로 금이빨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래도 용케 치명상은 피해 가셨네요? 이쪽으로 깊이 찔렸으면 큰수술 들어가야 했을 텐데요.”
나는 종로 금이빨의 옆구리를 응시했다.
‘전생엔 옆구리가 아니라 복부에 한 칼 제대로 들어갔었지.’
덕분에 종로 금이빨은 꼬박 보름이나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까딱하면 죽을 뻔할 정도로 큰 상처였다.
그때 종로 금이빨이 죽다 살아났던 건 진짜 운이 좋아서였다.
“운이 좋았습니다. 마침 그때 도련님이 보낸 사람들이 벽돌을 던져서.”
벽돌을 던져?
유종태를 쳐다보자, 유종태가 눈알을 굴리며 딴청을 피웠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니, 위험하다고 고함부터 지르셨어야죠.”
“일망타진하라면서요. 고함 소리 듣고 뿔뿔이 흩어지면 어떡합니까.”
“…….”
“어쨌든 그 덕분에 이렇게 확실하게 잡았죠?”
“…….”
나는 바닥에 꿈틀대는 놈들을 스윽 돌아봤다.
머리가 깨져서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놈이 하나.
“저놈이 그때 그렇게 나가떨어지지 않았다면 진짜 여기에 제대로 찔렸을 겁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군요.”
저놈이 종로 금이빨에게 치명상을 입혔다고?
기절한 놈의 팔뚝에 시선을 강탈당했다.
“저 문신은…… 흑사회로군요.”
흑사회는 중화권 마피아를 일컫는다.
나도 왕년에 흑사회 소속 조선족 청부업자와 더럽게 얽혀서 도가니가 나간 바 있었다.
“야, 금이빨! 너 어쩌다 이렇게 골치 아픈 놈들이랑 엮이게 됐냐?”
“쯧쯧쯧, 이거 흑룡 발가락이 두 개나 되는군요.”
흑사회에선 흑룡 문신의 발가락 개수로 조직의 직급을 표기했다.
신입 조직원들은 흑룡 문신조차도 허락받지 못하는 조직이니.
발가락 두 개를 새길 정도라면 제법 어깨에 힘을 주는 놈이란 뜻이었다.
“아무래도 배후를 샅샅이 캐내야 할 것 같습니다.”
“도련님, 저 금이빨에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맡겠습니다!”
“야, 넌 치료나 받아!”
“그럴 시간 없어. 나 지금 열불 터져서 눈 돌아가기 일보 직전이야!”
딸랑.
마침 복덕방 문이 열리면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도착했다.
왕진 가방을 챙겨 온 송 원장과 휘하 의사들이 나와 김 비서를 발견했다.
“도련님, 전화를 받고 오…… 으헉! 이, 이게 다 뭡니까?”
“아이고, 이 무슨 개판이…….”
“난리 났네, 난리 났구만.”
김 비서가 종로 금이빨을 콕 짚으며 말했다.
“자세한 상황은 알 것 없으시고, 일단 이 사람부터 치료 부탁드리겠습니다.”
“김 비서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크흠! 알겠습니다.”
송 원장의 지시에 따라 의사들이 재빨리 종로 금이빨의 상처를 살피려 했을 때였다.
종로 금이빨이 진료를 뿌리치며 고집스럽게 한쪽 무릎을 꿇고 외쳤다.
“도련님,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진짜로 이 일은 꼭 제가 맡아야겠습니다! 제발 허락해 주십시오!”
하여간에 저 똥고집은!
이 와중에 뻗대는 저 깡다구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래서 나는 물었다.
“맨입으로요?”
“지장 찍으면 됩니까?”
전 아직 연판장은 내밀지도 않았는데요?
“아까 도련님께서 말씀하셨잖습니까. 연판장에 찍든, 혼인신고서에 찍든, 찍지 않으면 거절이라고. 전 찍을 겁니다!”
“어머!”
까치산 방 여사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멜로로 촉촉해진 감격한 눈으로 종로 금이빨을 바라봤을 때였다.
“연판장 어디 있습니까? 인주도 필요 없습니다! 혈서로 갈기겠습니다!”
상남자의 호쾌한 요청이었다.
“그러니 저놈들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제 손으로 속사정을 낱낱이 밝힌 후에 확실하게 처단하겠습니다!”
이거 자청해서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간청을 거절할 수도 없고?
제 손으로 피 맺힌 원한을 갚겠다는 사람을 말릴 수도 없고?
“좋아요.”
내가 동전지갑을 열어 연판장을 꺼낼 때였다.
구겨진 종이가 불쑥 들이밀어졌다.
“제가 먼저 접수 신청할게요!”
까치산 방 여사였다.
그녀는 쓰레기통에 처넣었던 연판장을 도로 내밀었다.
힘껏 구겼던 연판장을 주먹으로 박박 펴면서 말이다.
“아직 서명 날인 안 하셨는데요?”
“10초만 기다려주세요! 저도 만년필이나 인주 따윈 필요 없거든요!”
“으악!”
까치산 방 여사의 실행력에 비명을 지르는 건 종로 금이빨이었다.
까치산 방 여사가 종로 금이빨의 상처를 들쑤셔 그 피로 서명하고, 지장까지 꾹 찍었기 때문이었다.
“이 여편네가 진짜! 사람 잡을 일 있어?”
“그럼 내 피로 찍으리?”
“그, 그건……!”
단번에 종로 금이빨의 입을 닥치게 만든 까치산 방 여사.
그녀는 종로 금이빨 옆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크게 외쳤다.
“이 사람을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말없이 까치산 방 여사의 연판장을 받아 들었다.
‘이야, 엄청난 황금빛에 검은빛이 잔뜩 섞였네.’
스승님은 물론 말죽거리 말대가리의 것과는 달랐다.
중정부장의 뇌물 장부 이상으로 검은빛이 많이 섞였다.
‘아마도 까치산 방 여사가 숨기고 있다는 그 비망록 때문이겠지.’
나는 까치산 방 여사의 연판장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피식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버린 걸 도로 주워 들고 오면 제가 어떻게 취급하겠다고 했죠?”
“그만한 푸대접도 각오하라 하셨죠.”
“각오는 되셨어요?”
“물론이에요.”
유감이지만 그럴 일 없다고 단언하던 게 고작 몇 분 전이었건만.
단호하게 거절했던 그때처럼 각오를 다진 얼굴로 날 돌아보았다.
“하녀로 쓰셔도 좋고, 발닦개로 쓰셔도 좋습니다.”
“좋아요. 그 각오, 마음에 들어요.”
종로 금이빨도 다급하게 연판장을 내밀었다.
혈서를 쓰겠다더니 대문짝만하게 손도장까지 찍어놓았다.
“도련님, 저도 썼습니다!”
종로 금이빨의 연판장도 황금빛이 번쩍거렸다.
‘이야, 이쪽은 황금빛에 붉은빛이 잔뜩 꼈네.’
육군보안사령관의 뇌물 장부도 딱 이러했었다.
피비린내에 절여진 듯한 연판장이었다.
‘부부의 연판장이 아주 쌍으로 요사스럽게 번쩍대는구만.’
나는 종로 금이빨의 연판장도 챙겼다.
“저놈들, 제게 맡겨주십시오! 이 빚을 제 손으로 갚고 싶습니다! 복수하겠습니다!”
“도련님, 이번 일은 제가 맡아야 해요! 이 사람 이상으로 제가 확실하게 조져놓겠어요!”
갈라섰던 부부가 한목소리로 외치는 청탁!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제게 맡겨주시는 겁니까?”
“이 사람이 지금 상태로 청계산이 가당키나 하겠어요? 제가 더 잘할 수 있어요!”
나는 손뼉을 짝짝 쳤다.
“결정했어요.”
이 부부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내가 했던 말을 번복하지 않는 방향으로.